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떠도는 ‘이해찬 상왕 정치설’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1 11:10:13
  • 호수 1289호
  • 댓글 0개

NY 뒤에 아른거리는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돌격명령’을 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추미애 방어’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가 ‘언동조심’을 경고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전 대표가 ‘상왕정치’를 하고 있으며, 이 대표는 ‘허수아비’일 뿐이라는 말까지 정치권서 나돈다. <일요시사>는 퇴임 전 의심이, 퇴임 후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는 ‘이해찬 상왕정치설’을 추적했다.
 

▲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인터뷰서 이 전 대표는 “검찰의 여러 개혁안이나 인사는 안 다루고(추 장관) 자녀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니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라며 “본질을 갖고 얘기하면 좋은데 카투사를 한참 얘기하다가 잘 안되나 보니, 따님 얘기를 들고 나와 억지 부리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본격적 방어
설화 잇따라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추 장관 방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등 야권서 제기하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같은 날 설훈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이 참 억울하기 짝이 없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추 장관의 아들이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논평을 냈다가 논란만 일으켰다.

추 장관의 아들이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은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함이었으며, 이는 안 의사의 유훈인 ‘위국헌신군인본분(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을 실천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이 이런 모습을 보려고, 이런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셨을까. 어떻게 감히 안 의사 말로 비유하는지 너무 참담하다”며 한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안 의사 부분을 삭제한 뒤 수정 논평을 냈다. 박 원내대변인은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적절하지 않은 인용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모습으로 논평하겠다”고 사과했다.

황희 의원은 지난 12일 “(제보자인 당직사병의)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당직사병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공범 세력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황 의원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당직사병의 얼굴과 실명은 종편 채널 TV조선이 먼저 공개했다고 방어했지만, 비판은 폭주했다.

돌격명령? 일제히 음모론
‘언동조심’ 경고 무색해

같은 당 동료였던 금태섭 전 의원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거론하며 “제정신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황 의원은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공범 세력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보수단체인 자유법치센터는 지난 14일, 황 의원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황 의원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홍영표 의원은 황 의원의 공범 세력설을 확대, 정치 공작설까지 제기했다.
 

▲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16일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홍 의원은 “과거에 군을 사유화하고 군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그랬던 세력들이, 옛날에 민간인 사찰 공작하고 쿠데타도 일으켰던 이들이 이제 그게 안 되니, 그 세력이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하고 있다”며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말이다”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이 추 장관 아들 논란을 공작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 장관 아들 논란에 함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자칫 무리한 방어로 국민들에게 비쳐진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였다. 더군다나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국민의 역린’인 고위공직자 아들의 병역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반하는 도의적 문제로 번질 경우 당의 이미지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6일 추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해 도의적 차원서 사과한 이유다. 

고발까지
이어져…

박 의원은 “군대를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에게 그들이 갖는 허탈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역린”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민주당 내부서 꾸준히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순식간에 바뀌었다. ‘설화’(말을 잘못해 받게 되는 해)라는 지적은 신경 쓰지 않고 추 장관 엄호에 나선 모습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돌격 명령의 역할을 한 셈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한 ‘경고’가 무색하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있기 이틀 전 최고위원회의서 “몇몇 의원들께서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한 게 사실”이라며 “저를 포함해 모든 의원들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끼치는 언동을 안 하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 잇단 민주당 의원들의 추 장관 엄호 발언은 이 대표의 ‘언동 조심’과 궤를 달리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2주 만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 전 대표 때와 사뭇 대비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소속 의원들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입단속’을 시키며 당의 중심을 잡았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과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당내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막는 비민주적 처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친노(친 노무현) 좌장’의 경고 효과는 확실했다.

‘이해찬 상왕정치설’이 정가를 뒤덮었다. 현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수렴청정 체제’가 아니냐는 논란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는 허수아비고 이분(이 전 대표)이 실제 민주당의 대표”라며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말조심하라 그랬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의원들에게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 장관을 방어하라고 오더를 내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대표의 퇴임을 앞두고 상왕정치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당내 위상과 입김을 감안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당에 정치적 영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전 대표가 퇴임 후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수렴청정
예견된 수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 및 상호협력관계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민간단체다.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 언제든지 당의 주요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요건이다.

마침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태년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에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언동 조심’을 경고하며 “김 원내대표께서 이에 관한 고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자당 의원들의 언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렴청정 논란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5일 “상왕정치나 수렴청정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면서도 “비문(비 문재인)이 사라진 당내 역학구도를 보면,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여전히 의원들에게 크게 들릴 수 있다. 이 대표는 6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것 아닌가. 상대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정권 창출과 176석 거대여당을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점도 이 대표보다 당내 영향력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빅브라더’다. 친노, 친문의 좌장이자 7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 전 대표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이는 여야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이 후보는 국무총리였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의 상왕은 이해찬, 안철수의 상왕은 박지원, 태상왕은 김종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던 시절 당청관계가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이 전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등을 결정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뒤 당정협의에 나선 점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를 향한 강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7개월 대표의 한계
‘원보이스’ 흔들려

청와대는 이 전 대표의 노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당의 입장은 생각을 통보하듯(당정협의를) 운영하지 말고,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자는 것 아니냐”며 “대화하는 상황서 한쪽이 대화가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는 앞으로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우회적으로 사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이 전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계획 발표 이전에 이뤄진 보고였다. 홍 부총리는 이 전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 협의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보완을 위해 이 (전)대표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국회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전남도지사,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 등을 거쳐 6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했다.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만, 이 전 대표처럼 자당 의원들에게 ‘강한 그립’을 행사하기 힘들다.

당내 자기 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 대표를 괴롭히는 꼬리표 중에 하나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대표는 여의도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속칭 ‘이낙연계’로 통하는 의원은 극소수였다.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21대 총선서 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그들을 이낙연계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한부 당 대표’라는 점도 이 대표의 발언이 이 전 대표의 그것보다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대권’이 최종 목표인 이 대표는 2022년 3월9일 열리는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9일 전까지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대권 1년 전 대권에 도전하는 당 대표는 직을 사퇴하도록 규정하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해서다. 현실적으로 7개월 후 떠나는 이 대표의 발언력은 2년의 임기를 다 채운 이 전 대표의 그것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대권까지
흔들리나?

‘원팀·원보이스’는 민주당의 힘이었다. 단일대오를 이룬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과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낙연 체제서 이 같은 원보이스는 위기를 맞았다. 통일되지 않은 개별 목소리가 난무한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난관을 뚫고 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