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이랜드의 속살

전성기 끝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랜드그룹의 실적이 매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패션, 유통, 외식 어느 하나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믿었던 중국사업마저 모두 철수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랜드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공격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두고 봐야 할 일. 미래는 불투명하다.
 

▲ 이랜드월드 ⓒ이랜드그룹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그룹 전체의 매출은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그룹 차원의 영업 현금 흐름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조 5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올해 들어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1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800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총차입금은 4조7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하락…적자
브랜드 부재

패션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만 따로 놓고 보면 매출액은 2800억원서 24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70억 수준서 50억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랜드의 패션부문서 효자노릇을 하는 브랜드는 뉴발란스다. 다행인 것은 이런 뉴발란스의  계약이 5년 연장된 것이다. 많은 소문들이 있었지만 이랜드는 지난 4월 뉴발란스 본사와 2025년까지 한국 및 중국서의 독점 판매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이랜드그룹이 패션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강력한 동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중국서의 뉴발란스 판매 사업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뉴발란스가 이랜드와 판매권 재계약을 한 배경에 대해 외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직진출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푸마’ ‘폴로’ ‘망고’ ‘나인웨스트’ 등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국내에 직진출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의 뉴발란스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랜드는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엔 케이스위스를 중국 엑스텝에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2016년 315%였던 부채비율은 2017년 198%로 감소했고, 지난해 17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돈을 벌어다 줄 브랜드가 줄어들어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1분기 전체 매출 전년대비 32% 감소
파워브랜드 부재 패션부문 위기 봉착

잘나가는 것 같은 뉴발란스의 성장폭 둔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랜드가 한국 뉴발란스의 독점 라이선스권을 확보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이랜드가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뉴발 열풍’이 일어났고 브랜드 매출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던 뉴발란스지만, 이후 몇 년 동안 매출액은 그리 늘지 않은 모습이었다. 1년간 3000억원 이상 벌었던 뉴발란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0억원으로 초반 고속성장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박성수 이랜드 회장 ⓒ이랜드월드

실제로 이랜드그룹이 신용도를 유지하려면 브랜드 파워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주문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랜드그룹의 브랜드 파워 확보 여부에 따라 영업실적 회복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0년간 40% 이상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던 중국서의 패션사업도 위기를 맞이했다. 이랜드는 2010년 중국서 18개 브랜드, 332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했는데 이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매출만 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기업 중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전체 시장 2위에 올랐다.

1조원의 이면
중국사업 철수

한때 40여개 브랜드, 8000여개 매장으로 늘리며 목표에 근접하는 듯 했지만 2016년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당시 그룹 전체 매출서 중국사업이 차지하던 비중은 30%에 이르렀다. 

이랜드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찾아온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패션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유통사업으로 발을 넓히던 차였다. 중국 팍슨그룹과 손잡고 중국 상하이에 ‘팍슨-뉴코아몰’을 열며 유통사업에 뛰어든 후 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출 감소세에 사드 보복까지 이중고를 겪은 이랜드는 결국 효율이 나지 않는 매장을 철수하고, 사업구조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랜드는 2017년 3월에 중국 패션부문 티니위니 사업을 매각하고 애슐리·자연별곡 등 외식 매장도 철수했다.

대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진출하고 자체 온라인몰을 열었다. 이마저도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중국 우한을 비롯해 상당수 매장을 휴점하는 등 악영향을 받았다.

중국 이랜드 패션 법인 3곳의 매출액은 2015년 2조3373억원서 2018년 1조365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중국사업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42.6%서 2017년 21.4%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아예 중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이랜드이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랜드이츠는 과거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 부문으로 지난해 7월1일자로 물적 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뷔페와 캐주얼 다이닝, 카페·디저트 등 총 17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출범 후 ‘애슐리 퀸즈’ 확대 등 외식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출범 후 6개월간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시절인 2018년 연간 영업이익(80억원)의 79.3%에 달했다.
 

▲ ⓒ자연별곡 제공

저수익 점포 매장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신메뉴 출시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 수익성은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1월까지만 해도 이랜드이츠 내부에선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외식사업 위기
코로나 직격탄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중순부터 고위험 시설군에 해당하는 뷔페 영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애슐리, 자연별곡 등 메인 브랜드들이 한 달째 문을 닫은 상태다. 

매출 감소는 기본이고 2023년 상장을 조건으로 유치한 외부 투자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무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이츠는 지난해 7월 분사하면서 SG프라이빗에쿼티(SG PE) 컨소시엄으로부터 유치한 1000억원의 투자금을 최근 조기상환했다.

당초 2023년 상장(IPO)를 조건으로 전환우선주 400억원, 전환사채 600억원을 각각 발행했지만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조기콜옵션 행사 조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20억원이 충족됐고, 투자자 측에서 조기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 조기상환을 위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이츠의 대주주인 이랜드파크에 유상증자와 대여금 형식으로 자금을 집행했고 이랜드파크가 전환사채,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투자금을 상환한다.

유통 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급감 여파로 전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 기준 이랜드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3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흑자 310억원)대비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최대 실적 기대했던 외식사업부 고전
이랜드리테일 사상 첫 무급휴직 시행

이랜드리테일 측은 “불가피하게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하게 됐지만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樂)’을 키워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각각 의류, 외식, 건설·가구·생활용품, 호텔·리조트, 백화점, 테마파크·여행을 뜻한다.

패션사업을 근간으로 하면서 한국까르푸를 비롯해 데코와·네티션닷컴·뉴코아·해태유통·태창(내의사업부) 등 20여 개의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며 몸집을 키웠다. 덕분에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 스파오 매장 ⓒ이랜드월드

이 때문에 이랜드는 몇 해 전부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비수익 브랜드와 매장 철수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등 이랜드그룹 내 계열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주차장 자산 유동화로 1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1개 유통 점포의 주차장 운영권을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컨세션펀드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급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국내 유통사 중 주차장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유동성 확보?
“두고 봐야”

특히 이랜드리테일이 주차장 사용료 지급으로 인해 부담하는 올인코스트(All-in-Cost)는 4% 대이며, 만기 10년의 장기차입을 통해 코로나19에 의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서 차입 구조를 단기서 장기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공격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 상황에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의 노력이 빛을 볼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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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