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막’ 여는 정의당의 큰그림

‘데스노트’ 다시 펼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진보정치 1세대가 곧 막을 내린다. 정의당은 작년 조국 사태 이후 크게 흔들리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범여권 프레임서 벗어나 정의당만의 노선을 보여야 한다. ‘포스트 심상정’은 과연 누가 될까.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이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 작업과 함께 독자적인 노선을 밟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노동’이라는 어젠다에 더욱더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당은 오는 27일, 새로운 대표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갖는다. 새로운 지도부는 몰락할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을 다시 살리는 중책을 맡게 된다.

몰락 위기
여권 비판

정의당은 최근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논란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정의당은 공적 권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초선인 장혜영 의원은 “민주화 주역들이 기득권자로 변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류인 민주화운동 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정의당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통보 사태에 대해서는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서 아들과 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의원 은 형의 회사를 통한 차명재산 축적 의혹, 위계를 이용한 후원금 모금 및 선거 동원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재난이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지 않도록 하겠다던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약속은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지고 말았다”며 “불법 증여 의혹에 휩싸인 16살 골프선수가 기간산업인 항공사 대주주가 되었는데 정부는 정녕 책임이 없느냐.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안정기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를 달아 준 집권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재산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재산신고서 10억원대의 강동 아파트 분양권 재산신고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2016년에 강남, 서초서 두 채의 아파트를 추가로 분양받아 당 해에만 총 세 채의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그야말로 호부견자(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조국 사태 이후 중심 못 잡아
범여권 프레임 벗어나 독자 노선?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발 악재가 오히려 정의당의 선명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을 향한 따끔한 지적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범여권’ 프레임과 결별을 선언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정국이 막힐 때마다 ‘중심 추’로써 존재감을 보였다.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한 구조서 소수정당의 쓴소리는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대표적인 일례가 정의당의 ‘데스노트’다. 데스노트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 낙마한 정부 인사들이 모두 정의당의 반대 명단에 들어가면서 생긴 용어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정의당의 데스노트 명단에 올라간 후 모두 자진사퇴했다. 원내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었지만, 이들이 여권으로부터 돌아설 경우 진보 진영 여론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랬던 정의당이 중심을 잃은 것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다. 당은 조국 사태 내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 정당, 진보 정당을 자처했던 정의당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 앞에서 여권의 손을 들어줬다.
 

▲ 정의당 대표 후보자들 ⓒ정의당

당시 심상정 대표는 “무분별하게 쏟아낸 수많은 의혹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국 사태 초반에 조 전 장관을 반대하는 듯한 당의 입장과는 분명 다른 결이였다.

하지만 이는 지도부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을 향해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심한 당 내홍을 겪었고, 당원들의 집당탈당이 이어졌다. 특히 진성 당원으로 꼽혔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탈당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탈당 이유로 “(당의 조국 사태 대응 방식 등) 포함해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심 대표는 당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내상은 오래 갔다. 결국 당의 위기를 자초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됐고, 각 이슈마다 민감도가 높은 진보정당의 딜레마는 정의당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종민 부대표 역시 한 토론회서 “정의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은 다르게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데 비판도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 2중대
이제는 남?

이후 당의 숙원이었던 ‘정치 개혁’마저 무산되면서 큰 위기에 처한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통과를 위한 연대를 노렸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가장 큰 특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치 개혁의 핵심인 선거제 개정안은 유례없는 ‘비례위성정당’ 난립을 낳았다.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거대양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개혁의 취지는 바랬다.

