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니모리 오너 2세 수상한 부동산 추적

22세가 30억을 어디서? 어떻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토니모리 오너 일가는 고급빌라 1채와 고급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바 있다. 매매가는 모두 93억원. 가족은 서로 일정 몫을 부담했다. 자녀들이 담당한 액수는 58억원이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눈길이 가는 건 당시 자녀들이 모두 20대였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6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해둔 셈이다.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힌다.
 

▲ 토니모리 본사 ⓒ네이버 거리뷰

토니모리는 화장품 로드숍 전성기를 이끌었던 1세대 브랜드다. 한 때 위용을 떨쳤지만 현주소는 예전 같지 않다. 2017년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앞날이 깜깜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판
베버리힐즈

토니모리 주요 주주는 배해동 회장 일가로 보유 주식은 전체 66%를 상회한다. 공고한 지배력이다. 최대주주는 배 회장(32.39%)이고 부인 정숙인씨(17.15%)와 자녀 배진형 토니모리 이사(8.58%), 배성우씨(8.58%) 순이다.

토니모리 일가는 지난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고급빌라 1채를 매입했다. 가족은 현재 이곳서 거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배 회장은 주소지를 도곡동 빌라로 적시했다. 계열사 태성산업 대표이사로 있는 정숙인씨도 마찬가지다.


두 자녀도 마찬가지다. 배 이사와 성우씨 주소지는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도곡동으로 표기됐다. 물론 상세 주소까지 공개되지 않지만 추정할 수 있다.

도곡동 빌라 매입가는 49억8000만원이었다. 가족들은 저마다 돈을 보탰다. 배 회장과 배 이사, 그리고 성우씨는 도곡동 빌라를 각각 30%씩, 정숙인씨는 10%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배 회장 자녀들이 부담한 금액은 60%로 29억8800만원이다. 각자 14억9400만원을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눈길이 가는 건 매입 당시 자녀들의 나이다. 배 이사는 1990년생으로 27세였고 성우씨는 1995년생으로 22세에 불과했다. 20대 초중반 나이에 각자 수십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힌다.

도곡 빌라 20대 자녀 29억 사용
운중동 단독주택도 28억에 매입

토니모리 일가는 이듬해 부동산을 추가로 사들였는데 방식은 같았다. 가족이 저마다 자금을 대면서 공동 소유하는 식이었다. 배 회장 일가는 2017년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위치한 고급 단독주택 토지 2곳과 단지 내 도로 및 부대시설을 매입했다.

해당 단독주택 단지는 입주민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한다. 단지 내 시설들을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사유지로 형성, 외부인 진입을 어렵게 하는 형식이다.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거래가는 각각 20억1410만원과 23억590만원으로 모두 43억2000만원이었다.

도곡동 빌라와 차이가 있다면, 부모보다 자녀들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 회장과 정숙인씨가 각각 16%(6분의 1), 배 이사와 성우씨가 각각 33%(6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금액서 배 이사와 성우씨가 부담한 금액은 28억8000만원으로 각자 14억4000만원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당시 나이는 28세, 23세 밖에 되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에 58억6800만원을 사용했다. 20대 초중반 나이에 60억원에 가까운 ‘여유 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어떻게 큰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20대 초중반
60억 가까이?

첫 번째 가능성은 ‘배당’이다. 배 이사와 성우씨는 토니모리 상장 전부터 회사 주식을 보유했다. 당시 토니모리는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토니모리 감사보고서는 2010년부터다. 배 회장 가족들은 회사 주식 전부를 가지고 있었다. 지분율은 배 회장(60%), 정숙인씨(20%), 배 이사(10%), 성우씨(10%) 순이었다.

토니모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매년 10억원, 30억원, 40억원, 20억원이었다. 배 이사와 진형씨가 받은 배당액은 모두 20억원으로 각자 10억원씩이었다.
 

