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고독한 생존가 이근

세계가 인정하는 ‘캡틴 코리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올 여름 국내서 가장 화제인 프로그램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다. MBC <진짜 사나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특수부대 UDT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평균 이하의 체력을 가진 유튜버들에게 고강도 훈련을 준다. 그 어떤 군 관련 프로그램보다 리얼리즘이 담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교관 팀장을 맡은 이근 대위다. 남자 중의 남자이자, 휴머니즘과 유머를 갖춘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력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 ⓒ유튜버들이 교육생으로 나와 MUSAT 특별과정에 도전하는 &lt;가짜사나이&gt;

군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6명의 유튜버가 군복을 입고 쭐레쭐레 서 있다. 그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나오더니 “퇴교할 사람은 지금 퇴교하라”고 외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바로 훈련이 시작된다. 입수와 머리 박기, 각종 PT가 숨 쉴 틈 없이 반복된다. 정신이 나가고 공황 상태에 이른 유튜버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더욱 강한 압박을 넣는 이 남자가 이근 대위다. 

유튜브 대화제
유행어 제조기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 전무이사로 활동하다 최근 사퇴한 그는 불과 7회 분량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앞서 BBC <스페셜포스: 얼티메이트 헬 위크>서 강도 높은 훈련 교관으로, 체력적으로 날고 기는 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경력이 있는 그는 <가짜 사나이>서도 파괴적인 기운을 보였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훈련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튜버들에게 끊임없이 팀워크와 정신력을 강조한다. 다소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이에게는 “이 X끼 뭐야.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윽박지른다.

이 외에도 “4번은 개인주의야”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는 빨리 뛰겠다” “너 양치 안 했어? 숨 쉬지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 그의 발언은 금세 유행을 타 군필자들 사이서 밈 현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 사나이> 초반부만 하더라도 공황 상태로 인해 맥을 못추던 유튜버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팀워크를 발휘, MUSAT서 준비한 교육을 억지로나마 끝내자, 각 유튜버에게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며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랜 군 생활로 다져진 파격적인 카리스마와 진정 강함서 나오는 휴머니즘, 미국 이민자로서 다소 서툰 한국말 때문에 의외의 웃음을 안겨주기까지 하는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가짜 사나이> 본방송만 4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유튜버 김계란이 운영하는 피지컬 갤러리 내 다른 방송분 역시 200∼300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외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했던 방송편집본 역시 최소 수십만서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긴다. 

국내 방송가도 그의 인기를 실감하고 빠르게 그를 섭외하고 있다. JTBC <장르만 코미디>서 개그맨을 훈련하는 교관으로 그를 섭외했고,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오리지널 예능 <서바이블>서도 그를 고정 멤버로 출연시킨다.

9월1일 첫 방송인 이 프로그램은 이근 대위를 비롯해 개그맨 황제성과 김용명, 캐스터 성승헌, 유튜버 임현서가 나온다. 인류 최후의 날이라는 극한의 상황서 살아남는 것을 그리는 <서바이블>은 이근 대위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가짜 사나이> 교관 팀장으로 인기 급상승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후 UDT 장교

아울러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03년 7월 진도의 한 시골 마을 송정 저수지에 빠진 화물 트럭 살인 사건서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서 나가려는 아내를 막아 익사시키는 장면을 재현했다. 이 대위는 이를 재현하는 인물로 섭외돼 제작진이 요구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관심은 이근 대위 개인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1일, 쏟아지는 요청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분33초짜리 영상 하나에 하루에만 무려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의 과거 이력이 담긴 짤막한 영상 대부분이 50만 조회 수에 육박하며, 한 달도 되지 않아 구독자가 20만명을 넘겼다. 

이 대위가 이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발자취 덕분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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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를 본 따 ‘캡틴 코리아’라고 부른다. 

1984년생인 이 대위는 3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다. 영어 이름은 Ken Rhee이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백인만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숱한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을 당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 미군 네이비 실(이하 NAVY/SEAL)에 관한 책을 읽고 매료돼, 미군 NAVY SEAL을 꿈꿨다. 

6세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전미 16위까지 랭크되는 실력을 갖췄다. 버지니아 군사대학에 입교한 그는 대학생 때 마이클 펠프스와 수영 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진짜 남자’
스페셜포스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한 그는 NAVY/SEAL에 지원하려 했으나 “군인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군에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의 NAVY/SEAL에 해당하는 유디티 실(이하 UDT/SEAL)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에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대한민국 해군사관후보생(OCS) 102기로 입대한 그는 후보생 시절 상위권 성적으로 임관해 당시 최고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으로 인사 명령을 받았고, 함정근무 중 UDT/SEAL에 지원해 54-1기로 차석 수료했다. 

2007년에는 대테러 전문성을 갖추고 소말리아에 파병돼 해적선 검문검색 팀장으로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 이근 대위는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에 이어 자진해서 2진 대조영함에 근무하며 해적 행위 증거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해적에게 피랍된 어민 5명과 어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이 대위는 “고국의 해군 장교로서 국제평화의 최전선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특수부대원으로 실전경험을 쌓고 싶다. 앞으로 특수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아프간 파병에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NAVE/SEAL 선발과정에 입교해 뛰어난 기록으로 교육 수료 후 타국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장교 과정(JOTC)과 전문화 과정(SQT)까지 이례적으로 받았다. 


