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야권 4인방 복당론

‘사생결단’ 반란세력 모아 한판 뜨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야권 무소속 4인방에 대한 ‘복당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준표·김태호 등 4인방의 간절함에도 불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쇄신이 마무리될 때까지 복당 논의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존재감에 설 곳이 없어진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복당론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초선 밀기’에 들어간 김 위원장을 두고 당내 파열음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권성동(강원 강릉)·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 4인방의 복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당 내홍의 기미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무소속 4인방은 지난 21대 총선서 당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금의환향에 성공했다.

빅텐트냐
분열이냐

당의 이례적인 참패 속에서도 무소속 4인방은 정치적 건재함을 자랑했다. 21대 총선 전 당 지도부는 무소속 출마자에 대한 영구 입당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선거가 마무리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의석수로 여당에 한참 밀렸고, 초선의원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당은 중심을 잡을 중진의원들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당내에선 잔뼈 굵은 이들이 빠르게 복귀해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흘러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 “이들을 밖에 오래 두는 것은 당의 통합 전략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의 복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 역시 복당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권성동 의원은 4인방 중 제일 먼저 복당 신청서를 냈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4선의 무게감 있는 중진의 역할을 하려면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의 일원이 돼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다”며 당권에 대한 욕심을 보일 정도였다.


김태호 의원 역시 빠른 시일 내 당으로 복귀해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홍준표 의원은 선거 운동 내내 선거 이후 당으로 돌아가 공천 과정에 나타났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해왔다.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두 번 내리 당선된 ‘불사조’다. 당에 대한 소속감보다 지역구민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무소속 당선자 몇 분이 복당하겠다고 하지만 저는 주민들에게 뜻을 묻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복당 이슈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논의는 아직까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복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당내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반발로 탈당한 이들에 대한 복당 명분조차 사라졌다.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거침없는 그들 친정집으로 컴백?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복당은 원내대표의 권한 밖”이라며 총선 직후와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들의 복당에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복당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당이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뒤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당의 쇄신 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인 만큼, 한동안은 이들의 복당 논의를 제쳐 두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서 “한두 석 더 얻는다고 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지금 우리 당은 한 치의 ‘실수’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의 복당 후 행보가 당 쇄신에 도움은커녕, 장애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 말마따나 이들이 합류하면 비대위서 집중하고 있는 외연 확장과는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소속 4인방은 친박과 강경 보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홍 의원의 경우에는 갖은 막말 논란에 휘둘리면서 당이 ‘비호감 정당’으로 전락한 데 책임이 큰 인물이다. 물론 그의 강한 추진력과 솔직한 표현은 큰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가 복당 이후에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할 것을 고수한다면, 중도층이 대거 이탈할 공산도 높다. 이는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의 기반을 잡고 있는 당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들의 복당 시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당이 ‘완전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한 후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입장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있을 심판 전까지는 안정권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김 위원장은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복당을 허용할 의사가 크게 없음을 암시한 셈이다.

금의환향
사라진 명분

김 위원장의 임기는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내년 4월까지지만 최근 김종인 비대위가 상승세를 타면서 임기 연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몸값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중진의원들이 비대위 ‘힘빼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은 당내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가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강경한 리더십으로 정평나면서 ‘여의도 차르’로 불렸던 인물이다.
 

▲ 대화 나누는 홍준표·권성동 무소속 의원

일례로 비대위서 추진했던 ‘4선 연임 제한’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거센 반발도 들 수 있다. 일부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4선 연임 제한을 화두로 꺼내든 이유가 이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향한 불만이 복당 문제를 명분삼아 분출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강화하고자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는 논리다. 본인 머리는 스스로 못 깎는다고 했다. 무소속 의원들이 눈치 보고 있는 사이 ‘김종인 저격수’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최전선에 나섰다.

그는 본인의 SNS에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해결할 차례”라며 “당권을 쥔 입장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속 좁은 리더십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김 위원장을 공개 저격했다. 장 의원의 저격에 홍 의원은 “그래도 장제원 의원이 나서주니 참 고맙소”라는 댓글로 화답하기도 했다.

복당 문제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자, 보수 재야 인사들도 이들의 복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7월 김 위원장에게 무소속 4인방의 복당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신이 없자, 재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 쇄신
걸림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들에 대한 선별적 복당을 추진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갈등이 터지기 전에 단계적으로 복당을 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홍 의원과 같은 대선 주자급 인사는 당의 쇄신 작업이 더 마무리된 뒤 복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다만 단계적 복당 방안 역시 당내 갈등을 키우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홍 의원의 지속적인 파열음 때문이다. 홍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하며 ‘뜨내기’ ‘노욕’이라 비하했던 바 있다. 또 검사 시절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며 “뇌물 브로커 전력이 있는 팔십 넘은 외부 사람을 들이고 거기에 매달리는 (당의)모습이 창피하고 안타깝다”고도 했다.

사실상 둘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홍 의원의 앙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원래 고향인 창녕이 포함된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출마지를 경남 양산을로 바꿨으나 결국 그는 양산서 컷오프 됐다. 이후 홍 의원은 대구 수성을로 떠나면서 ‘정치 떠돌이’로 전락했다.
 

▲ 김태호 무소속 의원

당시 홍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돼 당으로 바로 복귀하겠다. 협잡공천에 관여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개혁보수들의 지지를 업고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에 성공하면서 홍 의원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2022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복당은 단순한 당으로의 복귀서 그치는 것이 아닌, 당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홍 의원은 자체적으로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점을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그는 최근 김종인 비대위를 두고 의견 차를 보였던 정진석 의원의 생일에 케이크를 보냈다. 정 의원은 홍 의원의 케이크 선물에 “마음이 약해진다”는 글을 남겼다.


초선 미는 김종인
끝까지 중진 견제?

복당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다른 무소속 의원들 역시 조금씩 나서려는 눈치다. 명색이 중진의원이 당에 간청하는 듯한 그림은 싫지만, 판을 깔아주는 데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태호 의원은 “당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친정집서 기쁜 소식이 날아오길 고대한다. 당 안팎서 무소속 복당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 수습이 먼저인지라 무작정 재촉하기도, 무한정 기다리기도 난감한데 가려운 곳을 알아서 먼저 긁어 준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일각서 제기된 개별 복당 대신 일괄 복당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인물이다. 내년 재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 전체를 ‘빅 텐트’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년 보궐 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선거인 만큼, 야권 인사들을 모두 결집시켜 승리로 이끌자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힘이 잘못된 공천의 피해자들에 대한 매듭을 빨리 짓는 것이 당내의 분란을 막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일각에선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군 모색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 사이 마찰이 극대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수가 낮을수록 김 위원장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김 위원장은 복수의 초선의원들을 재보궐선거 후보군으로 올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의원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진의원들은 상임위원장 자리도 하나 맡지 못해 당내 존재감을 보일 기회가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이 초선을 띄우는 것을 두고 중진의원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당권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설 곳 없는
중진 의원들

무소속 복당 문제는 김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확인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민의힘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확실히 보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기조를 고려했을 때 무소속 4인방의 복당 논의는 내년 초 이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인물들이기에 일괄 복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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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