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밀어낸 LG농구단의 횡포 고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2:41:43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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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남았는데 나가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계약서만 믿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창원시에 사는 한 부부는 입찰계약을 통해 창원체육관 지하서 장사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은 계약 기간 5년 중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왜 배드민턴 매장서 나가야만 했을까?
 

▲ 창원체육관 ⓒ제보자

A씨 부부는 2016년부터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이하 창원체육관) 지하서 배드민턴 용품점을 운영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도 꽤 찾는 곳이었던 터라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
장사 시작

계약상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201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입찰받았다. 2018년 10월 계약한 ‘창원스포츠파크관리소 유상상용·허가 계약서’에 따르면 허가 기간은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5년(1회 갱신) 기간이다. 연간 사용료는 945만7270원으로 책정됐다.

A씨 부부는 10년 동안 영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를 팔고 창원체육관 지하 매장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창원체육관에는 80여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5개의 배드민턴 클럽, 총 400여명의 회원이 입장했다. 소속된 클럽 회원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때 400명을 훨씬 웃돈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는 “주중에는 100∼200명 주말에는 300∼400명이 창원체육관을 사용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장사는 잘됐다. 장사가 잘될 때는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겼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2019년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기 시작했다. 창원체육관이 창원 LG 세이커스 훈련장으로 용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A씨 부부는 5년을 계약했으니 ‘낭설에 불과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1월 창원시청 공무원이 A씨 부부를 찾아와 “이곳이 창원 LG 훈련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이때까지도 신경쓰지 않던 A씨는 3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한 지역지서 ‘LG 세이커스 훈련장 창원 이전 박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 것.

해당 기사에는 4월 창원체육관 지하에 있는 보조구장을 주 훈련장으로 하고 모든 선수도 창원으로 이사해서 지역 밀착 마케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간 사용료 1000만원 임대 계약
5년 중 2년 못 채우고 쫓겨날 판

실제로 창원 LG의 뿌리는 경남이었다. 1996년 경남을 연고지로 팀을 창단했지만 2년 뒤 창원으로 연고지를 변경했다. 창원은 홈구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LG 훈련장과 숙소는 경기도 이천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LG 홈구장인 창원체육관 경기도 사실상 ‘원정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 일찍 창원으로 와서 홈경기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원정 경기를 가는 것보다 멀다. 

LG 훈련장은 LG 트윈스 2군, 창원 LG 세이커스 2군의 홈구장이자 숙소다. 450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체육시설로 선수단 숙소 75실과 실내 야구장, 실내 농구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주경기장 1면, 보조경기장 1면, 야외 불펜장 1면이 함께 건설됐다.


실내 농구장은 실내 코트는 2개로 구성돼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고 팬들의 관람에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 ⓒpixabay

창원 LG뿐 아니라 부산 KT, 원주 DB, 울산 현대모비스 등 4개 구단만 비수도권일 뿐 연고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연고만 비수도권에 있을 뿐 훈련장은 죄다 수도권에 있다. 그러니 이들 팀의 홈경기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빼면 말이 홈경기이지 선수들의 동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정 경기와 다를 바 없다.

KBL은 2018-2019 시즌부터 연고지로 구단 사무국을 이전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2023-2024시즌 개막까지 모든 구단의 사무국은 해당 연고지에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BL은 지역연고제 정착을 권고했다. 

A씨 부부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창원시설공단에 5장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을 언급했다. 공단은 2019년 12월7일 A씨 부부에게 ‘2020년 4월경 창원체육관 지하를 전용연습구장으로 사용함에 따라 그 시기에 맞춰 시설 사용을 종료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서에 따르면 창원 LG의 행태는 계약서상에 표기된 제21조(계약해제·해지)에 제2항 1호인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익사업 등 갑이 필요하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에 해당한다고 A씨 부부는 해석했다.

세이커스 구장
돌연 용도변경

이와 관련해 공용이란 지방자치단체인 창원시가 직접 사무용·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거주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한다.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창원시가 직접 위 용도(청사, 시·도립학교, 박물관, 도서관, 시민회관, 관사 등)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A씨 부부는 판단한 것이다.

공공용이란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하며,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도로, 제방, 하천, 시·도립공원, 구거, 유수지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공익사업이란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철도·도로·공항·전기·가스 등에 관한 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청사·공장·연구소·문화시설·공원·운동장·시장 등 또는 그 밖에 공공용 시설 관한 사업, 관계 법률에 따라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도서관·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에 관한 사업 등을 의미한다. 

