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밥그릇 뺏기’ 무신사 앱 표절 의혹

덩치 커지더니 대기업 흉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서 한 스타트업의 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이 착각할 만큼 두 앱이 유사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기업서 앱을 출시하기 전 먼저 앱을 내놓은 스타트업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요즘 스타트업 시장은 정글이에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2년 시장 규모가 약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서 내놓은 <2017∼2022 앱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앱 시장은 연간 8조5000억원 규모로 앱 소비 기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시장 폭발
2020년 4위

모바일 앱 시장은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무대로 떠올랐다. 일정 수준의 자본, 규모가 담보돼야 하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과 반비례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는 일도 어려워졌다. 

실제 하룻밤 사이에 수백, 수천개의 앱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앱도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앱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이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차별화’에 몰두했다. 그 결과 모바일 앱 시장서 아이디어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아이디어를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화이기 때문에 표절 의혹이 있어도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빼앗긴 아이디어를 되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 사이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패션커머스 기업 무신사가 출시한 한정판 마켓 앱 ‘솔드아웃(Soldout)’이 스타트업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 ‘쏠닷(SSOLDOT)’과 이름·UX(사용자 경험) 등에서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지난 6월, 퓨처웍스의 쏠닷은 2018년 2월 출시앱으로, 쏠닷이 2년4개월가량 먼저 나왔다.

무신사는 지난 4월6일 SNS로 솔드아웃의 론칭 소식을 전했다. 솔드아웃을 통해 한정판 제품 등 브랜드 발매 소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고, 판매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앱을 미리 예약한 가입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당시 사전예약 이벤트에는 6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이 과정서 무신사의 솔드아웃이라는 앱 이름이 퓨처웍스의 쏠닷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론칭 소식 때부터 논란 나와
출시 이후 SNS서도 “똑같네∼”

퓨처웍스에 따르면 쏠닷은 ‘솔드아웃’의 준말이다. 실제 무신사가 솔드아웃의 론칭을 알리면서 SNS에 올린 게시글에는 두 앱의 이름을 두고 유사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4월에 무신사의 솔드아웃 론칭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그 소식에) 황당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6월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앱이 쏠닷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에도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일부 지인들은 우리 회사가 무신사와 함께 일하게 된 거냐고, 또 혹시 무신사에 회사를 판 것이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쏠닷과 솔드아웃, 두 앱의 성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와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반면 솔드아웃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쏠닷과 동일하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역할도 한다. 

문제는 솔드아웃의 한정판 신발 정보 제공 디자인이 쏠닷의 것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미 발매된 상품은 ‘RELEASED’ 곧 발매될 상품은 ‘SOON’ 발매 일시가 정해진 상품은 디데이나 카운트다운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확한 발매 소식이 나온 건 아니지만 소문이 도는 상품에 대해서는 ‘RUMOR’라고 표기한다. 

이름 이어
디자인도…

여기에 쏠닷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를 위해 앱 상단에 로고와 함께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넣었다. 예를 들어 나이키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로고에 체크를 하면 해당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솔드아웃은 시간(카운트다운), 오피셜, 루머, 발매완료 등으로 상품을 한글로 구분해 표기했다. 또 솔드아웃 역시 앱 상단에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쏠닷이 브랜드 로고를 넣은 반면 솔드아웃은 영어로 브랜드 이름을 기재한 부분서 차이를 보였다. 

퓨처웍스에 따르면 솔드아웃을 쏠닷으로 착각한 이용자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회원가입 과정서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가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첨부한 화면이 쏠닷이 아니라 솔드아웃인 일도 일어났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이용자의 회원정보가 없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솔드아웃 화면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무신사는 이름이나 UI(사용자 환경), UX 등 쏠닷과의 유사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앱 이름의 경우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2001년부터 도메인(soldout.co.kr)을 등록하고 사용해온 타이틀 중 하나로, 신규 사업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과 가장 잘 부합돼 서비스 정식 명칭으로 승계했다”고 말했다. 

