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마저 접수’ BTS 성공신화 스토리 

K팝 새 역사 “다이너마이트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신음도 깊어지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른바 ‘국뽕’이 차오를만한 업적을 쌓았다. 바로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에 등극한 것. 이는 칸 국제영화제 작품상과 오스카 4관왕을 이룬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버금가는 업적이다. BTS의 쾌거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BTS가 세운 금자탑의 의미를 짚어봤다. 
 

▲ 빌보드 차트마저 접수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BTS는 최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 중에서 이 차트서 1위를 한 건 BTS가 최초다.

영화 <기생충>
버금가는 업적

쾌거가 있기 전 기대감을 높이는 징조가 있었다. 유수의 외신들은 BTS가 업적을 세울 것이라 예의주시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을 비롯해 해외 언론들은 다이너마이트가 BTS 싱글 차트 첫 1위 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유튜브 조회 수를 비롯해 라디오 방송 횟수 등 각 분야서 이제껏 발표했던 곡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그 근거였다. 

핫 100은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 첫날 유튜브 조회 수는 1억100만건으로 집계돼 첫 공개 24시간 동안 최고 조회 기록에 해당한다. 

그리고 8월31일, 빌보드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9월5일자 핫 100 1위가 다이너마이트라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다이너마이트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곡이자, BTS를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로 만든 곡이 됐다. 


핫 100 1위는 곧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현재 미국서 가장 뜨거운 인기곡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쓴 것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가수라는 것.

앞서 BTS는 꾸준히 핫 100 1위의 문을 두드렸다. 앨범 판매량을 척도로 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4개의 앨범이 1위를 기록한 데 반해, 주류 팝 음악의 인기 지표인 핫 100에서는 단 한 번도 1위를 기록하지 못했었다. 

2017년 ‘DNA’가 핫 100에 처음 진입해 67위까지 올랐고,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10위),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와 올 2월 ‘온’(ON·4위)으로 꾸준히 순위를 올렸지만,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 스타 각인…핫100 1위 의미는?
“그들의 인기를 부정하는 건 무지한 행위”

그러다 비로소 1위에 올랐다. 이번 다이너마이트는 가사 전체를 영어로 불렀고, 강한 팝 스타일을 가미해 비영어권 가수의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라디오 방송서 선전한 배경으로 이 같은 요인이 꼽힌다.

BTS의 이번 기록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서도 찾기 힘든 대기록이다. 아시아권 가수가 핫 100서 정상에 오른 사례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1963년 일본 출신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아시아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핫 100 1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한국계 멤버가 포함된 미국의 일렉트로닉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로 1위에 올랐다. 

BTS를 제외한 한국 가수 중에는 원더걸스가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싸이, 블랙핑크가 순위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국내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핫 100 2위에 7주 연속 오른 것이다. 
 

▲ 기자간담회 갖는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또 다이너마이트는 역대 빌보드서 발매 첫 주차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43번째 곡이 됐다. 여기에 포함된 가수에는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미넴, 레이디 가가, 에드 시런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다.  

이 가운데 솔로 가수와 피처링을 제외한 발매 첫 주 핫 100 1위 그룹은 에어로 스미스, 조나스 브라더스, 더 스코츠 뿐이었다. BTS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우뚝섰다고 수 있다.

흙수저 아이돌
새로운 이정표

국내 언론서 ‘국뽕’에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외신 역시 BTS의 기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들갑도 아니고 K팝만의 자화자찬도 아니다. 

<포브스>는 “BTS가 글로벌 팝 슈퍼 스타덤의 최후 경계를 넘어섰다. 이 시점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서 가장 큰 아티스트 중 하나임을 부정하는 건 고의적인 무지 행위일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어 “다이너마이트는 이 앨범(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의 수록곡은 아니지만, 빌보드 싱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래미상 투표를 하는 회원들에게 BTS가 얼마나 사랑받는 그룹이고, 성공적인 그룹인지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보드는 “BTS는 히트곡 ‘온’으로 MTV서 주관하는 비디오 뮤직 어워드서 상을 3개나 받았다. 온, 또는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과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K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가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기네스 신기록도 이어지고 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따르면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비디오,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케이팝 그룹 중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3개 부문에 공식 등재됐다.

