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새바람’ 예능 뉴 페이스6 

‘대체 불가’ 개성으로 웃기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계는 언제나 ‘뉴 페이스’를 갈망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주목받는 인물 역시 다변화되는 가운데, 최근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가수 제시와 UDT 출신 이근,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와 농구 선수 및 감독 출신 현주엽, 개그맨 최양락, 배우 이상엽이 그들이다. 예능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여섯 스타의 매력을 짚어봤다. 
 

▲ 가수 제시

요즘 예능서 관심을 받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10~20대 대다수가 TV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하며, 소위 ‘매운맛’이라 불리는 방송은 BJ나 유튜브 스트리머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후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 토크쇼서 이전만큼 새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특출한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리만큼 어렵다. 

그런 가운데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으로 예능 대세로 떠오른 인물들이 있다. 제시, 이근, 박세리, 현주엽, 최양락, 이상엽 등이다. 플랫폼 홍수 속을 뚫고 나온 이들의 매력 비결은 무엇일까. 

망나니 
제시

TV와 유튜브는 둘 다 미디어지만 결이 다른 플랫폼이다.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는 대다수를 흡수하는 대중적인 스타일을 요구하고, 타깃이 분명한 유튜브는 더 솔직하고 숨김없는 방송을 원한다. 스타일이 워낙 다른 편이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제시에게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 보인다. MBC <놀면뭐하니?-환불원정대>와 tvN <식스센스>서 맹활약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 웹 예능 ‘제시의 쇼터뷰’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다. 


제시의 매력은 유재석이 언급한 ‘예능 망나니’ 기질에 있다. 조선 시대 사형 집행수였던 망나니는 겁에 질린 사형수의 혼을 빼놓는 칼춤을 췄는데, 제시가 예능서 활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청자들은 물론 같이 출연하는 사람들마저도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드립은 물론, 출연자의 이름을 잘못 안 채로 오랜 시간 촬영하며, 서툰 한국말로 인해 시종일관 토크의 맥을 끊는다. 가슴에 대한 자부심이 커 ‘19금 토크’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사진을 찍을 땐 엉덩이를 부각시킨다. 교포로 지내다가 받은 상처가 있어선지 누군가 놀리기라도 하면 “교포 무시하지마”라며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한다. 

개그맨 뺨치는 가수·운동선수 출신
독특한 개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매력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제시가 가진 진정성 덕분이다.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며,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개진할 줄 알면서도 타인을 쉽게 비방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상대의 매력을 치켜세운다.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을 줄 알며, 잘못이 있을 땐 곧 바로 인정한다. 

<식스센스> 3화서 제시가 자신의 행동이 무례해 보일까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자 유재석은 “대중은 제시의 진심이 뭔지 알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유재석의 예견은 그대로 적중한 듯하다. 
 

▲ 이근 대위 ⓒ유뷰트

온라인을 살펴보면 솔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이 이미 충분히 인지한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제시의 쇼터뷰’가 회당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만 봐도 대중이 그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진짜 사나이
이근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유튜브 밀리터리 예능 ‘가짜 사나이’의 최대 수혜자는 이근 대위다.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와 같은 유행어를 숱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짜 사나이’ 내에 있는 그의 모든 장면은 레전드로 통한다. 

한국 해군특수전 전단과 미국 해군 특수부대 경험을 살려 전술, 생존술,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일가견이 있다. 이라크 파병과 세월호 참사 잠수 구조대와 같은 대형 사건 경험이 있는 그는 대체 불가한 독보적인 캐릭터다. 

선 굵은 외모와 근육질 몸매 등 훌륭한 외형과 특별한 정신력, 스마트함까지 갖춘 그는 다소 서툰 한국어 능력으로 인간미까지 드러낸다.

‘가짜 사나이’ 이후 JTBC <장르만 코미디> SBS <집사부일체> 등 굵직한 예능서 그를 찾았고 최근에는 MBC <라디오스타> 촬영도 마쳤다.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비롯한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으며, 유튜브 예능 ‘제시의 쇼터뷰’는 6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김이나 작사가와 나눈 대화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화제가 잇따른다. 강인한 남성미와 상반되게 여성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스위트한 젠틀맨의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질문에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생존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설명할 때는 프로의식이 엿보인다. 은근하게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며 때로 너무 진지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만들기도 하는 그는 올해 가장 빛나는 예능인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리치리치 언니
박세리 

1998년 US 오픈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보기 좋게 샷을 날린다. 이 장면은 22년이 지난 지금도 애국가를 BGM으로 깔고 여기저기서 재생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5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골프계의 산 역사기도 한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으니, 바로 ‘리치리치 언니’다. 한국서 벌어들인 모든 수입은 부모님께 드리고 미국서 벌어들인 상금만으로 생활했다고 밝힌 그의 총 상금액은 140억원. 
 

▲ 전 프로골퍼 박세리 ⓒ호연지기

MBC <나 혼자 산다>와 E채널 <노는 언니>서 그의 플렉스가 여실히 드러난다. 타 종목 여성 스포츠 선수들과 여행 다니며 게임을 펼치는 <노는 언니>서 장을 볼 때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라고 호쾌하게 지시하고,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가기도 한다. 먹을 때만큼은 늘 넉넉하게 깔아놓고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혼자 산다>서 김민경의 집들이 선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조경을 선물하는 그다. 

단순히 돈이 많아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과 게임할 때는 강력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어떤 게임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몸에 녹아 있다. 말로는 툴툴거리고 귀찮아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시작하면 책임감이 엿보인다. 


