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밥그릇 뺏기’ 무신사 앱 표절 의혹

덩치 커지더니 대기업 흉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서 한 스타트업의 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이 착각할 만큼 두 앱이 유사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기업서 앱을 출시하기 전 먼저 앱을 내놓은 스타트업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심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요즘 스타트업 시장은 정글이에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2년 시장 규모가 약 1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서 내놓은 <2017∼2022 앱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앱 시장은 연간 8조5000억원 규모로 앱 소비 기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시장 폭발
2020년 4위

모바일 앱 시장은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의 무대로 떠올랐다. 일정 수준의 자본, 규모가 담보돼야 하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온라인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기에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과 반비례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는 일도 어려워졌다. 

실제 하룻밤 사이에 수백, 수천개의 앱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앱도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의 앱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은 이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차별화’에 몰두했다. 그 결과 모바일 앱 시장서 아이디어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과정서 아이디어를 뺏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화이기 때문에 표절 의혹이 있어도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빼앗긴 아이디어를 되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 사이 드는 시간과 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패션커머스 기업 무신사가 출시한 한정판 마켓 앱 ‘솔드아웃(Soldout)’이 스타트업 퓨처웍스의 한정판 정보 커뮤니티 앱 ‘쏠닷(SSOLDOT)’과 이름·UX(사용자 경험) 등에서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지난 6월, 퓨처웍스의 쏠닷은 2018년 2월 출시앱으로, 쏠닷이 2년4개월가량 먼저 나왔다.

무신사는 지난 4월6일 SNS로 솔드아웃의 론칭 소식을 전했다. 솔드아웃을 통해 한정판 제품 등 브랜드 발매 소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고, 판매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홍보했다. 앱을 미리 예약한 가입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당시 사전예약 이벤트에는 6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이 과정서 무신사의 솔드아웃이라는 앱 이름이 퓨처웍스의 쏠닷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월 론칭 소식 때부터 논란 나와
출시 이후 SNS서도 “똑같네∼”

퓨처웍스에 따르면 쏠닷은 ‘솔드아웃’의 준말이다. 실제 무신사가 솔드아웃의 론칭을 알리면서 SNS에 올린 게시글에는 두 앱의 이름을 두고 유사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4월에 무신사의 솔드아웃 론칭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그 소식에) 황당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6월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앱이 쏠닷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에도 지인들로부터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일부 지인들은 우리 회사가 무신사와 함께 일하게 된 거냐고, 또 혹시 무신사에 회사를 판 것이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쏠닷과 솔드아웃, 두 앱의 성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와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반면 솔드아웃은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쏠닷과 동일하지만 이용자들이 실제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역할도 한다. 

문제는 솔드아웃의 한정판 신발 정보 제공 디자인이 쏠닷의 것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쏠닷은 한정판 신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이미 발매된 상품은 ‘RELEASED’ 곧 발매될 상품은 ‘SOON’ 발매 일시가 정해진 상품은 디데이나 카운트다운으로 표시하고 있다. 정확한 발매 소식이 나온 건 아니지만 소문이 도는 상품에 대해서는 ‘RUMOR’라고 표기한다. 

이름 이어
디자인도…

여기에 쏠닷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를 위해 앱 상단에 로고와 함께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넣었다. 예를 들어 나이키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로고에 체크를 하면 해당 브랜드의 제품만 모아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솔드아웃은 시간(카운트다운), 오피셜, 루머, 발매완료 등으로 상품을 한글로 구분해 표기했다. 또 솔드아웃 역시 앱 상단에 브랜드 이름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쏠닷이 브랜드 로고를 넣은 반면 솔드아웃은 영어로 브랜드 이름을 기재한 부분서 차이를 보였다. 

퓨처웍스에 따르면 솔드아웃을 쏠닷으로 착각한 이용자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회원가입 과정서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용자가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첨부한 화면이 쏠닷이 아니라 솔드아웃인 일도 일어났다.

퓨처웍스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도 이용자의 회원정보가 없어서 확인을 해봤는데, 솔드아웃 화면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무신사는 이름이나 UI(사용자 환경), UX 등 쏠닷과의 유사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앱 이름의 경우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2001년부터 도메인(soldout.co.kr)을 등록하고 사용해온 타이틀 중 하나로, 신규 사업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과 가장 잘 부합돼 서비스 정식 명칭으로 승계했다”고 말했다. 

