<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①살 떨리는 증언들

손발 묶고…때리고…밥도 개처럼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누군가에겐 공포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겐 치가 떨리는 기억의 현장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괴물 양산소’라 했다. 20여년 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그럼에도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 그들은 그곳을 ‘7사’라 부른다.
 

▲ 전주교도소 ⓒ고성준 기자

교도소의 존재 이유는 ‘단절’과 ‘교화’다.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재사회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국내 교도소의 기능은 교화보다 단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높은 담으로 인한 물리적 단절과 재소자에 대한 혐오로 생긴 심리적 거리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교도소를 성역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공포의 방

요새화된 교도소는 외부의 감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됐다. 재소자들의 목소리는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했다. ‘재소자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은 교도소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눈감아줬다. 그 결과 교도소는 재소자를 더 악랄한 범죄자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재소자를 악에 받치게 만든다’는 7사는 전주교도소 내 또 다른 사각지대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있는 전주교도소는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정시설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와 미결수를 동시에 수용 관리하고 있다. 

미결수와 기결수는 1∼6사동에 나눠 수감된다. 전주는 여전히 폭력 조직의 위세가 상당하고 그로 인한 조직범죄가 많아, 전주교도소에서는 조직에 따라 사동을 나눠 재소자를 수감하기도 한다. 별칭으로 월드컵 사동과 나이트 사동으로 불린다. 이 외에 아픈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병사동이 있다. 


7사는 일반사동에 속하지 않는 특별사동으로 보호실, 진정실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재소자가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진정과 보호를 목적으로 잠시 수감하는 곳이다. 일반사동과 달리 재소자들이 항시 기거하진 않는다. 취사장 앞에 자리하며 기결수 사동과 가깝다. 

지난해 말 자신을 전주교도소 재소자라고 밝힌 표두형이 <일요시사>로 편지를 보냈다. 올해 3월까지 5개월여에 걸쳐 날아든 편지서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아내를 통해 언론사, 교정본부, 법무부, 대검찰청,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전주교도소서 겪은 일과 7사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편지를 수십통 보냈다.

“7사라는 데 들어가면 죽어서 나와” “여기 7사라는 곳이 있어. 거기 들어가면 고문당하는 거야” “CRPT(기동순찰팀)가 날 건들고 꼬틀이(꼬투리) 잡고 7사에 집어넣으려고 해” “7사라는 곳 가보지는 않았지만 날 묶어 보내려 한다. 서대문 형무소 같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시설에 수감(수갑) 채워 던져 놓는다” “전주교도소 7사 폐쇄하라고 하세요. 7사는 인간이 갇혀서도 짐승이 갇혀서도 안 되는 공간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폭력 들리지 않는 비명
보호실 뒤에 숨은 진짜 모습 공개

전주교도소서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7사에 대한 소문에 빠삭했다. 전주의 스터디카페, 빨래방, 부산의 구치소, 인천의 다방, 영월의 당구장 등에서 만난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으면서 마치 ‘입을 맞춘 듯’ 7사의 악명에 대해 설명했다. 

#. 교도소에 들어가자마자 7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형님들이 거기 끌려가면 안 된다고 겁을 줬다. 어느 날 방에 누워 있는데 “살려주세요” “교도관” “주임님”하면서 악쓰는 목소리가 들려 ‘저게 7사서 나는 소리구나’ 생각했다. 운동 시간에 7사에 갔다 왔다는 놈이 바지를 벗었는데, 다리가 피멍으로 새카맸다. 손하고 발을 묶어서 어두운 곳에 던져놓는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관구실에 불려갔다가 CCTV 화면에 잡힌 무슨 덩어리를 봤다. 좁은 방에 사람이 묶인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교도관에게 물었더니 이불 같은 걸로 가리더라. 수갑을 뒤로 채워놓고 밥 먹을 때도 풀어주질 않아 개처럼 먹는단다. CRPT들이 내게도 ‘7사에 못 보내서 한’ ‘너를 못 묶어서 한’이라고 말하곤 했다.(표두형, 전주 스터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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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누워있다 보면 가끔 벽 너머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지(사동도우미)로 일하는 동안 3명이 7사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1명은 원래는 점잖은 분이셨는데 민원실서 깽판을 쳤다. 그분은 끌려갔다가 금방 나왔다. 교도관들에게 빌었다고 하더라. 1명은 CRPT하고 갈등이 생겼는데 순식간에 4명이 달라붙어서 넘어뜨렸다.

