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물갈이’ 칼 빼든 김종인의 타깃

피도 눈물도 없는 ‘피갈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간판을 바꿔 달면서 쇄신 닻을 올렸다. 당은 올해 내 당무감사를 마무리하고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물갈이할 예정이다.  현역에는 당내 '환부'이자 콘크리트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강경보수 세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김 위원장의 칼날은 어디까지 향할까.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정치권에선 석 달간 공들인 당명 선정과 정강정책 교체 작업으로 당 혁신의 첫 단계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민에게 혁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극우’ 세력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취임 100일
쇄신 작업

당은 지난 2일, 당명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서 국민의힘으로 교체했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다소 파격적인 당명으로, 낯설고 어색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신한국당, 한나라당, 자유한국당과 같이 ‘국가’를 강조한 과거 정당명과 달리 ‘국민’을 강조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자유’와 ‘보수’ 같은 정파적 가치를 내세우지 않고, 탈이념적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또 ‘기본소득’ 정책과 같이 중도·실용 노선을 반영한 정강정책 개정안도 채택됐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빵 먹을 자유’를 언급하며, 약자와 동행하는 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100일을 맞이해 올린 SNS에는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촉구가 담겼다. 메시지만 봤을 때 여당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좌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대체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일간 김 위원장의 정무적 감각 능력은 크게 돋보였다. 그는 호남 수해 지역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선제적으로 방문했고, 4차 추경 편성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5·18 묘역 방문 후 무릎 꿇고 사죄한 사례는 ‘신의 한수’였다. 호남 주민들 사이서도 호평이 나왔고, 지지율은 반등했다. 정치 관록으로서의 감각이 ‘과연 김종인’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김 위원장과 같은 대표급 인사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당시 김 위원장의 깜짝 행보는 당내 인사들도 몰랐으며, 당시 묘역서 함께 동행했던 의원들 역시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무릎 꿇기에 덩달아 합류해야만 했다고 한다.

당무감사로 물갈이? 당 내홍 조짐
재보궐 잡고 대선 가려면 필수코스?

당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연일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장제원 의원 역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고, 조수진 의원도 “역시 김종인답다”며 치켜세웠다.


80세가 넘은 김 위원장이 무릎 꿇는 장면은 국민들에게 그림이 됐다. 덕분에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8·15광복절 직전까지 상승세를 탔다. 잠시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지지도를 추월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여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 악화가 지지율 상승의 큰 원인이었지만, 김종인 비대위의 변화 행보 역시 보탬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승세는 광복절을 지나면서 속절없이 꺾였다. 8·15광복절집회를 이끈 극우세력 대다수가 국민의힘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여를 독려한 것도 아니고, 연설한 것도 아니다. 대단히 억울하다”고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 당명 개정 브리핑 갖는 국민의힘 ⓒ고성준 기자

집회금지 처분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단체 대표는 국민의힘 민경욱 전 의원으로, 그는 현재 인천 연수을의 현역 당협위원장이다. 아울러 현역인 홍문표 의원뿐만 아니라 차명진·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참석도 확인됐다. 차 전 의원은 21대 총선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통합당 타이틀을 달고 출마했으나,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켜 당에서 제명됐다.

무엇보다 당시 집회를 이끈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스타로 만들어준 건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였다. 황 전 대표는 전 목사와 함께 지난해 청와대 앞 농성과 광화문집회를 수 차례 함께했다. 지난해 말 태극기부대에 의한 국회 점령 당시, 황 전 대표의 말에 따라 본청 곳곳서 ‘아멘’이 울려 퍼진 엽기적인 사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황 전 대표의 극우적 행보에 대한 잔상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국민들은 여전히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쇄신 카드는 총선 패배를 당한 당의 단골메뉴였지만, 계파 싸움으로 그치는 게 다반사였다. 외연 확장 역시 그렇다. 중도강화론은 MB정권서부터 제기된 내용으로, 공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반발이 있어 쉽게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인적 청산
피의 숙청

그렇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 않으면,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당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절연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은 극우 정당이란 오명을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중도확장은커녕 국민의힘이 극우세력과 궤를 함께 한다는 여권의 프레임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당이 제 아무리 중도실용을 외친다고 해도,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퍼붓는 격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절벽 끝에 서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 총선까지 내리 4연패를 했다. 내년 4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재보궐선거까지 패배하면 2022 대선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심지어 내년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한 판이다.

