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니모리 오너 2세 수상한 부동산 추적

22세가 30억을 어디서? 어떻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토니모리 오너 일가는 고급빌라 1채와 고급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바 있다. 매매가는 모두 93억원. 가족은 서로 일정 몫을 부담했다. 자녀들이 담당한 액수는 58억원이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눈길이 가는 건 당시 자녀들이 모두 20대였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6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해둔 셈이다.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힌다.
 

▲ 토니모리 본사 ⓒ네이버 거리뷰

토니모리는 화장품 로드숍 전성기를 이끌었던 1세대 브랜드다. 한 때 위용을 떨쳤지만 현주소는 예전 같지 않다. 2017년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앞날이 깜깜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판
베버리힐즈

토니모리 주요 주주는 배해동 회장 일가로 보유 주식은 전체 66%를 상회한다. 공고한 지배력이다. 최대주주는 배 회장(32.39%)이고 부인 정숙인씨(17.15%)와 자녀 배진형 토니모리 이사(8.58%), 배성우씨(8.58%) 순이다.

토니모리 일가는 지난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고급빌라 1채를 매입했다. 가족은 현재 이곳서 거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배 회장은 주소지를 도곡동 빌라로 적시했다. 계열사 태성산업 대표이사로 있는 정숙인씨도 마찬가지다.


두 자녀도 마찬가지다. 배 이사와 성우씨 주소지는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도곡동으로 표기됐다. 물론 상세 주소까지 공개되지 않지만 추정할 수 있다.

도곡동 빌라 매입가는 49억8000만원이었다. 가족들은 저마다 돈을 보탰다. 배 회장과 배 이사, 그리고 성우씨는 도곡동 빌라를 각각 30%씩, 정숙인씨는 10%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배 회장 자녀들이 부담한 금액은 60%로 29억8800만원이다. 각자 14억9400만원을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눈길이 가는 건 매입 당시 자녀들의 나이다. 배 이사는 1990년생으로 27세였고 성우씨는 1995년생으로 22세에 불과했다. 20대 초중반 나이에 각자 수십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자금 출처에 물음표가 찍힌다.

도곡 빌라 20대 자녀 29억 사용
운중동 단독주택도 28억에 매입

토니모리 일가는 이듬해 부동산을 추가로 사들였는데 방식은 같았다. 가족이 저마다 자금을 대면서 공동 소유하는 식이었다. 배 회장 일가는 2017년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위치한 고급 단독주택 토지 2곳과 단지 내 도로 및 부대시설을 매입했다.

해당 단독주택 단지는 입주민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한다. 단지 내 시설들을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사유지로 형성, 외부인 진입을 어렵게 하는 형식이다.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거래가는 각각 20억1410만원과 23억590만원으로 모두 43억2000만원이었다.

도곡동 빌라와 차이가 있다면, 부모보다 자녀들이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 회장과 정숙인씨가 각각 16%(6분의 1), 배 이사와 성우씨가 각각 33%(6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금액서 배 이사와 성우씨가 부담한 금액은 28억8000만원으로 각자 14억4000만원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당시 나이는 28세, 23세 밖에 되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에 58억6800만원을 사용했다. 20대 초중반 나이에 60억원에 가까운 ‘여유 자금’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어떻게 큰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

20대 초중반
60억 가까이?

첫 번째 가능성은 ‘배당’이다. 배 이사와 성우씨는 토니모리 상장 전부터 회사 주식을 보유했다. 당시 토니모리는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토니모리 감사보고서는 2010년부터다. 배 회장 가족들은 회사 주식 전부를 가지고 있었다. 지분율은 배 회장(60%), 정숙인씨(20%), 배 이사(10%), 성우씨(10%) 순이었다.

토니모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매년 10억원, 30억원, 40억원, 20억원이었다. 배 이사와 진형씨가 받은 배당액은 모두 20억원으로 각자 10억원씩이었다.
 

▲ 배해동 토리모니 회장

2015년 토니모리가 상장하면서 지분 변동이 있었다. 다만 순위에 큰 변화 없이 배 회장, 정숙인씨, 배 이사, 성우씨 순으로 구축됐다.