도메인‧호스팅 전문업체 후이즈서 soldout.co.kr로 검색하면 2001년 3월5일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도메인을 등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인 주소 역시 강남의 무신사로 돼있다.

앱 디자인 비슷한데
이름까지 비슷하다


<일요시사>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무신사의 입장을 물었던 지난 4월22일 기준으로 해당 주소에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현재(9월4일 기준)는 솔드아웃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무신사는 “2001년 도메인 등록 이후 솔드아웃 네이밍을 오프라인 페스티벌 등 여러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사용해왔다. 2012년 1020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쇼 타이틀로도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2년 행사는 패션과 문화 브랜드의 신제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제공하는 브랜드 페스티벌로 기획됐지만 실제 진행되진 않았다. 
 

▲ ⓒ솔드아웃 홈페이지

앱의 유사성과 관련해서도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관점서 두 앱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무신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름은 이미 20여년 전 도메인 등록을 통해 확보했고 이후로도 여러 행사서 사용하다가 이번에 출시한 앱에 붙인 것이지, 쏠닷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앱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공교로운 점은 솔드아웃이 출시된 시점이 무신사서 퓨처웍스와 약 1년간 비정기적으로 미팅을 가진 이후라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계획 수립 당시 쏠닷 서비스를 알게 돼 지난해 말 관계자 미팅을 진행했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고 전했다. 또 “퓨처웍스뿐만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퓨처웍스와의 만남이 특별한 미팅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퓨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초 무신사로부터 먼저 연락을 해왔고, 이후 1년 정도 한정판 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말, 퓨처웍스는 지난해 초로 만남의 시기에 대한 기억이 엇갈리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무신사와 퓨처웍스의 접촉은 지난해 1월에 무신사의 연락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지난해 1월3일 이메일을 통해 퓨처웍스에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가 쏠닷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벼운 교류나 현황 공유 차원서 캐주얼한 수준의 미팅이 가능한지’ 여부를 퓨처웍스 측에 물은 것이다. 퓨처웍스서 무신사의 요청에 응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양측의 만남이 이뤄졌다. 

퓨처웍스 관계자가 무신사의 강남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무신사 관계자가 퓨처웍스 사무실 근처로 오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무신사서 조 대표가 동석하는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01년 무신사의 전신인 커뮤니티를 만들 당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신발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이 미팅은 양측의 일정상 이유로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대표와의 미팅이 불발된 이후 무신사와 퓨처웍스는 한동안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가 퓨처웍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면서 다시 만남이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쏠닷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당시 한 언론사는 쏠닷이 신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퓨처웍스 측은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총 3번 정도 만났다. 만날 때마다 미팅의 주제는 스니커즈 한정판 플랫폼 앱이었다. 퓨처웍스서 추진 중이던 리셀 플랫폼 기획안을 가지고 무신사 성장전략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18년 2월 쏠닷을 출시한 퓨처웍스는 앱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난해 말에 만났다고?
접촉 시기는 지난해 1월

퓨처웍스 관계자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개발 전에 무신사랑 얘기 했으면 한다’고 하자 무신사 관계자가 ‘계획에 없으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ㅎㅎ 벌써 리셀 플랫폼 기획안이라니 기대되네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1월을 끝으로 무신사에선 더 이상 퓨처웍스에 연락하지 않았고, 퓨처웍스 역시 무신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4월 무신사는 솔드아웃 론칭 소식을 대중에게 전한 데 이어 6월에는 앱을 출시했다. 이후 퓨처웍스를 비롯한 SNS 이용자들 사이서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 ▲

퓨처웍스 관계자는 “처음 무신사 전략기획팀 관계자와 만났을 때의 대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조(만호) 대표가 쏠닷을 자주 사용한다. (조 대표가)쏠닷과 함께 일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며 “한번은 회사 관계자와 같이 미팅을 나갔는데, 무신사서 투자나 인수 쪽에 관심이 있느냐는 말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신사는 한정판 판매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고, 우리는 한정판 정보 제공 플랫폼을 이미 갖고 있었다. 무신사와 협업한다면 시너지가 크게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신사는 한국판 ‘스탁엑스(Stock X)’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탁엑스는 스니커즈를 사고 파는 앱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앱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상대가 대기업이나 대형기업일 경우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시작돼 ‘바위에 계란치기’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만남 시기
주장 엇갈려

퓨처웍스 관계자는 “무신사가 패션커머스 시장서 워낙 압도적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2년 넘게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앱인 만큼 이번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답을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퓨처웍스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문제에 대해 제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