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밥그릇 뺏기’ 무신사 앱 표절 의혹

덩치 커지더니 대기업 흉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서 한 스타트업의 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이 착각할 만큼 두 앱이 유사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기업서 앱을 출시하기 전 먼저 앱을 내놓은 스타트업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요즘 스타트업 시장은 정글이에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2년 시장 규모가 약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서 내놓은 <2017∼2022 앱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앱 시장은 연간 8조5000억원 규모로 앱 소비 기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시장 폭발
2020년 4위

모바일 앱 시장은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무대로 떠올랐다. 일정 수준의 자본, 규모가 담보돼야 하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과 반비례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는 일도 어려워졌다. 

실제 하룻밤 사이에 수백, 수천개의 앱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앱도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앱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이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차별화’에 몰두했다. 그 결과 모바일 앱 시장서 아이디어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아이디어를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화이기 때문에 표절 의혹이 있어도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빼앗긴 아이디어를 되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 사이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패션커머스 기업 무신사가 출시한 한정판 마켓 앱 ‘솔드아웃(Soldout)’이 스타트업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 ‘쏠닷(SSOLDOT)’과 이름·UX(사용자 경험) 등에서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지난 6월, 퓨처웍스의 쏠닷은 2018년 2월 출시앱으로, 쏠닷이 2년4개월가량 먼저 나왔다.

무신사는 지난 4월6일 SNS로 솔드아웃의 론칭 소식을 전했다. 솔드아웃을 통해 한정판 제품 등 브랜드 발매 소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고, 판매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앱을 미리 예약한 가입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당시 사전예약 이벤트에는 6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이 과정서 무신사의 솔드아웃이라는 앱 이름이 퓨처웍스의 쏠닷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론칭 소식 때부터 논란 나와
출시 이후 SNS서도 “똑같네∼”

퓨처웍스에 따르면 쏠닷은 ‘솔드아웃’의 준말이다. 실제 무신사가 솔드아웃의 론칭을 알리면서 SNS에 올린 게시글에는 두 앱의 이름을 두고 유사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4월에 무신사의 솔드아웃 론칭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그 소식에) 황당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6월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앱이 쏠닷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에도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일부 지인들은 우리 회사가 무신사와 함께 일하게 된 거냐고, 또 혹시 무신사에 회사를 판 것이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쏠닷과 솔드아웃, 두 앱의 성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와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반면 솔드아웃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쏠닷과 동일하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역할도 한다. 

문제는 솔드아웃의 한정판 신발 정보 제공 디자인이 쏠닷의 것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미 발매된 상품은 ‘RELEASED’ 곧 발매될 상품은 ‘SOON’ 발매 일시가 정해진 상품은 디데이나 카운트다운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확한 발매 소식이 나온 건 아니지만 소문이 도는 상품에 대해서는 ‘RUMOR’라고 표기한다. 

이름 이어
디자인도…

여기에 쏠닷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를 위해 앱 상단에 로고와 함께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넣었다. 예를 들어 나이키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로고에 체크를 하면 해당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솔드아웃은 시간(카운트다운), 오피셜, 루머, 발매완료 등으로 상품을 한글로 구분해 표기했다. 또 솔드아웃 역시 앱 상단에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쏠닷이 브랜드 로고를 넣은 반면 솔드아웃은 영어로 브랜드 이름을 기재한 부분서 차이를 보였다. 

퓨처웍스에 따르면 솔드아웃을 쏠닷으로 착각한 이용자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회원가입 과정서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가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첨부한 화면이 쏠닷이 아니라 솔드아웃인 일도 일어났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이용자의 회원정보가 없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솔드아웃 화면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무신사는 이름이나 UI(사용자 환경), UX 등 쏠닷과의 유사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앱 이름의 경우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2001년부터 도메인(soldout.co.kr)을 등록하고 사용해온 타이틀 중 하나로, 신규 사업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과 가장 잘 부합돼 서비스 정식 명칭으로 승계했다”고 말했다. 