상장 이후 배당은 계속됐다. 배당액은 2015년 35억2800만원, 2016년 40억5700만원, 2017년 2억9100만원이었다.

2017년 토니모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에게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주 우선 경영이라는 이념’이 그 이유였다.

그 결과 배 회장 가족들은 2017년 단 한 푼의 배당도 받지 않았다. 배 이사와 성우씨가 취득한 배당액은 모두 12억8940만원으로 각각 6억4470만원이었다.


종합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배당으로 32억8945만원을 쥘 수 있었다. 각자 16억4472만원이다.

이들이 배당액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저축했다면, 2016년 도곡동 고급빌라를 매입하는 데 지장은 없다. 충당이 가능한 액수다.

하지만 2017년 매입한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곡동 고급빌라를 처분한 뒤 구입했다면 설명이 가능하지만, 토니모리 일가는 현재까지 도곡동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불분명한
자금 출처

배 이사와 성우씨는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고급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하는 데 58억6800만원을 사용했다. 각자 29억3400만원이다. 배당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대출’이다. 배 이사와 성우씨는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7월 각각 30만주를 담보로 10억2000만원씩 확보했다.


담보 대출은 도곡동 고급빌라와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이후에 이뤄졌다. 시기가 맞지 않지만, 잔금 처리 목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당과 담보만으로도 부동산 매입 자금은 완전히 채워지지 못한다.

또 다른 수익 통로는 없었던 걸까. 배 이사에게는 있었다. 그는 토니모리에 입사해 급여를 받고 있다.

배 이사는 지난 2015년 9월 토니모리 해외사업부에 입사했다. 약 7개월 뒤인 2016년 3월에는 사내이사가 됐다. 업계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시기였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금수저’ 논란이 있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배 이사가 해외사업부서 근무했던 2015년 사원 평균 급여는 연 7000만원이었다. 2016년 사내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배 이사가 활동했던 시기는 약 6개월이다. 급여로 3500만원을 취득할 수 있었다고 점쳐진다.
 

2016년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2억2800만원이었다. 이어 2017년 평균 급여(퇴직임원 퇴직금 포함)는 3억3200만원이었다.

운중동 단독주택 부지 2곳을 매입한 때는 2017년 6월이다. 배 이사가 사원으로 일했던 때와 사내이사로 근무할 동안 수령한 보수를 계산해보면 4억2900만원이라는 값이 나온다. 배 이사는 같은 기간 배당금도 받았다.

배당·급여 받아?
혹시 아빠 찬스?

배 이사가 급여와 배당금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 매입 이후 이뤄진 주식 담보 대출이 잔금 처리 목적이었다면 부동산 3곳을 매입할 수 있다.

반면 성우씨의 수입 경로는 배당과 주식 담보 대출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토니모리와 계열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모두 살펴봐도 그의 이름은 없다. 공시시스템서도 그의 직업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저 ‘주주’로 표기됐을 뿐이다.

물론 이들은 자금을 증여받을 수 있다. 이후 신고를 했다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일요시사>는 ‘배 이사와 성우씨가 부동산 3곳에 부담한 자금 출처’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토니모리 측은 “회장 가족 사안으로 사적인 영역”이라며 “답변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 회장이 자녀들에게 자금을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 신고도 했을 것”이라면서도 “사측서 답변을 거부한 점을 미뤄봤을 때, 궁금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배 회장 일가는 모두 도곡동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앞서 배 회장과 부인 정숙인씨의 경우,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배 이사와 성우씨는 공시시스템으로 추정이 가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운중동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배 이사와 성우씨 모두 주소지를 도곡동 빌라로 두고 있다.

“사적 영역,
답변 어렵다”

배 회장 일가는 단독주택 부지 2곳을 새로운 거주지로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내에는 여러 재계 인사들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특이하게도 토니모리 일가는 단독주택 단지 내에서 2개 부지를 매입한 보기 드문 소유주기도 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