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마저 접수’ BTS 성공신화 스토리 

K팝 새 역사 “다이너마이트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신음도 깊어지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른바 ‘국뽕’이 차오를만한 업적을 쌓았다. 바로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에 등극한 것. 이는 칸 국제영화제 작품상과 오스카 4관왕을 이룬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버금가는 업적이다. BTS의 쾌거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BTS가 세운 금자탑의 의미를 짚어봤다. 
 

▲ 빌보드 차트마저 접수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BTS는 최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 중에서 이 차트서 1위를 한 건 BTS가 최초다.

영화 <기생충>
버금가는 업적

쾌거가 있기 전 기대감을 높이는 징조가 있었다. 유수의 외신들은 BTS가 업적을 세울 것이라 예의주시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을 비롯해 해외 언론들은 다이너마이트가 BTS 싱글 차트 첫 1위 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유튜브 조회 수를 비롯해 라디오 방송 횟수 등 각 분야서 이제껏 발표했던 곡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그 근거였다. 

핫 100은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 첫날 유튜브 조회 수는 1억100만건으로 집계돼 첫 공개 24시간 동안 최고 조회 기록에 해당한다. 

그리고 8월31일, 빌보드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9월5일자 핫 100 1위가 다이너마이트라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다이너마이트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곡이자, BTS를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로 만든 곡이 됐다. 


핫 100 1위는 곧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현재 미국서 가장 뜨거운 인기곡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쓴 것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가수라는 것.

앞서 BTS는 꾸준히 핫 100 1위의 문을 두드렸다. 앨범 판매량을 척도로 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4개의 앨범이 1위를 기록한 데 반해, 주류 팝 음악의 인기 지표인 핫 100에서는 단 한 번도 1위를 기록하지 못했었다. 

2017년 ‘DNA’가 핫 100에 처음 진입해 67위까지 올랐고,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10위),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와 올 2월 ‘온’(ON·4위)으로 꾸준히 순위를 올렸지만,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 스타 각인…핫100 1위 의미는?
“그들의 인기를 부정하는 건 무지한 행위”

그러다 비로소 1위에 올랐다. 이번 다이너마이트는 가사 전체를 영어로 불렀고, 강한 팝 스타일을 가미해 비영어권 가수의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라디오 방송서 선전한 배경으로 이 같은 요인이 꼽힌다.

BTS의 이번 기록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서도 찾기 힘든 대기록이다. 아시아권 가수가 핫 100서 정상에 오른 사례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1963년 일본 출신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아시아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핫 100 1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한국계 멤버가 포함된 미국의 일렉트로닉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로 1위에 올랐다. 

BTS를 제외한 한국 가수 중에는 원더걸스가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싸이, 블랙핑크가 순위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국내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핫 100 2위에 7주 연속 오른 것이다. 
 

▲ 기자간담회 갖는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또 다이너마이트는 역대 빌보드서 발매 첫 주차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43번째 곡이 됐다. 여기에 포함된 가수에는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미넴, 레이디 가가, 에드 시런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다.  

이 가운데 솔로 가수와 피처링을 제외한 발매 첫 주 핫 100 1위 그룹은 에어로 스미스, 조나스 브라더스, 더 스코츠 뿐이었다. BTS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우뚝섰다고 수 있다.

흙수저 아이돌
새로운 이정표

국내 언론서 ‘국뽕’에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외신 역시 BTS의 기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들갑도 아니고 K팝만의 자화자찬도 아니다. 

<포브스>는 “BTS가 글로벌 팝 슈퍼 스타덤의 최후 경계를 넘어섰다. 이 시점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서 가장 큰 아티스트 중 하나임을 부정하는 건 고의적인 무지 행위일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어 “다이너마이트는 이 앨범(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의 수록곡은 아니지만, 빌보드 싱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래미상 투표를 하는 회원들에게 BTS가 얼마나 사랑받는 그룹이고, 성공적인 그룹인지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보드는 “BTS는 히트곡 ‘온’으로 MTV서 주관하는 비디오 뮤직 어워드서 상을 3개나 받았다. 온, 또는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과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K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가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기네스 신기록도 이어지고 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따르면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비디오,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케이팝 그룹 중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3개 부문에 공식 등재됐다.

