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21·22) 부추, 삼채

유명한 채소와 낯선 채소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부추 ⓒ옥천군

 

부추

이응희 작품으로 이야기 시작하자.

韮(구)
부추

嘉蔬隨地種(가소수지종)
싱싱한 채소 곳곳에 자라니
敷我屋西東(부아옥서동)
내 집 서동 쪽에 펼쳐졌네
秀直針身似(수직침신사)
빼어나고 곧음은 침과 같고
尖纖柏葉同(첨섬백엽동)
뾰족하고 가늘기는 잣나무 잎이네
雨剪佳賓至(우전가빈지)
반가운 손님 오면 비 맞으며 베어
朝供遠客逢(조공원객봉)
아침에 멀리 온 손님 대접하네
工部千年後(공부천년후)
공부가 간지 천년 후에
馨香屬老翁(형향속노옹)
진한 향기 늙은이 소유 되었네
  
工部(공부)는 당(唐)나라 숙종 때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을 역임한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그가 20년 만에 친구를 만나 반갑게 접대 받고는 다음과 같이 회포를 풀어냈다.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밤 비 맞으며 봄 부추 베어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노란 좁쌀 섞어 새 밥 지었네


위 작품 하반부가 바로 이 대목을 인용한 것으로 이응희는 자신의 집 주위에 자라나는 부추를 보며 두보를 연상하고 또 부추와 함께 하겠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그런데 왜 이응희는 부추가 자신의 소유라고 했을까.

홍만선의 ‘산림경제’를 살피면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韭最益人。宜常食之。而韭殊辛臭。養性所忌
부추는 사람에게 가장 유익하므로 마땅히 늘 먹어야 하나, 특별한 매운 냄새 때문에 성정을 함양하는 면에 있어서는 기피하게 된다. 

위 내용을 상세하게 살피면 아이러니하다.

먹으라는 말인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혼돈스럽다. 하여 내용을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먼저 인간에게 가장 유익하니 매일 먹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이는 <경향신문>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대체한다.

「부추는 비타민A와 C가 풍부하며 황화아릴성분에 의한 독특한 향미가 있다. 황화아릴성분은 소화를 촉진시키고 식욕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비타민B1이 많다. 비타민 B1은 몸속의 피로물질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피로회복에 탁월하다.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이 피곤할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다음은 특별하게 매운 냄새가 성정을 함양함으로 기피하게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이른바 성정 즉 정력과의 문제다.

홍만선에 의하면 부추가 정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 이를 금기시해야 한다는 말인데, 현대 의학서도 부추는 혈액순환뿐 아니라 신진대사도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며 정력을 강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A·C 풍부… 황화아릴성분 독특한 향미
뿌리는 미나리를 닮았고 머리는 인삼과 비슷

그런 이유로 부추를 부부간의 정을 오래 유지시켜준다는 의미서 정구지(精久持), 남자의 양기를 세우는 풀이라는 의미의 기양초(起陽草), 오랫동안 먹게 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의미의 파벽초(破壁草)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선조들은 술자리에 항상 부추를 함께 했는데 매월당 김시습의 시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翦韭復釃酒(전구부시주)
부추 뜯어오고 또 술 걸러 
相與期酩酊(상여기명정)
권커니 자커니 곤드레만드레 취하네 

김시습이 자신의 거처에 불쑥 찾아온 낯선 이에게 부추를 뜯어 안주 삼아 술 대접하고 난 이후 지은 작품 중 일부다.

동 작품 전체를 살피면 김시습은 요즈음 말로 필름이 끓어질 정도의 상태에 처하게 되는데 부추가 애주가들에게는 술 안주로도 그만이지 않은가 생각하며 이만 줄인다.

삼채


2011년 10월26일 <한국경제>에 실린 기사를 인용한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 최근 낯선 채소가 등장했다. 뿌리는 미나리를 닮았고, 머리 부분은 인삼과 비슷한 이 채소는 '삼채'다. 이 채소를 미얀마서 한국으로 처음 들여온 배대열 퍼시픽에너지 대표는 원래 '별난 매운탕'으로 대박을 터뜨린 외식업체 경영자다. 배 대표는 "생긴 모양과 맛이 어린 인삼을 닮았다고 해 삼채(蔘菜)라고도 하고 쓴맛,단맛,매운맛 등 3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삼채(三菜)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 채소의 정체는 히말라야산맥의 언저리인 미얀마 샨주 해발 1400~4200m 고산지서 자라는 식물이다. 산지인 미얀마에서는 주밋(뿌리부추)이라고 부른다. 배 대표가 한 식품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삼채에는 유황 성분이 마늘보다 6배나 많이 들어있다. 100g당 유황성분이 마늘은 0.5㎎인 데 비해 삼채는 3.28㎎이라는 것. 유황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며 항암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위 기사에 적시된 것처럼 삼채가 이 땅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시점은 최근이다.

그런데 그 이름인 삼채는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필자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신라 시대에 청색·녹색·황색의 세 가지 색깔을 띠는 토기의 이름이 삼채기 때문이다. 
 

▲ 삼채

물론 한자는 다르다.


토기 이름의 한자 표기는 三彩로 나물을 의미하는 菜가 아니라 색깔을 의미하는 彩를 사용한다.

이 대목서 나물 삼채에 대한 작명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세 가지 맛을 지니고 있다면 오히려 삼미채(三味菜)라 표기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여하튼 현재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삼채는 원산지가 히말라야 산맥이다.

그곳에서는 길가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로, 그곳 주민들은 식용으로 활용하기 이전에 감기에 걸리거나 아플 때 뜯어 먹는 약초 정도로 생각한다. 

아울러 고대 중국인과 로마인들도 화상 등에 약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고급 음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는데 이 대목서 힌트를 얻어 식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왜 삼채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지 <문화일보> 기사로 대체한다. 

「삼채의 효능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식이유황성분. MSM(Methyl Sulfonyl Methane)으로도 불리는 이 성분은 소화를 촉진하고, 생리활성을 도와 원기를 북돋워준다. 불가에서 파, 마늘, 달래 등의 오신채를 금기시한 것도 이 식이유황 때문이다. 식이유황은 자체가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DNA 손상을 예방하고, 항염·항균작용으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채의 식이유황성분이 황함유 식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양파나 마늘보다도 많다. 전북대 헬스케어기술개발사업단의 양재헌 교수 연구팀은 삼채를 48시간 건조 후 ‘비휘발성 식이유황’ 함량을 분석한 결과 삼채의 함량(0.5%)이 같은 조건에서의 양파(0.4%), 마늘(0.3%), 부추(0.2%)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위에 언급한 내용만으로도 삼채는 음식이라기보다도 차라리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함이 이치에 맞을 듯하다.

그러니 비록 삼채의 원이름이 ‘주밋’이지만 주밋거리지 말고 먹을 일이다.

‘주밋거리다’는 어줍거나 부끄러워서 자꾸 머뭇거리거나 주저 주저하다는 의미의 우리말 ‘주뼛거리다’의 북한식 표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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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