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의도 동네북’ 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버지 이름에 먹칠 ‘쯧쯧’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의 재산 문제가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배우자와 관련한 재산 허위신고, 다주택자 지적 후 자녀에게 증여,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남북경협테마주 보유 등이다. 이에 여야 모두 김 의원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지난 4·15 총선 출마 당시 아파트 분양권 등 배우자와 관련 재산을 빠뜨리거나 사실과 달리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김 의원 배우자 임모씨는 2016년 서울 고덕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지난 2월 매각했지만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한 4·15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는 이 분양권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허위신고
편법증여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강남구 일원동과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이 분양권까지 4채를 신고하는 대신 3채만 신고한 것.

매각한 아파트 분양권 대금은 10억원 가량이었지만, 김 의원은 재산 관리를 본인이 안해서 몰랐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신고에 따르면, 당선 전 김 의원이 등록했던 재산은 58억원이었으나, 최근 분양권 매각 이후 등록한 재산은 67억원으로 크게 늘었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의 배우자 예금이 1억 1000만원이 11억7000만원으로 늘어났다.


또 배우자가 서울 서대문구 상가 263.80㎡ 중 절반인 131.90㎡(5억8500만원 상당)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절반만 신고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행정 실수로 벌어진 일일 뿐 의도를 가지고 숨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재산 문제 때문에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다주택자 지적을 받자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해 구설을 샀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남북경협테마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15 총선 당시 김 의원은 부동산 재산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액 30억9700만원),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12억3600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32억5000만원)를 신고한 바 있다. 

10억 분양권 누락…20억 아파트 증여도
억대 남북경협주 보유…외통위 이용했나

이에 정치권서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듣게 되자 “선친에게 상속받은 동교동 사저는 박물관 등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며 그 외 실거주용 아파트 1채를 제외한 나머지 1채를 지난 4월 이미 매물로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8월 말쯤 김 의원의 “한 채는 팔겠다”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파는 대신 20대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의원의 부인은 2016년 6월25일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2020년 7월14일 그 소유권을 아들에게 이전했다. 증여 시점은 취득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담고 있는 7·10 부동산 대책 발표 나흘 뒤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 의원 부부가 취득세 절감까지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8월12일 이 아파트로 새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전세금을 4억원이나 올리기까지 했다. 이전 세입자와는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새 세입자와는 10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이다.


김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가 전·월세 계약을 갱신시 임대료를 5% 이상 올리면 안 된다는 ‘전월세 상한제법’에 찬성표를 던진 직후에 알려진 것이라 더욱 반발을 샀다. 

전세값 인상 8일 뒤 김 의원은 ‘보증금·월세 인상 제한법’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전세값을 올려 이득을 본 뒤에야 제한하는 법을 낸 것이다. 게다가 그는 새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맞으면서 자신이 찬성표를 던진 ‘5%룰’을 적용받지는 않았다. 

내로남불
이해충돌

비난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둘째 아들 건강이 좋지 않다. 아르바이트로 월평균 100만원 정도 벌고 있는데 이게 안쓰러워 부인이 둘째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대북 철도 테마주’로 알려진 현대로템 주식을 1억원 넘게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철도차량 제작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협사업과 맞물려 주식시장서 주목받은 종목이다. 대표적인 대북철도사업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다. 정부의 대북사업 예산을 심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이 이런 현대로템 주식을 8718주를 보유한 것.

가액 신고액만 1억3730만8000원에 이른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공직자윤리법(14조의 4)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3000만원을 초과하면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거나 이해당사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고 ‘직무 관련성 없음’ 판정을 받아야 한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한참 전에 매입한 것으로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조만간 주식을 정리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김 의원의 잇딴 재산 논란에 미래통합당 측은 맹비난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팔겠다’던 김홍걸 의원은 최근 강남의 아파트를 둘째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한다”며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에 대해 취득세율을 인상했던 7·10대책 발표 직후에 증여를 했고, 조치가 시행되기 전이라 취득세까지 절감했다고 하니 부동산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여야 합심
비난 폭주

이어 “애당초 지킬 수도 없고, 지킬 마음도 없었던 약속을 ‘쇼’처럼 하고서는 정작 자신들은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고,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며 다주택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김홍걸 의원, 부디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김대중의 아들로 불리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추악한 탐욕의 행진을 멈춰라”라며 “앞뒤가 다른 이중성이 조국 뺨친다. 돈 앞에서는 최소한의 도덕심도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이희호 여사가 돌아가신 후 유산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희호 여사와 3형제 그리고 증인으로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과 최재천 변호사까지 입회해서 작성하고 날인한 유언장마저 잡아떼며 법대로 하자고 안면몰수했다”며 “돈 앞에 약속과 인륜마저 저버린 막장드라마 자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의원이 전월세 상한제법에 찬성해놓고도 아들에게 증여한 아파트 전세금은 4억원을 올렸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이젠 다주택 매각 약속해놓고도 20대 아들에게 서둘러 증여하는 편법으로 강남 아파트 지키기에 나섰다”며 “수십억 재산이 있는데도 아파트 1채 파는 게 그리 아깝나”라고 꼬집었다.

‘왜 숨기나’ 의문의 재산들
노벨상 상금 두고 골육상쟁

아울러 “돈이 중하고 재산이 좋으면 진보진영 행세하며 정치를 하지 말든가, 진보 행세 정치를 하고 싶으면 돈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든가”라며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쥐고 김여정 비위에 맞춰서 탈북자 때려잡자고 주장하고 싶나”라고 덧붙였다.

여권 인사들도 당황하는 모양새다.
 

▲ 김진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범여권 정당으로 꼽혀온 열린민주당에선 김진애 의원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김홍걸 민주당 의원이 지난 4·15총선 당시 재산신고 내역에 배우자의 서울 고덕동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지난 2월 매각했던 부분을 포함시키지 않아 재산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재산은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보좌진이 알 수 없고 공시지가 변화나 주식 실거래가 신고제 전환 외의 현금성 자산 증가는 고의적 누락 의혹의 단초”라며 “김홍걸, 실망이 크다”고 이례적으로 자당 의원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국회의원 3월말 후보 등록 시와 5월말 재산신고 변화를 전수조사하라”고 요구했는데, 페이스북에 추가로 올린 글에선 자신의 재산공개 내역부터 솔선해서 자세히 밝힌 데 이어 “후보재산등록자료와 공직자재산등록자료를 비교하면 국회의원 299명 확인하는 것은 며칠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남긴 서울 동교동 사저와 노벨 평화상 상금 8억원가량을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며 형 김홍업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형제 다툼
논란 가중

이 여사는 ‘사저와 상금을 대통령 기념사업에 활용하고, 이 과정서 나오는 금전은 세 형제가 나누라’고 유언했지만, 김 의원은 이 여사의 친아들이 자기뿐이라는 이유를 들어 “내가 유일한 합법적 상속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대중정부 때부터 김 의원을 둘러싼 생활비 출처 등은 항상 논란이 됐다”며 “김 의원이 자기 재산 형성 과정을 명확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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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