온 세계가 BTS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BTS의 감격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리더 RM은 “멤버 중 가장 먼저 빌보드 1위 소식을 접했는데 과거 멤버들과 연습실서 혼나거나 같이 부대찌개를 먹던 소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생각나더라”며 “이런 좋은 소식을 팬분들께 전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국은 “차트를 확인하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큰일을 이루게 해준 ‘아미’(BTS 팬)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고, 진은 “다이너마이트는 애초에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팬들과 즐기고픈 마음으로부터 출발한 곡”이라며 “아미가 존재하기에 방탄소년단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BTS는 기자회견 내내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행복하다” “뿌듯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데뷔 후 기념비적인 기록들을 써 내려온 BTS지만 시작부터 창대하지는 않았다. 멤버들도 스스로를 ‘흙수저 아이돌’이라 소개할 정도였다. 활동 초반기 그리 잘 나가는 그룹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음악성을 쌓았다.


희망, 위로, 사랑…
청춘 울린 세계관 

2015년부터 ‘쩔어’ ‘런’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이날 제이홉은 “7년 전 까마득하게 많은 신인 그룹 속에서 팀 이름을 한 번 더 알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멤버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노력은 너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고 했다.

‘흙수저 아이돌’에 불과했던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세계관이다. 단지 음악만으로 선하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했다.

학교 시리즈 3부작이라 불리는 초반부 3개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 삶과 사랑, 꿈과 역경을 주요 주제로 하는 노래로 BTS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 무대서 공연 펼치는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의 대다수가 “BTS의 음악을 통해 나의 삶을 찾았다”는 말을 하는 건 BTS의 가사에도 등장한다. 이어 긴 공백 후 들고 온 ‘화양연화 Part.1’을 기점으로 20대 청춘들의 고충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N포세대와 열정페이를 비롯해 사회불평등과 지역감정 등 대학생 이상이 청춘들이 겪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가사에 등장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앤서(answer)’가 수록된 ‘Love Yourself’ 음반에 이어 팬들을 향한 사랑을 담은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시리즈에서는 7년 차가 된 BTS가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음악 대부분이 희망과 위로,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인류애가 내포하고 있다.

BTS의 선한 영향력은 팬덤인 아미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선행을 가장 많이 하는 팬덤으로 꼽힌다. 

실천하는 팬덤 ‘아미’ 
7명이 만든 선한 영향력

지난해 BTS 공식 팬 커뮤니티에 희소 혈액 기증자를 찾는 한 팬의 절박한 글이 올라왔을 때 이 글을 읽은 멤버 뷔는 “혹시 Rh-A형이신 분 계실까요? 부탁드려요”라는 답글을 달았고, 이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알려지며 결국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다.

아미라는 이유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전 세계 아미들이 최선을 다해 도움을 건넨 것이다. 

또 BTS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100만달러(12억여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아미들도 기부에 나서 같은 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멤버 슈가가 앞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팬들의 후속 기부가 쇄도했다. BTS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된 후 환불금을 성금으로 내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아미들의 기부액만 수억원이 모였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BTS의 영향력은 대중음악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 전반에 널리 뻗쳐 있다. 연예인의 올바른 생각과 인식이 얼마나 많은 유익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BTS의 다음 도약은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이다. 모든 가수의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BTS는 이 자리에 후보 자격으로도 오른 적이 없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래미가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힙합·댄스 음악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31일
그래미상 도전

이번에는 다르다는 예측이다. 외신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를 18명의 팝스타 가운데 하나로 BTS를 지목하고 있다. 제63회 그래미상 후보는 올해 말 발표되고 내년 1월31일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상식 형식은 유동이다. BTS 팬데믹을 이룬 이들이 마침표로 그래미상까지 거머쥘까. 지속적인 기적을 일궈낸 BTS이기에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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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