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숲 ④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자작나무숲

▲ 금강소나무가 숲을 이룬 검마산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요즘은 한적하고 오붓하게 즐기는 여행지가 대세다. 오지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북 영양군은 지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선정한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있는 고장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빵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만큼 청정하고, 자연이 간직한 숲과 별이 있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영양의 별을 상징한다면, 검마산자연휴양림은 숲을 대표한다. 휴양림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남쪽으로 약 16km 떨어진 검마산(1017m) 정상 서쪽 자락에 있다. 검마산(劍磨山)은 나무와 바위가 마치 창과 칼이 꽂힌 듯 화려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휴양림 중에도 숲이 좋기로 손꼽힌다.

▲ 푸른 숲만으로 힐링이 되는 검마산자연휴양림

피톤치드

검마산자연휴양림은 한티로(국도 88호선)에서 벗어나 좁은 길을 약 1.9km 들어간다. 휴양림에 이르면 기지개를 켜고 신선한 공기를 깊이 마신다. 누구나 절로 하는 첫 일정이다. 휴양림 이용은 단순 입장과 숙박으로 나뉜다. 숙박은 휴양관이나 야영 데크를 이용한다. 금강소나무가 빽빽한 산림욕장을 지나 약수터까지 구간을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다. 물론 검마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 계곡을 끼고 자리한 야영 데크 ▲ 검마산자연휴양림 산림욕장의 금강소나무 군락

어느 길이든 검마산자연휴양림이 자랑하는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금강소나무는 춘양목, 황장목 등으로 불리는데 소나무 중 으뜸으로 친다. 높고 곧게 자라 궁궐이나 왕실에 목재로 쓰였다. 산책로 곳곳에 고루 분포해 피톤치드의 진수를 만끽하기 좋다. 특히 산림욕장이 압권이다. 금강소나무 고목 아래를 거닐고, 그늘에 머물러 쉰다.

▲ 하트 모양 바위에 자란 나무

산림욕장에서 사방댐 쪽으로 내려오는 숲길도 곱다. 팔각정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때는 큰 바위가 눈길을 끈다. 하트 모양 바위에 나무가 자라 신성하다. 목걸이와 열쇠고리 만들기 등 가벼운 목공 체험이나 숲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 후 참여할 수 있다.

그 밖에 두 가지 정보를 미리 알고 가면 좋다. 첫째, 검마산자연휴양림은 책 읽는 숲이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숲속도서관이 보인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보유하고, 도서관 안에서 읽거나 책을 빌려 숲에서 읽을 수 있다. 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소리는 책 읽을 때 ‘ASMR’로 최적이다.

▲ 검마산자연휴양림 숲속도서관 실내

둘째,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이다.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모두 일반 숙소와 반려견 동반 숙소가 구분되고, 야외에 반려견놀이터가 따로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반려견의 나이 제한도 없어졌다. 다만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해야 한다.

검마산에는 또 다른 명품 숲이 있다. 지난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조림한 30.6ha 규모의 영양자작나무숲이 어느새 어엿한 청년 숲으로 자랐다. 공식 개장하지 않았지만 약 2km 산책로가 조성돼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든다.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오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검마산자연휴양림

우선 장파경로당에서 장파1교를 건너기 전에 좌회전한 뒤, 기산마을과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약 1.6km 이동한다. 이후는 길이 험하다. 사륜구동 차량은 숲 입구까지 진입할 수 있지만, 일반 승용차는 바닥이 긁혀 삼거리 길가에 주차하고 걸어가야 한다.

창·칼 꽂힌 듯 화려한 자연휴양림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

삼거리에서 숲 입구까지 3.2km 정도 거리라 걷기 만만치 않다. 어느 지점부터 휴대폰 전파마저 끊긴다. 하지만 영양자작나무숲의 매력은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 나무와 마을 상수원인 계곡물 소리가 더위를 말끔히 씻어준다.

▲ 더위를 씻어주는 영양자작나무숲 풍경

자작나무숲은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머리 위를 뒤덮은 초록 잎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린다.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좀 더 차분하고 화사하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잖게 오르내린다. 오지 자연의 깊은 품에 안긴 걸 실감한다.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나올 수도, 정상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다. 아직 안내소가 따로 없지만, 안내판은 잘 갖춰졌다. 자작나무숲 입구 가는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공식 개장하기 전이니 혼자보다 동반자와 같이 가기를 권한다.

▲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외관

영양 여행은 밤하늘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영양반딧불이천문대를 목적지 삼는 게 수월하다. 천문대는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특구 내 장수포천 변에 있다. 4D 영상을 상영하는 플라네타리움은 코로나19로 관람이 어렵지만, 별생태체험관 관람과 천체 관측은 가능하다.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야간에는 은하와 달 등을 관측한다. 특히 야간 관측 때 영양의 진가를 만끽한다. 천문대 주변은 큰 가로등 2개에 발목 높이 이동로 안내등이 전부인데, 그마저 불빛이 바닥을 향한다. 어둠이 사방을 둘러 육안으로 별을 보기에 최적이고, 반딧불이까지 반짝인다.

