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밀어낸 LG농구단의 횡포 고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2:41:43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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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남았는데 나가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계약서만 믿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창원시에 사는 한 부부는 입찰계약을 통해 창원체육관 지하서 장사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부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은 계약 기간 5년 중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왜 배드민턴 매장서 나가야만 했을까?
 

▲ 창원체육관 ⓒ제보자

A씨 부부는 2016년부터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이하 창원체육관) 지하서 배드민턴 용품점을 운영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도 꽤 찾는 곳이었던 터라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2016년부터
장사 시작

계약상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2018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입찰받았다. 2018년 10월 계약한 ‘창원스포츠파크관리소 유상상용·허가 계약서’에 따르면 허가 기간은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5년(1회 갱신) 기간이다. 연간 사용료는 945만7270원으로 책정됐다.

A씨 부부는 10년 동안 영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를 팔고 창원체육관 지하 매장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창원체육관에는 80여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5개의 배드민턴 클럽, 총 400여명의 회원이 입장했다. 소속된 클럽 회원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때 400명을 훨씬 웃돈 것으로 보인다. 

A씨 부부는 “주중에는 100∼200명 주말에는 300∼400명이 창원체육관을 사용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장사는 잘됐다. 장사가 잘될 때는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겼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2019년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기 시작했다. 창원체육관이 창원 LG 세이커스 훈련장으로 용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A씨 부부는 5년을 계약했으니 ‘낭설에 불과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1월 창원시청 공무원이 A씨 부부를 찾아와 “이곳이 창원 LG 훈련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이때까지도 신경쓰지 않던 A씨는 3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한 지역지서 ‘LG 세이커스 훈련장 창원 이전 박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된 것.

해당 기사에는 4월 창원체육관 지하에 있는 보조구장을 주 훈련장으로 하고 모든 선수도 창원으로 이사해서 지역 밀착 마케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간 사용료 1000만원 임대 계약
5년 중 2년 못 채우고 쫓겨날 판

실제로 창원 LG의 뿌리는 경남이었다. 1996년 경남을 연고지로 팀을 창단했지만 2년 뒤 창원으로 연고지를 변경했다. 창원은 홈구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LG 훈련장과 숙소는 경기도 이천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LG 홈구장인 창원체육관 경기도 사실상 ‘원정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 일찍 창원으로 와서 홈경기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원정 경기를 가는 것보다 멀다. 

LG 훈련장은 LG 트윈스 2군, 창원 LG 세이커스 2군의 홈구장이자 숙소다. 450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체육시설로 선수단 숙소 75실과 실내 야구장, 실내 농구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주경기장 1면, 보조경기장 1면, 야외 불펜장 1면이 함께 건설됐다.

실내 농구장은 실내 코트는 2개로 구성돼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고 팬들의 관람에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 ⓒpixabay

창원 LG뿐 아니라 부산 KT, 원주 DB, 울산 현대모비스 등 4개 구단만 비수도권일 뿐 연고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연고만 비수도권에 있을 뿐 훈련장은 죄다 수도권에 있다. 그러니 이들 팀의 홈경기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빼면 말이 홈경기이지 선수들의 동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정 경기와 다를 바 없다.

KBL은 2018-2019 시즌부터 연고지로 구단 사무국을 이전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2023-2024시즌 개막까지 모든 구단의 사무국은 해당 연고지에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BL은 지역연고제 정착을 권고했다. 

A씨 부부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창원시설공단에 5장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을 언급했다. 공단은 2019년 12월7일 A씨 부부에게 ‘2020년 4월경 창원체육관 지하를 전용연습구장으로 사용함에 따라 그 시기에 맞춰 시설 사용을 종료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한다. 

내용증명서에 따르면 창원 LG의 행태는 계약서상에 표기된 제21조(계약해제·해지)에 제2항 1호인 ‘공용, 공공용 또는 공익사업 등 갑이 필요하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에 해당한다고 A씨 부부는 해석했다.

세이커스 구장
돌연 용도변경

이와 관련해 공용이란 지방자치단체인 창원시가 직접 사무용·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거주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한다.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창원시가 직접 위 용도(청사, 시·도립학교, 박물관, 도서관, 시민회관, 관사 등)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A씨 부부는 판단한 것이다.

공공용이란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하며, 창원시가 직접 공공용(도로, 제방, 하천, 시·도립공원, 구거, 유수지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공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공익사업이란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철도·도로·공항·전기·가스 등에 관한 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청사·공장·연구소·문화시설·공원·운동장·시장 등 또는 그 밖에 공공용 시설 관한 사업, 관계 법률에 따라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도서관·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에 관한 사업 등을 의미한다. 

