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사회복지사의 비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1:17:49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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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내놓고 따뜻한 손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사회복지사는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직종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사회복지사가 잇따라 폭행을 당하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악한 환경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매년 9월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사회복지의 날은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복지사 등 관련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2000년 1월12일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9월7일이 사회복지의 날로 지정됐다. 

인권 존중

누구보다 사회복지를 위해 힘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사다. 이들은 전문가로서의 사명을 갖고 클라이언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며 활동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현장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서비스 이용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보호할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관련업계서 발생한 폭력과 성추행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특별한 매뉴얼이 없고 지속적으로 이용자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데다, 법인과 기관서도 되려 ‘조용한 합의’를 바라면서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8.5%가 이용자로부터 비방, 협박 등을 받았다. 실제 물리적 폭행이 14.9%, 성희롱과 성추행도 14.7%나 됐다.

실제로 무료 급식을 하는 복지시설서 한 노인이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을 본 사회복지사가 이를 제지했다. 사회복지사가 식중독 우려의 이유로 포장을 제지하자 노인은 “내가 먹던 음식 내가 가져가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사회복지사에게 욕설을 하고 밀친 다음 때리려는 시늉까지 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역사회 내 복지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행사에는 식사에는 반주도 나왔다. 한 주민은 절제하지 못하고 계속 술을 요구했다.

사회복지사가 “더는 술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하자 주민은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지고 있던 흉기를 행사장 앞으로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스피커에 칼이 꽂혀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아수라장이 됐다. 

주먹질로 위협하고 욕설해
흉기 들어도 침착하게 대응

지난 6월 경남 창원서도 40대 남성이 사회복지공무원을 폭행해 쓰러뜨린 뒤 태연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산 바 있다.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은 이 남성은 긴급생계지원금 미입금에 대한 항의로 물리적 폭력을 사용했고, 공무원은 주먹에 맞아 쓰러진 뒤 탁자에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으로 기절해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은 사회복지사의 개인, 직업, 신체, 정서 등 다각적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폭력으로 인해 자기 비난과 수치심을 비롯한 혼란, 충격, 공포심, 스트레스 등의 감정이 사회복지사에게 일게 되고, 또 업무 실천 및 직업적 정체성에 폭력이 악영향을 끼친다.

사회복지사들은 급박한 상황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신체적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는 이용자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채 흥분하는 경우다. 이때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언어적 기술을 이용해 부정형으로 얘기하면서 “안됩니다” “내려놓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물건을 내려놓고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물건을 저희에게 주시겠어요” 등의 청유형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빼앗겠다고 정면으로 달려간다거나 갑자기 다가가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 현장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2인 1조로 가는 게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한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경우 나머지 한 명이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 시 가급적이면 안전한 옷차림이 좋으며 화려한 옷은 입고 삼가야 한다.

또 잡아서 끌 수 있는 넥타이, 스카프 등은 메고 가지 않는 게 낫다. 위험에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착용한 장신구를 당기거나 빼앗으면 사회복지사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각종 장신구는 피하는 게 좋고 슬리퍼, 하이힐 등도 금물이다. 신는 데 오래 걸리는 부츠 같은 신발도 삼가야 한다.

가방을 가져가기 보다는 주머니에 차 열쇠, 휴대전화, 최소한의 금액 정도만 챙겨서 만일의 상황에 신속하게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휴대전화는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배터리가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한 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신용 장비를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고 방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사회복지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 폭력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회복지사가 상해를 입고 민원인이 폭력을 휘둘러 범죄자가 되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사회복지공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별받는 사회복지사?

인천지역 사회복지시설 중 국가지원비용 시설 종사자들은 시비 시설 종사자들에 비해 복지 수준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인천복지재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국비지원시설 종사자들은 시비 시설 종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높은 강도의 근무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사 결과, 지역 사회복지사들의 노동 시간은 주당 평균 43시간36분이지만 여성가족부 산하 국비시설인 성매매 지원시설은 59시간12분, 청소년 복지시설은 53시간13분으로 주당 50시간이 넘어간다.

국·시비시설의 주당 시간외근무 시간은 전체 평균 5시간 38분, 시간외근무 횟수는 주당 평균 2.46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인천의 국비시설인 성매매 피해지원시설은 시간외근무 횟수가 4.4일, 근무시간은 14시간에 달했다.

청소년복지시설 또한 시간외근무 횟수는 3일, 근무시간은 14.72시간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길었다. 

또 성매매 피해지원시설의 근무일은 평균보다 약 1일 더 많은 5.8일인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주 5일 근무가 불가능한 현장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비지원시설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시의 업무환경 개선책은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올해 6월 ‘인천형 단일임금체계’ 관련 연구를 시작하는 등 임금체계 개선에 나서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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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