8월에는 천문대 인근 장수포천과 반딧불이생태공원에서 늦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 영양반딧불이천문대가 있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밤하늘 ▲ 400년 된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영양 서석지의 경정

영양에서 옛사람의 휴식을 느끼고 싶을 때는 영양 서석지(국가민속문화재 108호)가 알맞다. 서석지는 석문 정영방이 1613년(광해군 5)에 조성한 조선 시대 민간 정원이다. 400년 된 은행나무가 기대선 입구로 들어서자, 경정(敬亭)과 주일재(主一齋)가 사각 연못을 끼고 자리한다.

서석지에는 20개 가까운 서석(瑞石)이 연못에 있다. 신선이 노는 선유석(僊遊石), 구름 봉우리 모양 상운석(祥雲石) 등 이름처럼 재미난 생김이다. 인위로 배치했나 싶지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돌이다. 경정 대청마루에 올라 연못을 내려다보자. 낮은 담장 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서석지에서 나와 고택이 많은 연당마을을 산책해도 좋다.

▲ 산과 들을 배경으로 우뚝 선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서석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국보 187호)이 있다. 높이 약 9m, 탑신 폭 3.34m 석탑은 통일신라 시대에 벽돌 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축조한 것으로 추정한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우뚝 섰는데, 균형 잡힌 비례와 늠름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

국보의 위엄이라기보다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살아가는 은둔자의 기품에 가깝다. 석탑 아래쪽에 반변천이 흐르고, 수달 서식지라는 푯말이 있다.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앞에서 모두 어우러져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괜히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숲 힐링 여행: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자작나무숲→영양반딧불이천문대 시간 
힐링 여행: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자작나무숲→영양 서석지→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검마산자연휴양림→수하계곡→영양반딧불이천문대→반딧불이생태공원 
둘째 날: 영양자작나무숲→선바위관광지→영양 서석지→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양문화관광 www.yyg.go.kr/tour
- 검마산자연휴양림 www.foresttrip.go.kr/0184
- 영양반딧불이천문대(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www.yyg.go.kr/np 

문의 전화
- 검마산자연휴양림 054)682-9009
- 영앙자작나무숲 054)680-6412(영양군청 문화관광과)
- 054)732-1601(남부지방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
- 영양반딧불이천문대 054)680-53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양,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회(08:20, 16:1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영양버스정류장에서 영양-본신 농어촌버스 이용, 바람마시 정류장 하차, 검마산자연휴양림까지 도보 2.9km. 영양버스정류장에서 영양-죽파 농어촌버스 이용, 죽파리·상죽파 정류장 하차, 장파1교 건너기 전 좌회전, 영양자작나무숲까지 도보 약 4.8k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영양버스정류장 054)683-2213

자가운전
검마산자연휴양림: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풍기·봉화 방면 우회전, 1.3km→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좌회전, 8.9km→기흥IC교 봉화·울진 방면 오른쪽 도로 843m→나무고개지하도 진입, 38.5km→일월·영월 방면 오른쪽 도로 294m→갈산로 33.3km→문암삼거리 온정 방면 좌회전, 한티로(국도 88호선) 6.7km→검마산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 1.9km→검마산자연휴양림 
영양자작나무숲: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풍기·봉화 방면 우회전, 1.3km→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좌회전, 8.9km→기흥IC교 봉화·울진 방면 오른쪽 도로 843m→나무고개지하도 진입, 38.5km→일월·영월 방면 오른쪽 도로 294m→갈산로 33.3km→문암삼거리 온정 방면 좌회전, 한티로(국도 88호선) 5.05km→발리삼거리에서 죽파, 오기 방면 우회전, 낙동정맥로 6.1km→좌회전, 상죽파길 287m→장파경로당 지나 우회전, 64m→장파1교 앞 좌회전, 4.8km(일반 승용차 1.6km 이동 후 삼거리 길가 주차, 도보 3.2km)→영양자작나무숲 입구

숙박 정보
-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펜션: 수비면 반딧불이로, 054)680-5323, 5325, www.yyg.go.kr/np/pension 
- 선바위자연생태마을: 입암면 주역1길, 054)680-5370 
- 쇼호텔: 영양읍 중앙로, 054)683-3533

식당 정보
- 선바위가든(산채정식): 입암면 영양로, 054)682-7429
- 희야골곱창식당(돌곱창): 입암면 입암로, 054)682-4569 
- 음식디미방체험관(한정식): 석보면 두들마을길, 054)683-7785(3일 전 예약 필수, 점심은 개인, 저녁은 10인 이상 가능)

주변 볼거리
일월산자생화공원, 주실마을, 맹동산(영양풍력발전단지), 본신리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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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