여권 인사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마저도 패배할 경우 당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은 올해 중으로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는 당무감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거 주자로 뛰는 후보자들을 뽑는 데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후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당무감사 대상자는 전국 지역구 253곳 가운데 원외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147곳과 공석인 22곳이 교체될 전망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84곳은 제외된다. 최대 169곳이 교체될 예정으로, 전체 지역구의 3분의 2(66.8%)에 육박하는 수치다.

정치권에선 당무감사가 인적 청산의 태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적쇄신을 통한 당 혁신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줄 기회라는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지지율 반등으로 인해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 김 위원장이 극우세력과 같은 당의 오래된 환부를 도려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이들과의 선 긋기에 나설 뜻을 공공연히 표명해왔다. 특히 이번 8·15광화문집회에 참여한 김진태·차명진·민경욱 전 의원은 숙청의 첫 타깃이 될 공산이 높다. 이번 집회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가 되면서, 당내서도 이들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주자 없는 야
셀프 대망론?

대표적 소장파인 하태경 의원은 “썩은 피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가 건강해진다”고 주장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집회 참석자들을 두고 “심리 진단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의 핵심에는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황교안 전 대표가 있다. 그는 21대 총선서 패배한 후 현재 종로서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실질적인 당협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황 전 대표가 종로서 기반을 잡아 남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황 전 대표는 현재 총선 참패의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강경보수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당을 ‘우클릭’했다. 이로 인해 극우세력으로 불리는 태극기부대가 대다수 입당했고, 이들은 당협위원장을 맡아 21대 총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황 전 대표가 콘크리트 지지층들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의 목소리가 닫힌 셈이다.

황 전 대표 역시 공식적인 당협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의 주역임에도 그는 여전히 당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힌다. 아울러 총선 직전 개혁보수 세력인 유승민 전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합치며 보수진영의 통합을 이끌었던 공로도 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영입을 주도한 인물이 황 전 대표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칼날이 그를 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이도저도 못하는 ‘계륵’이 된 셈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과 황 전 대표 사이의 계파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찬성했던 이들은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 보수 세력들이었다. 출범 전 내홍을 겪을 당시 이들은 이대로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또다시 강경 보수파들이 당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당의 체질개선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 강경 보수파는 전당대회론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당내 혁신을 위해 칼자루를 휘두를 경우, 이들의 입지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만약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로 당내 반발이 심해질 경우, 황 전 대표와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또다른 세력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친황계 향하나?
반기 세력과 전면전

국민의힘은 이달 중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구성하는 등 당 조직 혁신 작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강특위는 당무감사의 자체 기준에 따라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쇄신의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조강특위 인선 및 조직을 물갈이하는 과정서 당내 잡음이 날 공산도 높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낙선의 아픔을 겪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피갈이’와 ‘피의 숙청’ 대상이 될 것”이라며 “진정으로 반성을 바탕으로 개혁의 칼을 휘두르고 싶다면, 21대 총선 공천자 전원의 공천 과정을 정밀 감사해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그 어떤 권력자도 원천적으로 사천(私薦)을 자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 공천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김종인 비대위가 지난 21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중앙당의 공천 전략이 아닌 지역 당협위원장들에 책임을 돌린다는 게 장 의원의 지적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 김 위원장은 독단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 전체를 움직이는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비대위원장 혼자 단독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에도 조강특위 인선을 두고 잡음이 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조강특위 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위촉했다. 하지만 조강특위 운영 전권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자 당은 전 변호사를 해촉했다. 또 2017년에는 친박 좌장으로 꼽히는 서청원 전 의원을 포함 58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했다가 강한 반발을 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서 내년 재보궐선거와 대선 유력주자를 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 정치권서 ‘국민의힘에는 김종인만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는 배경이다.

강경 보수파
앉아서 당할까

당내에선 ‘김종인 대망론’까지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본인이 주자로 뛰는 것보다 무너지는 국민의힘을 재건하겠다는 뜻만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자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면 이는 국민의힘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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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