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물갈이’ 칼 빼든 김종인의 타깃

피도 눈물도 없는 ‘피갈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간판을 바꿔 달면서 쇄신 닻을 올렸다. 당은 올해 내 당무감사를 마무리하고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물갈이할 예정이다.  현역에는 당내 '환부'이자 콘크리트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강경보수 세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김 위원장의 칼날은 어디까지 향할까.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정치권에선 석 달간 공들인 당명 선정과 정강정책 교체 작업으로 당 혁신의 첫 단계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민에게 혁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취임 100일
쇄신 작업

당은 지난 2일, 당명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서 국민의힘으로 교체했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다소 파격적인 당명으로, 낯설고 어색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신한국당, 한나라당, 자유한국당과 같이 ‘국가’를 강조한 과거 정당명과 달리 ‘국민’을 강조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자유’와 ‘보수’ 같은 정파적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 탈이념적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또 ‘기본소득’ 정책과 같이 중도·실용 노선을 반영한 정강정책 개정안도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빵 먹을 자유’를 언급하며, 약자와 동행하는 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100일을 맞이해 올린 SNS에는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촉구가 담겼다. 메시지만 봤을 때 여당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대체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일간 김 위원장의 정무적 감각 능력은 크게 돋보였다. 그는 호남 수해 지역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선제적으로 방문했고, 4차 추경 편성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5·18 묘역 방문 후 무릎 꿇고 사죄한 사례는 ‘신의 한수’였다. 호남 주민들 사이서도 호평이 나왔고, 지지율은 반등했다. 정치 관록으로서의 감각이 ‘과연 김종인’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김 위원장과 같은 대표급 인사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당시 김 위원장의 깜짝 행보는 당내 인사들도 몰랐으며, 당시 묘역서 함께 동행했던 의원들 역시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무릎 꿇기에 덩달아 합류해야만 했다고 한다.

당무감사로 물갈이? 당 내홍 조짐
재보궐 잡고 대선 가려면 필수코스?

당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연일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장제원 의원 역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고, 조수진 의원도 “역시 김종인답다”며 치켜세웠다.


80세가 넘은 김 위원장이 무릎 꿇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그림이 됐다. 덕분에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8·15광복절 직전까지 상승세를 탔다. 잠시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지지도를 추월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여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 악화가 지지율 상승의 큰 원인이었지만, 김종인 비대위의 변화 행보 역시 보탬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승세는 광복절을 지나면서 속절없이 꺾였다. 8·15광복절집회를 이끈 극우세력 대다수가 국민의힘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여를 독려한 것도 아니고, 연설한 것도 아니다. 대단히 억울하다”고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 당명 개정 브리핑 갖는 국민의힘 ⓒ고성준 기자

집회금지 처분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단체 대표는 국민의힘 민경욱 전 의원으로, 그는 현재 인천 연수을의 현역 당협위원장이다. 아울러 현역인 홍문표 의원뿐만 아니라 차명진·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참석도 확인됐다. 차 전 의원은 21대 총선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통합당 타이틀을 달고 출마했으나,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켜 당에서 제명됐다.

무엇보다 당시 집회를 이끈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스타로 만들어준 건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였다. 황 전 대표는 전 목사와 함께 지난해 청와대 앞 농성과 광화문집회를 수 차례 함께했다. 지난해 말 태극기부대에 의한 국회 점령 당시, 황 전 대표의 말에 따라 본청 곳곳서 ‘아멘’이 울려 퍼진 엽기적인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황 전 대표의 극우적 행보에 대한 잔상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국민들은 여전히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쇄신 카드는 총선 패배를 당한 당의 단골메뉴였지만, 계파 싸움으로 그치는 게 다반사였다. 외연 확장 역시 그렇다. 중도강화론은 MB정권서부터 제기된 내용으로, 공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반발이 있어 쉽게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인적 청산
피의 숙청

그렇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 않으면,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당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절연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이란 오명을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중도확장은커녕 국민의힘이 극우세력과 궤를 함께 한다는 여권의 프레임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당이 제 아무리 중도실용을 외친다고 해도,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퍼붓는 격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절벽 끝에 서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 총선까지 내리 4연패를 했다. 내년 4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재보궐선거까지 패배하면 2022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심지어 내년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한 판이다.

