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포스트 아베’ 스가 총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22 09:54:05
  • 호수 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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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보다 더한 ‘간신’이 떴다

[일요시사 취재2팀] 구동환 기자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후임을 맡게 됐다. 그는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섰을 때부터 관방장관을 맡으며 정권 2인자로서 위기를 관리했다. 
 

▲ 스가 신임 일본 총리

자민당 스가 요시히데 총재가 지난 16일, 일본 제99대 총리로 선출됐다. 스가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 중의원 본회의 총리 지명 투표서 전체 465표 가운데 314표를 득표했다.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134표를 얻었으며 일본유신회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공동대표는 11표를 얻는 데 그쳤다.

2인자서 
1인자로 

그 다음으로 열린 참의원 투표서도 스가 총리는 245표 가운데 142표를 획득했다. 에다노 대표는 78표, 가타야마 공동대표는 16표를 얻었다. 이후 스가 총리는 총리 관저서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 회담한 뒤 새 내각 명단을 발표한다.

일본 방송 <NHK>에 따르면 20명으로 구성되는 스가 내각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등을 포함한 아베 내각의 주요 인사 11명이 계속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리는 취임 첫날 기자회견서 외교와 관련해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겠다”며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가까운 이웃 여러 나라와 안정적인 관계를 쌓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한국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주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는 현 정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전후 외교의 총결산을 목표로 하고,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납치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전임자인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워진 것도 납치 문제가 계기가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새 정권이 향후 한일 관계보다는 북일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한을 보내 스가 총리 재임기간 중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고려할 뿐 아니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해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있다.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에게도 쾌유를 기원하는 서한을 보냈다. 강 대변인은 “건강 문제로 사임한 아베 전 총리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담은 서한을 보내 그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아베 전 총리의 기여를 평가하고 조속한 쾌유와 건강을 기원했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는 1948년 12월6일 아키타현 오가치군 오가치정(현재 유자와시)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 스가 와사부로는 남만주 철도 직원으로서, 당시 만주국의 수도였던 퉁에서 일본의 패전을 맞이했다.

한국에 대해서 언급 없어
중국·러시아 등 외교 집중


고국으로 돌아온 뒤 고향 아키노미야서 농업에 종사한 부친은 ‘아키노미야 딸기’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키노미야 딸기 생산출하조합의 조합장과 오가치정의회 의원, 유자와시 딸기 생산집출하조합 조합장 등을 역임하며 생을 보내다가 지난 2010년 93세로 사망했다. 

일본의 문화평론가 후루야 츠네히라는 “스가의 아버지 카즈사부로는 아키타현 오가가쓰정 마을 의회 의원을 4번 연임했으며, 딸기 농사로 성공해 1959년 지역 조합장이 된 인물”이라며 “2010년 별세 후 욱일장(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성공적인 지역 명사였다”고 평가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은 1980년대 딸기농가 판매액이 3억7000만엔(약 41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친와 숙부·숙모는 전직 교사였으며, 두 누나도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정계에선 아주 오랫동안 빈농의 자식, 흙수저 출신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으나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후 거짓 미담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여성 대학 진학률이 낮던 당시 누나들이 대학을 나와 교사가 됐다는 것도, 학창 시절에 이발소를 자주 다니면서 머리를 관리받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집안이었다고 한다.

스가 총리가 골판지 공장서 막노동을 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선 농촌의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도시 공장에 취업하는 ‘집단취업’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이도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 아베 전 일본 총리로부터 꽃다발 건네 받는 스가 신임 총리

<슈칸분슌>은 스가 총리가 골판지 공장 취업 후 2개월 만에 퇴직했다고 했다. 또 대학 야간부를 다닌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는 호세이대 정치학과 주간부를 정식으로 졸업했다.

아베 전 총리와의 인연은 2002년부터였는데 당시 일본은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하면서 반북 정서가 강했다. 자민당 총무였던 스가 총리는 이 문제를 빌미로 북한의 화물여객선 입항 금지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아베 전 총리의 눈에 띄면서 협력을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졌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3차 개각서 총무부대신에 임명됐던 스가 총리는 이듬해 자민당 총재선거 재도전지원의원연맹에 참가, 아베 전 총리(당시 총리)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한국?
패싱∼

같은 해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서 스가는 총무 대신으로 입각한다.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사퇴하자,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게 “재기하면 된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2012년 9월 아베 전 총리가 2차 집권을 하게 되면서 스가 총리는 동시에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됐다. 같은 해 말부터는 관방장관을 맡으며 줄곧 정권 2인자로 활약하게 된다.


스가 총리가 늘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였던 것은 아니다.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땐 “경제가 우선”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전 아베 전 총리의 사학 스캔들, 벚꽃 스캔들 등에 대해 자주 스가 총리 탓을 하면서 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후루야 평론가는 “스가 총리가 고생한 사람이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건 스가 총리의 정치 인생이다. 일본은 세습정치가 유명한데 보통 부친이나 조부 때부터 출마해온 지역구에 자식이 출마에 손쉽게 정계에 입문하는 것이 관례다.

