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밀어낸 LG농구단의 횡포 고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2:41:43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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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남았는데 나가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계약서만 믿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창원시에 사는 한 부부는 입찰계약을 통해 창원체육관 지하서 장사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은 계약 기간 5년 중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왜 배드민턴 매장서 나가야만 했을까?
 

▲ 창원체육관 ⓒ제보자

A씨 부부는 2016년부터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이하 창원체육관) 지하서 배드민턴 용품점을 운영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도 꽤 찾는 곳이었던 터라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
장사 시작

계약상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201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입찰받았다. 2018년 10월 계약한 ‘창원스포츠파크관리소 유상상용·허가 계약서’에 따르면 허가 기간은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5년(1회 갱신) 기간이다. 연간 사용료는 945만7270원으로 책정됐다.

A씨 부부는 10년 동안 영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를 팔고 창원체육관 지하 매장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창원체육관에는 80여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5개의 배드민턴 클럽, 총 400여명의 회원이 입장했다. 소속된 클럽 회원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때 400명을 훨씬 웃돈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는 “주중에는 100∼200명 주말에는 300∼400명이 창원체육관을 사용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장사는 잘됐다. 장사가 잘될 때는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겼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2019년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기 시작했다. 창원체육관이 창원 LG 세이커스 훈련장으로 용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A씨 부부는 5년을 계약했으니 ‘낭설에 불과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1월 창원시청 공무원이 A씨 부부를 찾아와 “이곳이 창원 LG 훈련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이때까지도 신경쓰지 않던 A씨는 3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한 지역지서 ‘LG 세이커스 훈련장 창원 이전 박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 것.

해당 기사에는 4월 창원체육관 지하에 있는 보조구장을 주 훈련장으로 하고 모든 선수도 창원으로 이사해서 지역 밀착 마케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간 사용료 1000만원 임대 계약
5년 중 2년 못 채우고 쫓겨날 판

실제로 창원 LG의 뿌리는 경남이었다. 1996년 경남을 연고지로 팀을 창단했지만 2년 뒤 창원으로 연고지를 변경했다. 창원은 홈구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LG 훈련장과 숙소는 경기도 이천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LG 홈구장인 창원체육관 경기도 사실상 ‘원정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 일찍 창원으로 와서 홈경기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원정 경기를 가는 것보다 멀다. 

LG 훈련장은 LG 트윈스 2군, 창원 LG 세이커스 2군의 홈구장이자 숙소다. 450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체육시설로 선수단 숙소 75실과 실내 야구장, 실내 농구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주경기장 1면, 보조경기장 1면, 야외 불펜장 1면이 함께 건설됐다.


실내 농구장은 실내 코트는 2개로 구성돼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고 팬들의 관람에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 ⓒpixabay

창원 LG뿐 아니라 부산 KT, 원주 DB, 울산 현대모비스 등 4개 구단만 비수도권일 뿐 연고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연고만 비수도권에 있을 뿐 훈련장은 죄다 수도권에 있다. 그러니 이들 팀의 홈경기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빼면 말이 홈경기이지 선수들의 동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정 경기와 다를 바 없다.

KBL은 2018-2019 시즌부터 연고지로 구단 사무국을 이전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2023-2024시즌 개막까지 모든 구단의 사무국은 해당 연고지에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BL은 지역연고제 정착을 권고했다. 

A씨 부부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창원시설공단에 5장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을 언급했다. 공단은 2019년 12월7일 A씨 부부에게 ‘2020년 4월경 창원체육관 지하를 전용연습구장으로 사용함에 따라 그 시기에 맞춰 시설 사용을 종료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서에 따르면 창원 LG의 행태는 계약서상에 표기된 제21조(계약해제·해지)에 제2항 1호인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익사업 등 갑이 필요하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에 해당한다고 A씨 부부는 해석했다.

세이커스 구장
돌연 용도변경

이와 관련해 공용이란 지방자치단체인 창원시가 직접 사무용·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거주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한다.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창원시가 직접 위 용도(청사, 시·도립학교, 박물관, 도서관, 시민회관, 관사 등)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A씨 부부는 판단한 것이다.

공공용이란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하며,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도로, 제방, 하천, 시·도립공원, 구거, 유수지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공익사업이란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철도·도로·공항·전기·가스 등에 관한 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청사·공장·연구소·문화시설·공원·운동장·시장 등 또는 그 밖에 공공용 시설 관한 사업, 관계 법률에 따라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도서관·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에 관한 사업 등을 의미한다. 

