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마저 접수’ BTS 성공신화 스토리 

K팝 새 역사 “다이너마이트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접어들면서 국민의 신음도 깊어지는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른바 ‘국뽕’이 차오를만한 업적을 쌓았다. 바로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에 등극한 것. 이는 칸 국제영화제 작품상과 오스카 4관왕을 이룬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에 버금가는 업적이다. BTS의 쾌거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BTS가 세운 금자탑의 의미를 짚어봤다. 
 

▲ 빌보드 차트마저 접수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BTS는 최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 중에서 이 차트서 1위를 한 건 BTS가 최초다.

영화 <기생충>
버금가는 업적

쾌거가 있기 전 기대감을 높이는 징조가 있었다. 유수의 외신들은 BTS가 업적을 세울 것이라 예의주시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을 비롯해 해외 언론들은 다이너마이트가 BTS 싱글 차트 첫 1위 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냈다. 유튜브 조회 수를 비롯해 라디오 방송 횟수 등 각 분야서 이제껏 발표했던 곡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그 근거였다. 

핫 100은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 첫날 유튜브 조회 수는 1억100만건으로 집계돼 첫 공개 24시간 동안 최고 조회 기록에 해당한다. 

그리고 8월31일, 빌보드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9월5일자 핫 100 1위가 다이너마이트라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다이너마이트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곡이자, BTS를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에 오른 가수로 만든 곡이 됐다. 


핫 100 1위는 곧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현재 미국서 가장 뜨거운 인기곡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쓴 것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가수라는 것.

앞서 BTS는 꾸준히 핫 100 1위의 문을 두드렸다. 앨범 판매량을 척도로 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4개의 앨범이 1위를 기록한 데 반해, 주류 팝 음악의 인기 지표인 핫 100에서는 단 한 번도 1위를 기록하지 못했었다. 

2017년 ‘DNA’가 핫 100에 처음 진입해 67위까지 올랐고,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10위),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와 올 2월 ‘온’(ON·4위)으로 꾸준히 순위를 올렸지만,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 스타 각인…핫100 1위 의미는?
“그들의 인기를 부정하는 건 무지한 행위”

그러다 비로소 1위에 올랐다. 이번 다이너마이트는 가사 전체를 영어로 불렀고, 강한 팝 스타일을 가미해 비영어권 가수의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라디오 방송서 선전한 배경으로 이 같은 요인이 꼽힌다.

BTS의 이번 기록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권서도 찾기 힘든 대기록이다. 아시아권 가수가 핫 100서 정상에 오른 사례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1963년 일본 출신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아시아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핫 100 1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한국계 멤버가 포함된 미국의 일렉트로닉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로 1위에 올랐다. 

BTS를 제외한 한국 가수 중에는 원더걸스가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싸이, 블랙핑크가 순위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국내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핫 100 2위에 7주 연속 오른 것이다. 
 

▲ 기자간담회 갖는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또 다이너마이트는 역대 빌보드서 발매 첫 주차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43번째 곡이 됐다. 여기에 포함된 가수에는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미넴, 레이디 가가, 에드 시런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다.  

이 가운데 솔로 가수와 피처링을 제외한 발매 첫 주 핫 100 1위 그룹은 에어로 스미스, 조나스 브라더스, 더 스코츠 뿐이었다. BTS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우뚝섰다고 수 있다.

흙수저 아이돌
새로운 이정표

국내 언론서 ‘국뽕’에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외신 역시 BTS의 기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들갑도 아니고 K팝만의 자화자찬도 아니다. 

<포브스>는 “BTS가 글로벌 팝 슈퍼 스타덤의 최후 경계를 넘어섰다. 이 시점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서 가장 큰 아티스트 중 하나임을 부정하는 건 고의적인 무지 행위일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어 “다이너마이트는 이 앨범(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의 수록곡은 아니지만, 빌보드 싱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래미상 투표를 하는 회원들에게 BTS가 얼마나 사랑받는 그룹이고, 성공적인 그룹인지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보드는 “BTS는 히트곡 ‘온’으로 MTV서 주관하는 비디오 뮤직 어워드서 상을 3개나 받았다. 온, 또는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과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K팝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가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기네스 신기록도 이어지고 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따르면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비디오,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케이팝 그룹 중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3개 부문에 공식 등재됐다.

