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포스트 아베’ 스가 총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22 09:54:05
  • 호수 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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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보다 더한 ‘간신’이 떴다

[일요시사 취재2팀] 구동환 기자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후임을 맡게 됐다. 그는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섰을 때부터 관방장관을 맡으며 정권 2인자로서 위기를 관리했다. 
 

▲ 스가 신임 일본 총리

자민당 스가 요시히데 총재가 지난 16일, 일본 제99대 총리로 선출됐다. 스가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중의원 본회의 총리 지명 투표서 전체 465표 가운데 314표를 득표했다.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134표를 얻었으며 일본유신회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공동대표는 11표를 얻는 데 그쳤다.

2인자서 
1인자로 

그 다음으로 열린 참의원 투표서도 스가 총리는 245표 가운데 142표를 획득했다. 에다노 대표는 78표, 가타야마 공동대표는 16표를 얻었다. 이후 스가 총리는 총리 관저서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 회담한 뒤 새 내각 명단을 발표한다.

일본 방송 <NHK>에 따르면 20명으로 구성되는 스가 내각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등을 포함한 아베 내각의 주요 인사 11명이 계속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리는 취임 첫날 기자회견서 외교와 관련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겠다”며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가까운 이웃 여러 나라와 안정적인 관계를 쌓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한국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주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는 현 정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전후 외교의 총결산을 목표로 하고,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인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워진 것도 납치 문제가 계기가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새 정권이 향후 한일 관계보다는 북일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한을 보내 스가 총리 재임기간 중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뿐 아니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해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있다.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에게도 쾌유를 기원하는 서한을 보냈다. 강 대변인은 “건강 문제로 사임한 아베 전 총리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담은 서한을 보내 그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아베 전 총리의 기여를 평가하고 조속한 쾌유와 건강을 기원했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는 1948년 12월6일 아키타현 오가치군 오가치정(현재 유자와시)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 스가 와사부로는 남만주 철도 직원으로서, 당시 만주국의 수도였던 퉁에서 일본의 패전을 맞이했다.

한국에 대해서 언급 없어
중국·러시아 등 외교 집중


고국으로 돌아온 뒤 고향 아키노미야서 농업에 종사한 부친은 ‘아키노미야 딸기’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키노미야 딸기 생산출하조합의 조합장과 오가치정의회 의원, 유자와시 딸기 생산집출하조합 조합장 등을 역임하며 생을 보내다가 지난 2010년 93세로 사망했다. 

일본의 문화평론가 후루야 츠네히라는 “스가의 아버지 카즈사부로는 아키타현 오가가쓰정 마을 의회 의원을 4번 연임했으며, 딸기 농사로 성공해 1959년 지역 조합장이 된 인물”이라며 “2010년 별세 후 욱일장(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성공적인 지역 명사였다”고 평가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1980년대 딸기농가 판매액이 3억7000만엔(약 41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친와 숙부·숙모는 전직 교사였으며, 두 누나도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정계에선 아주 오랫동안 빈농의 자식, 흙수저 출신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으나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후 거짓 미담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여성 대학 진학률이 낮던 당시 누나들이 대학을 나와 교사가 됐다는 것도, 학창 시절에 이발소를 자주 다니면서 머리를 관리받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집안이었다고 한다.

스가 총리가 골판지 공장서 막노동을 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선 농촌의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도시 공장에 취업하는 ‘집단취업’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이도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 아베 전 일본 총리로부터 꽃다발 건네 받는 스가 신임 총리

<슈칸분슌>은 스가 총리가 골판지 공장 취업 후 2개월 만에 퇴직했다고 했다. 또 대학 야간부를 다닌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는 호세이대 정치학과 주간부를 정식으로 졸업했다.

아베 전 총리와의 인연은 2002년부터였는데 당시 일본은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하면서 반북 정서가 강했다. 자민당 총무였던 스가 총리는 이 문제를 빌미로 북한의 화물여객선 입항 금지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아베 전 총리의 눈에 띄면서 협력을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졌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3차 개각서 총무부대신에 임명됐던 스가 총리는 이듬해 자민당 총재선거 재도전지원의원연맹에 참가, 아베 전 총리(당시 총리)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한국?
패싱∼

같은 해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서 스가는 총무 대신으로 입각한다.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사퇴하자,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게 “재기하면 된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2012년 9월 아베 전 총리가 2차 집권을 하게 되면서 스가 총리는 동시에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됐다. 같은 해 말부터는 관방장관을 맡으며 줄곧 정권 2인자로 활약하게 된다.


스가 총리가 늘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였던 것은 아니다.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땐 “경제가 우선”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전 아베 전 총리의 사학 스캔들, 벚꽃 스캔들 등에 대해 자주 스가 총리 탓을 하면서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후루야 평론가는 “스가 총리가 고생한 사람이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건 스가 총리의 정치 인생이다. 일본은 세습정치가 유명한데 보통 부친이나 조부 때부터 출마해온 지역구에 자식이 출마에 손쉽게 정계에 입문하는 것이 관례다.

