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고독한 생존가 이근

세계가 인정하는 ‘캡틴 코리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올 여름 국내서 가장 화제인 프로그램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다. MBC <진짜 사나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특수부대 UDT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평균 이하의 체력을 가진 유튜버들에게 고강도 훈련을 준다. 그 어떤 군 관련 프로그램보다 리얼리즘이 담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교관 팀장을 맡은 이근 대위다. 남자 중의 남자이자, 휴머니즘과 유머를 갖춘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력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 ⓒ유튜버들이 교육생으로 나와 MUSAT 특별과정에 도전하는 &lt;가짜사나이&gt;

군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6명의 유튜버가 군복을 입고 쭐레쭐레 서 있다. 그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나오더니 “퇴교할 사람은 지금 퇴교하라”고 외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바로 훈련이 시작된다. 입수와 머리 박기, 각종 PT가 숨 쉴 틈 없이 반복된다. 정신이 나가고 공황 상태에 이른 유튜버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더욱 강한 압박을 넣는 이 남자가 이근 대위다. 

유튜브 대화제
유행어 제조기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 전무이사로 활동하다 최근 사퇴한 그는 불과 7회 분량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앞서 BBC <스페셜포스: 얼티메이트 헬 위크>서 강도 높은 훈련 교관으로, 체력적으로 날고 기는 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경력이 있는 그는 <가짜 사나이>서도 파괴적인 기운을 보였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훈련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튜버들에게 끊임없이 팀워크와 정신력을 강조한다. 다소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이에게는 “이 X끼 뭐야.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윽박지른다.

이 외에도 “4번은 개인주의야”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는 빨리 뛰겠다” “너 양치 안 했어? 숨 쉬지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 그의 발언은 금세 유행을 타 군필자들 사이서 밈 현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 사나이> 초반부만 하더라도 공황 상태로 인해 맥을 못추던 유튜버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팀워크를 발휘, MUSAT서 준비한 교육을 억지로나마 끝내자, 각 유튜버에게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며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랜 군 생활로 다져진 파격적인 카리스마와 진정 강함서 나오는 휴머니즘, 미국 이민자로서 다소 서툰 한국말 때문에 의외의 웃음을 안겨주기까지 하는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가짜 사나이> 본방송만 4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유튜버 김계란이 운영하는 피지컬 갤러리 내 다른 방송분 역시 200∼300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외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했던 방송편집본 역시 최소 수십만서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긴다. 

국내 방송가도 그의 인기를 실감하고 빠르게 그를 섭외하고 있다. JTBC <장르만 코미디>서 개그맨을 훈련하는 교관으로 그를 섭외했고,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오리지널 예능 <서바이블>서도 그를 고정 멤버로 출연시킨다.

9월1일 첫 방송인 이 프로그램은 이근 대위를 비롯해 개그맨 황제성과 김용명, 캐스터 성승헌, 유튜버 임현서가 나온다. 인류 최후의 날이라는 극한의 상황서 살아남는 것을 그리는 <서바이블>은 이근 대위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가짜 사나이> 교관 팀장으로 인기 급상승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후 UDT 장교

아울러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03년 7월 진도의 한 시골 마을 송정 저수지에 빠진 화물 트럭 살인 사건서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서 나가려는 아내를 막아 익사시키는 장면을 재현했다. 이 대위는 이를 재현하는 인물로 섭외돼 제작진이 요구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관심은 이근 대위 개인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1일, 쏟아지는 요청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분33초짜리 영상 하나에 하루에만 무려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의 과거 이력이 담긴 짤막한 영상 대부분이 50만 조회 수에 육박하며, 한 달도 되지 않아 구독자가 20만명을 넘겼다. 

이 대위가 이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발자취 덕분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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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를 본 따 ‘캡틴 코리아’라고 부른다. 

1984년생인 이 대위는 3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다. 영어 이름은 Ken Rhee이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백인만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숱한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을 당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 미군 네이비 실(이하 NAVY/SEAL)에 관한 책을 읽고 매료돼, 미군 NAVY SEAL을 꿈꿨다. 

6세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전미 16위까지 랭크되는 실력을 갖췄다. 버지니아 군사대학에 입교한 그는 대학생 때 마이클 펠프스와 수영 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진짜 남자’
스페셜포스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한 그는 NAVY/SEAL에 지원하려 했으나 “군인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군에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의 NAVY/SEAL에 해당하는 유디티 실(이하 UDT/SEAL)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에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대한민국 해군사관후보생(OCS) 102기로 입대한 그는 후보생 시절 상위권 성적으로 임관해 당시 최고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으로 인사 명령을 받았고, 함정근무 중 UDT/SEAL에 지원해 54-1기로 차석 수료했다. 

2007년에는 대테러 전문성을 갖추고 소말리아에 파병돼 해적선 검문검색 팀장으로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 이근 대위는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에 이어 자진해서 2진 대조영함에 근무하며 해적 행위 증거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해적에게 피랍된 어민 5명과 어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이 대위는 “고국의 해군 장교로서 국제평화의 최전선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특수부대원으로 실전경험을 쌓고 싶다. 앞으로 특수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아프간 파병에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NAVE/SEAL 선발과정에 입교해 뛰어난 기록으로 교육 수료 후 타국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장교 과정(JOTC)과 전문화 과정(SQT)까지 이례적으로 받았다. 


