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3각 암투’ 해부

아버지 두고 살벌한 골육상쟁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후계 구도를 둘러싼 ‘남매의 난’이 본격화됐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에 반기를 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누나와 같은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장녀·장남 VS 부친·차남 대립구도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 (사진 왼쪽부터)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이번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남매간의 갈등은 지난 6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보유 지분 전부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한 달 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회장님(아버지)이 건강한 정신 상태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대립구도 확정

조 회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조 사장을 그룹 최대주주로 점찍었다고 밝히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조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건강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올해 83세인 조 회장은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 이상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이 조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툼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조 이사장의 지분은 0.83%로 많지 않은 데다 조현식 부회장도 명확하게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움직였다. 지난달 25일,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회장님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부회장 측은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의사결정이 유보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 회장의 지분양도 자체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조 부회장 측의 입장은 조 이사장 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양래·조현범 VS 조희경·조현식 구도에 빠져있는 차녀 조희원씨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82% 지분을 보유한 조씨는 재미교포와 결혼해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달 9일 예정된 조 사장의 항소심 2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만큼 입장 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분율이 낮은 조 이사장에 비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이 지분을 넘기면서 자신이 보유한 지분 19.31%까지 합칠 경우 42.9%의 지분을 확보하게 돼 사실상 그룹의 최대주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 조씨의 지분을 모두 합친 30.97%보다도 12% 정도 많아 경쟁 자체를 무력화하는 수치다.

조씨가 오히려 조현범 사장 손을 들어준다면 20.15% VS 53.72%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그만큼 조씨의 결정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장녀·장남 VS 부친·차남 구도 
키포인트는 법원·항소심·차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원의 결정이다. 법원이 조양래 회장의 정신건강 상태 등을 검증한 뒤 조 회장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매각한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고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반면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이 기각될 경우에는 조 사장으로 경영 승계가 공식화되면서 반기를 든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법원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현재 진행 중인 조현식·조현범 형제의 항소심 결과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사장은 1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 부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조 사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다시 구속될 경우에는 경영권 분쟁이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 사장은 조 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와 혹여나 발생할 지분 대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 본인의 재판에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다.

다만 조 부회장이 가족 간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만큼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은 입장문 말미에 “향후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 부회장이 부친인 조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든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이 아니면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 부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아버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을 1차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상황 추이에 따라 필요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가량 하락했다고 알렸다. 구체적으로 매출액 1조3676억원과 영업이익 701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4%, 33.6% 감소한 수치다.


내우외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코로나19가 야기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으나,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대신 한국 공장은 가동일수 축소에 따른 원가상승, 주요 공급처인 한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시장의 신차용 타이어 및 교체용 타이어 수요 감소 등이 큰 영향을 미치며 2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남매의 난이 본격화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내우외환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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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