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 오른 ‘교파라치·코파라치’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22 10:37:45
  • 호수 1289호
  • 댓글 0개

신고하면 3만원 준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파파라치’라는 단어는 원래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를 신문사 등에 파는 전문 사진사를 말한다. 최근 불법 행위를 촬영 신고해 포상금만 타는 이들도 파파라치로 불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신종 파파라치에 대해 살펴봤다. 
 

▲ 코로나 시대에 살면서 이제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고성준 기자

파파라치의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신고하는 ‘담파라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신고해 포상금을 타내는 ‘식(食)파라치’ 등이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서 이 같은 행렬에 ‘코파라치’도 등장하고 있다. 

파파라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세가 약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1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서 열린 브리핑서 “국내 (확진자)발생 양상을 보면 감소세는 틀림없지만, 속도는 생각보다 느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이 지난 8월 중하순보다 호전됐지만 (사회적)거리두기를 이완할 때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었던 악몽을 기억해야 한다”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달 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서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벌금 부과 및 이를 촬영 시 신고 포상금이 있다는 내용이 많은 이들 사이서 퍼졌다. 공개된 내용에는 ‘도로 보행 중 마스크 미착용 시 마스크 파파라치에 촬영된 경우 10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촬영이 확인될 때마다 수입 3만원이 생긴다’는 말이 담겼다.


그러나 현재 도로 보행자 마스크 미착용과 관련된 세부적인 시행령은 없는 상태로 이 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정보들이 SNS나 카카오톡으로 공유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가짜뉴스는 국민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고, 방역활동을 방해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며 허위 조작 정보 유포·확산 행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가짜뉴스를 믿고 퍼뜨리는 행위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부수입을 올릴 만한 기회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시민들의 코로나19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는 가운데 종교시설서 또 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서울시 송파구 우리교회 목사와 교인 3명의 최초 확진 후, 14일 6명이 추가 확진돼 확진자는 총 10명으로 확인됐다.

이 교회 교인들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6일 두 차례 교인들이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지난달 19일부터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 모임과 활동은 금지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마스크 미착용 포착 시 포상금 소문
교회 타깃? 가짜뉴스 SNS 통해 퍼져

서울시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하면서 방역수칙 위반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해 고발 여부나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교회는 폐쇄 후 방역이 실시됐으며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회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 반감이 예배를 하고 있는 교회를 신고하는 파파라치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19일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 강제 조치를 내린 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에 교회 신고건수가 급증했다.

지난달 18일 안전신문고 앱에 접수된 교회 신고 건수는 14건이었지만 비대면 예배 조치 첫날인 19일에는 전날의 세 배가 넘는 45건으로 늘었다. 비대면 예배 강제 조치 후 첫 주일인 지난달 23일엔 109건에 달했다. 대면 예배 금지 조치 전에는 교회 신고 건수가 미미해 교회 관련 신고는 거의 집계되지 않았다.
 

▲ ⓒpixabay

박종현 행안부 안전소통담당관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안전신문고 앱 외에 각 지자체와 경찰서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수치까지 더한다면 신고 건수는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가 많이 늘어난 만큼 허위신고도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긴 교회도 있었지만, 잘 지키고 있는 교회가 신고를 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인천의 한 교회는 잘못된 신고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신고자는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가 해당 교회가 있는 층에 멈췄고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이 교회는 영상 예배를 촬영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회 사역자 10여명도 업무를 마치고 교회 앞마당서 기도하다가 신고를 당했다. 당시 해당 교회 목사와 사역자들은 야외서 짧은 시간 동안 기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교파라치?

일각에선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한 교회의 악감정을 신고로 표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마스크 미착용에 이어 “예배 방역 지침을 어긴 교회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고하면 서울은 10만원, 부산은 100만원’ ‘포상금 때문에 부모님 다니는 교회 신고’ 등의 글이 올라왔다. 교회와 파파라치를 합친 ‘교파라치’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