A씨 부부는 ‘창원 LG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아니며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공익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창원 LG가 체육관을 사용하는 게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축구팀 경남 FC와 비교해 설명했다. 경남 FC의 소유주는 경남도며 구단주는 경남도지사다. 모기업의 재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민구단으로서 경남도민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 창원체육관 ⓒ제보

이와 달리 창원 LG의 모기업은 LG전자고 구단주는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처럼 창원 LG가 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공익적인 목적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공단이 A씨 부부에게 유사 사용·허가 계약 종료 취지의 통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5년 동안 시설을 사용한다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A씨 부부는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후 A씨 부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5월부터 배드민턴 용품점 운영을 강행했다. A씨 측에 의하면 장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업을 2시간 하면 소독도 2시간 하다 보니 매상도 잘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물어도
모르쇠 일관

그러다 결국 6월30일 창원시청 공무원이 찾아와 A씨 부부에게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법적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갑자기 나가라니 A씨 부부는 A씨 부부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관련 담당자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서 해당 사건은 일단락됐다.

체육관 내 입주단체는 총 4개였다. 수의계약으로 들어온 3곳(솟대패사물놀이예술단, 창원국악예술단, 영남전토예술진흥회)은 각각 4월30일, 2월29일, 4월1일에 퇴거하기로 합의를 봤다. 하지만 입찰계약을 받은 배드민턴 용품점은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지속적인 사용을 요구했다.

또 임대시설을 창원체육관서 축구센터 다목적체육관으로 변경해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A씨 부부는 돈벌이와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순순히 퇴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걸맞은 대안이나 방안을 요구했다.

다음날 1일 A씨 아들 B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접수했다. ‘저희 부모님은 창원스포츠파크 창원체육관 배드민턴체육관을 창원시설관리공단 입찰해 2018년 10월4일부터 2023년 10월3일까지 사용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체육관을 창원 LG농구단 훈련장으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알고 창원시 체육과와 시설관리공단에 문의한 결과, 계약 조항의 공익상 이유로 해지할 수 있다는 답변을 구두로 받았다. 또 위 창원시와 공단 측은 체육관을 이용하는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은 이번에 신축한 창원 다목적체육관으로 옮겨줬다’ 덧붙였다.

B는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먼저 시설관리공단 측으로 내용증명서를 3월23일에 발송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체육관은 지난 6월30일부로 LG 보조훈련장 공사로 인해 사용이 중지됐다. 이날 오후 6시경 창원시 체육진흥과 소속 공무원이 찾아와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는 구두 통보를 했다. B는 ”상기 입찰의 목적은 위 체육관의 시설이 아닌 배드민턴 동호회 인원들 때문에 입찰한 것이지, 단지 시설을 이용하려고 입찰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7년부터 훈련장 추진했는데 입찰?
내용증명서 발송해도 ‘묵묵부답’

이에 대해 ‘배드민턴 용품점과 계약 해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서 정한 사용·수익허가의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이지 않으나, 고문 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계약 해지를 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어 추진하게 된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이 왔다.

다만 그 이후 고문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LG 농구단 전용훈련장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현재 해당 부서에선 원만한 합의를 진행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 창원 LG 세이커스 ⓒ 창원 LG 세이커스

B는 “창원시 체육진흥과와 창원시설 관리공단은 계약 기간 내의 창원 LG 훈련장 공사 기간 동안 매장을 운영하라고 했다. 사람도 없는 공사현장서 매장을 운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동호회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 영업은 무의미하다”며 “입찰은 무의미해졌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시설물의 이동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만약 철회가 적법하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님이 연간 사용료를 매해 약 1000만원 가까이 매해 지불했다. 지난해에는 돈이 없어서 할부로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다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억울하다. 처음엔 창원시와 시설관리 공단 측에 문의한 결과, 공익상의 이유로 계약 해지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말을 바꿔 공사현장서 장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창원시의 강압적인 행정은 너무나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시 측은 “현재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다. 창원 LG 훈련장 이전 계획이기에 창원시와 창원 LG 농구단과 협약을 맺어 이전하기로 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감정평가 기분에 맞춰 22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용품 매장업주는 3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이 한계를 넘어 최대한의 금액이 2200만원인데 그 이상은 집행하기 어렵다. 아직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줄다리기

입찰계약이 있기 전부터 훈련지 이전 의혹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는 그런 얘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우리는 2019년 12월 달에 시설공단에 통보를 한 것뿐이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담당자 직원이 지난해 12월 배드민턴 용품점을 찾아가 업주에게 직접 공문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부부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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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