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사회복지사의 비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1:17:49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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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내놓고 따뜻한 손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사회복지사는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직종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사회복지사가 잇따라 폭행을 당하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열악한 환경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매년 9월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다. 사회복지의 날은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복지사 등 관련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2000년 1월12일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9월7일이 사회복지의 날로 지정됐다. 

인권 존중

누구보다 사회복지를 위해 힘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사다. 이들은 전문가로서의 사명을 갖고 클라이언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며 활동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현장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서비스 이용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보호할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관련업계서 발생한 폭력과 성추행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특별한 매뉴얼이 없고 지속적으로 이용자와 얼굴을 맞대야 하는 데다, 법인과 기관서도 되려 ‘조용한 합의’를 바라면서 대부분은 그냥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8.5%가 이용자로부터 비방, 협박 등을 받았다. 실제 물리적 폭행이 14.9%, 성희롱과 성추행도 14.7%나 됐다.

실제로 무료 급식을 하는 복지시설서 한 노인이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을 본 사회복지사가 이를 제지했다. 사회복지사가 식중독 우려의 이유로 포장을 제지하자 노인은 “내가 먹던 음식 내가 가져가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사회복지사에게 욕설을 하고 밀친 다음 때리려는 시늉까지 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역사회 내 복지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행사에는 식사에는 반주도 나왔다. 한 주민은 절제하지 못하고 계속 술을 요구했다.

사회복지사가 “더는 술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하자 주민은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지고 있던 흉기를 행사장 앞으로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스피커에 칼이 꽂혀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아수라장이 됐다. 

주먹질로 위협하고 욕설해
흉기 들어도 침착하게 대응

지난 6월 경남 창원서도 40대 남성이 사회복지공무원을 폭행해 쓰러뜨린 뒤 태연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산 바 있다.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은 이 남성은 긴급생계지원금 미입금에 대한 항의로 물리적 폭력을 사용했고, 공무원은 주먹에 맞아 쓰러진 뒤 탁자에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으로 기절해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은 사회복지사의 개인, 직업, 신체, 정서 등 다각적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폭력으로 인해 자기 비난과 수치심을 비롯한 혼란, 충격, 공포심, 스트레스 등의 감정이 사회복지사에게 일게 되고, 또 업무 실천 및 직업적 정체성에 폭력이 악영향을 끼친다.

사회복지사들은 급박한 상황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신체적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는 이용자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채 흥분하는 경우다. 이때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언어적 기술을 이용해 부정형으로 얘기하면서 “안됩니다” “내려놓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물건을 내려놓고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물건을 저희에게 주시겠어요” 등의 청유형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빼앗겠다고 정면으로 달려간다거나 갑자기 다가가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 현장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2인 1조로 가는 게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한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경우 나머지 한 명이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 시 가급적이면 안전한 옷차림이 좋으며 화려한 옷은 입고 삼가야 한다.

또 잡아서 끌 수 있는 넥타이, 스카프 등은 메고 가지 않는 게 낫다. 위험에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착용한 장신구를 당기거나 빼앗으면 사회복지사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각종 장신구는 피하는 게 좋고 슬리퍼, 하이힐 등도 금물이다. 신는 데 오래 걸리는 부츠 같은 신발도 삼가야 한다.

가방을 가져가기 보다는 주머니에 차 열쇠, 휴대전화, 최소한의 금액 정도만 챙겨서 만일의 상황에 신속하게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휴대전화는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배터리가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한 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신용 장비를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고 방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사회복지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 폭력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회복지사가 상해를 입고 민원인이 폭력을 휘둘러 범죄자가 되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사회복지공무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별받는 사회복지사?

인천지역 사회복지시설 중 국가지원비용 시설 종사자들은 시비 시설 종사자들에 비해 복지 수준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인천복지재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국비지원시설 종사자들은 시비 시설 종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높은 강도의 근무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사 결과, 지역 사회복지사들의 노동 시간은 주당 평균 43시간36분이지만 여성가족부 산하 국비시설인 성매매 지원시설은 59시간12분, 청소년 복지시설은 53시간13분으로 주당 50시간이 넘어간다.

국·시비시설의 주당 시간외근무 시간은 전체 평균 5시간 38분, 시간외근무 횟수는 주당 평균 2.46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인천의 국비시설인 성매매 피해지원시설은 시간외근무 횟수가 4.4일, 근무시간은 14시간에 달했다.

청소년복지시설 또한 시간외근무 횟수는 3일, 근무시간은 14.72시간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길었다. 

또 성매매 피해지원시설의 근무일은 평균보다 약 1일 더 많은 5.8일인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주 5일 근무가 불가능한 현장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국비지원시설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시의 업무환경 개선책은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올해 6월 ‘인천형 단일임금체계’ 관련 연구를 시작하는 등 임금체계 개선에 나서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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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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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