아베 전 총리는 10선 의원이자 전 자민당 간사장과 외무상을 역임했던 부친 신타로를 비롯해 ‘A급 전범’이자 전 총리인 기시 노부스케를 외조부로 둔 엘리트 정치집안의 후광을 입었다. 결국 가문이 득세하던 지역구서 정계에 무혈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이전 총리인 부친의 지역구를 시작으로 중앙정치에 입문했다. 반면 스가 총리는 첫 정계 입성부터 경쟁자들의 공격을 뚫어내고 혼자 힘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2009년 이후부턴 당내 어느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그만큼 정치적 수완만큼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일 일본 인터넷 경매 사이트 아마존 재팬에는 스가 총리가 8년 전 쓴 책 <정치가의 각오-관료를 움직이게 하라>가 9만9700엔(약 111만원)의 호가에 올라왔다. 2012년 분게이슌주서 나온 이 책의 정가는 1300엔(약 1만4500원). 정가의 약 80배까지 가격이 오른 셈이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책에서 스가 총리는 자신이 총무상으로 추진했던 정책 등을 소개하면서 관료를 잘 다루는 정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본인이 쓴 책 뿐 아니라 <총리의 그림자-스가 요시히데의 정체> 등 스가 총리와 관련된 책들이 뒤늦게 일본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 메루카리에서는 스가 총리의 명함이 최고가 1만7000엔(약 19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꼬인 
역사관

스가 총리는 과거 장관으로 재직한 2014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한 후 “안중근은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베 전 총리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스가 총리의 망언이 한국과 중국서 논란을 빚은 후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발언이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냐는 질문을 받고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망언을 일삼았다. 스가 총리는 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언급하며 “청구권 문제는 이미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징용 문제에 대해선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측이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대법원이 피고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국내 자산 압류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한국기업에 대한 대출과 송금 중단 등 모든 종류의 보복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1993년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는데도(이를 인정한 것이) 큰 문제였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가 군이나 관에 의한 강제 연행 증거가 없고, 위안부 동원은 민간의 주도 하에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이 눈에 띄지 않았다”며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02년 아베 전 총리와 인연
일 정계 정치적 수완 고평가

또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이미 법적으로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는 쌍둥이처럼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후 일본은 외교청서를 통해 매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어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동해 표기에 대해서도 일본해가 유일한 호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가 총리는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항의하며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보다는 유연한 역사관을 가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2014년 일본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서 “솔직히 말하자면 제게는 국가관이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가 그간 개인적 정치 신념을 드러내기 보다는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서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말려왔다. 2012년 12월 관방장관 직을 맡은 이후 스가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 시대의 개막과 함께 부인 마리코 여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지난 17일, 마리코 여사는 공식석상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대신 스가 총리를 헌신적으로 내조해왔다고 보도했다.

마리코 여사는 통상 부인들이 지원에 나서는 선거 유세전에도 잘 등장하지 않았다. 자민당 총재 당선이 확정된 지난 14일,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유세에 참여한 유일한 기록이 지난 2017년 이뤄진 중의원 선거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잇따르는 상황서 위기관리를 총괄하던 스가 총재가 도쿄를 떠날 수 없게 되자 그를 대신해 마리코 여사가 유세차에 올랐다고 한다.

마리코 여사는 선거 등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남편의 정치입문에 동의했으며 총리가 되는 것에도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개각서 자신이 추천한 장관들이 줄줄이 출마하며 스가 총리가 위기에 빠지자 “이걸(남편의 정치적 기반 약화)로 총리 부인이 되는 일 없이 끝낼 수 있다”며 좋아했다는 주간지 보도도 있었다.

툭하면 
망언 논란

실제로 지난 9일 자민당 총재선거 토론회서 “총재 선거 출마와 관련해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받기 가장 어려웠던 사람이 부인”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돌출 행동이 많았던 직전 퍼스트 레이디 아키에 여사와는 정반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키에 여사의 경우 아베 전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모리토모 스캔들의 발단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코로나19 기간 중 벚꽃놀이에 나서는 등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가 총리 연봉은?

스가 총리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지난 17일 <닛칸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스가 총리는 보직이 바뀌면서 연봉이 약 1억2000만원 늘어났다.

현재 일본 총리의 월급은 201만엔(약 2250만원)이며 여기에 지역수당 40만2000엔을 포함하면 월급은 241만2000엔(약 2700만원)이다.

흔히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 수당에 여러 가지 조정 금액을 다 포함하면 일본 총리의 연봉은 약 4049만엔(약 4억5000만원)이 된다.

스가 총리의 이전 직책이었던 관방장관을 포함한 일본 국무대신들의 월급은 146만6000엔이며 지역수당 29만3200엔을 더하면 175만9200엔(약 1970만원)이 된다.

연봉으로는 약 2953만엔(약 3억3000만원)을 받는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에 비해 연봉이 약 1096만엔(약 1억2000만원) 늘어났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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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