A씨 부부는 ‘창원 LG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아니며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공익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창원 LG가 체육관을 사용하는 게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축구팀 경남 FC와 비교해 설명했다. 경남 FC의 소유주는 경남도며 구단주는 경남도지사다. 모기업의 재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민구단으로서 경남도민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 창원체육관 ⓒ제보

이와 달리 창원 LG의 모기업은 LG전자고 구단주는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처럼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공익적인 목적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A씨 부부에게 유사 사용·허가 계약 종료 취지의 통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5년 동안 시설을 사용한다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A씨 부부는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후 A씨 부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5월부터 배드민턴 용품점 운영을 강행했다. A씨 측에 의하면 장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업을 2시간 하면 소독도 2시간 하다 보니 매상도 잘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물어도
모르쇠 일관

그러다 결국 6월30일 창원시청 공무원이 찾아와 A씨 부부에게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법적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갑자기 나가라니 A씨 부부는 A씨 부부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관련 담당자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서 해당 사건은 일단락됐다.

체육관 내 입주단체는 총 4개였다. 수의계약으로 들어온 3곳(솟대패사물놀이예술단, 창원국악예술단, 영남전토예술진흥회)은 각각 4월30일, 2월29일, 4월1일에 퇴거하기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입찰계약을 받은 배드민턴 용품점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지속적인 사용을 요구했다.

또 임대시설을 창원체육관서 축구센터 다목적체육관으로 변경해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A씨 부부는 돈벌이와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순순히 퇴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걸맞은 대안이나 방안을 요구했다.

다음날 1일 A씨 아들 B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 ‘저희 부모님은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 배드민턴체육관을 창원시설관리공단 입찰해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체육관을 창원 LG농구단 훈련장으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알고 창원시 체육과와 시설관리공단에 문의한 결과, 계약 조항의 공익상 이유로 해지할 수 있다는 답변을 구두로 받았다. 또 위 창원시와 공단 측은 체육관을 이용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은 이번에 신축한 창원 다목적체육관으로 옮겨줬다’ 덧붙였다.


B는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먼저 시설관리공단 측으로 내용증명서를 3월23일에 발송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체육관은 지난 6월30일부로 LG 보조훈련장 공사로 인해 사용이 중지됐다. 이날 오후 6시경 창원시 체육진흥과 소속 공무원이 찾아와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는 구두 통보를 했다. B는 ”상기 입찰의 목적은 위 체육관의 시설이 아닌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 때문에 입찰한 것이지, 단지 시설을 이용하려고 입찰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7년부터 훈련장 추진했는데 입찰?
내용증명서 발송해도 ‘묵묵부답’

이에 대해 ‘배드민턴 용품점과 계약 해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서 정한 사용·수익허가의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이지 않으나, 고문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계약 해지를 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어 추진하게 된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이 왔다.

다만 그 이후 고문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LG 농구단 전용훈련장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현재 해당 부서에선 원만한 합의를 진행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 창원 LG 세이커스 ⓒ 창원 LG 세이커스

B는 “창원시 체육진흥과와 창원시설 관리공단은 계약 기간 내의 창원 LG 훈련장 공사 기간 동안 매장을 운영하라고 했다.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서 매장을 운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동호회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 영업은 무의미하다”며 “입찰은 무의미해졌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시설물의 이동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만약 철회가 적법하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님이 연간 사용료를 매해 약 1000만원 가까이 매해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돈이 없어서 할부로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다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억울하다. 처음엔 창원시와 시설관리 공단 측에 문의한 결과, 공익상의 이유로 계약 해지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말을 바꿔 공사현장서 장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창원시의 강압적인 행정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시 측은 “현재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다. 창원 LG 훈련장 이전 계획이기에 창원시와 창원 LG 농구단과 협약을 맺어 이전하기로 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감정평가 기분에 맞춰 22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용품 매장업주는 3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한계를 넘어 최대한의 금액이 2200만원인데 그 이상은 집행하기 어렵다. 아직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줄다리기

입찰계약이 있기 전부터 훈련지 이전 의혹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는 그런 얘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우리는 2019년 12월 달에 시설공단에 통보를 한 것뿐이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담당자 직원이 지난해 12월 배드민턴 용품점을 찾아가 업주에게 직접 공문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부부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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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