또 1명은 오우창이라고 좀 바보다. 좀 모자랐다. 얘는 조금만 떠들어도 CRPT들이 ‘7사에 보내버린다’고 윽박질렀다. 7사에 끌려갈 때는 뭘 모르니까 그냥 얌전히 걸어갔다. 갔다 오고 나면 ‘7사 안 가고 싶다’ ‘못가겠다’며 부들부들 떨었다. 우창이 부모님이 전주 남부시장서 장사를 한다. ‘내 아들이지만 전화 못하게 해주시고 잘 관리 부탁드립니다’ 하고는 영치금만 넣어주고 한 번도 찾아오질 않았다. 

어느 날에는 한 지적장애인이 다른 사람하고 싸움이 붙었다. 진짜 치고 박고 싸운 건데, 둘 중 좀 모자란 사람만 7사에 끌려갔다. 나머지 사람은 매주 찾아오는 접견인도 있었고, 영치금도 빵빵했다. 끌려간 애는 뭐 아무것도 없었고.(송재환, 전주 빨래방)

재소자들은
다 아는 곳

#. 밤에 고함소리가 들려 뭐냐고 물으면 형님들이 7사로부터 나는 소리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멀쩡한 사람이 7사에 갔다 오면 반병신이 되거나 이상해져서 나온다고들 하더라. 어릴 때 소년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문제를 일으키는 애들에게 구속복을 입혔다. 아마 그 구속복이 전국 교도소에 보급된 걸로 안다. 

그런데 7사에선 구속복을 안 입히고 뒷수갑을 채워 포승으로 묶는다고 했다. 독방도 사고를 치거나 규율을 어기면 가는 곳이라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지만 하는 짓거리를 보면 7사는 좀 심하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일을 CRPT들이 크게 만드는 식? 

그래도 7사 이야기가 바깥으로 알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교도소는 접견인이 민원을 넣는 것에 굉장히 신경 쓴다. 그런데 연고지도 없고 면회도 안 오고 영치금도 별로 없다? (무슨 짓을 해도) 소문이 안나니 얼마나 좋겠나.(신두호, 전주 빨래방)

#. 7사에 끌려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족이 저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남편일 텐데 그런 취급을 받고 있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슬로 손을 뒤로 묶고, 발을 묶은 뒤 다시 둘을 연결해 사람 몸을 활처럼 만든다고 했다. 그 상태로 있다 보면 사람이 말 그대로 미쳐버린다. 소리를 안지를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전철환, 인천 다방)

#. 2000년, 2003년에 전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취사장 앞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7사가 있었다. 우리끼리는 ‘먹방’이라고도 불렀다. 빛이 잘 들지 않고 어두워서, 또 그 안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해서. 벽은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스티로폼 같은 푹신한 재질로 덧대놨다. 그런 방에 갇히면 손에는 수갑을, 발에는 족쇄를, 머리에는 헤드기어 같은 걸 채우고 씌운다. 3종 세트라는 말을 쓸 거다, 요즘엔.(강기동, 영월 당구장)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7사에 대해 ▲자해를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재소자를 끌고 간다 ▲빛이 없는 좁은 방에 가둔다 ▲수갑을 뒤로 채운다 ▲3종 세트(수갑, 족쇄, 헤드기어)를 착용시킨다 ▲곡소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적능력이 떨어지거나 접견인이 없는 재소자가 일반 재소자에 비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사 시간이나 용변이 급해도 풀어주지 않는다 등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고함 소리
3종 세트

