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억지 주장’에 뿔난 SK이노베이션 막전막후

‘더 흐리게’ 물타기 작업 노림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배터리 특허 소송’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공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반박문’에 ‘재 반박문’이 오가며 신경전은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갈등의 발단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배터리 기술(특허번호 994) 특허 관련 소송전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선행기술을 탈취한 뒤 특허로 등록하고는 오히려 자신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LG화학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LG화학 폴란드 배터리공장 ⓒLG화학제공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논란이 되는 ‘994 특허’에 대한 LG화학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4일부터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금요일인 4일부터 일요일인 6일까지 각각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상대방을 비판했다.

공개적으로
날선 신경전

LG화학은 지난 4일 오후 “SK이노베이션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겠다”며 입장 자료를 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994 특허’는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에 이미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선행 기술”이라며 “2013년부터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에 판매된 LG화학 A7 배터리가 해당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남의 기술을 가져가서는 특허로 등록하고 역으로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우리가 지적하자 ‘협상 우위를 위한 압박용 카드’ ‘여론 오도’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994 특허가 자사의 선행 기술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994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억지 주장”이라며 즉각 반박문을 내놨다. LG화학의 입장문이 발표된 지 약 4시간30분 만에 “994특허는 자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ITC 최종판결 한달 앞두고 감정싸움 격화
LG화학 선제공격 “해당 특허 먼저 보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다면 출원 당시 이의제기를 했을 것”이라며 “특허 출원 시 LG화학의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등록도 안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특허개발을 주시하며 특허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으면 이미 특허 출원 당시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SK 빌딩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또 “우리 독자 특허를 마치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자신들의 기술인 것처럼 과장, 왜곡하는 LG화학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증거인멸도 없다. 어떤 자료도 삭제할 이유도 없고 삭제하지도 않았으므로 ITC서 소명될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나온 지 이틀 만인 이날 재 반박문을 내놨다. ‘SK 입장에 대한 당부사항’이란 제목의 입장 자료를 통해 “제발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해달라”고 지적했다.

LG화학은 “특허 소송에 대한 주장도 장외 여론전이 아닌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양사가 충실하게 소명해 나갔으면 한다”며 “떳떳한 독자기술이라면 SK이노베이션서 발견된 LG화학의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소송 과정서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반박 재반박
갈등 최고조

사전에 해당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LG화학은 “당시 내부기준으로는 특허로 등록해서 보호받을 만한 고도의 기술적 특징이 없고 고객 제품에 탑재돼 자연스럽게 공개되면 특허 분쟁 리스크도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특허로 등록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원 당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당사는 경쟁사의 수준과 출원 특허의 질 등을 고려해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절차가 한참 진행된 이후에야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제기된 직후 자사 선행기술임을 파악해 대응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떳떳한 독자기술이라면 SK이노베이션에서 발견된 LG화학의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소송 과정서 명확히 밝혀라”고 덧붙였다.
 

▲ ▲LG화학 본사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반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 6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SK 입장에 대한 당부 사항’이란 제목의 입장문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 소송을 억지·왜곡 주장으로 덮으려 한다”며 “LG화학은 소송을 먼저 시작한 당사자로서 사실을 근거로 정해진 소송절차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주길 바라며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 달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 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2015년에 지금 논란이 되는 994 특허를 출원했다”며 “LG화학이 (994특허의) 선행기술이라 주장하는 A7이라는 제품은 2013년에 출시했는데, 이미 출시된 경쟁사 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LG의 표현에 따르면 ‘훔쳐서’ 무효가 될 특허를 출원할 바보는 없다”고 주장했다.

무산된 합의
싸움 장기화

이어 “이는 특허를 다뤄본 사람에게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고 LG화학도 이를 모를 리 없다”며 “LG화학은 특허 자체에 대한 합리적 논쟁보다 오로지 SK이노베이션을 비방하는 데 몰두하다가 급기야 상식 밖 주장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논란의 핵심인 특허 994와 관련해 “특허 994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LG화학이 그들이 가진 기술을 특허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바로 A7이라는 제품을 내놓고 특허 무효를 주장했을 것”이라며 “LG화학은 소송을 제기한 2개월이 지난 후 제출한 첫번째 서면서 100여개의 특허를 나열하며 선행기술이라 주장했지만 거기에는 A7이라는 제품은 들어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LG화학이 증거로 인용한 문서들에 대해서는 문서 제목만 제시해 뭔가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특허 관련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지적한 문서 중 ‘Creative Idea’를 논했다고 주장하는 파일이라는 문서는 A7 제품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없다”며 “2015년 ‘2nd Regular Meeting Material(2차 정담회)’ 또 사내 팀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미팅 자료로서 특허 기술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담겨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994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서 이직한 사람은 맞지만, LG화학이 관련 제품을 출시한 2013년보다 5년 전인 2008년 이직했다”며 “이직했다는 사실과 특허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음은 시간 순서만으로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SK이노 즉각 반박 “억지 주장 멈춰야 한다”
합의는 난항…제2의 삼성 vs 애플 사건 되나?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미국 ITC의 예비 판정에 대해 “ITC가 위원 만장일치로 전면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를 결정하면서 지워진 문서 중 어떤 문서가 영업비밀이나 LG화학의 손해와 관련된 문서라는 것인지 설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ITC는 분쟁과 관련한 증거가 실제 삭제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994 특허소송서 ITC의 명령으로 SK이노베이션 내에서 LG화학 측 전문가가 2개월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994 특허에 LG화학의 정보를 참조했거나 이런 사실을 은폐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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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 행위라기보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LG화학에는 더이상 억지 증거인멸 주장을 유포하지 말고, 소송 절차 내에서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가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에선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고, 내달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예비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합의점을 찾지못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7년간 벌인 특허전처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장차 크다
절충점 없나? 

양사는 합리적인 합의를 바란다고 하지만 입장 차는 커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LG화학이 수 조원, SK이노베이션이 수 천억원을 제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서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끝내 멈추지 않는다면 소송 상대방인 SK이노베이션은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며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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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