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밥그릇 뺏기’ 무신사 앱 표절 의혹

덩치 커지더니 대기업 흉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서 한 스타트업의 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이 착각할 만큼 두 앱이 유사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기업서 앱을 출시하기 전 먼저 앱을 내놓은 스타트업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요즘 스타트업 시장은 정글이에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2년 시장 규모가 약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서 내놓은 <2017∼2022 앱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앱 시장은 연간 8조5000억원 규모로 앱 소비 기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시장 폭발
2020년 4위

모바일 앱 시장은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무대로 떠올랐다. 일정 수준의 자본, 규모가 담보돼야 하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과 반비례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는 일도 어려워졌다. 

실제 하룻밤 사이에 수백, 수천개의 앱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앱도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앱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이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차별화’에 몰두했다. 그 결과 모바일 앱 시장서 아이디어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아이디어를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화이기 때문에 표절 의혹이 있어도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빼앗긴 아이디어를 되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 사이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패션커머스 기업 무신사가 출시한 한정판 마켓 앱 ‘솔드아웃(Soldout)’이 스타트업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 ‘쏠닷(SSOLDOT)’과 이름·UX(사용자 경험) 등에서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지난 6월, 퓨처웍스의 쏠닷은 2018년 2월 출시앱으로, 쏠닷이 2년4개월가량 먼저 나왔다.

무신사는 지난 4월6일 SNS로 솔드아웃의 론칭 소식을 전했다. 솔드아웃을 통해 한정판 제품 등 브랜드 발매 소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고, 판매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앱을 미리 예약한 가입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당시 사전예약 이벤트에는 6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이 과정서 무신사의 솔드아웃이라는 앱 이름이 퓨처웍스의 쏠닷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론칭 소식 때부터 논란 나와
출시 이후 SNS서도 “똑같네∼”

퓨처웍스에 따르면 쏠닷은 ‘솔드아웃’의 준말이다. 실제 무신사가 솔드아웃의 론칭을 알리면서 SNS에 올린 게시글에는 두 앱의 이름을 두고 유사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4월에 무신사의 솔드아웃 론칭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그 소식에) 황당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6월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앱이 쏠닷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에도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일부 지인들은 우리 회사가 무신사와 함께 일하게 된 거냐고, 또 혹시 무신사에 회사를 판 것이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쏠닷과 솔드아웃, 두 앱의 성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와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반면 솔드아웃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쏠닷과 동일하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역할도 한다. 

문제는 솔드아웃의 한정판 신발 정보 제공 디자인이 쏠닷의 것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미 발매된 상품은 ‘RELEASED’ 곧 발매될 상품은 ‘SOON’ 발매 일시가 정해진 상품은 디데이나 카운트다운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확한 발매 소식이 나온 건 아니지만 소문이 도는 상품에 대해서는 ‘RUMOR’라고 표기한다. 

이름 이어
디자인도…

여기에 쏠닷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를 위해 앱 상단에 로고와 함께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넣었다. 예를 들어 나이키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로고에 체크를 하면 해당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솔드아웃은 시간(카운트다운), 오피셜, 루머, 발매완료 등으로 상품을 한글로 구분해 표기했다. 또 솔드아웃 역시 앱 상단에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쏠닷이 브랜드 로고를 넣은 반면 솔드아웃은 영어로 브랜드 이름을 기재한 부분서 차이를 보였다. 

퓨처웍스에 따르면 솔드아웃을 쏠닷으로 착각한 이용자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회원가입 과정서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가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첨부한 화면이 쏠닷이 아니라 솔드아웃인 일도 일어났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이용자의 회원정보가 없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솔드아웃 화면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무신사는 이름이나 UI(사용자 환경), UX 등 쏠닷과의 유사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앱 이름의 경우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2001년부터 도메인(soldout.co.kr)을 등록하고 사용해온 타이틀 중 하나로, 신규 사업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과 가장 잘 부합돼 서비스 정식 명칭으로 승계했다”고 말했다. 