또 어디서나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포용한다.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꼰대스러운 해법을 대충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듣고 먼저 공감하려 한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무례할 수 있는 발언에 “인연이 있으면 나타나겠죠”라며 무심하게 답하는 모습에선 솔로로서의 당찬 태도도 엿보인다. 

“모든 트러블샷에는 위험부담이 있는데 그걸 두려워하면 절대 그 자리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 예능서도, 사람을 상대할 때도 통하는 모양새다. 골프 이외의 영역서 새롭게 도전하는 박세리. 그의 당당함에 대중이 빠져들고 있다. 

잘 먹는
현주엽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자 프로농구단 LG 세이커스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현주엽의 무기는 먹기다. 현역 시절 하마를 닮았고, NBA LA레이커스의 매직 존슨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붙여진 ‘매직 히포’는 농구 코트가 아닌 식사 테이블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KBS2 <배틀트립>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종전 최고였던 가수 테이의 기록을 무참히 깨버리는 엄청난 먹방을 재현한 것. 이틀 사이에 60인분을 해치워버린 그에게 제작진은 백기를 들었다. 
 

▲ 현주엽 전 프로농구 감독

이후 그는 Olive <원나잇 푸드트립>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서 먹방을 선보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 불리며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닌 국가대표 10년 경력의 농구계의 영웅은 이제 여자 아이돌로부터 ‘선배님’이라 불리며,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저 ‘잘 먹는 개그맨’으로만 인지된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지만 김구라 못지않은 독설가다. JTBC <뭉쳐야 산다>에 출연 중인 허재를 만나 “형이 구멍이다” “정형돈과 김성주, 안정환이 허재는 안 나오는 게 낫다고 한다”며 깐족대고, 서장훈이 일본 선수를 좋아했었던 과거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농구 감독을 역임할 때는 카메라가 돌고 있든 아니든, 욕설을 뱉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초의 향기가 짙지만 아내 눈치를 보는 건 다른 남편들과 다르지 않으며 농구 선후배들과 갈등 없이 편하게 지낸다. 자신을 놀려도 늘 웃음으로 화답하며,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매맞는 남편
최양락

방송가는 꾸준히 그를 찾는다. 특히 새롭게 론칭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서 김원희와 함께 MC를 맡으면서, 방송인으로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출연자의 오랜 친구를 찾아주는 방송이지만, 화제는 현주엽의 먹방으로 귀결된다. 

강력한 솔직함으로 무장한 토크와 이영자 못지않은 음식 리액션을 보이는 그는 이미 연예인으로 변모한 서장훈, 안정환, 허재를 이을 대형 스포테이너의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1962년생 최양락의 나이는 만 58세다. 곧 환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과거 1980년대 KBS2 <유머일번지>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한동안 무대를 떠났던 그는 SBS <야심만만>서 맹활약을 펼친 뒤 단발머리를 하고 ‘알까기’ 코너를 만들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가 <야심만만>과 <해피투게더> 등에서 펼친 화려한 입담쇼는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된다. 

그런 그가 환갑을 앞두고 또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서다. 개그맨 개그우먼 커플 중 아직까지 이혼 1호 커플이 나오지 않아서 붙여진 이 프로그램서 최양락은 제3의 전성기로 도약 중이다. 

옆집 언니·오빠 컨셉
돈 자랑도 서슴지 않아 

아내 팽현숙에게 혼나고, 머리를 잡히고 육두문자가 섞인 욕을 먹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화가 단단히 난 아내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면서 화를 자초한다. 그 모습이 꼭 거북하게 비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엽기까지 해 ‘초코양락’으로 불린다. 

방송 초반에만 하더라도 팽현숙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뭇매를 맞기 일쑤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내를 챙기고, 부탁을 정성껏 들어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이면서까지,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 개그맨 최양락

그 과정서 입담은 끊임없이 발휘된다. 특히 상대를 놀리는 것은 가히 최고다. 김학래, 임하룡 등 개그계 선배 앞에서는 더 독해진다. 놀라운 건 그의 깐족거림에 결국 상대도 웃음을 보인다는 것. 수십년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최양락의 유머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영글어가고 있다. 

신예 스타
이상엽 

말끔한 인상의 배우 이상엽이 출연한 KBS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배우 이병헌의 아내로도 잘 알려진 이민정과 극 중 어머니였던 김보연 등 선배 배우들과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중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드라마 성공을 알린 이상엽은 앞서 각종 예능서 예능감을 선보였다. 특히 그의 장기는 성대모사다.

SBS <강심장>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우성 성대모사를 완벽히 보여준 것에 이어 김영철과 장혁, 이병헌, 유해진, 김명민, 이정재, 이선균, 송강호 등 이름만 대면 순발력 있게 성대모사를 해낸다. 급조한 티가 남에도 상당히 비슷한 축에 속한다. 각 배우들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성대모사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서도 끼를 발산한다. SBS <런닝맨>과 JTBC <아는 형님>과 같은 버라이어티 방송서도 그는 완벽히 녹아든다. 

최근 론칭한 <식스센스> 1회 게스트로 나와 제시의 무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솔직한 리액션으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짜를 찾아내는 분석력까지 드러내며 스마트한 면모를 보였다.

또 SBS <인터뷰게임>에서는 MC를 맡아 이영자, 김나영과 함께 안정된 진행을 맡고 있다. 다소 묵직한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서 공감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첫 진행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모두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이상엽의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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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