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선두’ 이재명의 용트림

친문 잡아야 대권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그는 다수의 여론조사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 지사는 여권의 주류 세력인 ‘친문’ 지지층과 오랫동안 척을 지면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 지사의 돌파구는 무엇이 될까.
 

▲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 지사는 재판의 굴레서 벗어난 이후 각종 이슈를 재빠르게 선점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중이다. 그는 최근 각종 이슈에 대한 확고한 메세지로 사이다 행보를 이어가면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미래에 대해 확실한 해법을 제공하는 지도자에 열광한다. 정치권서도 이 지사의 돌파력과 탁월한 정치적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원 메시지
사이다 행보

이 지사의 큰 강점은 그가 ‘스토리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이 지사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장서 일을 하다 장애를 입었다. 큰 형은 공사판을 떠돌다 한쪽 다리가 절단됐고, 여동생은 일하던 화장실서 뇌출혈로 사망했다. 하지만 유년시절 지독했던 가난과의 전쟁은 그에게 ‘밑바닥이니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일념을 가지게 했다.

이는 이 지사를 한국서 가장 핫한 정치인으로 도약하게 한 큰 자산이다.

아울러 이 지사는 팬덤 정치에 능하다. 2030 세대, 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줄 안다. 화끈한 언변은 물론이고, 추진력 역시 상당하다. 포퓰리즘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정책으로 1300만명에 이르는 경기도민들의 공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확장성이 있다는 점도 큰 경쟁력이다. 이 지사의 정치 원천엔 중도층 핵심으로 불리는 40대 이하 지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수층서도 이 지사의 지지율은 이낙연 의원보다 높다. 아울러 ‘기본소득’과 같은 어젠다로 정의당 지지층까지 이 지사가 이낙연 의원을 앞섰다.

이 지사는 정치인이 아닌 ‘행정 관료’로서 인정 받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7월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전국 15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71.2%의 응답자들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으며 시도지사 1위를 차지했다.

출범 2년을 맞은 민선 7기 경기도 도정 평가 여론조사서도 이 지사의 경기도정에 대해 ‘잘했다’고 응답한 도민이 79%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정책 분야별 평가 중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도민의 9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 잘하는 행정가 이미지
여야 막론한 확장성 강점

하천·계곡 불법행위 근절 역시 이 지사의 유명한 치적이다. 정부 수립이래 아무도 손 못대던 계곡 불법시설도 모두 철거하고 청정계곡으로 부활시켰다. 현재 경기도 내 계곡서 불법 영업을 하던 1400곳의 시설들이 자진 또는 강제철거된 상태다.

이 지사가 지난해 8월 강제철거 당한 주민들과의 대화를 찍은 영상은 유튜브서 560만명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만 해도 2만2000개가 넘는다. 이 지사의 사이다 행정에 대해 열광하는 댓글이 압도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 지사는 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층에서 확장성을 갖고 있지만 기본소득 주장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보층서도 확장성을 갖고 있다.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봤을 때 문재인정부의 후반기로 갈수록 이재명 지사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내에선 이 지사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온다. 당내 세력이 약한 그가 민주당 대권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악수 나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의원을 제친 여론조사서도 이 지사는 문 대통령 지지층서 여전히 큰 격차로 이 의원에게 밀렸다. <조원씨앤아이>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51.5%는 이낙연 의원을, 29.1%는 이 지사를 지지했다. 왜 그럴까.

이 지사는 변호사와 성남시장 출신으로 계파가 없다. 변호사가 되어 성남으로 돌아와 시장에 당선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서, 2017년 대통령 선거 경선서 모두 패했다. 중앙정치 무대서 밀려나면서 여의도를 통틀어서 ‘비주류’로 꼽힌다. 민주당 내 이재명계 의원도 많지 않다.

끌어안기?
홀로서기?