도메인‧호스팅 전문업체 후이즈서 soldout.co.kr로 검색하면 2001년 3월5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도메인을 등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인 주소 역시 강남의 무신사로 돼있다.

앱 디자인 비슷한데
이름까지 비슷하다


<일요시사>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무신사의 입장을 물었던 지난 4월22일 기준으로 해당 주소에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현재(9월4일 기준)는 솔드아웃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무신사는 “2001년 도메인 등록 이후 솔드아웃 네이밍을 오프라인 페스티벌 등 여러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사용해왔다. 2012년 1020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쇼 타이틀로도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2년 행사는 패션과 문화 브랜드의 신제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브랜드 페스티벌로 기획됐지만 실제 진행되진 않았다. 
 

▲ ⓒ솔드아웃 홈페이지

앱의 유사성과 관련해서도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관점서 두 앱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무신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름은 이미 20여년 전 도메인 등록을 통해 확보했고 이후로도 여러 행사서 사용하다가 이번에 출시한 앱에 붙인 것이지, 쏠닷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앱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솔드아웃이 출시된 시점이 무신사서 퓨처웍스와 약 1년간 비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진 이후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계획 수립 당시 쏠닷 서비스를 알게 돼 지난해 말 관계자 미팅을 진행했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고 전했다. 또 “퓨처웍스뿐만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퓨처웍스와의 만남이 특별한 미팅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퓨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초 무신사로부터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1년 정도 한정판 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말, 퓨처웍스는 지난해 초로 만남의 시기에 대한 기억이 엇갈리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무신사와 퓨처웍스의 접촉은 지난해 1월에 무신사의 연락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지난해 1월3일 이메일을 통해 퓨처웍스에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가 쏠닷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벼운 교류나 현황 공유 차원서 캐주얼한 수준의 미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퓨처웍스 측에 물은 것이다. 퓨처웍스서 무신사의 요청에 응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양측의 만남이 이뤄졌다. 

퓨처웍스 관계자가 무신사의 강남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무신사 관계자가 퓨처웍스 사무실 근처로 오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무신사서 조 대표가 동석하는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무신사의 전신인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신발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이 미팅은 양측의 일정상 이유로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대표와의 미팅이 불발된 이후 무신사와 퓨처웍스는 한동안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가 퓨처웍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면서 다시 만남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쏠닷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당시 한 언론사는 쏠닷이 신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퓨처웍스 측은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총 3번 정도 만났다. 만날 때마다 미팅의 주제는 스니커즈 한정판 플랫폼 앱이었다. 퓨처웍스서 추진 중이던 리셀 플랫폼 기획안을 가지고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18년 2월 쏠닷을 출시한 퓨처웍스는 앱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난해 말에 만났다고?
접촉 시기는 지난해 1월

퓨처웍스 관계자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개발 전에 무신사랑 얘기 했으면 한다’고 하자 무신사 관계자가 ‘계획에 없으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ㅎㅎ 벌써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라니 기대되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을 끝으로 무신사에선 더 이상 퓨처웍스에 연락하지 않았고, 퓨처웍스 역시 무신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소식을 대중에게 전한 데 이어 6월에는 앱을 출시했다. 이후 퓨처웍스를 비롯한 SNS 이용자들 사이서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 ▲

퓨처웍스 관계자는 “처음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와 만났을 때의 대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조(만호) 대표가 쏠닷을 자주 사용한다. (조 대표가)쏠닷과 함께 일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며 “한번은 회사 관계자와 같이 미팅을 나갔는데, 무신사서 투자나 인수 쪽에 관심이 있느냐는 말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신사는 한정판 판매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고, 우리는 한정판 정보 제공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었다. 무신사와 협업한다면 시너지가 크게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신사는 한국판 ‘스탁엑스(Stock X)’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탁엑스는 스니커즈를 사고 파는 앱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상대가 대기업이나 대형기업일 경우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돼 ‘바위에 계란치기’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만남 시기
주장 엇갈려

퓨처웍스 관계자는 “무신사가 패션커머스 시장서 워낙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2년 넘게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앱인 만큼 이번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퓨처웍스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문제에 대해 제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