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마저 접수’ BTS 성공신화 스토리 

K팝 새 역사 “다이너마이트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신음도 깊어지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른바 ‘국뽕’이 차오를만한 업적을 쌓았다. 바로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에 등극한 것. 이는 칸 국제영화제 작품상과 오스카 4관왕을 이룬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버금가는 업적이다. BTS의 쾌거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BTS가 세운 금자탑의 의미를 짚어봤다. 
 

▲ 빌보드 차트마저 접수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BTS는 최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 중에서 이 차트서 1위를 한 건 BTS가 최초다.

영화 <기생충>
버금가는 업적

쾌거가 있기 전 기대감을 높이는 징조가 있었다. 유수의 외신들은 BTS가 업적을 세울 것이라 예의주시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을 비롯해 해외 언론들은 다이너마이트가 BTS 싱글 차트 첫 1위 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유튜브 조회 수를 비롯해 라디오 방송 횟수 등 각 분야서 이제껏 발표했던 곡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그 근거였다. 

핫 100은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 첫날 유튜브 조회 수는 1억100만건으로 집계돼 첫 공개 24시간 동안 최고 조회 기록에 해당한다. 

그리고 8월31일, 빌보드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9월5일자 핫 100 1위가 다이너마이트라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다이너마이트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곡이자, BTS를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로 만든 곡이 됐다. 


핫 100 1위는 곧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현재 미국서 가장 뜨거운 인기곡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쓴 것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가수라는 것.

앞서 BTS는 꾸준히 핫 100 1위의 문을 두드렸다. 앨범 판매량을 척도로 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4개의 앨범이 1위를 기록한 데 반해, 주류 팝 음악의 인기 지표인 핫 100에서는 단 한 번도 1위를 기록하지 못했었다. 

2017년 ‘DNA’가 핫 100에 처음 진입해 67위까지 올랐고,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10위),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와 올 2월 ‘온’(ON·4위)으로 꾸준히 순위를 올렸지만,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 스타 각인…핫100 1위 의미는?
“그들의 인기를 부정하는 건 무지한 행위”

그러다 비로소 1위에 올랐다. 이번 다이너마이트는 가사 전체를 영어로 불렀고, 강한 팝 스타일을 가미해 비영어권 가수의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라디오 방송서 선전한 배경으로 이 같은 요인이 꼽힌다.

BTS의 이번 기록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서도 찾기 힘든 대기록이다. 아시아권 가수가 핫 100서 정상에 오른 사례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1963년 일본 출신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아시아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핫 100 1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한국계 멤버가 포함된 미국의 일렉트로닉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로 1위에 올랐다. 

BTS를 제외한 한국 가수 중에는 원더걸스가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싸이, 블랙핑크가 순위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국내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핫 100 2위에 7주 연속 오른 것이다. 
 

▲ 기자간담회 갖는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또 다이너마이트는 역대 빌보드서 발매 첫 주차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43번째 곡이 됐다. 여기에 포함된 가수에는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미넴, 레이디 가가, 에드 시런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다.  

이 가운데 솔로 가수와 피처링을 제외한 발매 첫 주 핫 100 1위 그룹은 에어로 스미스, 조나스 브라더스, 더 스코츠 뿐이었다. BTS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우뚝섰다고 수 있다.

흙수저 아이돌
새로운 이정표

국내 언론서 ‘국뽕’에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외신 역시 BTS의 기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들갑도 아니고 K팝만의 자화자찬도 아니다. 

<포브스>는 “BTS가 글로벌 팝 슈퍼 스타덤의 최후 경계를 넘어섰다. 이 시점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서 가장 큰 아티스트 중 하나임을 부정하는 건 고의적인 무지 행위일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어 “다이너마이트는 이 앨범(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의 수록곡은 아니지만, 빌보드 싱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래미상 투표를 하는 회원들에게 BTS가 얼마나 사랑받는 그룹이고, 성공적인 그룹인지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보드는 “BTS는 히트곡 ‘온’으로 MTV서 주관하는 비디오 뮤직 어워드서 상을 3개나 받았다. 온, 또는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과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K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가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기네스 신기록도 이어지고 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따르면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비디오,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케이팝 그룹 중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3개 부문에 공식 등재됐다.