▲ 배해동 토리모니 회장

2015년 토니모리가 상장하면서 지분 변동이 있었다. 다만 순위에 큰 변화 없이 배 회장, 정숙인씨, 배 이사, 성우씨 순으로 구축됐다.

상장 이후 배당은 계속됐다. 배당액은 2015년 35억2800만원, 2016년 40억5700만원, 2017년 2억9100만원이었다.

2017년 토니모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주 우선 경영이라는 이념’이 그 이유였다.

그 결과 배 회장 가족들은 2017년 단 한 푼의 배당도 받지 않았다. 배 이사와 성우씨가 취득한 배당액은 모두 12억8940만원으로 각각 6억4470만원이었다.


종합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배당으로 32억8945만원을 쥘 수 있었다. 각자 16억4472만원이다.

이들이 배당액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저축했다면, 2016년 도곡동 고급빌라를 매입하는 데 지장은 없다. 충당이 가능한 액수다.

하지만 2017년 매입한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곡동 고급빌라를 처분한 뒤 구입했다면 설명이 가능하지만, 토니모리 일가는 현재까지 도곡동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불분명한
자금 출처

배 이사와 성우씨는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고급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하는 데 58억6800만원을 사용했다. 각자 29억3400만원이다. 배당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대출’이다. 배 이사와 성우씨는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7월 각각 30만주를 담보로 10억2000만원씩 확보했다.


담보 대출은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이후에 이뤄졌다. 시기가 맞지 않지만, 잔금 처리 목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당과 담보만으로도 부동산 매입 자금은 완전히 채워지지 못한다.

또 다른 수익 통로는 없었던 걸까. 배 이사에게는 있었다. 그는 토니모리에 입사해 급여를 받고 있다.

배 이사는 지난 2015년 9월 토니모리 해외사업부에 입사했다. 약 7개월 뒤인 2016년 3월에는 사내이사가 됐다. 업계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시기였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금수저’ 논란이 있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배 이사가 해외사업부서 근무했던 2015년 사원 평균 급여는 연 7000만원이었다. 2016년 사내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배 이사가 활동했던 시기는 약 6개월이다. 급여로 3500만원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점쳐진다.
 

2016년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2800만원이었다. 이어 2017년 평균 급여(퇴직임원 퇴직금 포함)는 3억3200만원이었다.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때는 2017년 6월이다. 배 이사가 사원으로 일했던 때와 사내이사로 근무할 동안 수령한 보수를 계산해보면 4억2900만원이라는 값이 나온다. 배 이사는 같은 기간 배당금도 받았다.

배당·급여 받아?
혹시 아빠 찬스?

배 이사가 급여와 배당금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 매입 이후 이뤄진 주식 담보 대출이 잔금 처리 목적이었다면 부동산 3곳을 매입할 수 있다.

반면 성우씨의 수입 경로는 배당과 주식 담보 대출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토니모리와 계열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모두 살펴봐도 그의 이름은 없다. 공시시스템서도 그의 직업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저 ‘주주’로 표기됐을 뿐이다.

물론 이들은 자금을 증여받을 수 있다. 이후 신고를 했다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요시사>는 ‘배 이사와 성우씨가 부동산 3곳에 부담한 자금 출처’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토니모리 측은 “회장 가족 사안으로 사적인 영역”이라며 “답변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 회장이 자녀들에게 자금을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 신고도 했을 것”이라면서도 “사측서 답변을 거부한 점을 미뤄봤을 때, 궁금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배 회장 일가는 모두 도곡동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앞서 배 회장과 부인 정숙인씨의 경우,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공시시스템으로 추정이 가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운중동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 모두 주소지를 도곡동 빌라로 두고 있다.

“사적 영역,
답변 어렵다”

배 회장 일가는 단독주택 부지 2곳을 새로운 거주지로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내에는 여러 재계 인사들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특이하게도 토니모리 일가는 단독주택 단지 내에서 2개 부지를 매입한 보기 드문 소유주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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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