여권 인사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마저도 패배할 경우 당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은 올해 중으로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는 당무감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거 주자로 뛰는 후보자들을 뽑는 데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후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당무감사 대상자는 전국 지역구 253곳 가운데 원외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147곳과 공석인 22곳이 교체될 전망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84곳은 제외된다. 최대 169곳이 교체될 예정으로, 전체 지역구의 3분의 2(66.8%)에 육박하는 수치다.

정치권에선 당무감사가 인적 청산의 태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적쇄신을 통한 당 혁신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줄 기회라는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 반등으로 인해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 김 위원장이 극우세력과 같은 당의 오래된 환부를 도려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이들과의 선 긋기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표명해왔다. 특히 이번 8·15광화문집회에 참여한 김진태·차명진·민경욱 전 의원은 숙청의 첫 타깃이 될 공산이 높다. 이번 집회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가 되면서, 당내서도 이들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주자 없는 야
셀프 대망론?

대표적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은 “썩은 피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가 건강해진다”고 주장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집회 참석자들을 두고 “심리 진단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의 핵심에는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황교안 전 대표가 있다. 그는 21대 총선서 패배한 후 현재 종로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실질적인 당협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황 전 대표가 종로서 기반을 잡아 남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황 전 대표는 현재 총선 참패의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강경보수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당을 ‘우클릭’했다. 이로 인해 극우세력으로 불리는 태극기부대가 대다수 입당했고, 이들은 당협위원장을 맡아 21대 총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황 전 대표가 콘크리트 지지층들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의 목소리가 닫힌 셈이다.

황 전 대표 역시 공식적인 당협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의 주역임에도 그는 여전히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힌다. 아울러 총선 직전 개혁보수 세력인 유승민 전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합치며 보수진영의 통합을 이끌었던 공로도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영입을 주도한 인물이 황 전 대표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칼날이 그를 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이도저도 못하는 ‘계륵’이 된 셈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과 황 전 대표 사이의 계파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찬성했던 이들은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 보수 세력들이었다. 출범 전 내홍을 겪을 당시 이들은 이대로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또다시 강경 보수파들이 당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당의 체질개선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파는 전당대회론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당내 혁신을 위해 칼자루를 휘두를 경우, 이들의 입지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만약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로 당내 반발이 심해질 경우, 황 전 대표와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또다른 세력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친황계 향하나?
반기 세력과 전면전

국민의힘은 이달 중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하는 등 당 조직 혁신 작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강특위는 당무감사의 자체 기준에 따라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쇄신의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강특위 인선 및 조직을 물갈이하는 과정서 당내 잡음이 날 공산도 높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낙선의 아픔을 겪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피갈이’와 ‘피의 숙청’ 대상이 될 것”이라며 “진정으로 반성을 바탕으로 개혁의 칼을 휘두르고 싶다면, 21대 총선 공천자 전원의 공천 과정을 정밀 감사해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그 어떤 권력자도 원천적으로 사천(私薦)을 자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 공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김종인 비대위가 지난 21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중앙당의 공천 전략이 아닌 지역 당협위원장들에 책임을 돌린다는 게 장 의원의 지적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 김 위원장은 독단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 전체를 움직이는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비대위원장 혼자 단독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에도 조강특위 인선을 두고 잡음이 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조강특위 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위촉했다. 하지만 조강특위 운영 전권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자 당은 전 변호사를 해촉했다. 또 2017년에는 친박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 전 의원을 포함 58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했다가 강한 반발을 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서 내년 재보궐선거와 대선 유력주자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 정치권서 ‘국민의힘에는 김종인만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다.

강경 보수파
앉아서 당할까

당내에선 ‘김종인 대망론’까지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본인이 주자로 뛰는 것보다 무너지는 국민의힘을 재건하겠다는 뜻만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자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면 이는 국민의힘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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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