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어닝쇼크’ 후폭풍

코로나 대목이라더니…초라한 장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GS리테일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꺾였다. 코로나19의 수혜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운 오리 새끼가 이제야 힘을 내기 시작했지만, 주력 업종의 부진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 ⓒGS리테일

GS리테일은 올 초부터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분류됐다. 근거리 소비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여겨진 까닭이다.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주목도는 한층 커졌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연결기준 매출 9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5% 증가한 238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기대 높이더니
예상치 하회

해가 바뀌어도 GS리테일의 상승세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고, 매출은 2조1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올랐다. 외형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분기에는 수익성 지표가 한층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편의점(GS25), H&B(랄라블라), SSM(GS더프레시) 등 핵심 사업부 3곳이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지정된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GS더프레시는 해당 업종서 유일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등록되면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GS리테일이 공개한 2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GS리테일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2% 떨어진 2조2107억원에 머물렀고, 순이익도 38.6% 줄어든 336억원에 그쳤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의 동반 뒷걸음질은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 이래 처음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 부문의 부진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은 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매출은 1조7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여파로 해석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 부문은 영업손실만 118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6억원 가량 뒷걸음질 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해당 분기 특1급 호텔인 파르나스 코엑스점의 투숙률이 전년 동기 대비 62%p, 비즈니스호텔인 나인트리는 57%p 하락했다.

빨간불 켜진 성장 지체 신호 
공들인 랄라블라 밑빠진 독

영업장 운영시간 단축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도모했지만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골칫덩이로 분류됐던 SSM 부문이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는 점이다. SSM 부문은 2016년 161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적자 규모를 19억원으로 줄이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이듬해 손실액이 289억원으로 다시 불어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2분기에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SSM 부문은 올해 2분기에 9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의 총합은 255억원에 달한다.
 

▲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 ⓒGS리테일

대면접촉이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역신장한 것과 달리 SSM 부문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근거리 소비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25개의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면서까지 꾀한 효율화 작업도 일정부분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줬다. 5년 만에 흑자 전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SSM 부문의 상승세는 랄라블라로 대표되는 H&B 부문의 부진과 맞물리면서 상당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GS리테일은 2017년 3월 H&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왓슨스코리아 흡수 합병을 결정했다. 왓슨스코리아는 GS리테일과 왓슨스홀딩스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었다. 왓슨스코리아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입된 비용은 117억원이다.

간판 바꿔도…
주력사업 부진

왓슨스코리아를 완전히 편입시킨 GS리테일은 이듬해 2월 기존 왓슨스 매장을 랄라블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선두업체인 올리브영과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주요 고객인 20∼30대 여성에게 신선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랄라블라를 앞세운 H&B 부문의 행보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흡수합병을 거치며 H&B 부문 공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지 3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외형적 성장이 지체된 건 물론이고 수익성마저 심각하다. 

2018년 1728억원이던 H&B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627억원으로 5.8%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하락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81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583억원으로 28.2% 떨어진 상태다. 가뜩이나 GS리테일 연결 기준 매출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던 H&B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8년 2.0%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3%까지 쪼그라들었다.

점포 정리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말 기준 168개였던 랄라블라 점포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136개점으로 축소됐다. 

잘못된 선택
어긋난 계획

점포수 축소는 효율화 제고 차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수익성도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254억원, 지난해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H&B 부문은 3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95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 81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17.9% 확대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인구의 감소가 궁극적으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점포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서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차질이 생겼지만, H&B 부문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서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GS슈퍼마켓 ⓒGS리테일

더 큰 문제는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서 영속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GS리테일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 개발업서 영업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1479억원)의 37%에 해당한다. 부동산 개발업서 수익성이 높아진 건 광교몰 사업시설 매각 자문 용역료 등이 일회성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32억원으로 전년 동기(976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유통업서 성장 지체가 표면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표가 밀어줘도 효과가 영~
빨간불 켜진 성장 지체 신호

안팎에 산재한 위험요인들이 부각될수록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앞서 GS그룹은 지난 1월3일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허연수 GS리테일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1961년생인 허 부회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허만정 LG 공동창업주의 손자로 2016년부터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의 승진 배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GS리테일이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결정된 예고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허 부회장이 GS리테일을 이끈 지난 3년간 회사가 받아 든 경영 성적표는 이 같은 평가에 설득력을 더했다.

다만 GS리테일이 하반기에도 부진한 행보를 나타낸다면 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흠집이 날 수 있다. 특히 H&B 부문이 아픈 손가락이다.

잘 해왔지만…
리더십 의심


허 부회장은 일찌감치 랄라블라를 GS리테일의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서도 허 부회장의 결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왓슨스 매장을 랄라블라로 개편하면서 내세운 ‘2019년까지 점포수 300개’ 목표는 공염불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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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