정의당은 원칙을 강조하며 비례위성정당을 반대했다. 명분은 지켰지만, 꼼수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미비했다. 결국 정의당은 21대 총선서 교섭단체(20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원내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만이 생환했고, 정의당의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심 대표는 지난 15일 비교섭단체 연설서 정치 개혁이 무산된 점에 대해 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개혁을 거부한 보수 야당과 개혁을 무너뜨린 여당의 합작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후과(後果)”라며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반성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칙을 지킨 정의당이 최대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된 점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정치 개혁 실패의 원인에 민주당에 있음을 정확하게 짚음으로써 차별화를 보였다. 그는 “길 잃은 정치 개혁,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 줬지만, 정치 개혁 실패를 면제해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국회 본회의장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21대 국회가 열린 이후로도 정의당의 수난은 계속됐다.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당은 혼선을 빚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 논란이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범람하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피해자와의 연대 차원서 정의당만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로 당원들의 대거 탈당이 이어졌고, 심 대표는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의당이 당의 전면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심 대표가 임기를 1년 가량 앞당겨 대표직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혁신위는 ‘포스트 심상성’ 시대 구상에 나섰다. 혁신안에는 ‘부대표 확대 및 당 대표 권한 축소’ 등을 통해 당 대표에게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대표 의제
‘노동’

하지만 정의당만이 가질 수 있는 진보 의제를 독자적으로 선점하지 못했고, 당의 정책은 선명성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당내 계파 싸움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성현 전 혁신위원은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총선 실패)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며,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정책 미비가 당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자 최근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적 의제를 띄우고 있다. 민주당이 펼치기 다소 어려운 정책을 과감히 제시함으로써 정의당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을 선점해 대중적 지지를 받은 선례가 있다.

정의당은 여권과 달리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선별지급으로는 정책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정치적 선전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심 대표가 주장한 코로나 방역 2단계부터 ‘전국민 재난기본수당’, 소득 기반의 ‘전국민고용·소득보험’ 도입 등은 민주당과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정책이다.

또 심 대표는 최근 비교섭단체 연설서 임대인의 피해단계별 임대료 감면 동참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내세우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정책이다. 현재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제한 조치로 경제적 위기에 쳐해 있다.

심 대표는 이를 두고 “방역 전시체제라며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들에게 소득 손실을 강제하면서, 임대소득은 왜 보장돼야 하느냐”며 “코로나 뉴딜을 위한 고통 분담은 정의롭게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의당의 대표 의제는 ‘노동’이다. 정의당은 최근 노동보다는 젠더 이슈에 더 많이 경도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노동에 더욱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일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정의당 의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다.

해당 법안은 사업장서 산업재해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안전조치 미비가 인정될 경우 사업장 운영 법인과 사업주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다른 노동자가 2톤 기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포스트 심상정’ 4파전 주목
정책 차별화 등 과제 산적

당 대표로 출마한 이들 역시 진보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 대표를 이을 당 대표로 김종민 부대표와 김종철 선임대변인, 박창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0세로, 누가 당선돼도 자연스레 당의 세대교체가 가능해진다.

배 후보는 노동 존중·기후 위기·젠더 평등을, 김종민 후보는 기본소득과 보편복지를 언급했다. 김종철 후보는 과감한 증세를 통한 ‘재분배 복지국가’를, 박창진 후보는 대국민 소통과 민생문제 실력을 강조했다. 박창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진보정당 정책을 강조한 셈이다.
 

▲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사실상 이번 당직선거의 최대 쟁점은 민주당과 얼마나 선을 긋느냐로 볼 수 있다.

김종민 후보는 “정의당의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사실상 독립에 가까운 독자노선을 표방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서 더 나아가 ‘이재명과의 경쟁’을 강조하며 과감한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배진교 후보는 특별활동비 폐지, 차별금지법과 같은 이슈를 선점으로 민주당과의 정책 경쟁을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창진 후보는 민주당과의 차별화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적 삶의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과의 인위적인 선 긋기가 아닌, 실용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당직선거로 인해 계파간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초반에는 당내 최대 계파인 과거 민족해방(NL) 계열 인천연합 소속 배진교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종철 후보는 좌파(PD) 계열로,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과 단일화를 통해 좌파·노동계 대표로 나섰다. 김종민 후보는 당내 서울 기반 조직인 ‘함께서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후보는 옛 국민참여당 참여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당내 지지 세력이 공고한 천호선 전 당 대표가 박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크게 부상하고 있다.

새 변곡점
중대 기로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와 심상정 대표로 대표됐던 진보정치 1세대가 물러나면서 진보정당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새 얼굴을 찾는 선거가 아니다. 몰락하는 정의당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이 과연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고 정의당만의 차별화된 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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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