온 세계가 BTS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BTS의 감격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리더 RM은 “멤버 중 가장 먼저 빌보드 1위 소식을 접했는데 과거 멤버들과 연습실서 혼나거나 같이 부대찌개를 먹던 소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생각나더라”며 “이런 좋은 소식을 팬분들께 전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국은 “차트를 확인하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큰일을 이루게 해준 ‘아미’(BTS 팬)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고, 진은 “다이너마이트는 애초에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팬들과 즐기고픈 마음으로부터 출발한 곡”이라며 “아미가 존재하기에 방탄소년단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BTS는 기자회견 내내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행복하다” “뿌듯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데뷔 후 기념비적인 기록들을 써 내려온 BTS지만 시작부터 창대하지는 않았다. 멤버들도 스스로를 ‘흙수저 아이돌’이라 소개할 정도였다. 활동 초반기 그리 잘 나가는 그룹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음악성을 쌓았다.


희망, 위로, 사랑…
청춘 울린 세계관 

2015년부터 ‘쩔어’ ‘런’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이날 제이홉은 “7년 전 까마득하게 많은 신인 그룹 속에서 팀 이름을 한 번 더 알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멤버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노력은 너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고 했다.

‘흙수저 아이돌’에 불과했던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세계관이다. 단지 음악만으로 선하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했다.

학교 시리즈 3부작이라 불리는 초반부 3개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 삶과 사랑, 꿈과 역경을 주요 주제로 하는 노래로 BTS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 무대서 공연 펼치는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의 대다수가 “BTS의 음악을 통해 나의 삶을 찾았다”는 말을 하는 건 BTS의 가사에도 등장한다. 이어 긴 공백 후 들고 온 ‘화양연화 Part.1’을 기점으로 20대 청춘들의 고충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N포세대와 열정페이를 비롯해 사회불평등과 지역감정 등 대학생 이상이 청춘들이 겪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가사에 등장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앤서(answer)’가 수록된 ‘Love Yourself’ 음반에 이어 팬들을 향한 사랑을 담은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시리즈에서는 7년 차가 된 BTS가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음악 대부분이 희망과 위로,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인류애가 내포하고 있다.

BTS의 선한 영향력은 팬덤인 아미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선행을 가장 많이 하는 팬덤으로 꼽힌다. 

실천하는 팬덤 ‘아미’ 
7명이 만든 선한 영향력

지난해 BTS 공식 팬 커뮤니티에 희소 혈액 기증자를 찾는 한 팬의 절박한 글이 올라왔을 때 이 글을 읽은 멤버 뷔는 “혹시 Rh-A형이신 분 계실까요? 부탁드려요”라는 답글을 달았고, 이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알려지며 결국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다.

아미라는 이유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전 세계 아미들이 최선을 다해 도움을 건넨 것이다. 

또 BTS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100만달러(12억여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아미들도 기부에 나서 같은 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멤버 슈가가 앞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팬들의 후속 기부가 쇄도했다. BTS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된 후 환불금을 성금으로 내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아미들의 기부액만 수억원이 모였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BTS의 영향력은 대중음악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 전반에 널리 뻗쳐 있다. 연예인의 올바른 생각과 인식이 얼마나 많은 유익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BTS의 다음 도약은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이다. 모든 가수의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BTS는 이 자리에 후보 자격으로도 오른 적이 없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래미가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힙합·댄스 음악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31일
그래미상 도전

이번에는 다르다는 예측이다. 외신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를 18명의 팝스타 가운데 하나로 BTS를 지목하고 있다. 제63회 그래미상 후보는 올해 말 발표되고 내년 1월31일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상식 형식은 유동이다. BTS 팬데믹을 이룬 이들이 마침표로 그래미상까지 거머쥘까. 지속적인 기적을 일궈낸 BTS이기에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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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