소문의 실체는 2017년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전주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와 그의 어머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재소자 박성철은 CRPT가 “니 어미를 생각하라”는 등 어머니를 언급한 말에 화가 나 창틀 사이로 그의 눈을 찔렀고, 그러자 CRPT 4명이 방으로 한꺼번에 들이닥쳐 머리를 바닥에 찧고 발로 옆구리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박성철은 2017년 11월 전주교도소 CRPT들을 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고소 이후에도 CRPT들이 자신을 주먹과 무릎으로 때리고 2주 넘게 수갑을 세게 조이는 등 보복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CRPT들은 오히려 박성철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진술 조서 등에 따르면 박성철은 CRPT들과 충돌한 이후 7사에 수감됐다. 그는 “교도관 폭행에 대해 접견 금지와 일반사동 대신 7사동(보호실)서 지내도록 금치 45일의 징벌 처분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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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소 10일 이상 7사에 수감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동안 자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른바 3종 세트를 착용한 채 생활했고 3차례에 걸쳐 CCTV가 없는 복도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의견서 등에 따르면 박성철이 수갑 등 3종 세트를 차고 있던 기간은 17일에 이른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접견이 막혀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너무 걱정돼서 변호사에게 접견을 가달라고 부탁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성철에 대한 접견은 한 달 이상 제한된 상황으로 가족조차 그의 상태를 살필 수가 없었다.

변호사가 만난 박성철의 상태는 처참했다. 변호사가 접견을 가기까지 10일가량 교도소서 수도를 막아놓아 그 사이 그는 전혀 씻지 못한 상태였다. 변기에도 용변이 둥둥 떠다닐 지경이었다. 3~4일간 헤드기어를 쓰고 있어서 양코 주변으로 하얀 곰팡이가 가득했다. 

손목에 수갑, 다리에 족쇄를 착용한 상태로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마룻바닥에 방치돼있었다. 아침마다 수갑을 꽉 조이는 바람에 손목에는 고름이 낭자했다. 자료에는 전주교도소 의무과 주임이 ‘(박성철의) 손이 다 썩는다’며 수갑을 풀게 했다는 부분도 있다.


출소자들 증언 대부분 같아
2017년 소송 과정에서 확인

박성철은 CRPT들이 자신을 제압하는 과정서 사망한 재소자를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CRPT들이 발목에 무언가를 찔러 넣으면서 ‘안태윤이 후유증으로 죽었다’며 항복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진술은 박성철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서도 나온다. 

당시 진술조서에 따르면 “한두원 교위가 ‘죽은 안태윤이도 나한테 많이 당했다. 너도 당해봐라’라고 말하면서 아킬레스건 쪽에 스테이플러 같은 것을 찔러 넣었다”는 부분이 있다. 또 “많은 재소자들이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 사실 접견을 오지 않는 재소자들이 더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2018년 1월에도 박성철은 7사에 수감됐다. 7사에 수감된 재소자는 박성철뿐이었다. 당시 7사 근무일지에 따르면 박성철은 “몸이 언 것 같다. 너무 추워 한숨도 못 잤다. 몸 왼쪽이 마비되는 느낌이 온다. 얼굴 한쪽에 경련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또 저녁 시간 내내 수갑을 뒤로 차고 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7사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최상익도 “7사는 문제수를 수용한다는 미명 하에 별도로 만든 방이다. 모든 공간이 폐쇄돼있고 하나 있는 창문도 벽을 향해 나 있어 밀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며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RPT들이 반말과 욕설 등으로 재소자들을 자극하고, 재소자들이 화를 내면 보디캠을 켜서 그 부분만 촬영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수갑과 족쇄 때문에 손목과 발목에 고름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씨는 “7사에 갔다 온 재소자들은 손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수갑을 어찌나 조여 놓는지 손목에 상처가 났다가 아물기를 반복해 나중에는 흉이 남는다. 7사의 표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성철을 부산구치소 화상접견을 통해 마주했다. 그는 3년이 지났음에도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던 변기” “구둣발로 밟혔다” “모포도 없이 냉골의 바닥서” “수갑을 꽉 조여서” 등의 말을 했다. 이어 “나는 죄를 지어 교도소에 들어왔다. 내가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처럼 짓밟는 건 너무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같이 때려도
한쪽만 처벌?

당시 전주교도소는 박성철의 주장에 “집단폭행과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문제의 독방에는 CCTV가 없어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박성철과 전주교도소 측의 맞고소는 박성철이 교도관 폭행 혐의 등에 대해 형을 추가로 받는 것으로 끝났다. 박성철이 고소한 CRPT들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됐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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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