이 지사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 세력과는 각을 세우며 독자적으로 성장했다. 최근 그가 목소리를 낸 정책들 역시 문재인정부와 결을 달리하면서, 정부와는 독립됐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는 친문 세력, 친문 지지자들과도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이 지사와 친문 세력 간 대립의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사는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때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각을 세웠고, 이는 친문 세력 비토의 계기가 됐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대립은 정점을 찍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친문 세력 일부는 이 지사를 둘러싼 여러 스캔들을 앞세우며, 이 지시가 당의 유력 주자가 됐을 때 당이 짊어질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당시 민주당 경선서 친문 세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과 경쟁했다. 이 과정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가진 트위터 계정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 계정의 실제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당시 혜경궁 김씨 의혹은 검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이 지사의 정치적 내상은 결정적이었다.

최근 이 지사의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에도 친문 세력은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지사와 친문 세력 사이의 여전한 정치적 거리감을 방증한 셈이다.

뿌리 깊은 친문 세력의 비토는 계속됐다. 올해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두고 정부와 민주당 간 이견이 있었을 당시, SNS상에서 ‘이재명 지사 전 재산 기부’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급으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보편적 지원을 촉구해오던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책 소통
관계 개선


최근에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친문 세력과의 갈등을 들추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내 선별적 지급 방안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달리 전국민 보편적 지급을 촉구했다.

이 지사는 본인의 SNS에 “민주당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자 반기를 들었다거나 불협화음이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건전한 논쟁을 반기, 투쟁으로 갈라치기 하며 분란을 조장하지 말길 바란다. 정당은 조폭이나 군대도 아니고 특정인의 소유도 아니다”라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자신을 비토해 온 강경 친문 지지자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이 지사는 “언론이 일부러 곡해한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당내 세력과 조직이 필수다. 이 지사에게 친문 세력을 끌어안는 과제가 남은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대선 경선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졌던 것도 이 지사에 대한 친문세력의 비호감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친문 세력의 비토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한다. 이 지사 역시 당내 분위기를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2017년 19대 대선 경선서도 스스로를 “싸가지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고 그래야 나도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며 친문 세력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 지사는 친문 세력을 끌어오기 위해 당 밖에서 먼저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친문과의 관계 개선만을 위한 정치적 행보는 이 시점서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이재명다운’ 정책 업무능력으로 친문 세력을 포섭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친문 세력에게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일 잘하는 이재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하는 전략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우뚝
당 최대 계파 ‘친문’ 과제

이 지사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재명이 우리한테 필요한 존재다’라는 걸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나 내도 선거서 이길 수 있다면 다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이재명 아니면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친문 세력이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내 의원들과의 꾸준한 스킨십 역시 중요하다. 이 지사는 최근 정책 소통을 통해 의원들과 관계를 쌓고 있다. 그가 원하는 정책에 대해 어필하면 관심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식이다. 정책 소통도 하고, 민주당 내 의원들과의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
 

실제로 경기도는 여의도 국회서 월 1∼2회 정도 개최하는 정책토론회로 의원들과 꾸준히 교류 중이다.

이 지사는 ‘이재명계’ 의원을 제외하고도 경기권 의원 전반으로 교류를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달 23일 정책토론회 이후에는 이 지사가 김병욱·홍기원·민병덕 의원 등과 여의도의 한 식당서 만찬을 가졌다. 또 지난 13일 정책토론회 직후에도 임종성·송옥주·임오경 의원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지사의 정치적 스타일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지사의 정치는 역동적이고 강경하다. 기회 포착 능력이 탁월해 ‘준비된 선동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안정감이 다소 부족하고, 행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편이다. 그의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또다른 호소력을 가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의도 비주류
안정감 부족 지적

지지율이 가지는 속성 때문에 친문 지지자들도 대선 정국에선 이 지사를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대세 후보로 여길 공산이 높다. 친문 세력이 역시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국면에선 정권 연장이 첫 번째 목표일 것이다. 대표적인 이재명계 인물인 김병욱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 지사가 친문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지지율이 깡패다. 과거 좋지 않은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대선 본선서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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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