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물갈이’ 칼 빼든 김종인의 타깃

피도 눈물도 없는 ‘피갈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간판을 바꿔 달면서 쇄신 닻을 올렸다. 당은 올해 내 당무감사를 마무리하고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물갈이할 예정이다.  현역에는 당내 '환부'이자 콘크리트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강경보수 세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김 위원장의 칼날은 어디까지 향할까.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정치권에선 석 달간 공들인 당명 선정과 정강정책 교체 작업으로 당 혁신의 첫 단계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민에게 혁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취임 100일
쇄신 작업

당은 지난 2일, 당명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서 국민의힘으로 교체했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다소 파격적인 당명으로, 낯설고 어색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신한국당, 한나라당, 자유한국당과 같이 ‘국가’를 강조한 과거 정당명과 달리 ‘국민’을 강조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자유’와 ‘보수’ 같은 정파적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 탈이념적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또 ‘기본소득’ 정책과 같이 중도·실용 노선을 반영한 정강정책 개정안도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빵 먹을 자유’를 언급하며, 약자와 동행하는 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100일을 맞이해 올린 SNS에는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촉구가 담겼다. 메시지만 봤을 때 여당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대체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일간 김 위원장의 정무적 감각 능력은 크게 돋보였다. 그는 호남 수해 지역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선제적으로 방문했고, 4차 추경 편성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5·18 묘역 방문 후 무릎 꿇고 사죄한 사례는 ‘신의 한수’였다. 호남 주민들 사이서도 호평이 나왔고, 지지율은 반등했다. 정치 관록으로서의 감각이 ‘과연 김종인’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김 위원장과 같은 대표급 인사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당시 김 위원장의 깜짝 행보는 당내 인사들도 몰랐으며, 당시 묘역서 함께 동행했던 의원들 역시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무릎 꿇기에 덩달아 합류해야만 했다고 한다.

당무감사로 물갈이? 당 내홍 조짐
재보궐 잡고 대선 가려면 필수코스?

당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연일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장제원 의원 역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고, 조수진 의원도 “역시 김종인답다”며 치켜세웠다.


80세가 넘은 김 위원장이 무릎 꿇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그림이 됐다. 덕분에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8·15광복절 직전까지 상승세를 탔다. 잠시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지지도를 추월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여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 악화가 지지율 상승의 큰 원인이었지만, 김종인 비대위의 변화 행보 역시 보탬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승세는 광복절을 지나면서 속절없이 꺾였다. 8·15광복절집회를 이끈 극우세력 대다수가 국민의힘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여를 독려한 것도 아니고, 연설한 것도 아니다. 대단히 억울하다”고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 당명 개정 브리핑 갖는 국민의힘 ⓒ고성준 기자

집회금지 처분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단체 대표는 국민의힘 민경욱 전 의원으로, 그는 현재 인천 연수을의 현역 당협위원장이다. 아울러 현역인 홍문표 의원뿐만 아니라 차명진·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참석도 확인됐다. 차 전 의원은 21대 총선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통합당 타이틀을 달고 출마했으나,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켜 당에서 제명됐다.

무엇보다 당시 집회를 이끈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스타로 만들어준 건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였다. 황 전 대표는 전 목사와 함께 지난해 청와대 앞 농성과 광화문집회를 수 차례 함께했다. 지난해 말 태극기부대에 의한 국회 점령 당시, 황 전 대표의 말에 따라 본청 곳곳서 ‘아멘’이 울려 퍼진 엽기적인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황 전 대표의 극우적 행보에 대한 잔상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국민들은 여전히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쇄신 카드는 총선 패배를 당한 당의 단골메뉴였지만, 계파 싸움으로 그치는 게 다반사였다. 외연 확장 역시 그렇다. 중도강화론은 MB정권서부터 제기된 내용으로, 공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반발이 있어 쉽게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인적 청산
피의 숙청

그렇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 않으면,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당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절연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이란 오명을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중도확장은커녕 국민의힘이 극우세력과 궤를 함께 한다는 여권의 프레임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당이 제 아무리 중도실용을 외친다고 해도,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퍼붓는 격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절벽 끝에 서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 총선까지 내리 4연패를 했다. 내년 4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재보궐선거까지 패배하면 2022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심지어 내년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한 판이다.