온 세계가 BTS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BTS의 감격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리더 RM은 “멤버 중 가장 먼저 빌보드 1위 소식을 접했는데 과거 멤버들과 연습실서 혼나거나 같이 부대찌개를 먹던 소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생각나더라”며 “이런 좋은 소식을 팬분들께 전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국은 “차트를 확인하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큰일을 이루게 해준 ‘아미’(BTS 팬)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고, 진은 “다이너마이트는 애초에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팬들과 즐기고픈 마음으로부터 출발한 곡”이라며 “아미가 존재하기에 방탄소년단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BTS는 기자회견 내내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행복하다” “뿌듯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데뷔 후 기념비적인 기록들을 써 내려온 BTS지만 시작부터 창대하지는 않았다. 멤버들도 스스로를 ‘흙수저 아이돌’이라 소개할 정도였다. 활동 초반기 그리 잘 나가는 그룹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음악성을 쌓았다.


희망, 위로, 사랑…
청춘 울린 세계관 

2015년부터 ‘쩔어’ ‘런’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이날 제이홉은 “7년 전 까마득하게 많은 신인 그룹 속에서 팀 이름을 한 번 더 알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멤버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노력은 너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고 했다.

‘흙수저 아이돌’에 불과했던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세계관이다. 단지 음악만으로 선하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했다.

학교 시리즈 3부작이라 불리는 초반부 3개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 삶과 사랑, 꿈과 역경을 주요 주제로 하는 노래로 BTS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 무대서 공연 펼치는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의 대다수가 “BTS의 음악을 통해 나의 삶을 찾았다”는 말을 하는 건 BTS의 가사에도 등장한다. 이어 긴 공백 후 들고 온 ‘화양연화 Part.1’을 기점으로 20대 청춘들의 고충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N포세대와 열정페이를 비롯해 사회불평등과 지역감정 등 대학생 이상이 청춘들이 겪기 시작하는 이야기들이 가사에 등장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앤서(answer)’가 수록된 ‘Love Yourself’ 음반에 이어 팬들을 향한 사랑을 담은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시리즈에서는 7년 차가 된 BTS가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음악 대부분이 희망과 위로,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인류애가 내포하고 있다.

BTS의 선한 영향력은 팬덤인 아미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선행을 가장 많이 하는 팬덤으로 꼽힌다. 

실천하는 팬덤 ‘아미’ 
7명이 만든 선한 영향력

지난해 BTS 공식 팬 커뮤니티에 희소 혈액 기증자를 찾는 한 팬의 절박한 글이 올라왔을 때 이 글을 읽은 멤버 뷔는 “혹시 Rh-A형이신 분 계실까요? 부탁드려요”라는 답글을 달았고, 이는 순식간에 전 세계에 알려지며 결국 기증자를 찾을 수 있었다.

아미라는 이유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전 세계 아미들이 최선을 다해 도움을 건넨 것이다. 

또 BTS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인권운동 캠페인에 100만달러(12억여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아미들도 기부에 나서 같은 금액을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멤버 슈가가 앞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팬들의 후속 기부가 쇄도했다. BTS 서울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된 후 환불금을 성금으로 내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아미들의 기부액만 수억원이 모였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BTS의 영향력은 대중음악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 전반에 널리 뻗쳐 있다. 연예인의 올바른 생각과 인식이 얼마나 많은 유익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BTS의 다음 도약은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이다. 모든 가수의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BTS는 이 자리에 후보 자격으로도 오른 적이 없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래미가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힙합·댄스 음악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31일
그래미상 도전

이번에는 다르다는 예측이다. 외신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를 18명의 팝스타 가운데 하나로 BTS를 지목하고 있다. 제63회 그래미상 후보는 올해 말 발표되고 내년 1월31일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상식 형식은 유동이다. BTS 팬데믹을 이룬 이들이 마침표로 그래미상까지 거머쥘까. 지속적인 기적을 일궈낸 BTS이기에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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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