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잔치’ 오비맥주의 민낯

주주들 다 퍼주고 직원은 집에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오비맥주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적 둔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수년간 여타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이 준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깐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내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 ⓒ오비맥주

최근 오비맥주는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해당 대상자는 2010년 9월30일 이전 입사자다. 오비맥주의 희망퇴직은 지난 4월 진행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시행됐다. 통상 1년에 한 번 희망퇴직을 받았던 것에 비해 빨라진 모습이다.

내치는 이유
최선인가?

다만 오비맥주 측은 경영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성 없이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행하는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의 요청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 시 근속 10년 이상∼15년 미만인 경우 24개월치 임금을, 15년 이상은 34개월치가 지급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며 “강제성은 일절 없으며 지난 4월 진행한 희망퇴직에서도 10여명 정도만 퇴직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오비맥주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추가 실시한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담을 거쳐 희망자에 대해서만 신청을 받기 때문에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게 오비맥주 측의 주장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회사가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 하에 기업 혼자 살겠다고 노동자들을 자르는 행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노조도 회사 측의 희망퇴직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노조와는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올해 4월, 9월에 걸쳐 진행된 희망퇴직 중 노조와 합의된 것은 없었다”면서 “회사 측은 적자기업이 아니다 보니 일방적인 권고사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희망퇴직을 통해 고 연차, 고 임금의 직원들이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벌써 2번 희망퇴직 “청천벽력”
노조 “합의 없었다…미봉책에 불과”

그는 또 “내부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며 “판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이번 희망퇴직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 1조5421억원, 영업이익 40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9.2%, 2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도 지난 2018년 3805억원보다 무려 27% 줄어든 2743억원에 머물렀다.
 

▲ ⓒ오비맥주

하지만 그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준수한 편이었다. 각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6년 7.2%, 2017년 5%, 2018년 5.4%, 2019년 4.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오비맥주는 2016년 24.1%, 2017년 29.7%, 2018년 30.3%, 2019년 26.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을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6년 146.3%, 2017년 167.5%, 2018년 172.7%, 2019년 189.5%로 1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오비맥주는 2016년 72.5%, 2017년 56.7%, 2018년 64.9%, 2019년 71%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듯 꾸준한 성과를 보였던 오비맥주가 잠깐의 힘듦을 틈타 직원들의 퇴사를 종용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적은 준수
고배당 문제

이런 상황에 대주주인 AB인베브의 고배당 문제도 제기됐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로 직원들의 퇴직을 종용하는 마당에 AB인베브는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갔다는 것. 

AB인베브는 벨기에 기업으로 국내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고스란히 유출하는 만큼 한국 시장에선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실제 오비맥주는 2년에 한 번꼴로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AB인베브로 보냈다. 

2015년과 2017년 각각 3700억원, 3450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409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의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실적 둔화로 이익이 준 가운데 높은 배당금을 배당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여타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이 높다”며 “그러나 실적이 둔화한 작년에 영업이익보다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비맥주는 총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때가 되면 흘러나오는 오비맥주의 매각설도 이 같은 상황에 한몫한다. 이는 AB인베브의 자금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 의사를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 및 국내외 사모펀드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각 가능성
때 되면 솔솔

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인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맥주 시장의 전체 성장률이 낮은 데다 수입 맥주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오비맥주 인수에 참여할 투자자가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B인베브는 지난 2014년 약 6조원을 주고 KKR로부터 오비맥주를 매입했다. 당시 오비맥주를 아시아의 허브 기지로 활용해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6년 사브밀러(Sab Miller)를 인수(약 120조원)하는 과정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해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에 오비맥주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 ▲

AB인베브는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나 매각설은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AB인베브의 현금 흐름이 여전히 좋지 않아 추가 유동성 확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아시아 사업부문(버드와이저 APAC) 재상장을 추진하거나 오비맥주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이는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벼랑 끝에 몰린 오비맥주가 1조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높은 수익 배당으로 눈총을 받아 온 오비맥주는 지난해 통큰 투자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3년 동안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카스 영업 마케팅 등에 무려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확충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하고 대표 브랜드인 ‘카스’ 품질 경쟁력 업그레이드와 영업 마케팅 강화에도 4000억원을 배정했다. 각종 시설 장비를 친환경 시설로 대체하는 환경 분야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AB인베브에 수천억 배당…이번엔 얼마나?
1조 투자계획은? 전면 중단 가능성 솔솔

지난해 오비맥주 감사보고서를 보면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898억원으로 2018년(655억원)보다 37% 늘었다. 광고 선전비로는 1205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2018년(1169억원)보다 36억원 증가한 수치다. 

숫자로만 보면 2000억원 이상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 오비맥주가 국내 시장에 들였던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당시 선전했던 것처럼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오비맥주가 계획한 1조원 투자 기간은 1년 반 남짓 남은 상황이다. 단순히 기간으로만 보면 5000억원 이상의 거금이 투입됐어야 한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비맥주 측은 계획한 만큼 투자금액 집행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집행계획은 재수립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1조원 투자는 기존에 국내 시장서 투자하던 금액서 추가로 들어가는 수준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간으로 봤을 때도 연 단위로 약 3300억원씩 쪼개서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주력제품 카스의 점유율 하락과 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계획
없던 일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비맥주가 주력 제품 군인 카스와 수입맥주 모두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라며 “특히 코로나 감영증이 아직 기승을 부리는 상황서 기존 투자계획을 밀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예 투자계획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