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추석선물 백태

먹거리 좋지만…건강이 최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면서, 명절 선물서도 이전과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명절 귀향 등 지역 간 이동이 어려워진 만큼 이색 선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추석명절의 익숙한 풍경이었던 ‘민족 대이동’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간 연장되고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세자리 수를 유지하면서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나홀로 명절
현실화 코앞

정부도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광복절 집회 이후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서 예전처럼 민족 대이동이 벌어진다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손쓸 수 없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추석에 ‘언택트’를 지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집에서 보내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부모의 방문 자제 권유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유통업계의 추석 대목 풍경도 변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추석 선물세트 비중을 예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렸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예년과 달리 추석 대목이 오프라인서 사라질 것을 대비한 차원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부터 중단했던 명절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이번 추석에 재개했다. 긴 장마로 실적이 줄었고, 대목인 추석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익이 예년만큼 좋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사전 예약 선물세트 물량을 30%가량 늘렸으며, 할인율도 높여 150품목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해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전년 추석과 비교해 70% 늘렸다. 와인과 HMR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비중이 높아졌다.

‘언택트’ 지향 사회적 분위기 반영
소독제 등 불티나게 팔리는 위생품

현대백화점은 지난 7일부터 자사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이다. 고객들은 백화점을 찾을 필요 없이 더현대닷컴서 구매하고 원하는 장소로 배송받을 수 있다. 온라인 전용 선물세트 물량도 작년 추석 때보다 30%가량 늘렸다.

롯데마트는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 매출이 전체 선물세트 실적의 40%에 달하는 만큼 사전 예약 구매 시 혜택을 강화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사전 예약 구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예약 판매 기간 최대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는 명절 선물 품목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지금껏 통조림 햄, 통조림 참치, 뷰티 선물세트 등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위생 및 건강기능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위메프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한 얼리버드 추석 기획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식품 카테고리가 전체 거래액의 약 37%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위생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오프라인서도 엿볼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손소독제, 마스크, 손세정제 등으로 구성된 위생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또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자 지난 설에 약 20개 점포서만 진행했던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전 점으로 확대했다.

고객들은 가까운 이마트로 전화 상담을 통해 방문 일정을 잡고, 이마트는 예약된 일정에 맞춰 고객의 집(회사)에 방문, 상담 및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세트 구매 간편 서비스와 기프티콘 보내기 등도 새로 도입한다.

AK플라자는 올 추석을 앞두고 애경산업과 협업한 ‘AK덕분애(愛)’ 위생용품 선물세트를 2000개 한정으로 내놨다. 손소독제, 손소독 티슈, 핸드워시, 마스크 등이 포함됐다. 롯데마트도 개인 위생용품 선물세트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어색하나?
이색 풍토

건강기능용품은 최근 각광받는 이색 선물군으로 분류된다. 가격대가 다소 높게 형성돼있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처럼 숙면이 심신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로 꼽히면서 최근 숙면 용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올바른 수면자세를 유도하는 기능성 베개의 경우, 양질의 수면은 물론 목이나 어깨 등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이색 추석 선물로 주목받고 있다.

기능성 베개 제품은 정자세, 측면 자세에 상관없이 이상적인 베개 높이를 유지해준다. 또 베개 중앙부에 위치한 맞춤 절개라인은 개인마다 다른 머리 둘레, 머리 무게, 목 길이에 맞게 맞춰주고, 경추의 C자 곡선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

40대 이후에는 피부 속 수분과 탄력이 급속도로 저하되는 등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는 집중적인 피부 관리가 필요하지만, 매번 숍을 방문하는 것도 중장년층 부모님들에게는 시간과 비용 측면서 부담이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면서 젊고 탱탱한 피부를 가꾸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집에서도 매일 간편하게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스페셜 홈케어 피부 미용기기 선물이 제격이다.
 

뷰티에 헬스를 접목한 신개념 피부미용기기 제품군은 피부관리숍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피부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홈케어 제품이다. 피부 주름 개선, 모공 축소, 피부 탄력, 피부톤 개선, 노폐물 제거 등 다양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 매번 숍에 지출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실속 선물이다.

피부운동 마사지기는 피부에 가장 적합한 진공을 이용한 이완과 수축 작용을 통해 피부 속 진피층을 자극시켜 피부의 탄력을 되찾게 도와준다.

요즘 취미로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자전거 라이딩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전신 운동으로,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관절에 큰 부담 없이 근력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남다른 선택
만족도 높아

특히 산악용 자전거의 안정성과 로드 자전거의 속도감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인기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특수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가 가볍고 적은 힘으로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자전거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선물하기에도 적합하다.

터치 몇 번으로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법이 간단하고 착용 시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와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부모님 세대 또한 큰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제품이다. 무엇보다 운동, 수면 등 개인의 신체 활동 및 상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어 꼼꼼하게 건강관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이색 선물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천편일률적인 선택서 벗어나 차별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띤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며 본인이 선물을 받기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설정할 수 있는 e쿠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온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가입자 3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50.1%)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e쿠폰을 선택했다.

골드바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명절 선물이다. 주요 백화점서 순도 99.99% 최상급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금거래소가 품질을 보증하는 골드바는 3.75g부터 1㎏까지 구매할 수 있다. 상품 제작 기간은 7∼10일로 완성된 상품은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보증서와 함께 담겨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배송된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지인에게는 올인원 게임패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게임패드는 스마트폰 액정을 터치하는 대신, 조이스틱을 이용해 보다 섬세하고 정확도 높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액정 터치만으로는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 어렵지만, 게임패드를 이용하면 생동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미디어 버튼을 활용하면 음악, 촬영, 스크롤 이동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온라인 주문 신개념 홈케어
차별성 부여하는 달라진 기류

전신 마사지권도 빼놓을 수 없다. 고급 호텔서 즐길 수 있는 스파 이용권은 단연 돋보이는 상품이다. 스파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마사지는 명절 연휴 동안 고되고 힘들었을 몸과 마음에 안정을 준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선물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노안은 누진다초점 안경 착용을 통해 간편하게 교정할 수 있다. 누진다초점 안경은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하나의 안경으로 다 볼 수 있으며 외관이 일반 안경과 같아 미용상으로도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 ▲ⓒpixabay

노안이 와도 돋보기를 착용하지 않는 대신 티나지 않게 착용 가능한 누진다초점 안경이 부모님 효도선물로 인기다.

검버섯 시술권도 이전까지 보기 힘들던 상품이다. 검버섯은 피부 노화와 자외선 때문에 생기는 색소 질환으로 얼굴과 목, 손등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생긴다. 검버섯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며 한두 개 생기더라도 전체 피부톤에 영향을 주어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드는데 시술을 통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두께, 조직, 색 등 상태에 따라 가장 적절한 레이저를 선택한다면 통증 없이 5∼10분 정도 시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탈모는 중년의 젊음과 외모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이다. 갱년기 이후 탈모가 진행되는 어머니를 위한 부분 가발이 인기다. 폐경기 이후의 중년 여성 탈모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나이 든 여성들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바깥 활동이 활발한 어머니에게는 부분 가발로 자신감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부모님이 탈모 때문에 고민이라면 부분 가발이나 탈모 관리 용품이 제격이다.

안마의자 역시 효도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대여 서비스는 월 사용료를 지불하며 일정기간 제품을 빌려 쓰는 것으로, 고장 시 무상으로 점검해주거나 기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필터 등을 교체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각양각색
품목 다변화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을 주고 받는 개인 수요 증가로 받는 사람을 고려한 선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선물 품목도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여파 등이 품목 다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