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거울’ 요즘 드라마 셋

검찰, 살인, 성매매를 비추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는 상상이든 실화를 바탕으로 하든 현실을 담아낸다. 평단은 일부 명작에 대해 시대상을 그려냈다고 하며,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은 드라마나 영화를 두고 ‘시대의 거울이 되는 작품’이라고도 한다. 최근 <인간수업>을 비롯해 tvN <비밀의 숲> <악의 꽃> 등이 ‘시대의 거울’로 작동하고 있다. 
 

▲ 비밀의숲2 악의꽃 인간수업

배우 조승우는 tvN <비밀의 숲2> 방영 전 기자간담회서 “시대의 거울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좀 더 일찍 나왔다면 더 어울렸을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검찰 개혁을 전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이 이슈를 <비밀의 숲2>가 건드렸기 때문일까, 조승우의 말이 허황된 자화자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황시목(조승우 분) 검사와 한여진(배두나 분) 경위를 중심으로 미궁의 살인사건을 쫓던 <비밀의 숲>은 시즌2를 맞이하면서, 오랜 기간 사회 쟁점으로 불거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끌고 왔다. 기획 의도서 이미 ‘경찰과 검찰의 해묵은 수사권 논쟁서 출발합니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수사 장르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일각의 호평에 머무르지 않고, 방향을 튼 것.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슈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을 두루 소개한다. 국내 드라마 중 이를 이토록 비중 있게 다룬 예는 드물다. 


<비밀의 숲2>는 경찰이나 검찰, 법조인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하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검찰 측을 대변하는 황시목과 경찰 측을 대변하는 한여진이 검경협의회 안에서 서로 대결 구도를 이루는 상황이지만, 이야기는 그 대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수사권을 가져가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려는 검경의 치열한 복마전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되는 무고한 서민들의 이야기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법 정의의 문제가 제기된다.

부동산 사기로 약 여섯 가구에 2억5000만원씩 사기를 친 사기범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밑도 끝도 없는 수사 보완’이라는 이유로 영장기각 되는 점이나, 의정부 세곡지구대서 벌어진 형사의 죽음이 알고 보니 동료 형사들의 ‘사내 왕따’였고 타살 정황으로 확대되는 점이 그렇다.

상대의 치부를 끄집어내려고 혈안이 된 가운데, 진영 논리와 대결 구도 속에서 진실은 묻히고 무고한 피해자들이 생겨난다는 걸 알고 있는 황시목과 한여진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경찰과 검찰 사이서 지금 진행인 수사권 조정을 소재로 한 <비밀의 숲2>는 윤리와 생존 사이에 놓인 조직원이 어떤 행동을 해야 옳은 것인가 질문한다.

조직의 이익과 자신의 생존 사이서 개인은 얼마나 윤리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황시목과 한여진이 아닌 조직에 속한 모든 이들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비숲2> <악의 꽃> <인간수업>이 던진 질문
‘로맨스는 없다’ 장르적 재미·통렬한 메시지

배우 이준기와 문채원이 출연한 <악의 꽃>은 범죄자 연좌제에 대한 고민을 들고 왔다. 연쇄살인범 도민석(최병모 분)의 아들로 태어난 도현수(이준기 분)의 삶을 통해 연쇄살인마의 자식을 바라보는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냉철하게 통찰한다.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범인으로 오인받는 삶을 살게 된 도현수는 우연히 신분을 세탁할 기회를 잡는다. 도현수가 아닌 백희성(김지훈 분)으로 살아가는 것. 

그 기회를 잡은 도현수는 백희성으로 신분을 세탁해 차지원(문채원 분)과 결혼하고 거짓된 삶을 살았다. 남편의 실체를 알게 된 차지원은 도현수의 거짓된 모든 행위를 용서하기 어렵지만, 그 선택의 내막을 들여다보면서 도현수가 가진 삶의 무게를 절감하게 된다. 

연쇄살인마를 아버지로 두었단 이유로 평범한 삶을 꿈꿀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공범이라 의심받으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귀신 씐 놈’으로 배척받은 인물이었고, 누나가 저지른 살인까지 뒤집어쓴 채 도망자로 살아간 인물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악의 꽃>은 차지원과 도현수의 사랑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의 평범성’을 짚어낸다. 우리도 모르게 내지르는 혐오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꿔 살아야만 하는 선택으로 내몰지도 모른다는 것. <악의 꽃>이 특별한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다.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인간수업>도 궤를 같이한다. 10대들의 성매매를 그린 <인간수업>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N번방’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아울러 부모의 가출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지수(김동희 분), 소위 말하는 ‘금수저’지만 부모의 억압으로 반항심이 극에 달한 규리(박주현 분), 남자친구 규태(남윤수 분)와의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조건 만남을 하는 민희(정다빈 분)를 통해 각기 다른 환경을 가진 10대들이 범죄에 젖어드는 이유를 다뤘다. 

범죄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인간 수업>은 범죄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와, 악이 악을 낳는 과정을 면밀하게 끄집어낸다. 10대들이 저지른 범죄는, 윗세대가 저지른 악의 대물림으로  해석된다. 

가족이라 해서 인권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현 시스템이 청소년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악의 평범성

열거된 작품들은 사회문제를 내밀하게 다루면서도 장르적 재미에 치중했다. 그리고 쉽게 답을 내리기 힘든 철학적인 질문도 던진다. 이런 드라마에 열광하는 건 그만큼 사회 곳곳에 놓인 아픔의 해법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방증이다. 사법 정의 실현부터 인간에 대한 존엄 등을 유려하게 표현한 세 드라마를 통해 국내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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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