온 세계가 BTS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BTS의 감격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리더 RM은 “멤버 중 가장 먼저 빌보드 1위 소식을 접했는데 과거 멤버들과 연습실서 혼나거나 같이 부대찌개를 먹던 소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생각나더라”며 “이런 좋은 소식을 팬분들께 전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국은 “차트를 확인하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큰일을 이루게 해준 ‘아미’(BTS 팬)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고, 진은 “다이너마이트는 애초에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팬들과 즐기고픈 마음으로부터 출발한 곡”이라며 “아미가 존재하기에 방탄소년단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BTS는 기자회견 내내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행복하다” “뿌듯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데뷔 후 기념비적인 기록들을 써 내려온 BTS지만 시작부터 창대하지는 않았다. 멤버들도 스스로를 ‘흙수저 아이돌’이라 소개할 정도였다. 활동 초반기 그리 잘 나가는 그룹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음악성을 쌓았다.


희망, 위로, 사랑…
청춘 울린 세계관 

2015년부터 ‘쩔어’ ‘런’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이날 제이홉은 “7년 전 까마득하게 많은 신인 그룹 속에서 팀 이름을 한 번 더 알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멤버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노력은 너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고 했다.

‘흙수저 아이돌’에 불과했던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세계관이다. 단지 음악만으로 선하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했다.

학교 시리즈 3부작이라 불리는 초반부 3개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 삶과 사랑, 꿈과 역경을 주요 주제로 하는 노래로 BTS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 무대서 공연 펼치는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의 대다수가 “BTS의 음악을 통해 나의 삶을 찾았다”는 말을 하는 건 BTS의 가사에도 등장한다. 이어 긴 공백 후 들고 온 ‘화양연화 Part.1’을 기점으로 20대 청춘들의 고충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N포세대와 열정페이를 비롯해 사회불평등과 지역감정 등 대학생 이상이 청춘들이 겪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가사에 등장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앤서(answer)’가 수록된 ‘Love Yourself’ 음반에 이어 팬들을 향한 사랑을 담은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시리즈에서는 7년 차가 된 BTS가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음악 대부분이 희망과 위로,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인류애가 내포하고 있다.

BTS의 선한 영향력은 팬덤인 아미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선행을 가장 많이 하는 팬덤으로 꼽힌다. 

실천하는 팬덤 ‘아미’ 
7명이 만든 선한 영향력

지난해 BTS 공식 팬 커뮤니티에 희소 혈액 기증자를 찾는 한 팬의 절박한 글이 올라왔을 때 이 글을 읽은 멤버 뷔는 “혹시 Rh-A형이신 분 계실까요? 부탁드려요”라는 답글을 달았고, 이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알려지며 결국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다.

아미라는 이유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전 세계 아미들이 최선을 다해 도움을 건넨 것이다. 

또 BTS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100만달러(12억여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아미들도 기부에 나서 같은 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멤버 슈가가 앞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팬들의 후속 기부가 쇄도했다. BTS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된 후 환불금을 성금으로 내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아미들의 기부액만 수억원이 모였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BTS의 영향력은 대중음악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 전반에 널리 뻗쳐 있다. 연예인의 올바른 생각과 인식이 얼마나 많은 유익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BTS의 다음 도약은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이다. 모든 가수의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BTS는 이 자리에 후보 자격으로도 오른 적이 없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래미가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힙합·댄스 음악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31일
그래미상 도전

이번에는 다르다는 예측이다. 외신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를 18명의 팝스타 가운데 하나로 BTS를 지목하고 있다. 제63회 그래미상 후보는 올해 말 발표되고 내년 1월31일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상식 형식은 유동이다. BTS 팬데믹을 이룬 이들이 마침표로 그래미상까지 거머쥘까. 지속적인 기적을 일궈낸 BTS이기에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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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