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성인물 파문 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

6년 공들인 탑 6일 만에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내 유명 여행 소개 채널 ‘여행에 미치다’가 도마에 올랐다. 게시물 사이에 성관계 영상이 포함됐기 때문. 사측은 이를 삭제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여론의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고, 조준기 대표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 ⓒ조준기 대표 인스타그램

‘여행에 미치다’는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곳이다. SNS 채널 구독자만 수백만명에 이른다.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처음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와 취미로부터 비롯됐다.

수백만
구독자

지난 2014년 도서관서 취업 준비를 하던 한 청년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가 떠올린 건 여행이었다. 무작정 SNS에 페이지를 개설했다. 스스로 여행 공부라도 시작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여행 정보와 사례를 꾸준히 소개하자 조금씩 이름이 알려졌다. 당시 SNS에 여행 관련 페이지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해외여행에 대한 심적 진입장벽을 낮춘 점이 결정적이었다. 평소 해외여행이 낯설고 두렵기만 했던 이들에게 ‘나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서도 다양한 행사와 사업이 진행됐다. 운영에 한계가 오자 그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렇게 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꿈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여행에 미치다는 승승장구했다. 페이스북에만 기존 채널을 두지 않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 결과 페이스북 202만명, 인스타그램 125만명, 유튜브 4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콘텐츠 회사로 성장했다.

정부와 기업 등에서는 협업을 하자는 러브콜을 보냈다. 조 대표는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거나 대학교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잘 나가던’ 여행에 미치다는 최근 위기에 빠졌다.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직전에 놓인 여행사와 궤를 같이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름 아닌 음란물 게시 논란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여행에 미치다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행지 소개글이 올라왔다. 강원도 평창 양떼목장이었다. 그런데 해당 게시물 사이에 동성 간 성관계 영상이 포함돼있었다. 구독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장 해명 요구가 빗발쳤다. 여행에 미치다 측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측은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행에 미치다는 “관리자로서 신중히 신경 쓰지 못했다”며 “미숙한 운영과 조치로 많이 놀라시고 실망하셨을 분들께 다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철저한 관리를 통한 재발 방지를 언급했다.


조 대표도 사과글을 올렸다. 그는 게시물을 직접 업로드한 당사자가 자신이라며 경위를 설명했다.

여행 게시물 사이에 성관계 영상
구독자들 충격…잇단 비판·절독

조 대표는 “영상은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다운로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적절한 처벌을 받겠다고 밝혔다. 또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게다가 누리꾼들 사이에선 해당 영상이 불법촬영물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행에 미치다는 이를 의식한 듯 1차 사과문을 삭제하고,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측은 “해당 영상은 불법 촬영물이 아닌 웹서핑을 통해 다운로드 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직접 촬영하지 않았더라도 단순 소지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며 법적 처벌을 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행에 미치다는 업로드를 진행한 담당자와 함께 사법기관에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재발 방지책도 1차 사과문에 비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법정 의무교육 외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윤리 관련 교육이었다. 여행에 미치다 측은 문제 해결이 완료될 때까지 전 채널 운영을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 ⓒ ‘여행에 미치다’ 인스타그램

사측은 마지막으로 “관련 내용을 인지한 즉시 삭제 조치 후 1차 사과문을 올렸으나 관련 경위와 후속 대책 등 보다 명확한 사과문을 올려야 한다고 판단해 기존 사과문은 부득이하게 숨김 처리했다”며 1차 사과문 삭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우선 2차 사과문에는 조 대표의 사퇴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조 대표는 “직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조 대표는 자신이 ‘문제의 영상을 업로드한 당사자’라고 직접 밝혔지만 2차 사과문에는 조 대표의 이름이 아니라 ‘업로드를 진행한 담당자’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구독자들의 실망감은 현실로 드러났다. 이들은 구독을 취소하며 등을 돌렸다.

경찰 내사도 시작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여행에 미치다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른 시일 내에 관계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불법 성적 촬영물 소지 또는 유포 혐의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 소지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 촬영물 제작과 유포의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뜬금 영상
도대체 왜?

