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야권 4인방 복당론

‘사생결단’ 반란세력 모아 한판 뜨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야권 무소속 4인방에 대한 ‘복당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준표·김태호 등 4인방의 간절함에도 불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쇄신이 마무리될 때까지 복당 논의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존재감에 설 곳이 없어진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복당론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초선 밀기’에 들어간 김 위원장을 두고 당내 파열음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권성동(강원 강릉)·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 4인방의 복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당 내홍의 기미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무소속 4인방은 지난 21대 총선서 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금의환향에 성공했다.

빅텐트냐
분열이냐

당의 이례적인 참패 속에서도 무소속 4인방은 정치적 건재함을 자랑했다. 21대 총선 전 당 지도부는 무소속 출마자에 대한 영구 입당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선거가 마무리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의석수로 여당에 한참 밀렸고, 초선의원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당은 중심을 잡을 중진의원들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당내에선 잔뼈 굵은 이들이 빠르게 복귀해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흘러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 “이들을 밖에 오래 두는 것은 당의 통합 전략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의 복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 역시 복당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권성동 의원은 4인방 중 제일 먼저 복당 신청서를 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4선의 무게감 있는 중진의 역할을 하려면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의 일원이 돼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다”며 당권에 대한 욕심을 보일 정도였다.


김태호 의원 역시 빠른 시일 내 당으로 복귀해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홍준표 의원은 선거 운동 내내 선거 이후 당으로 돌아가 공천 과정에 나타났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해왔다.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두 번 내리 당선된 ‘불사조’다. 당에 대한 소속감보다 지역구민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무소속 당선자 몇 분이 복당하겠다고 하지만 저는 주민들에게 뜻을 묻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복당 이슈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논의는 아직까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복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당내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반발로 탈당한 이들에 대한 복당 명분조차 사라졌다.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거침없는 그들 친정집으로 컴백?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복당은 원내대표의 권한 밖”이라며 총선 직후와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들의 복당에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복당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당이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뒤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당의 쇄신 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인 만큼, 한동안은 이들의 복당 논의를 제쳐 두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서 “한두 석 더 얻는다고 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지금 우리 당은 한 치의 ‘실수’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복당 후 행보가 당 쇄신에 도움은커녕, 장애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 말마따나 이들이 합류하면 비대위서 집중하고 있는 외연 확장과는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소속 4인방은 친박과 강경 보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홍 의원의 경우에는 갖은 막말 논란에 휘둘리면서 당이 ‘비호감 정당’으로 전락한 데 책임이 큰 인물이다. 물론 그의 강한 추진력과 솔직한 표현은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가 복당 이후에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할 것을 고수한다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공산도 높다. 이는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의 기반을 잡고 있는 당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복당 시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당이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한 후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입장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있을 심판 전까지는 안정권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김 위원장은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복당을 허용할 의사가 크게 없음을 암시한 셈이다.

금의환향
사라진 명분

김 위원장의 임기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내년 4월까지지만 최근 김종인 비대위가 상승세를 타면서 임기 연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몸값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중진의원들이 비대위 ‘힘빼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은 당내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가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강경한 리더십으로 정평나면서 ‘여의도 차르’로 불렸던 인물이다.
 

▲ 대화 나누는 홍준표·권성동 무소속 의원

일례로 비대위서 추진했던 ‘4선 연임 제한’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들 수 있다. 일부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4선 연임 제한을 화두로 꺼내든 이유가 이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향한 불만이 복당 문제를 명분삼아 분출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강화하고자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논리다. 본인 머리는 스스로 못 깎는다고 했다. 무소속 의원들이 눈치 보고 있는 사이 ‘김종인 저격수’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최전선에 나섰다.

그는 본인의 SNS에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해결할 차례”라며 “당권을 쥔 입장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속 좁은 리더십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김 위원장을 공개 저격했다. 장 의원의 저격에 홍 의원은 “그래도 장제원 의원이 나서주니 참 고맙소”라는 댓글로 화답하기도 했다.

복당 문제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자, 보수 재야 인사들도 이들의 복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7월 김 위원장에게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신이 없자, 재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 쇄신
걸림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들에 대한 선별적 복당을 추진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갈등이 터지기 전에 단계적으로 복당을 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홍 의원과 같은 대선 주자급 인사는 당의 쇄신 작업이 더 마무리된 뒤 복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다만 단계적 복당 방안 역시 당내 갈등을 키우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홍 의원의 지속적인 파열음 때문이다. 홍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며 ‘뜨내기’ ‘노욕’이라 비하했던 바 있다. 또 검사 시절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며 “뇌물 브로커 전력이 있는 팔십 넘은 외부 사람을 들이고 거기에 매달리는 (당의)모습이 창피하고 안타깝다”고도 했다.

사실상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홍 의원의 앙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원래 고향인 창녕이 포함된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출마지를 경남 양산을로 바꿨으나 결국 그는 양산서 컷오프 됐다. 이후 홍 의원은 대구 수성을로 떠나면서 ‘정치 떠돌이’로 전락했다.
 

▲ 김태호 무소속 의원

당시 홍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돼 당으로 바로 복귀하겠다. 협잡공천에 관여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개혁보수들의 지지를 업고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에 성공하면서 홍 의원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2022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복당은 단순한 당으로의 복귀서 그치는 것이 아닌, 당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홍 의원은 자체적으로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점을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그는 최근 김종인 비대위를 두고 의견 차를 보였던 정진석 의원의 생일에 케이크를 보냈다. 정 의원은 홍 의원의 케이크 선물에 “마음이 약해진다”는 글을 남겼다.


초선 미는 김종인
끝까지 중진 견제?

복당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다른 무소속 의원들 역시 조금씩 나서려는 눈치다. 명색이 중진의원이 당에 간청하는 듯한 그림은 싫지만, 판을 깔아주는 데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태호 의원은 “당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친정집서 기쁜 소식이 날아오길 고대한다. 당 안팎서 무소속 복당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 수습이 먼저인지라 무작정 재촉하기도, 무한정 기다리기도 난감한데 가려운 곳을 알아서 먼저 긁어 준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일각서 제기된 개별 복당 대신 일괄 복당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인물이다. 내년 재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 전체를 ‘빅 텐트’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년 보궐 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선거인 만큼, 야권 인사들을 모두 결집시켜 승리로 이끌자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힘이 잘못된 공천의 피해자들에 대한 매듭을 빨리 짓는 것이 당내의 분란을 막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일각에선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군 모색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 사이 마찰이 극대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수가 낮을수록 김 위원장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김 위원장은 복수의 초선의원들을 재보궐선거 후보군으로 올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의원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진의원들은 상임위원장 자리도 하나 맡지 못해 당내 존재감을 보일 기회가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이 초선을 띄우는 것을 두고 중진의원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당권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설 곳 없는
중진 의원들

무소속 복당 문제는 김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민의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확실히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논의는 내년 초 이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인물들이기에 일괄 복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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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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