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지니…’ 가을철 우울증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31 10:47:55
  • 호수 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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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만 봐도 눈물이 또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피곤하거나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일시적인 우울증이 아닌 체온 변화에 따른 피로감은 ‘가을철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pixabay

우울증은 현대인에게 흔한 정신 질환이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과는 달리 생각, 사고 과정,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된다. 

우중충∼

일반적인 증상으로 ▲의욕 및 흥미 저하 ▲수면장애 ▲식욕 저하를 비롯한 체중 변화 ▲주의집중력 저하 ▲부정적 사고 ▲무기력감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이나 시도 등이 있다. 쌀쌀해지는 가을에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장마 기간이 길어지고 우중충한 날들이 계속되면 기분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매해 가을마다 이런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를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가을(9∼11월) 우울증으로 국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만2100명이다. 봄(88만933명), 겨울(83만3941명)보다 많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는 사람, 알코올 중독자 등이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전체 환자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 증상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일조량 감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햇볕을 덜 받으면 체내서 생성되는 비타민D가 줄어드는데, 비타민D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지면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된다. 세로토닌은 기분, 식욕, 수면 조절에 중요한 작용을 하므로 세로토닌 감소가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이 생기면 일반적인 우울증과 비슷하게 우울감과 무기력증 등을 호소한다. 대게 가을부터 시작해 겨우내 증상을 보이다가 따뜻해지는 봄철이 되면 호전된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귀찮음, 무기력함, 부정적인 생각, 짜증, 예민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증상이 조금 다르다. 수면과다와 무기력,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긴장, 초조 등 증상을 나타낸다. 

또 여성들에게 생리, 임신, 출산, 폐경기 전후에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계절적인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경우 학업이나, 취업, 친구, 가족 관계 등에 의해 우울증이 발생하는데 이는 생활의 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의욕 저하, 수면장애, 무기력감…
체온 변화 따른 피로감 의심해야

이런 불안정한 정서 상태서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곁들여지면 단순한 기분장애라기보다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 미국 인구의 5%가 우울증에 해당한다고 한다. 국내도 환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다. 매일 3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뇌 속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돼 계절성 우울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 ⓒpixabay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기분을 조절해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주로 위장관을 통해 만들어진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형성된다. 가만히 햇볕을 쬐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산책하면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쌀쌀하고 차가운 날씨에 포장도로를 내달리는 사람들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작용으로 특히 가을 겨울 햇빛 부족으로 생기는 계절적 우울증을 물리칠 수 있다. 또 기분을 좌우하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활발히 분비되는데, 우울증 환자는 이 물질이 낮다. 

이 같은 주장은 기온이 떨어진 날, 달리기를 자제하도록 권고해 온 기존의 건강관리 안내와는 조금 상충되는 부분이지만, 몇 가지 안전수칙을 지킨다면 추운 날에도 달리기를 거르지 말아야 할 이유를 밝혀준 것이다. 

우울증의 치료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쓸데없는 감정소모와 신체의 건강마저 해하게 된다. 자신이 힘든 점, 어려운 점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 동료 등과 함께 힘든 점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우울증의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이라면 당사자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당사자에 대한 지지적인 태도로 현재 상황과 불편함에 대해 공감해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큰 힘이 돼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이 약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깥 활동이 적은 전업주부나 노인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면서 “비가 오더라도 야외로 나가서 산책하고 실내에서는 최대한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게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 블루 주의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며, 불안한 감정이 든다고 해서 바로 질환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평소보다 국민의 우울과 불안은 증가했지만 80%는 정상 수준에 머물렀다.

나머지 10∼20%는 임상적인 관심이 필요한 정도의 불안을 느꼈다. 단, 우울증, 불안증세가 있었거나 이로 인한 너무 큰 고통으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은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신질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편견과의 싸움’으로 정신과 상담이나 진료를 쉬쉬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지역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기 위해 진료실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신과 문턱이 낮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월초부터 8월초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실시한 코로나 관련 우울증 상담건수는 총 37만4222건으로, 작년 한 해 기록(35만3388건)을 6개월 만에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 증세를 겪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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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