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베이 경매 선정 특별초대전 박수복

자연을 벗 삼아 세계 속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수복 화백은 자연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그림을 시작하고 20여년 만에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한 그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관람객들을 위해 서울로 나왔다. 
 

▲ 글로벌 이에이에 경매 진행 중인 작품

지난 5월 박수복 화백의 작품 2점이 글로벌 이베이 미술품 디지털 전시관에 작품 2점을 입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 마켓 이베이는 세계 각지의 문화를 성장시키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최고 미술품을 경매하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자연 속으로

한국인의 작품이 사이트에 등록된 것은 박 화백이 네 번째로, 2017년 고 배동신 화백의 1호 작품이 17억원에 낙찰된 지 2년 만이다. 이베이는 박 화백의 작품 2점을 8억7000만원에 선정 등록했다. ‘신몽유도원도’(3억2000만원), ‘가이아의 신화’(5억5000만원) 등이다.

이와 동시에 그는 세계 최초로 유럽 전통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퍼해밍액션퍼포먼스를 펼치며 세계 예술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퍼해밍액션퍼포먼스는 영감을 통한 순간적이고 빠른 스케치로, 음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예술적 행위를 뜻한다. 

박 화백은 이베이 경매 선정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제줄라라는 유럽의 옥션 회사에 아시아 최초로 등록됐지만 당시 작품을 팔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베이를 통해 작품이 선정되면서 ‘온라인 시장이 이렇게도 형성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혜화아트센터서 박 화백의 ‘이베이 글로벌 경매 선정 기념 특별초대전’을 준비했다. 특별전은 박 화백의 화업 과정을 총 4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 10년의 수행·마음수련, 2부 SBS <화첩기행>을 통한 대중과의 만남, 3부 퍼해밍액션아티즘과 클래식, 4부 새로운 도전·이베이 글로벌 경매 등이다. 

5월 이베이서 작품 8억7000만원
퍼해밍액션퍼포먼스로 찬사 받아

그는 도록을 준비하는 과정서 자연을 벗삼아 작업하는 작품의 진행 방향을 제시한 계기와 점, 선, 면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박 화백은 “산에서 수행하면서 그린 초기 작품부터 이베이 경매 선정에 이르기까지 제 평생의 작품세계를 공개함으로써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1∼4부의 전시는 박 화백의 작품을 시간 순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는 “라이선스를 받고 대학에 들어가 강의하는 삶이 옳은지, 아니면 붓에 대한 운필, 예술성에 대한 모티브 등 나와의 싸움으로부터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이 옳은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0년 동안 수행자처럼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화백은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위치한 해인미술관 관장으로 있으면서 자연에 파묻혀 살고 있다.


그는 “도시에 있는 작가들이 자연으로 와야 한다. 자연서 얻는 모티브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모르고 뭔가 행위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순수성이 없는 것”이라며 “이 땅은 나의 조상이고 나의 모든 것이고 앞으로의 나다. 자연만큼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는 없다”고 예찬했다. 
 

▲ 2020 노을빛이야기 ⓒ박수복

자연 속으로 들어간 지 10여년이 지나고 SBS <화첩기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외에도 OBS, KBS, TBC, JTV, CJB, JIBS, TV조선, 중국 CCTV 등 여러 매체서 활약했다. 박 화백은 방송서 수행·수련을 통해 확립한 자신의 정체성을 일반 시민, 시청자들과 공유했다. 

이후 이베이서 작품이 경매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박 화백은 이베이 경매 선정을 통해 활동을 이어나갈 새로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100억원대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한 단계 발전했다. 저평가돼있는 한국 미술을 세계 시장으로 진입시키겠다는 포부다. 

4부로 나눠 작품 세계 조명
“아시아 예술인 지원하고파”

그는 “OECD 국가들 사이서 국내 작품들은 너무 낮게 평가받고 있다. 한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적인 의미서 100억원대 가치의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나와야 한다. 선배들을 보고 배울 후배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샘플, 모범적인 사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자연 속에서 수행과 수련을 거듭한 그는 예술가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작품을 생산하는 예술가들이 생활고에 못 이겨 붓을 꺾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 퍼해밍액션아트 선보이는 박수복 화백

실제 한국 미술시장에는 한 해에만 수천명씩 졸업생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작품 활동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박 화백의 표현을 빌리자면 졸업생의 99.9%가 학원이나 학교서 일하는 이론가가 된다. 영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작품과 치열하게 싸우는 그런 예술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철저한 노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붓과의 싸움을 벌여야 성숙해질 수 있다. 끈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그러지 못한다. 중간에 붓을 꺾어 버리거나 생활이라는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다. 내면의 실력을 기르면 시민들이 먼저 좋은 작품을 알아본다”고 당부했다. 

그와 동시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길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세계 시장을 계속 두드려 작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기금을 만들어 후배들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NGO를 만들어 아시아의 예술가들이 생계 걱정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후배들 위해

한편 이번 특별초대전은 박 화백의 8호, 10호 작품을 1000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박 화백의 작품을 소장하고자 했던 갤러리들에 특히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전시는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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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