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추석선물 백태

먹거리 좋지만…건강이 최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면서, 명절 선물서도 이전과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명절 귀향 등 지역 간 이동이 어려워진 만큼 이색 선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추석명절의 익숙한 풍경이었던 ‘민족 대이동’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간 연장되고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세자리 수를 유지하면서 추석에도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나홀로 명절
현실화 코앞

정부도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광복절 집회 이후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서 예전처럼 민족 대이동이 벌어진다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손쓸 수 없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추석에 ‘언택트’를 지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집에서 보내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부모의 방문 자제 권유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유통업계의 추석 대목 풍경도 변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추석 선물세트 비중을 예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렸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예년과 달리 추석 대목이 오프라인서 사라질 것을 대비한 차원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부터 중단했던 명절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이번 추석에 재개했다. 긴 장마로 실적이 줄었고, 대목인 추석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익이 예년만큼 좋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사전 예약 선물세트 물량을 30%가량 늘렸으며, 할인율도 높여 150품목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해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전년 추석과 비교해 70% 늘렸다. 와인과 HMR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 비중이 높아졌다.

‘언택트’ 지향 사회적 분위기 반영
소독제 등 불티나게 팔리는 위생품

현대백화점은 지난 7일부터 자사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서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이다. 고객들은 백화점을 찾을 필요 없이 더현대닷컴서 구매하고 원하는 장소로 배송받을 수 있다. 온라인 전용 선물세트 물량도 작년 추석 때보다 30%가량 늘렸다.

롯데마트는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 매출이 전체 선물세트 실적의 40%에 달하는 만큼 사전 예약 구매 시 혜택을 강화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사전 예약 구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예약 판매 기간 최대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코로나19는 명절 선물 품목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지금껏 통조림 햄, 통조림 참치, 뷰티 선물세트 등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위생 및 건강기능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위메프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한 얼리버드 추석 기획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식품 카테고리가 전체 거래액의 약 37%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위생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오프라인서도 엿볼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손소독제, 마스크, 손세정제 등으로 구성된 위생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또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자 지난 설에 약 20개 점포서만 진행했던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전 점으로 확대했다.

고객들은 가까운 이마트로 전화 상담을 통해 방문 일정을 잡고, 이마트는 예약된 일정에 맞춰 고객의 집(회사)에 방문, 상담 및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세트 구매 간편 서비스와 기프티콘 보내기 등도 새로 도입한다.

AK플라자는 올 추석을 앞두고 애경산업과 협업한 ‘AK덕분애(愛)’ 위생용품 선물세트를 2000개 한정으로 내놨다. 손소독제, 손소독 티슈, 핸드워시, 마스크 등이 포함됐다. 롯데마트도 개인 위생용품 선물세트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어색하나?
이색 풍토

건강기능용품은 최근 각광받는 이색 선물군으로 분류된다. 가격대가 다소 높게 형성돼있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처럼 숙면이 심신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로 꼽히면서 최근 숙면 용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올바른 수면자세를 유도하는 기능성 베개의 경우, 양질의 수면은 물론 목이나 어깨 등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이색 추석 선물로 주목받고 있다.

기능성 베개 제품은 정자세, 측면 자세에 상관없이 이상적인 베개 높이를 유지해준다. 또 베개 중앙부에 위치한 맞춤 절개라인은 개인마다 다른 머리 둘레, 머리 무게, 목 길이에 맞게 맞춰주고, 경추의 C자 곡선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

40대 이후에는 피부 속 수분과 탄력이 급속도로 저하되는 등 피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는 집중적인 피부 관리가 필요하지만, 매번 숍을 방문하는 것도 중장년층 부모님들에게는 시간과 비용 측면서 부담이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면서 젊고 탱탱한 피부를 가꾸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집에서도 매일 간편하게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스페셜 홈케어 피부 미용기기 선물이 제격이다.
 

