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성 낙하산’ 낙선자들의 귀환 백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0:15:52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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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떨어졌는데…당당한 금의환향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1대 총선 낙선자들이 속속 요직으로 향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물론 청와대와 국회의 주요 보직에 이름을 올렸다. 속칭 낙하산 인사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낙선자 챙기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경기 이천 출생인 그는 지난 21대 총선서 자신의 고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 송석준 의원에게 패했다.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경영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너도나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은 지난 8개월간 공석이었다. 김성주 전 이사장이 지난 1월,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이후 후임이 결정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으로 전북 전주병 지역에 출마한 김 전 이사장은 민생당 정동영 당시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앞서 21대 총선 낙선자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해 ‘보은인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을에 출마했으나, 통합당 배현진 의원에게 패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바 있다. 박경미 교육비서관은 마찬가지로 험지인 서울 서초을서 고배를 마셨다. 김비오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은 부산 중영도서 낙선했다. 지난 20·21대 총선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민주당 배재정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국회의원 출신인 최재성 수석과 박경미·배재정 비서관은 소위 ‘급’을 낮춰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로 꼽힌다. 4선 국회의원인 최 수석은 장관급 자리로 이동하는 일이 통상적이지만,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으로 갔다.

비례대표 출신인 박경미·배재정 비서관 역시 수석 아래인 비서관으로 옮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만큼, 야당과의 관계를 고려해 중량급 인사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낙선자들이 국회 요직으로 이동한 사례도 눈에 띈다. 부산진갑서 낙선한 김영춘 전 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으로, 충남 아산갑서 낙선한 복기왕 전 의원은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총선 불출마자들의 공공기관행도 가시권이다. 사생활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훈 전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3년 가까이 공석 상태다. 

청와대·국회·공기업 줄줄이 입성
정권 후반기 ‘우리편 챙기기’ 심화

이 전 의원은 제20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관가 일각에선 국회의원 출신 중 광물자원 쪽 사정에 밝은 이 전 의원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해종 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민주당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위원장을 지낸 임 전 국장은 이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임호선 전 경찰청 차장이 전략공천 되면서 출마의 뜻을 접었다. 
 

▲ (사진 왼쪽부터)김용진

민주당 전현희 전 의원은 서울 강남을에 3선에 도전했으나, 통합당 박진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로부터 2개월여 후 그는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민주당 경기 용인갑 경선서 컷오프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킨텍스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달 24일 킨텍스는 주주총회를 열어 이 전 부지사를 포함한 3명의 후보 중 이 전 부지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정치권에선 한때 ‘킨텍스 새 대표는 이 전 부지사로 내정됐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 코트라가 각각 킨텍스의 지분 33.3% 씩을 갖고 있다.

범여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역시 총선 낙선자 중 요직으로 등용된 인사에 해당한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지난 총선서도 민생당 소속으로 전남 목포에 출마했으나, 당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 후 문 대통령은 그를 국가정보원장으로 지명했다.

지자체로 자리를 옮긴 낙선자도 있다. 부산 서·동서 낙선한 이재강 전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름을 받아 지난 5월 제2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 최택용 전 부산 기장 지역위원장은 낙선 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름을 받아 서울시 정무수석으로 이동했지만,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사퇴했다.

대거 등용

낙선자들의 일자리 찾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후반기에 금융권, 공기업 수장들의 임기가 대거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현재 공석이거나 올해 수장의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만 5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산업은행, 국방연구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낙선자들이 이들 자리에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방부 장관 청문회 관전포인트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6일 열린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는 8일 전체회의를 열어 서 후보자 인사청문 실시 계획서 채택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서 후보자는 1963년 광주 출생으로, 육사 41기다. 전방과 작전 분야의 주요 보직을 역임한 뒤 지난해 4월부터 육군참모총장으로 일해왔다. 

서 후보자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5·16군사정변을 ‘혁명’으로 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2015년 6월 발표한 <동맹 모델과 한국의 작전통제권 환수정택-노태우·노무현 정부의 비교> 논문에 따르면, 서 후보자는 5·16군사정변을 두 차례 혁명이라고 기재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판결한 바 있다. 


서 후보자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서 후보자 측은 논란이 일어난 지난 1일 “논문에는 군사 쿠데타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됐다”며 “군사정변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앞으로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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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