2013년에는 인간이 날고 싶은 욕구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불리는 ‘윙슈트’ 강하 과정도 수료했다. 윙슈트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등장해 관심을 끈 활강용 특수 낙하산 강하복이다.
 

▲ ▲이근 대위

수많은 교육을 수료한 이 대위는 SQT 수료 후 해군 특수전전단의 특수전교육훈련대대 전문교육대장으로 발령받아 그가 배운 전술을 전파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UDT/SEAL서도 SQT를 만들려고 했으나, 부대서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실현시키지 못했다. 미국 NAVY/SEAL 내 대테러부대인 DEVGRU와 비슷한 체계를 갖춘 부대를 만들고, 대테러 관련 전술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부대의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그는 2014년 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이 대위를 두고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선 “해외로 보내 기껏 온갖 훈련을 시켰더니 그대로 전역해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의 의견과 “이런 인재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해 스스로 전역을 하게 만든 군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미 군사대학
한 UDT 입대

당시엔 후자에 힘이 더욱 실렸다. 


전역 후에도 그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7년여간 군 생활을 마치자마자 2014년 세월호 구조작전에 투입됐으며, 2015년 세계전술대회 ‘어반쉴드’를 위한 국가대표팀은 경찰특공대를 교육해 35개팀 중 8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2016년에는 군사보안업체(PMC)인 G4S의 작전팀장으로 이라크에 파병 후 1년 동안 모술이 한참 IS 테러리스트들에 점령됐을 때 다양한 실전에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을 마친 그는 미국 국무부로 스카우트돼 2017년 미국 국무부의 안보수사관으로 입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보안 코디네이션 역할을 맡았다.

특히 브라질 경찰특공대인 BOPE를 컨설팅한 이력도 있다. BOPE는 정부의 통제조차 제대로 닿지 못하는 브라질 최대 우범지역인 리우의 빈민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카르텔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며 실전경험을 쌓는 인간병기로 불린다. 그런 부대가 전술과 경호 컨설팅을 위해 이근을 부른 것인데 그의 명성이 얼마나 세계적인지 실감케 한다.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MUSAT서 근무했다. MUSAT는 세부적으로 작전 분야(OPERATIONS CELL), 훈련 분야(TRAINING CELL), 연구개발 분야(R&D CELL)로 나누어져 있다. 이근은 같은 UDT/SEAL 출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가짜 사나이> 흥행 후 더욱 그를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이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이사직서 내려왔다. 

비록 이사직은 그만뒀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MUSAT와 협업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인상이지만, 미디어와는 꽤 친숙하다.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예능과 교양,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KBS1 금요기획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처음으로, EBS <두뇌게임: 천재들의 전쟁> <세계견문록 ATLAS: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출연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진 건 BBC <스페셜포스:얼티메이트 헬 위크>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형태의 교관으로 나와 훈련생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인간의 한계에 빠른 속도로 다다르게 했다.

소말리아 해적 처치 활약
브라질 특수부대 컨설팅도

한 회당 2.6명이 마지막에 퇴교하는 이 프로그램서 이 대위는 등장 2시간 만에 4명을 탈락시키는 위엄을 보였다. <가짜사나이>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교육을 마친 훈련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퇴장하는 위용은 영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18년에는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에 등장해 독특한 콘셉트로 예능감을 보였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래퍼 딘딘은 최근 한 방송서 “촬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날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청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채널서 만든 <고독한 생존가: 퍼스트 맨 아웃>에서는 에드 스태포드의 카자흐스탄 생존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정글과 무인도, 사막을 오가며 도마뱀과 물고기를 잡고 살아나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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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에드 스태포드에게 아깝게 패배했지만,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는 모습으로 에드 스태포드의 존경심을 샀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속속 재업로드 되고 있다. KBS 유튜브 공식 채널은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내걸었고, 유튜브채널 오분순삭은 MBC <두니아>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부분 영상은 이근 대위가 만든 명언을 조합한 썸네일로 게재됐다. 

이 대위의 인기는 허세나 가식이 아닌, 진정 수많은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기른 진정성 덕분이다. 비록 거칠기는 하나, 팀워크 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생존력과 이타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에 지친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 대위를 스타 반열에 올린 <가짜 사나이> 2기는 오는 9월 초 면접 평가 이후 9월 중순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폭발적인 인기 덕에 UFC 선수 김동현, 축구선수 김병지, 유도선수 조준호, 방송인 줄리엔 강 등 피지컬에 있어서 뒤지지 않는 스타들이 대거 지원했다. 특히 헬스와 관련된 유튜버들이 <가짜 사나이>서 자신의 매력을 펼칠 기회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가짜 사나이>에선 이근 대위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MUSAT 퇴사는 물론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2기까지 교관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근 대위는 볼 수 없겠지만, 그의 신념인 UDT 군인 정신은 그대로 프로그램에 계승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나 뛰어드는 그의 UDT 정신은 이렇다. 

방송인 변신
폭발적 인기

“UDT가 멋있다거나 정말 강한 남자임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은 UDT에 지원하지 마라. 차라리 철인3종이나 에베레스트에 등반에 도전해라. UDT는 결과적으로 군인이다.  나라가 먼저 돼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더 나아가 엘리트 집단으로 가고 싶은 사람만 UDT에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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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