뷰티에 헬스를 접목한 신개념 피부미용기기 제품군은 피부관리숍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피부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홈케어 제품이다. 피부 주름 개선, 모공 축소, 피부 탄력, 피부톤 개선, 노폐물 제거 등 다양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 매번 숍에 지출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실속 선물이다.

피부운동 마사지기는 피부에 가장 적합한 진공을 이용한 이완과 수축 작용을 통해 피부 속 진피층을 자극시켜 피부의 탄력을 되찾게 도와준다.

요즘 취미로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자전거 라이딩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전신 운동으로,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관절에 큰 부담 없이 근력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남다른 선택
만족도 높아

특히 산악용 자전거의 안정성과 로드 자전거의 속도감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인기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특수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가 가볍고 적은 힘으로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자전거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선물하기에도 적합하다.

터치 몇 번으로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법이 간단하고 착용 시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와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부모님 세대 또한 큰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제품이다. 무엇보다 운동, 수면 등 개인의 신체 활동 및 상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어 꼼꼼하게 건강관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이색 선물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천편일률적인 선택서 벗어나 차별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띤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며 본인이 선물을 받기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설정할 수 있는 e쿠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온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가입자 3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50.1%)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e쿠폰을 선택했다.

골드바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명절 선물이다. 주요 백화점서 순도 99.99% 최상급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금거래소가 품질을 보증하는 골드바는 3.75g부터 1㎏까지 구매할 수 있다. 상품 제작 기간은 7∼10일로 완성된 상품은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보증서와 함께 담겨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배송된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지인에게는 올인원 게임패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게임패드는 스마트폰 액정을 터치하는 대신, 조이스틱을 이용해 보다 섬세하고 정확도 높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액정 터치만으로는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 어렵지만, 게임패드를 이용하면 생동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미디어 버튼을 활용하면 음악, 촬영, 스크롤 이동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들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온라인 주문 신개념 홈케어
차별성 부여하는 달라진 기류

전신 마사지권도 빼놓을 수 없다. 고급 호텔서 즐길 수 있는 스파 이용권은 단연 돋보이는 상품이다. 스파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마사지는 명절 연휴 동안 고되고 힘들었을 몸과 마음에 안정을 준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선물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노안은 누진다초점 안경 착용을 통해 간편하게 교정할 수 있다. 누진다초점 안경은 먼 곳부터 가까운 곳까지 하나의 안경으로 다 볼 수 있으며 외관이 일반 안경과 같아 미용상으로도 우수한 것이 장점이다.
 

▲ ▲ⓒpixabay

노안이 와도 돋보기를 착용하지 않는 대신 티나지 않게 착용 가능한 누진다초점 안경이 부모님 효도선물로 인기다.

검버섯 시술권도 이전까지 보기 힘들던 상품이다. 검버섯은 피부 노화와 자외선 때문에 생기는 색소 질환으로 얼굴과 목, 손등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생긴다. 검버섯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며 한두 개 생기더라도 전체 피부톤에 영향을 주어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드는데 시술을 통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두께, 조직, 색 등 상태에 따라 가장 적절한 레이저를 선택한다면 통증 없이 5∼10분 정도 시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탈모는 중년의 젊음과 외모를 망치는 가장 큰 적이다. 갱년기 이후 탈모가 진행되는 어머니를 위한 부분 가발이 인기다. 폐경기 이후의 중년 여성 탈모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나이 든 여성들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바깥 활동이 활발한 어머니에게는 부분 가발로 자신감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부모님이 탈모 때문에 고민이라면 부분 가발이나 탈모 관리 용품이 제격이다.

안마의자 역시 효도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대여 서비스는 월 사용료를 지불하며 일정기간 제품을 빌려 쓰는 것으로, 고장 시 무상으로 점검해주거나 기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필터 등을 교체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각양각색
품목 다변화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을 주고 받는 개인 수요 증가로 받는 사람을 고려한 선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선물 품목도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여파 등이 품목 다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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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