조 대표에게는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시간이었다. 지난 1일 조 대표는 SNS 계정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50분경 “모두에게 미안하다”며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고, 내 갈 길로 떠나려고 한다. 끝까지 이기적일 테니 차라리 미워하고 원망해주길”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과실을 따져 달라”며 “불필요한 인과로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시국이니 장례식은 가족끼리만 해달라”며 부조는 남은 가족들과 직원들이 다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여행에 미치다 계좌로 보내달라며 계좌번호를 남겼다.

다행히도 조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구 모처서 발견됐다. 당시 의식이 불명확한 상태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호흡과 맥박은 모두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가 게시한 글은 이날 오후 1시경 삭제됐다. SNS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현재 삭제된 상태다.


여행에 미치다는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였다. SNS 페이지로 시작한 채널은 회사로 성장했고, 평범한 학생이던 조 대표는 유명인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일련의 모든 과정과 함께 회사가 무너지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여행에 미치다는 지난 2014년 3월 자그마한 SNS 페이지로부터 시작됐다. 조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홍콩 야경 사진을 보고, 어떻게 하면 직접 보면서 살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무역학과에 진학하라는 말을 듣게 됐다. 실제로 조 대표는 무작정 무역학과만 골라 대학에 진학했다.

무역학을 전공하던 그는 한 무역경진대회를 통해 21살 겨울 싱가포르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후 대학교 프로그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여러 나라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대외활동 우수자로 꼽혀 캐나다 코트라 인턴십 과정을 3개월 받기도 했다.

여행에 관심이 더욱 기운 계기는 군대의 영향도 한몫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표는 카투사에서 복무했다. 주변에는 미군을 비롯해 외국에 거주하거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을 보면서 조 대표는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 이후 복학한 그는 워킹홀리데이를 비롯한 해외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여느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취준생들처럼 스펙을 쌓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조 대표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은 여행이라며 무작정 SNS에 페이지를 만들었다.

여행 좋아
시작한 일

조 대표는 주로 잡지나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를 가다듬어 콘텐츠로 제작했다. 차츰 방문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페이지가 급성장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기는 2014년 11월 세계여행자 이야기를 소개하면서부터였다.

350만원으로 세계 일주를 떠나고 돌아온 21살 여성 여행자의 이야기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오늘날과 같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나도 해외 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때가 바로 이때라고 회상한 바 있다.

SNS 페이지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0만명에 달하는 비공개 커뮤니티까지 활성화됐고, 전업으로 페이지를 관리해주는 사람이 들어오기도 했다.

페이지가 점점 성장하면서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돈 벌려고 페이지를 운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동반됐다. 조 대표는 광고를 올리더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선별했다. 다른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는 ‘네이티브 애드’를 만든다는 방침이었다.

수익은 배지나 스티커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거나, 여행 관련 행사를 여는 데 사용됐다.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온라인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2016년 3월 조 대표는 ‘트래블홀릭’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건물 지하 50평 전체를 보금자리로 택했다.

주 수입은 단연 여행 관련 광고였다. 광고 제작을 대행하기도 했다. 또 여행 시 필요한 물품 판매와 여행 상품 마케팅도 담당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전문가를 초청,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명인사가 된 조 대표는 여러 기관을 방문하며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항공사에서는 여행 콘텐츠 트랜드 분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실시하기도 했다. 대학교 특강에 나서기도 했다.

사측 해명·사과에도 여론 부글부글
경찰 내사 착수, 채널 당분간 중지

지자체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조 대표는 토론 패널로 참석하거나, 정부 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여행과 SNS 활용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올해에는 오히려 조 대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라는 콘텐츠가 위축됐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그의 견해를 필요로 했다. 조 대표가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맥을 같이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방증이었다.

조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당장 여행을 가기 힘든 분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용기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서 가고 싶을 때 여행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다. 중요한 건 많은 분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며 ‘이런 여행도 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여행을 갈 수 있구나’ 하며 결국 일상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행에 미치다는 여러 채널서 게시물을 추가로 게재하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과문이 마지막이다.

여행에 미치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만큼 이번 의혹을 접한 이들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조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 이후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갑론을박
현재 진행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좋아했던 채널인데 충격적이다” “무책임한 것 아니냐” “계좌번호를 적는 것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안타깝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은 남은 주변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텐데 안타깝다” “해결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텐데 안쓰럽다” “결과가 나오고 비난해도 늦지 않다” “의식이 돌아와서 다행이다” 등이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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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