A씨 부부는 ‘창원 LG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아니며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공익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창원 LG가 체육관을 사용하는 게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축구팀 경남 FC와 비교해 설명했다. 경남 FC의 소유주는 경남도며 구단주는 경남도지사다. 모기업의 재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민구단으로서 경남도민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 창원체육관 ⓒ제보

이와 달리 창원 LG의 모기업은 LG전자고 구단주는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처럼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공익적인 목적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A씨 부부에게 유사 사용·허가 계약 종료 취지의 통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5년 동안 시설을 사용한다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A씨 부부는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후 A씨 부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5월부터 배드민턴 용품점 운영을 강행했다. A씨 측에 의하면 장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업을 2시간 하면 소독도 2시간 하다 보니 매상도 잘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물어도
모르쇠 일관

그러다 결국 6월30일 창원시청 공무원이 찾아와 A씨 부부에게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법적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갑자기 나가라니 A씨 부부는 A씨 부부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관련 담당자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서 해당 사건은 일단락됐다.

체육관 내 입주단체는 총 4개였다. 수의계약으로 들어온 3곳(솟대패사물놀이예술단, 창원국악예술단, 영남전토예술진흥회)은 각각 4월30일, 2월29일, 4월1일에 퇴거하기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입찰계약을 받은 배드민턴 용품점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지속적인 사용을 요구했다.

또 임대시설을 창원체육관서 축구센터 다목적체육관으로 변경해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A씨 부부는 돈벌이와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순순히 퇴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걸맞은 대안이나 방안을 요구했다.

다음날 1일 A씨 아들 B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 ‘저희 부모님은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 배드민턴체육관을 창원시설관리공단 입찰해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체육관을 창원 LG농구단 훈련장으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알고 창원시 체육과와 시설관리공단에 문의한 결과, 계약 조항의 공익상 이유로 해지할 수 있다는 답변을 구두로 받았다. 또 위 창원시와 공단 측은 체육관을 이용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은 이번에 신축한 창원 다목적체육관으로 옮겨줬다’ 덧붙였다.


B는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먼저 시설관리공단 측으로 내용증명서를 3월23일에 발송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체육관은 지난 6월30일부로 LG 보조훈련장 공사로 인해 사용이 중지됐다. 이날 오후 6시경 창원시 체육진흥과 소속 공무원이 찾아와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는 구두 통보를 했다. B는 ”상기 입찰의 목적은 위 체육관의 시설이 아닌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 때문에 입찰한 것이지, 단지 시설을 이용하려고 입찰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7년부터 훈련장 추진했는데 입찰?
내용증명서 발송해도 ‘묵묵부답’

이에 대해 ‘배드민턴 용품점과 계약 해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서 정한 사용·수익허가의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이지 않으나, 고문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계약 해지를 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어 추진하게 된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이 왔다.

다만 그 이후 고문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LG 농구단 전용훈련장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현재 해당 부서에선 원만한 합의를 진행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 창원 LG 세이커스 ⓒ 창원 LG 세이커스

B는 “창원시 체육진흥과와 창원시설 관리공단은 계약 기간 내의 창원 LG 훈련장 공사 기간 동안 매장을 운영하라고 했다.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서 매장을 운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동호회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 영업은 무의미하다”며 “입찰은 무의미해졌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시설물의 이동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만약 철회가 적법하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님이 연간 사용료를 매해 약 1000만원 가까이 매해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돈이 없어서 할부로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다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억울하다. 처음엔 창원시와 시설관리 공단 측에 문의한 결과, 공익상의 이유로 계약 해지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말을 바꿔 공사현장서 장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창원시의 강압적인 행정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시 측은 “현재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다. 창원 LG 훈련장 이전 계획이기에 창원시와 창원 LG 농구단과 협약을 맺어 이전하기로 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감정평가 기분에 맞춰 22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용품 매장업주는 3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한계를 넘어 최대한의 금액이 2200만원인데 그 이상은 집행하기 어렵다. 아직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줄다리기

입찰계약이 있기 전부터 훈련지 이전 의혹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는 그런 얘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우리는 2019년 12월 달에 시설공단에 통보를 한 것뿐이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담당자 직원이 지난해 12월 배드민턴 용품점을 찾아가 업주에게 직접 공문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부부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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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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