2013년에는 인간이 날고 싶은 욕구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불리는 ‘윙슈트’ 강하 과정도 수료했다. 윙슈트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등장해 관심을 끈 활강용 특수 낙하산 강하복이다.
 

▲ ▲이근 대위

수많은 교육을 수료한 이 대위는 SQT 수료 후 해군 특수전전단의 특수전교육훈련대대 전문교육대장으로 발령받아 그가 배운 전술을 전파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UDT/SEAL서도 SQT를 만들려고 했으나, 부대서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실현시키지 못했다. 미국 NAVY/SEAL 내 대테러부대인 DEVGRU와 비슷한 체계를 갖춘 부대를 만들고, 대테러 관련 전술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부대의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그는 2014년 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이 대위를 두고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선 “해외로 보내 기껏 온갖 훈련을 시켰더니 그대로 전역해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의 의견과 “이런 인재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해 스스로 전역을 하게 만든 군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미 군사대학
한 UDT 입대

당시엔 후자에 힘이 더욱 실렸다. 


전역 후에도 그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7년여간 군 생활을 마치자마자 2014년 세월호 구조작전에 투입됐으며, 2015년 세계전술대회 ‘어반쉴드’를 위한 국가대표팀은 경찰특공대를 교육해 35개팀 중 8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2016년에는 군사보안업체(PMC)인 G4S의 작전팀장으로 이라크에 파병 후 1년 동안 모술이 한참 IS 테러리스트들에 점령됐을 때 다양한 실전에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을 마친 그는 미국 국무부로 스카우트돼 2017년 미국 국무부의 안보수사관으로 입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보안 코디네이션 역할을 맡았다.

특히 브라질 경찰특공대인 BOPE를 컨설팅한 이력도 있다. BOPE는 정부의 통제조차 제대로 닿지 못하는 브라질 최대 우범지역인 리우의 빈민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카르텔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며 실전경험을 쌓는 인간병기로 불린다. 그런 부대가 전술과 경호 컨설팅을 위해 이근을 부른 것인데 그의 명성이 얼마나 세계적인지 실감케 한다.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MUSAT서 근무했다. MUSAT는 세부적으로 작전 분야(OPERATIONS CELL), 훈련 분야(TRAINING CELL), 연구개발 분야(R&D CELL)로 나누어져 있다. 이근은 같은 UDT/SEAL 출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가짜 사나이> 흥행 후 더욱 그를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이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이사직서 내려왔다. 

비록 이사직은 그만뒀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MUSAT와 협업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인상이지만, 미디어와는 꽤 친숙하다.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예능과 교양,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KBS1 금요기획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처음으로, EBS <두뇌게임: 천재들의 전쟁> <세계견문록 ATLAS: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출연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진 건 BBC <스페셜포스:얼티메이트 헬 위크>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형태의 교관으로 나와 훈련생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인간의 한계에 빠른 속도로 다다르게 했다.

소말리아 해적 처치 활약
브라질 특수부대 컨설팅도

한 회당 2.6명이 마지막에 퇴교하는 이 프로그램서 이 대위는 등장 2시간 만에 4명을 탈락시키는 위엄을 보였다. <가짜사나이>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교육을 마친 훈련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퇴장하는 위용은 영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18년에는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에 등장해 독특한 콘셉트로 예능감을 보였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래퍼 딘딘은 최근 한 방송서 “촬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날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청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채널서 만든 <고독한 생존가: 퍼스트 맨 아웃>에서는 에드 스태포드의 카자흐스탄 생존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정글과 무인도, 사막을 오가며 도마뱀과 물고기를 잡고 살아나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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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에드 스태포드에게 아깝게 패배했지만,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는 모습으로 에드 스태포드의 존경심을 샀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속속 재업로드 되고 있다. KBS 유튜브 공식 채널은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내걸었고, 유튜브채널 오분순삭은 MBC <두니아>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부분 영상은 이근 대위가 만든 명언을 조합한 썸네일로 게재됐다. 

이 대위의 인기는 허세나 가식이 아닌, 진정 수많은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기른 진정성 덕분이다. 비록 거칠기는 하나, 팀워크 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생존력과 이타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에 지친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 대위를 스타 반열에 올린 <가짜 사나이> 2기는 오는 9월 초 면접 평가 이후 9월 중순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폭발적인 인기 덕에 UFC 선수 김동현, 축구선수 김병지, 유도선수 조준호, 방송인 줄리엔 강 등 피지컬에 있어서 뒤지지 않는 스타들이 대거 지원했다. 특히 헬스와 관련된 유튜버들이 <가짜 사나이>서 자신의 매력을 펼칠 기회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가짜 사나이>에선 이근 대위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MUSAT 퇴사는 물론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2기까지 교관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근 대위는 볼 수 없겠지만, 그의 신념인 UDT 군인 정신은 그대로 프로그램에 계승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나 뛰어드는 그의 UDT 정신은 이렇다. 

방송인 변신
폭발적 인기

“UDT가 멋있다거나 정말 강한 남자임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은 UDT에 지원하지 마라. 차라리 철인3종이나 에베레스트에 등반에 도전해라. UDT는 결과적으로 군인이다.  나라가 먼저 돼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더 나아가 엘리트 집단으로 가고 싶은 사람만 UDT에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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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