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번지르르’ 대방건설 문어발 확장의 이면

빚 좋은 개살구에 대한 '바른 생각'

[일요시사 취재1팀] 대방건설의 사세 확장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1조클럽 가입이라는 훈장만큼이나 수익성도 빛을 발한다. 다만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마냥 안심하긴 이르다. 벌인 사업이 광범위해질수록 끌어다 쓴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 흑자 행진과 별개로 현금 흐름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대방건설 사옥 ⓒ대방건설

대방건설은 1991년 설립된 ‘광재건설’에 뿌리를 둔 건설업체다. 주택개발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세를 키운 대방건설은 2009년 구찬우 대표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상위권
거침없는 성장

2011년 하도급 순위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대방건설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보폭을 넓혔다. 2010년까지만 하도급 순위 108위에 불과했던 대방건설은 올해 27위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공히 상위권 건설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외형은 물론이고, 주요 실적 지표 역시 우상향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연결기준 9323억원이던 대방건설 매출액은 이듬해 1조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5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56.13% 증가했다.

수익성은 한층 눈에 띈다. 2017년 210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951억원으로 짧은 숨고르기를 거치고, 지난해 2906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연결기준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 평균치(4~6%)를 훌쩍 넘긴다. 대방건설은 ▲2017년 22.5% ▲2018년 19.2% ▲2019년 18.3% 등 최근 3년 간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2002년 20억원에 불과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8423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3년간 누적 순이익이 3680억원 쌓이면서 이익잉여금도 덩달아 급증한 양상이다.

다만 실적 지표에 가려져 있을 뿐 위험요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외형 확대와 비례해 급증한 채무가 불안요소다. 

실적은 고공행진인데…커지는 빚 압박
미분양 속출에 말라버린 곳간

대방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2조9543억원으로, 전년(2조2423억원) 대비 31.8% 늘었다. 총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2018년 1조5600억원이던 총부채가 일년 사이 5500억원 가까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6823억원서 8469억원으로 160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채의 증가가 눈에 띄게 커진 영향으로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다소 악화됐다. 2018년 부채비율 228.6%를 기록하면서 연결 재무제표가 작성된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대방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248.8%까지 치솟았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대폭 늘어난 총차입금이 부채비율 상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805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대방건설의 총차입금 규모는 이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5563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 3866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 3771억원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한다. 총차입금의 절반에 가까운 7637억원이 단기 상환 압박서 자유롭지 못한 금액인 셈이다.


차입금이 증가할수록 빚에 의존하는 경향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의 차입금의존도는 전년 대비 6.8%p. 상승한 52.7%에 달했다. 이는 대방건설 연결 재무제표가 공개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30% 이하를 적정 차입금의존도로 보는 통상적인 시장의 인식과도 간극이 크다.

많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2018년 23.2%서 지난해 25.8%로 소폭 높아졌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차입금은 순이익 감소로 직결될 여지를 남긴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이 유동화 회사를 이외의 금융권서 단기로 차입한 금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농협은행서 담보대출 명목으로 빌린 900억원이었고 연이자율은 4.05%였다. 가장 높은 금리는 SBI저축은행으로부터 일반대출로 연이자율 5.20%에 차입한 80억원이다.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 강화는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연결됐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전년(456억원) 대비 51.2% 증가한 674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29.5%, 전체 영업외비용(771억원)의 87.4%에 해당한다. 순이익이 영업이익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데 이자비용이 영향을 줬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부채 증가는 낙찰된 토지의 대금 납부에 따른 영향”이라며 “수년 간 흑자가 계속되는 만큼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수년간 건실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방건설의 영업활동 현금 흐름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3262억원, -561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각각 1086억원, 1492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유입된 현금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부진한 분양 성적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서 분양한 ‘화성송산그린시티 대방노블랜드 2·3차’, 2017년 동탄2신도시서 분양한 ‘화성동탄1차 대방디엠시티 더센텀’은 모두 청약 미달을 겪었다.

분양 족족
흥행 참패

최근에는 양주 옥정신도시서 처참한 흥행 실패가 연출된 상황이다. 대방건설이 양주 옥정신도시 A-2블록에 공급한 ‘양주 옥정신도시 3차 노블랜드 에듀포레’는 지난 4일 청약 2차에 1042 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54건이 등록 마감됐을 뿐이다. 나머지 688 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는 정부가 6·17대책서 양주시를 조정대상지역에 포함시킨 게 주요하게 작용했다. 규제 지역에 포함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서 50%로 축소되고, 세대원 1순위 청약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대규모 청약 미달이 현실이 됐음에도 대방건설 측은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된 단지로 청약접수 요건이 무주택자 및 1주택자에 한해 세대당 1건만 청약접수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이 접수됐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분양이 장기화될 경우다. 대방건설의 기본 사업골격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계열사의 부실이 대방건설로 전이될 수 있다. 사실상 미분양에 대한 우발부채는 전량 대방건설의 몫이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대방건설은 ▲대방하우징 ▲대방주택 ▲노블랜드 ▲디비건설 ▲디비산업개발 ▲대방이노베이션 ▲대방이엔씨 ▲대방개발기업 ▲디비개발 ▲엔비건설 ▲디비종합건설 ▲디비주택 ▲대방일산디엠시티 ▲디엠개발 ▲대방덕은 ▲대방건설동탄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대방일산디엠시티를 비롯한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계열사 대다수는 시행사업을 영위한다. 

미분양 속출…말라버린 곳간
애물단지 부양 가족만 잔뜩

대방건설은 단순 도급사업에 집중하는 여타 건설사와 달리 시행 계열사들과 연계해, 자금조달부터 사업 추진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여왔다. 양주 옥정신도시 3차 노블랜드 에듀포레의 경우에도 시행은 계열사인 디비건설이 맡았고 대방건설은 공사에만 집중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은 수익성이 월등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대방건설이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시, 당초 기대했던 수익모델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자금을 차입해 시행사업을 펼치는 계열사는 물론이고, 공사를 진행하는 대방건설까지 공사 대금 문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방건설의 대다수 계열사는 우려할만한 재정건전성을 나타내고 있다. 계열사 대부분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200%를 초과한다. ▲디비건설 3743.3% ▲대방하우징 869.4% ▲대방주택 276.3% ▲디비산업개발 271.0% ▲대방이노베이션 531.2% ▲대방일산디엠시티 332.7%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위에서 열거한 계열사는 그나마 나은 축이다. 부채비율이 무의미한 계열사도 여럿 목격됐다. ▲디비주택 ▲디비종합건설 ▲대방건설동탄 ▲대방덕은 등 지난해 말 기준 총자본이 마이너스인 이른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계열사만 4곳이다.

계열사들의 심각한 재정건전성은 대방건설 연결 및 개별 재무제표에 커다란 편차를 남겼다. 대방건설의 개별기준 지난해 총차입금은 6096억원에 그친다. 연결 준 총차입금 대비 약 40% 수준이다. 연결기준 25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 역시 개별기준 적용 시 115.1%에 불과하다.

대방건설이 호실적과 별개로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계열사로부터 파생된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다. 대방건설의 별도 기준 공사 미수금은 2018년 2704억원서 지난해 3709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공사 선수금은 146억원서 120억원으로 감소했다. 

허약한 체력
부실 전이?

이는 공사 시작 단계서 받은 대금은 줄고, 공사 완료 후에도 제대로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금액이 많음을 뜻한다. 그나마 분양 선수금은 2018년 1억3300만원서 지난해 44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공사 미수금의 증가폭이 워낙 컸던 관계로 영향력이 상당 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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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