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잔치’ 오비맥주의 민낯

주주들 다 퍼주고 직원은 집에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오비맥주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적 둔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수년간 여타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이 준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깐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내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 ⓒ오비맥주

최근 오비맥주는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해당 대상자는 2010년 9월30일 이전 입사자다. 오비맥주의 희망퇴직은 지난 4월 진행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시행됐다. 통상 1년에 한 번 희망퇴직을 받았던 것에 비해 빨라진 모습이다.

내치는 이유
최선인가?

다만 오비맥주 측은 경영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성 없이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행하는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의 요청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 시 근속 10년 이상∼15년 미만인 경우 24개월치 임금을, 15년 이상은 34개월치가 지급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며 “강제성은 일절 없으며 지난 4월 진행한 희망퇴직에서도 10여명 정도만 퇴직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오비맥주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추가 실시한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담을 거쳐 희망자에 대해서만 신청을 받기 때문에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게 오비맥주 측의 주장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회사가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 하에 기업 혼자 살겠다고 노동자들을 자르는 행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노조도 회사 측의 희망퇴직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노조와는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올해 4월, 9월에 걸쳐 진행된 희망퇴직 중 노조와 합의된 것은 없었다”면서 “회사 측은 적자기업이 아니다 보니 일방적인 권고사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희망퇴직을 통해 고 연차, 고 임금의 직원들이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벌써 2번 희망퇴직 “청천벽력”
노조 “합의 없었다…미봉책에 불과”

그는 또 “내부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며 “판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이번 희망퇴직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 1조5421억원, 영업이익 40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9.2%, 2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도 지난 2018년 3805억원보다 무려 27% 줄어든 2743억원에 머물렀다.
 

▲ ⓒ오비맥주

하지만 그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준수한 편이었다. 각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6년 7.2%, 2017년 5%, 2018년 5.4%, 2019년 4.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오비맥주는 2016년 24.1%, 2017년 29.7%, 2018년 30.3%, 2019년 26.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을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6년 146.3%, 2017년 167.5%, 2018년 172.7%, 2019년 189.5%로 1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오비맥주는 2016년 72.5%, 2017년 56.7%, 2018년 64.9%, 2019년 71%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듯 꾸준한 성과를 보였던 오비맥주가 잠깐의 힘듦을 틈타 직원들의 퇴사를 종용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적은 준수
고배당 문제

이런 상황에 대주주인 AB인베브의 고배당 문제도 제기됐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로 직원들의 퇴직을 종용하는 마당에 AB인베브는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갔다는 것. 

AB인베브는 벨기에 기업으로 국내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고스란히 유출하는 만큼 한국 시장에선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실제 오비맥주는 2년에 한 번꼴로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AB인베브로 보냈다. 

2015년과 2017년 각각 3700억원, 3450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409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의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실적 둔화로 이익이 준 가운데 높은 배당금을 배당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여타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이 높다”며 “그러나 실적이 둔화한 작년에 영업이익보다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비맥주는 총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때가 되면 흘러나오는 오비맥주의 매각설도 이 같은 상황에 한몫한다. 이는 AB인베브의 자금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 의사를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 및 국내외 사모펀드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각 가능성
때 되면 솔솔

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인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맥주 시장의 전체 성장률이 낮은 데다 수입 맥주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오비맥주 인수에 참여할 투자자가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B인베브는 지난 2014년 약 6조원을 주고 KKR로부터 오비맥주를 매입했다. 당시 오비맥주를 아시아의 허브 기지로 활용해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6년 사브밀러(Sab Miller)를 인수(약 120조원)하는 과정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해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에 오비맥주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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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인베브는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나 매각설은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AB인베브의 현금 흐름이 여전히 좋지 않아 추가 유동성 확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아시아 사업부문(버드와이저 APAC) 재상장을 추진하거나 오비맥주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이는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벼랑 끝에 몰린 오비맥주가 1조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높은 수익 배당으로 눈총을 받아 온 오비맥주는 지난해 통큰 투자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3년 동안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카스 영업 마케팅 등에 무려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확충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하고 대표 브랜드인 ‘카스’ 품질 경쟁력 업그레이드와 영업 마케팅 강화에도 4000억원을 배정했다. 각종 시설 장비를 친환경 시설로 대체하는 환경 분야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AB인베브에 수천억 배당…이번엔 얼마나?
1조 투자계획은? 전면 중단 가능성 솔솔

지난해 오비맥주 감사보고서를 보면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898억원으로 2018년(655억원)보다 37% 늘었다. 광고 선전비로는 1205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2018년(1169억원)보다 36억원 증가한 수치다. 

숫자로만 보면 2000억원 이상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 오비맥주가 국내 시장에 들였던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당시 선전했던 것처럼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오비맥주가 계획한 1조원 투자 기간은 1년 반 남짓 남은 상황이다. 단순히 기간으로만 보면 5000억원 이상의 거금이 투입됐어야 한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비맥주 측은 계획한 만큼 투자금액 집행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집행계획은 재수립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1조원 투자는 기존에 국내 시장서 투자하던 금액서 추가로 들어가는 수준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간으로 봤을 때도 연 단위로 약 3300억원씩 쪼개서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주력제품 카스의 점유율 하락과 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계획
없던 일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비맥주가 주력 제품 군인 카스와 수입맥주 모두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라며 “특히 코로나 감영증이 아직 기승을 부리는 상황서 기존 투자계획을 밀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예 투자계획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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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