도메인‧호스팅 전문업체 후이즈서 soldout.co.kr로 검색하면 2001년 3월5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도메인을 등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인 주소 역시 강남의 무신사로 돼있다.

앱 디자인 비슷한데
이름까지 비슷하다


<일요시사>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무신사의 입장을 물었던 지난 4월22일 기준으로 해당 주소에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현재(9월4일 기준)는 솔드아웃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무신사는 “2001년 도메인 등록 이후 솔드아웃 네이밍을 오프라인 페스티벌 등 여러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사용해왔다. 2012년 1020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쇼 타이틀로도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2년 행사는 패션과 문화 브랜드의 신제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브랜드 페스티벌로 기획됐지만 실제 진행되진 않았다. 
 

▲ ⓒ솔드아웃 홈페이지

앱의 유사성과 관련해서도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관점서 두 앱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무신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름은 이미 20여년 전 도메인 등록을 통해 확보했고 이후로도 여러 행사서 사용하다가 이번에 출시한 앱에 붙인 것이지, 쏠닷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앱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솔드아웃이 출시된 시점이 무신사서 퓨처웍스와 약 1년간 비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진 이후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계획 수립 당시 쏠닷 서비스를 알게 돼 지난해 말 관계자 미팅을 진행했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고 전했다. 또 “퓨처웍스뿐만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퓨처웍스와의 만남이 특별한 미팅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퓨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초 무신사로부터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1년 정도 한정판 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말, 퓨처웍스는 지난해 초로 만남의 시기에 대한 기억이 엇갈리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무신사와 퓨처웍스의 접촉은 지난해 1월에 무신사의 연락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지난해 1월3일 이메일을 통해 퓨처웍스에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가 쏠닷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벼운 교류나 현황 공유 차원서 캐주얼한 수준의 미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퓨처웍스 측에 물은 것이다. 퓨처웍스서 무신사의 요청에 응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양측의 만남이 이뤄졌다. 

퓨처웍스 관계자가 무신사의 강남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무신사 관계자가 퓨처웍스 사무실 근처로 오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무신사서 조 대표가 동석하는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무신사의 전신인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신발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이 미팅은 양측의 일정상 이유로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대표와의 미팅이 불발된 이후 무신사와 퓨처웍스는 한동안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가 퓨처웍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면서 다시 만남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쏠닷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당시 한 언론사는 쏠닷이 신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퓨처웍스 측은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총 3번 정도 만났다. 만날 때마다 미팅의 주제는 스니커즈 한정판 플랫폼 앱이었다. 퓨처웍스서 추진 중이던 리셀 플랫폼 기획안을 가지고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18년 2월 쏠닷을 출시한 퓨처웍스는 앱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난해 말에 만났다고?
접촉 시기는 지난해 1월

퓨처웍스 관계자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개발 전에 무신사랑 얘기 했으면 한다’고 하자 무신사 관계자가 ‘계획에 없으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ㅎㅎ 벌써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라니 기대되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을 끝으로 무신사에선 더 이상 퓨처웍스에 연락하지 않았고, 퓨처웍스 역시 무신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소식을 대중에게 전한 데 이어 6월에는 앱을 출시했다. 이후 퓨처웍스를 비롯한 SNS 이용자들 사이서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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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웍스 관계자는 “처음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와 만났을 때의 대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조(만호) 대표가 쏠닷을 자주 사용한다. (조 대표가)쏠닷과 함께 일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며 “한번은 회사 관계자와 같이 미팅을 나갔는데, 무신사서 투자나 인수 쪽에 관심이 있느냐는 말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신사는 한정판 판매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고, 우리는 한정판 정보 제공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었다. 무신사와 협업한다면 시너지가 크게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신사는 한국판 ‘스탁엑스(Stock X)’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탁엑스는 스니커즈를 사고 파는 앱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상대가 대기업이나 대형기업일 경우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돼 ‘바위에 계란치기’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만남 시기
주장 엇갈려

퓨처웍스 관계자는 “무신사가 패션커머스 시장서 워낙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2년 넘게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앱인 만큼 이번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퓨처웍스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문제에 대해 제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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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