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떠도는 ‘이해찬 상왕 정치설’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1 11:10:13
  • 호수 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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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뒤에 아른거리는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돌격명령’을 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추미애 방어’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가 ‘언동조심’을 경고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전 대표가 ‘상왕정치’를 하고 있으며, 이 대표는 ‘허수아비’일 뿐이라는 말까지 정치권서 나돈다. <일요시사>는 퇴임 전 의심이, 퇴임 후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는 ‘이해찬 상왕정치설’을 추적했다.
 

▲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인터뷰서 이 전 대표는 “검찰의 여러 개혁안이나 인사는 안 다루고(추 장관) 자녀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니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라며 “본질을 갖고 얘기하면 좋은데 카투사를 한참 얘기하다가 잘 안되나 보니, 따님 얘기를 들고 나와 억지 부리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 방어
설화 잇따라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추 장관 방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등 야권서 제기하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같은 날 설훈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이 참 억울하기 짝이 없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추 장관의 아들이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논평을 냈다가 논란만 일으켰다.

추 장관의 아들이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은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함이었으며, 이는 안 의사의 유훈인 ‘위국헌신군인본분(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을 실천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이런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셨을까. 어떻게 감히 안 의사 말로 비유하는지 너무 참담하다”며 한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안 의사 부분을 삭제한 뒤 수정 논평을 냈다. 박 원내대변인은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모습으로 논평하겠다”고 사과했다.

황희 의원은 지난 12일 “(제보자인 당직사병의)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당직사병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공범 세력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황 의원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당직사병의 얼굴과 실명은 종편 채널 TV조선이 먼저 공개했다고 방어했지만, 비판은 폭주했다.

돌격명령? 일제히 음모론
‘언동조심’ 경고 무색해

같은 당 동료였던 금태섭 전 의원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거론하며 “제정신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황 의원은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공범 세력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보수단체인 자유법치센터는 지난 14일, 황 의원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황 의원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홍영표 의원은 황 의원의 공범 세력설을 확대, 정치 공작설까지 제기했다.
 

▲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16일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홍 의원은 “과거에 군을 사유화하고 군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그랬던 세력들이, 옛날에 민간인 사찰 공작하고 쿠데타도 일으켰던 이들이 이제 그게 안 되니, 그 세력이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하고 있다”며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말이다”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이 추 장관 아들 논란을 공작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 장관 아들 논란에 함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자칫 무리한 방어로 국민들에게 비쳐진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였다. 더군다나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국민의 역린’인 고위공직자 아들의 병역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반하는 도의적 문제로 번질 경우 당의 이미지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6일 추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도의적 차원서 사과한 이유다. 

고발까지
이어져…

박 의원은 “군대를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에게 그들이 갖는 허탈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역린”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민주당 내부서 꾸준히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순식간에 바뀌었다. ‘설화’(말을 잘못해 받게 되는 해)라는 지적은 신경 쓰지 않고 추 장관 엄호에 나선 모습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돌격 명령의 역할을 한 셈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한 ‘경고’가 무색하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있기 이틀 전 최고위원회의서 “몇몇 의원들께서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한 게 사실”이라며 “저를 포함해 모든 의원들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끼치는 언동을 안 하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 잇단 민주당 의원들의 추 장관 엄호 발언은 이 대표의 ‘언동 조심’과 궤를 달리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2주 만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 전 대표 때와 사뭇 대비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소속 의원들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입단속’을 시키며 당의 중심을 잡았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과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당내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막는 비민주적 처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친노(친 노무현) 좌장’의 경고 효과는 확실했다.

‘이해찬 상왕정치설’이 정가를 뒤덮었다. 현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수렴청정 체제’가 아니냐는 논란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는 허수아비고 이분(이 전 대표)이 실제 민주당의 대표”라며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말조심하라 그랬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의원들에게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 장관을 방어하라고 오더를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의 퇴임을 앞두고 상왕정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당내 위상과 입김을 감안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당에 정치적 영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전 대표가 퇴임 후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수렴청정
예견된 수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 및 상호협력관계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민간단체다.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언제든지 당의 주요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요건이다.

마침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태년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에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언동 조심’을 경고하며 “김 원내대표께서 이에 관한 고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자당 의원들의 언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렴청정 논란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5일 “상왕정치나 수렴청정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면서도 “비문(비 문재인)이 사라진 당내 역학구도를 보면,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여전히 의원들에게 크게 들릴 수 있다. 이 대표는 6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것 아닌가. 상대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정권 창출과 176석 거대여당을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점도 이 대표보다 당내 영향력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빅브라더’다. 친노, 친문의 좌장이자 7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 전 대표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이는 여야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이 후보는 국무총리였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의 상왕은 이해찬, 안철수의 상왕은 박지원, 태상왕은 김종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던 시절 당청관계가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이 전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등을 결정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뒤 당정협의에 나선 점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를 향한 강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7개월 대표의 한계
‘원보이스’ 흔들려

청와대는 이 전 대표의 노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당의 입장은 생각을 통보하듯(당정협의를) 운영하지 말고,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자는 것 아니냐”며 “대화하는 상황서 한쪽이 대화가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는 앞으로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우회적으로 사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이 전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계획 발표 이전에 이뤄진 보고였다. 홍 부총리는 이 전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 협의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보완을 위해 이 (전)대표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국회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전남도지사,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등을 거쳐 6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했다.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만, 이 전 대표처럼 자당 의원들에게 ‘강한 그립’을 행사하기 힘들다.

당내 자기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 대표를 괴롭히는 꼬리표 중에 하나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대표는 여의도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속칭 ‘이낙연계’로 통하는 의원은 극소수였다.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대 총선서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그들을 이낙연계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한부 당 대표’라는 점도 이 대표의 발언이 이 전 대표의 그것보다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대권’이 최종 목표인 이 대표는 2022년 3월9일 열리는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9일 전까지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대권 1년 전 대권에 도전하는 당 대표는 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하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해서다. 현실적으로 7개월 후 떠나는 이 대표의 발언력은 2년의 임기를 다 채운 이 전 대표의 그것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대권까지
흔들리나?

‘원팀·원보이스’는 민주당의 힘이었다. 단일대오를 이룬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과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낙연 체제서 이 같은 원보이스는 위기를 맞았다. 통일되지 않은 개별 목소리가 난무한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난관을 뚫고 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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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