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18) 무

정조도 사랑했던 무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무

먼저 한시 한 수 감상해보자.

고려 말기 정당문학(政堂文學, 중서문하성의 종2품)을 역임했던 백문보(白文寶,1303∼1374)의 ‘현릉이 김 사예 도 에게 ‘나복산인 김도 장원’이라는 여덟 자를 크게 써서 내리다‘(陵賜司藝金 濤 大書蘿蔔山人金濤長源八字) 중 도입부다.

무를 지칭하는 나복

金君早志學(김군조지학)
김 군은 일찍이 배움에 뜻을 두어
讀書蘿蔔山(독서나복산) 
나복산에서 독서하였네 
蘿蔔尙淡薄(나복상담박)
나복은 맛은 싱겁지만 
菜根誠可餐(채근성가찬)
뿌리는 참으로 먹을 만하여라 

제목에 등장하는 현릉은 공민왕을 나복은 무를 지칭한다.


아울러 동 작품은 김도(金濤, ?~1379)가 1371년(공민왕20) 명나라의 제과(制科)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부모님이 연로하다는 이유로 귀국하자, 1372년 공민왕이 손수 ‘나복산인 김도 장원’이라는 여덟 자를 크게 써서 내린 대목을 글로 풀어낸 작품으로 뛰어난 신하를 아낄 줄 아는 임금의 덕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왜 공민왕은 김도에게 나복산인이라는 글자를 써서 내렸을까.

바로 김도의 식성에서 기인한다.

김도는 ‘기욕을 잘 참아 내고 음식도 박하게 먹었는데, 나복을 먹을 때는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래서 김도를 나복이라 했다 한다. 이는 김도의 스승인 이색의 부연 설명이다. 

우리 역사에서 김도 만큼이나 무를 좋아했던 인물이 있다.

조선조 22대 임금이었던 정조다. 국조보감에 실려 있는 그의 이야기 들어보자. 


어릴 때는 밥을 매우 적게 먹었고 조석 때마다 무(蘿蔔)만을 먹었다.

김도야 그렇다고 해도 일찌감치 왕세손에 책봉되었던 그가 왜 그리도 무를 좋아했을까.

그 이유가 <의림찰요>에 나온다. 

편두통에는 생나복즙(生蘿蔔汁)에 현각(蜆殼, 가막조개 껍질) 1개의 가루를 준비해 환자를 위로 보고 눕게 한 후 콧속에 넣어주는데, 왼쪽이 아프면 오른쪽에 주입하고, 오른쪽이 아프면 왼쪽에 주입한다.

간혹 양쪽 코에 모두 넣어줘도 좋다.

연탄 가스 중독엔? ‘동치미’ 국물이 약
서늘하면서 매운 성질… 폐 기능 강화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그는 마음 편할 턱이 없었고, 항상 노심초사의 상태를 유지했다.

무는 편두통을 치료하는 금중(禁中, 궁중)의 비방(秘方)이었다.

아울러 이 대목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밝히고 가자.

정약용의 작품 중 한 구절이다.

蘿蔔蒸成社餠香(나복증성사병향) 
무를 쪄서 만든 사일의 떡이 향기롭네

社日(사일)은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 각각 다섯째 무일(戊日)을 지칭한다.


입춘이 지난 뒤를 춘사(春社), 입추 뒤를 추사(秋社)라 하는데 춘사에는 곡식이 잘 자라기를 빌고 추사에는 곡식의 수확에 감사한다.

그 사일에 무를 쪄서 떡을 만들어먹는다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무떡을 소개하기 위해 간략하게 실어봤다.

이제 이규보의 작품 감상해보자.

菁(정)
순무
得醬尤宜三夏食(득장우의삼하식) 
장아찌로 먹으면 한여름에 더욱 좋고 
漬鹽堪備九冬支(지염감비구동지) 
소금에 절이면 긴 겨울 감당할 수 있네 
根蟠地底差肥大(근반지저차비대) 
땅 속 서린 뿌리 비대해지면 
最好霜刀截似梨(최호상도절사리)
예리한 칼로 배처럼 자르기 가장 좋네

*무와 관련해 2018년 4월 16일 ‘일요시사’의 ‘황천우의 시사펀치’에 게재했던 글을 소개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단기 대책을 밝힌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머물다 호흡기를 거쳐 폐에 침투하여 만성 폐 질환뿐만 아니라 뇌졸중 같은 심폐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들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기주의에 함몰돼있는 인간들의 정신 구조에서 단기적으로 대처 방법을 실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여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는 필자로서 조그마한 대책이라도 내놔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과거 문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다는 차원서 이 글을 쓰게 됨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먼저 우리 세대에게 상당히 친숙했던 연탄가스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연탄가스에 중독된 경우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당시에는 십중팔구 동치미 국물에 의존했었다. 

필자 또한 상기의 경험을 지니고 있다.

연탄이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의 일이다.

한겨울에 점심을 먹고 연탄난로가 설치돼있던 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던 일이 화근이 돼 동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어머니께서는 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내게 동치미 국물을 먹이고 있었다.

잠시 후 연탄가스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일이 우연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동치미와 나박김치,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무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조선 제 11대 임금인 중종이 보위에 앉아있을 당시의 일이다.

당시 평안도 일대에 전염병이 발병해 무수한 사람이 사망하자 중종은 순무로 담근 나박김치 국물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 사발씩 마시라고 지시한다.  

아쉽게도 나박김치 국물을 마신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당시 중종이 왜 그런 조처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나타난다.

조선조 명의인 허준의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글이다.   

어느 사람이 동굴 속에서 피란을 하는데 도적이 동굴에 불을 때어 연기에 질식됐다.

답답해서 죽으려 하는 것을 나복(蘿葍)을 씹어서 그 즙을 먹여주니 소생했다.

이어 연기의 독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다음을 권장하고 있다.

탄(炭)의 연기를 사람이 쐬면 머리가 아프며 구토가 나는데, 이따금 죽기도 한다.

생나복(生蘿葍)을 짓찧어 즙을 내 먹이면 즉시 풀린다. 

나복은 물론 무를 언급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현대 한의학서 주장하는 무의 효능에 대해 살펴본다.
  
무는 서늘하면서 매운 성질이 있기 때문에 폐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효능이 있으며 무즙을 많이 먹게 되면 폐의 기능이 원활해지면서 면역기능이 향상된다.

면역기능 향상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에 대한 단기적 대처방식으로 감히 무를 재료로 만든 식품인 동치미와 나박김치를 권장하는 바다.

참고로 나박김치는 애초에 蘿葍葅(나복저)로, 무만으로 만든 김치였음을 밝히며 필자의 추측이 맞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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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