도메인‧호스팅 전문업체 후이즈서 soldout.co.kr로 검색하면 2001년 3월5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도메인을 등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인 주소 역시 강남의 무신사로 돼있다.

앱 디자인 비슷한데
이름까지 비슷하다


<일요시사>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무신사의 입장을 물었던 지난 4월22일 기준으로 해당 주소에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현재(9월4일 기준)는 솔드아웃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무신사는 “2001년 도메인 등록 이후 솔드아웃 네이밍을 오프라인 페스티벌 등 여러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사용해왔다. 2012년 1020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쇼 타이틀로도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2년 행사는 패션과 문화 브랜드의 신제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브랜드 페스티벌로 기획됐지만 실제 진행되진 않았다. 
 

▲ ⓒ솔드아웃 홈페이지

앱의 유사성과 관련해서도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관점서 두 앱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무신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름은 이미 20여년 전 도메인 등록을 통해 확보했고 이후로도 여러 행사서 사용하다가 이번에 출시한 앱에 붙인 것이지, 쏠닷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앱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솔드아웃이 출시된 시점이 무신사서 퓨처웍스와 약 1년간 비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진 이후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계획 수립 당시 쏠닷 서비스를 알게 돼 지난해 말 관계자 미팅을 진행했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고 전했다. 또 “퓨처웍스뿐만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퓨처웍스와의 만남이 특별한 미팅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퓨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초 무신사로부터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1년 정도 한정판 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말, 퓨처웍스는 지난해 초로 만남의 시기에 대한 기억이 엇갈리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무신사와 퓨처웍스의 접촉은 지난해 1월에 무신사의 연락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지난해 1월3일 이메일을 통해 퓨처웍스에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가 쏠닷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벼운 교류나 현황 공유 차원서 캐주얼한 수준의 미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퓨처웍스 측에 물은 것이다. 퓨처웍스서 무신사의 요청에 응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양측의 만남이 이뤄졌다. 

퓨처웍스 관계자가 무신사의 강남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무신사 관계자가 퓨처웍스 사무실 근처로 오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무신사서 조 대표가 동석하는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무신사의 전신인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신발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이 미팅은 양측의 일정상 이유로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대표와의 미팅이 불발된 이후 무신사와 퓨처웍스는 한동안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가 퓨처웍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면서 다시 만남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쏠닷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당시 한 언론사는 쏠닷이 신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퓨처웍스 측은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총 3번 정도 만났다. 만날 때마다 미팅의 주제는 스니커즈 한정판 플랫폼 앱이었다. 퓨처웍스서 추진 중이던 리셀 플랫폼 기획안을 가지고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18년 2월 쏠닷을 출시한 퓨처웍스는 앱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난해 말에 만났다고?
접촉 시기는 지난해 1월

퓨처웍스 관계자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개발 전에 무신사랑 얘기 했으면 한다’고 하자 무신사 관계자가 ‘계획에 없으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ㅎㅎ 벌써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라니 기대되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을 끝으로 무신사에선 더 이상 퓨처웍스에 연락하지 않았고, 퓨처웍스 역시 무신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소식을 대중에게 전한 데 이어 6월에는 앱을 출시했다. 이후 퓨처웍스를 비롯한 SNS 이용자들 사이서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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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웍스 관계자는 “처음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와 만났을 때의 대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조(만호) 대표가 쏠닷을 자주 사용한다. (조 대표가)쏠닷과 함께 일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며 “한번은 회사 관계자와 같이 미팅을 나갔는데, 무신사서 투자나 인수 쪽에 관심이 있느냐는 말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신사는 한정판 판매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고, 우리는 한정판 정보 제공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었다. 무신사와 협업한다면 시너지가 크게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신사는 한국판 ‘스탁엑스(Stock X)’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탁엑스는 스니커즈를 사고 파는 앱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상대가 대기업이나 대형기업일 경우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돼 ‘바위에 계란치기’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만남 시기
주장 엇갈려

퓨처웍스 관계자는 “무신사가 패션커머스 시장서 워낙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2년 넘게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앱인 만큼 이번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퓨처웍스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문제에 대해 제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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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