아베 전 총리는 10선 의원이자 전 자민당 간사장과 외무상을 역임했던 부친 신타로를 비롯해 ‘A급 전범’이자 전 총리인 기시 노부스케를 외조부로 둔 엘리트 정치집안의 후광을 입었다. 결국 가문이 득세하던 지역구서 정계에 무혈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이전 총리인 부친의 지역구를 시작으로 중앙정치에 입문했다. 반면 스가 총리는 첫 정계 입성부터 경쟁자들의 공격을 뚫어내고 혼자 힘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2009년 이후부턴 당내 어느 파벌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그만큼 정치적 수완만큼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일 일본 인터넷 경매 사이트 아마존 재팬에는 스가 총리가 8년 전 쓴 책 <정치가의 각오-관료를 움직이게 하라>가 9만9700엔(약 111만원)의 호가에 올라왔다. 2012년 분게이슌주서 나온 이 책의 정가는 1300엔(약 1만4500원). 정가의 약 80배까지 가격이 오른 셈이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책에서 스가 총리는 자신이 총무상으로 추진했던 정책 등을 소개하면서 관료를 잘 다루는 정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본인이 쓴 책 뿐 아니라 <총리의 그림자-스가 요시히데의 정체> 등 스가 총리와 관련된 책들이 뒤늦게 일본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 메루카리에서는 스가 총리의 명함이 최고가 1만7000엔(약 19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꼬인 
역사관

스가 총리는 과거 장관으로 재직한 2014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한 후 “안중근은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베 전 총리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스가 총리의 망언이 한국과 중국서 논란을 빚은 후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발언이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냐는 질문을 받고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망언을 일삼았다. 스가 총리는 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언급하며 “청구권 문제는 이미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징용 문제에 대해선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 측이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대법원이 피고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국내 자산 압류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한국기업에 대한 대출과 송금 중단 등 모든 종류의 보복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1993년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과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제 연행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는데도(이를 인정한 것이) 큰 문제였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가 군이나 관에 의한 강제 연행 증거가 없고, 위안부 동원은 민간의 주도 하에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이 눈에 띄지 않았다”며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02년 아베 전 총리와 인연
일 정계 정치적 수완 고평가

또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이미 법적으로 해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는 쌍둥이처럼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후 일본은 외교청서를 통해 매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어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동해 표기에 대해서도 일본해가 유일한 호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가 총리는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항의하며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보다는 유연한 역사관을 가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2014년 일본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서 “솔직히 말하자면 제게는 국가관이란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가 그간 개인적 정치 신념을 드러내기 보다는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서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말려왔다. 2012년 12월 관방장관 직을 맡은 이후 스가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 시대의 개막과 함께 부인 마리코 여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지난 17일, 마리코 여사는 공식석상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대신 스가 총리를 헌신적으로 내조해왔다고 보도했다.

마리코 여사는 통상 부인들이 지원에 나서는 선거 유세전에도 잘 등장하지 않았다. 자민당 총재 당선이 확정된 지난 14일,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유세에 참여한 유일한 기록이 지난 2017년 이뤄진 중의원 선거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잇따르는 상황서 위기관리를 총괄하던 스가 총재가 도쿄를 떠날 수 없게 되자 그를 대신해 마리코 여사가 유세차에 올랐다고 한다.

마리코 여사는 선거 등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남편의 정치입문에 동의했으며 총리가 되는 것에도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개각서 자신이 추천한 장관들이 줄줄이 출마하며 스가 총리가 위기에 빠지자 “이걸(남편의 정치적 기반 약화)로 총리 부인이 되는 일 없이 끝낼 수 있다”며 좋아했다는 주간지 보도도 있었다.

툭하면 
망언 논란

실제로 지난 9일 자민당 총재선거 토론회서 “총재 선거 출마와 관련해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받기 가장 어려웠던 사람이 부인”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돌출 행동이 많았던 직전 퍼스트 레이디 아키에 여사와는 정반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키에 여사의 경우 아베 전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모리토모 스캔들의 발단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코로나19 기간 중 벚꽃놀이에 나서는 등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가 총리 연봉은?

스가 총리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지난 17일 <닛칸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스가 총리는 보직이 바뀌면서 연봉이 약 1억2000만원 늘어났다.

현재 일본 총리의 월급은 201만엔(약 2250만원)이며 여기에 지역수당 40만2000엔을 포함하면 월급은 241만2000엔(약 2700만원)이다.

흔히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 수당에 여러 가지 조정 금액을 다 포함하면 일본 총리의 연봉은 약 4049만엔(약 4억5000만원)이 된다.

스가 총리의 이전 직책이었던 관방장관을 포함한 일본 국무대신들의 월급은 146만6000엔이며 지역수당 29만3200엔을 더하면 175만9200엔(약 1970만원)이 된다.

연봉으로는 약 2953만엔(약 3억3000만원)을 받는다.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에 비해 연봉이 약 1096만엔(약 1억2000만원) 늘어났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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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