여권 인사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마저도 패배할 경우 당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은 올해 중으로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는 당무감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거 주자로 뛰는 후보자들을 뽑는 데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후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당무감사 대상자는 전국 지역구 253곳 가운데 원외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147곳과 공석인 22곳이 교체될 전망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84곳은 제외된다. 최대 169곳이 교체될 예정으로, 전체 지역구의 3분의 2(66.8%)에 육박하는 수치다.

정치권에선 당무감사가 인적 청산의 태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적쇄신을 통한 당 혁신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줄 기회라는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 반등으로 인해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 김 위원장이 극우세력과 같은 당의 오래된 환부를 도려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이들과의 선 긋기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표명해왔다. 특히 이번 8·15광화문집회에 참여한 김진태·차명진·민경욱 전 의원은 숙청의 첫 타깃이 될 공산이 높다. 이번 집회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가 되면서, 당내서도 이들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주자 없는 야
셀프 대망론?

대표적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은 “썩은 피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가 건강해진다”고 주장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집회 참석자들을 두고 “심리 진단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의 핵심에는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황교안 전 대표가 있다. 그는 21대 총선서 패배한 후 현재 종로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실질적인 당협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황 전 대표가 종로서 기반을 잡아 남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황 전 대표는 현재 총선 참패의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강경보수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당을 ‘우클릭’했다. 이로 인해 극우세력으로 불리는 태극기부대가 대다수 입당했고, 이들은 당협위원장을 맡아 21대 총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황 전 대표가 콘크리트 지지층들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의 목소리가 닫힌 셈이다.

황 전 대표 역시 공식적인 당협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의 주역임에도 그는 여전히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힌다. 아울러 총선 직전 개혁보수 세력인 유승민 전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합치며 보수진영의 통합을 이끌었던 공로도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영입을 주도한 인물이 황 전 대표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칼날이 그를 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이도저도 못하는 ‘계륵’이 된 셈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과 황 전 대표 사이의 계파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찬성했던 이들은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 보수 세력들이었다. 출범 전 내홍을 겪을 당시 이들은 이대로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또다시 강경 보수파들이 당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당의 체질개선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파는 전당대회론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당내 혁신을 위해 칼자루를 휘두를 경우, 이들의 입지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만약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로 당내 반발이 심해질 경우, 황 전 대표와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또다른 세력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친황계 향하나?
반기 세력과 전면전

국민의힘은 이달 중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하는 등 당 조직 혁신 작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강특위는 당무감사의 자체 기준에 따라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쇄신의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강특위 인선 및 조직을 물갈이하는 과정서 당내 잡음이 날 공산도 높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낙선의 아픔을 겪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피갈이’와 ‘피의 숙청’ 대상이 될 것”이라며 “진정으로 반성을 바탕으로 개혁의 칼을 휘두르고 싶다면, 21대 총선 공천자 전원의 공천 과정을 정밀 감사해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그 어떤 권력자도 원천적으로 사천(私薦)을 자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 공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김종인 비대위가 지난 21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중앙당의 공천 전략이 아닌 지역 당협위원장들에 책임을 돌린다는 게 장 의원의 지적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 김 위원장은 독단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 전체를 움직이는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비대위원장 혼자 단독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에도 조강특위 인선을 두고 잡음이 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조강특위 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위촉했다. 하지만 조강특위 운영 전권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자 당은 전 변호사를 해촉했다. 또 2017년에는 친박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 전 의원을 포함 58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했다가 강한 반발을 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서 내년 재보궐선거와 대선 유력주자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 정치권서 ‘국민의힘에는 김종인만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다.

강경 보수파
앉아서 당할까

당내에선 ‘김종인 대망론’까지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본인이 주자로 뛰는 것보다 무너지는 국민의힘을 재건하겠다는 뜻만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자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면 이는 국민의힘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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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