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소환’ 꼬이는 윤영찬의 변명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0:34:29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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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 칠수록 진흙 속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소환’ 메시지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뉴스 편집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관련 내용을 알아보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에게 보낸 텔레그램 내용이다. 앞서 윤 의원은 보좌진에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카카오 포털사이트 메인에 오른 사진을 캡처해 전송했다.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갑질 논란

논란이 되자 윤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서 “지난 7일 (민주당)이낙연 대표의 연설을 보면서 카카오의 메인 페이지를 모니터링 했는데(기사가) 뜨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주 원내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메인에 기사가 떴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포털 측에 전달할 자유가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이 밝힌 경위는 뉴스 편집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단순히 관련 내용을 알아보려는 취지였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측이 언론 또는 포털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는 일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 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부사장 출신인 윤 의원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과방위 소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소관기관으로 둔 과방위는 인터넷과 포털사이트 관련 현안 등을 다룬다.

네이버 부사장으로서 뉴스 편집 등을 총괄했던 윤 의원은 포털사이트의 시스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선 단순히 뉴스 편집 경위를 알아보려 했다는 윤 의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윤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에게 카카오 대관업무 담당자를 소환하라고 지시하기 전, 메시지로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고 전했다. 단순히 뉴스 편집 경위를 알아보는 수준이 아님을 암시한다. 만약 이번 사태가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윤 의원의 지시는 실제 카카오 측에 압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했다고 야권은 바라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박대출·박성중·김영식·정희용·조명희·황보승희·허은아 의원 등은 공동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포털 장악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그동안 포털을 청와대·여당이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팽배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 사안이 드러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털 장악 시도 문자 일파만파
제2의 드루킹 사건으로 번지나

이들은 철저한 조사와 함께 윤 의원의 과방위 사보임(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거나 개선하는 절차)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공세에 과방위는 지난 8일 파행됐다.

자칫 제2의 드루킹 사건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지난 9일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드루킹’, 여당일 때는 그냥 ‘킹’인가”라며 “문자를 보낸 직원은 윤 의원과 함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던 보좌관으로 알려졌는데, 청와대서 해오던 포털 통제를 국회서도 하는 것 아닌가 의심케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성명서 발표하고 있는 국민의힘 과방위원들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서 7만5000여개의 기사 댓글 118만건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서 유죄를 받았다.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윤영찬 당시 수석의 입김이 네이버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윤 수석을 특검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확전 조짐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까지 나서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이 대표는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며 “그(윤영찬) 의원뿐 아니라 몇몇 의원이 국민에게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를 포함해 모든 의원이 국민들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끼치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새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회에선 ‘윤영찬 방지법’까지 등장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이트 대표와 임직원도 부정청탁 금지(김영란법)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현행법 적용 대상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및 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대표자와 그 임직원이다. 

대표발의자인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윤 의원과 같은 과방위 소속이다. 박 의원은 발의 배경에 대해 “최근 포털사이트의 메인 편집에 대해 여당 의원의 외압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포털을 법 적용에 포함시켜 언론사와의 형평성 및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해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태의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의당까지 나서서 윤 의원을 질타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공적 권력의 엄중함을 잊은 행태에 개탄스러울 뿐이다. 포털서비스 업체 사장단이었던 인물이 직접 뉴스 편집 방향에 개입하려고 연락을 넣은 것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심각한 외압을 가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야권 공세

다음 창업주 출신의 이재웅 쏘카 대표는 윤 의원 논란에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드는 뉴스가 메인에 올라왔다고 바로 포털 담당자를 불러서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문제”라며 “포털에 자기에게 유리한 뉴스만 보도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거니와 포털이 발표했듯이 뉴스 편집은 인공지능이 전담한다”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정현 소환되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소환’ 논란으로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전 의원의 이름이 함께 여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권력이 언론의 편집에 개입하려 시도한 정황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4년 4월 KBS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고 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혐의(방송법 위반)로 기소돼 올해 1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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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