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막’ 여는 정의당의 큰그림

‘데스노트’ 다시 펼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진보정치 1세대가 곧 막을 내린다. 정의당은 작년 조국 사태 이후 크게 흔들리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범여권 프레임서 벗어나 정의당만의 노선을 보여야 한다. ‘포스트 심상정’은 과연 누가 될까.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이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 작업과 함께 독자적인 노선을 밟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노동’이라는 어젠다에 더욱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당은 오는 27일, 새로운 대표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갖는다. 새로운 지도부는 몰락할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을 다시 살리는 중책을 맡게 된다.

몰락 위기
여권 비판

정의당은 최근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논란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정의당은 공적 권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초선인 장혜영 의원은 “민주화 주역들이 기득권자로 변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류인 민주화운동 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정의당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통보 사태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서 아들과 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의원 은 형의 회사를 통한 차명재산 축적 의혹, 위계를 이용한 후원금 모금 및 선거 동원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재난이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약속은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지고 말았다”며 “불법 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가 기간산업인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느냐.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안정기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를 달아 준 집권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재산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재산신고서 10억원대의 강동 아파트 분양권 재산신고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2016년에 강남, 서초서 두 채의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아 당 해에만 총 세 채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그야말로 호부견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조국 사태 이후 중심 못 잡아
범여권 프레임 벗어나 독자 노선?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발 악재가 오히려 정의당의 선명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을 향한 따끔한 지적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범여권’ 프레임과 결별을 선언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국이 막힐 때마다 ‘중심 추’로써 존재감을 보였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한 구조서 소수정당의 쓴소리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대표적인 일례가 정의당의 ‘데스노트’다. 데스노트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 낙마한 정부 인사들이 모두 정의당의 반대 명단에 들어가면서 생긴 용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의당의 데스노트 명단에 올라간 후 모두 자진사퇴했다. 원내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었지만, 이들이 여권으로부터 돌아설 경우 진보 진영 여론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랬던 정의당이 중심을 잃은 것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다. 당은 조국 사태 내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정당, 진보 정당을 자처했던 정의당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 앞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줬다.
 

▲ 정의당 대표 후보자들 ⓒ정의당

당시 심상정 대표는 “무분별하게 쏟아낸 수많은 의혹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국 사태 초반에 조 전 장관을 반대하는 듯한 당의 입장과는 분명 다른 결이였다.

하지만 이는 지도부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을 향해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심한 당 내홍을 겪었고, 당원들의 집당탈당이 이어졌다. 특히 진성 당원으로 꼽혔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탈당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탈당 이유로 “(당의 조국 사태 대응 방식 등) 포함해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심 대표는 당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내상은 오래 갔다. 결국 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됐고, 각 이슈마다 민감도가 높은 진보정당의 딜레마는 정의당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부대표 역시 한 토론회서 “정의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은 다르게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비판도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 2중대
이제는 남?

이후 당의 숙원이었던 ‘정치 개혁’마저 무산되면서 큰 위기에 처한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통과를 위한 연대를 노렸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가장 큰 특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치 개혁의 핵심인 선거제 개정안은 유례없는 ‘비례위성정당’ 난립을 낳았다.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거대양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개혁의 취지는 바랬다.

정의당은 원칙을 강조하며 비례위성정당을 반대했다. 명분은 지켰지만, 꼼수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미비했다. 결국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교섭단체(20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원내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만이 생환했고, 정의당의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심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연설서 정치 개혁이 무산된 점에 대해 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개혁을 거부한 보수 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후과(後果)”라며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칙을 지킨 정의당이 최대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된 점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정치 개혁 실패의 원인에 민주당에 있음을 정확하게 짚음으로써 차별화를 보였다. 그는 “길 잃은 정치 개혁,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 줬지만, 정치 개혁 실패를 면제해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국회 본회의장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21대 국회가 열린 이후로도 정의당의 수난은 계속됐다.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당은 혼선을 빚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 논란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범람하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피해자와의 연대 차원서 정의당만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당원들의 대거 탈당이 이어졌고, 심 대표는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의당이 당의 전면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심 대표가 임기를 1년 가량 앞당겨 대표직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혁신위는 ‘포스트 심상성’ 시대 구상에 나섰다. 혁신안에는 ‘부대표 확대 및 당 대표 권한 축소’ 등을 통해 당 대표에게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대표 의제
‘노동’

하지만 정의당만이 가질 수 있는 진보 의제를 독자적으로 선점하지 못했고, 당의 정책은 선명성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당내 계파 싸움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성현 전 혁신위원은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총선 실패)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며,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정책 미비가 당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자 최근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띄우고 있다. 민주당이 펼치기 다소 어려운 정책을 과감히 제시함으로써 정의당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을 선점해 대중적 지지를 받은 선례가 있다.

정의당은 여권과 달리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선별지급으로는 정책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정치적 선전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심 대표가 주장한 코로나 방역 2단계부터 ‘전국민 재난기본수당’, 소득 기반의 ‘전국민고용·소득보험’ 도입 등은 민주당과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정책이다.

또 심 대표는 최근 비교섭단체 연설서 임대인의 피해단계별 임대료 감면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내세우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정책이다. 현재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제한 조치로 경제적 위기에 쳐해 있다.

심 대표는 이를 두고 “방역 전시체제라며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들에게 소득 손실을 강제하면서, 임대소득은 왜 보장돼야 하느냐”며 “코로나 뉴딜을 위한 고통 분담은 정의롭게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의당의 대표 의제는 ‘노동’이다. 정의당은 최근 노동보다는 젠더 이슈에 더 많이 경도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노동에 더욱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일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다.

해당 법안은 사업장서 산업재해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안전조치 미비가 인정될 경우 사업장 운영 법인과 사업주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다른 노동자가 2톤 기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포스트 심상정’ 4파전 주목
정책 차별화 등 과제 산적

당 대표로 출마한 이들 역시 진보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 대표를 이을 당 대표로 김종민 부대표와 김종철 선임대변인,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0세로, 누가 당선돼도 자연스레 당의 세대교체가 가능해진다.

배 후보는 노동 존중·기후 위기·젠더 평등을, 김종민 후보는 기본소득과 보편복지를 언급했다. 김종철 후보는 과감한 증세를 통한 ‘재분배 복지국가’를, 박창진 후보는 대국민 소통과 민생문제 실력을 강조했다. 박창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진보정당 정책을 강조한 셈이다.
 

▲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사실상 이번 당직선거의 최대 쟁점은 민주당과 얼마나 선을 긋느냐로 볼 수 있다.

김종민 후보는 “정의당의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사실상 독립에 가까운 독자노선을 표방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서 더 나아가 ‘이재명과의 경쟁’을 강조하며 과감한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배진교 후보는 특별활동비 폐지, 차별금지법과 같은 이슈를 선점으로 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을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창진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적 삶의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과의 인위적인 선 긋기가 아닌, 실용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당직선거로 인해 계파간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초반에는 당내 최대 계파인 과거 민족해방(NL) 계열 인천연합 소속 배진교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종철 후보는 좌파(PD) 계열로,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좌파·노동계 대표로 나섰다. 김종민 후보는 당내 서울 기반 조직인 ‘함께서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후보는 옛 국민참여당 참여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당내 지지 세력이 공고한 천호선 전 당 대표가 박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부상하고 있다.

새 변곡점
중대 기로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와 심상정 대표로 대표됐던 진보정치 1세대가 물러나면서 진보정당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새 얼굴을 찾는 선거가 아니다. 몰락하는 정의당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이 과연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고 정의당만의 차별화된 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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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