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숲 ④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자작나무숲

▲ 금강소나무가 숲을 이룬 검마산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요즘은 한적하고 오붓하게 즐기는 여행지가 대세다. 오지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북 영양군은 지난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선정한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있는 고장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빵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만큼 청정하고, 자연이 간직한 숲과 별이 있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영양의 별을 상징한다면, 검마산자연휴양림은 숲을 대표한다. 휴양림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남쪽으로 약 16km 떨어진 검마산(1017m) 정상 서쪽 자락에 있다. 검마산(劍磨山)은 나무와 바위가 마치 창과 칼이 꽂힌 듯 화려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휴양림 중에도 숲이 좋기로 손꼽힌다.

▲ 푸른 숲만으로 힐링이 되는 검마산자연휴양림

피톤치드

검마산자연휴양림은 한티로(국도 88호선)에서 벗어나 좁은 길을 약 1.9km 들어간다. 휴양림에 이르면 기지개를 켜고 신선한 공기를 깊이 마신다. 누구나 절로 하는 첫 일정이다. 휴양림 이용은 단순 입장과 숙박으로 나뉜다. 숙박은 휴양관이나 야영 데크를 이용한다. 금강소나무가 빽빽한 산림욕장을 지나 약수터까지 구간을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다. 물론 검마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 계곡을 끼고 자리한 야영 데크 ▲ 검마산자연휴양림 산림욕장의 금강소나무 군락

어느 길이든 검마산자연휴양림이 자랑하는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금강소나무는 춘양목, 황장목 등으로 불리는데 소나무 중 으뜸으로 친다. 높고 곧게 자라 궁궐이나 왕실에 목재로 쓰였다. 산책로 곳곳에 고루 분포해 피톤치드의 진수를 만끽하기 좋다. 특히 산림욕장이 압권이다. 금강소나무 고목 아래를 거닐고, 그늘에 머물러 쉰다.

▲ 하트 모양 바위에 자란 나무

산림욕장에서 사방댐 쪽으로 내려오는 숲길도 곱다. 팔각정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때는 큰 바위가 눈길을 끈다. 하트 모양 바위에 나무가 자라 신성하다. 목걸이와 열쇠고리 만들기 등 가벼운 목공 체험이나 숲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 후 참여할 수 있다.


그 밖에 두 가지 정보를 미리 알고 가면 좋다. 첫째, 검마산자연휴양림은 책 읽는 숲이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숲속도서관이 보인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보유하고, 도서관 안에서 읽거나 책을 빌려 숲에서 읽을 수 있다. 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소리는 책 읽을 때 ‘ASMR’로 최적이다.

▲ 검마산자연휴양림 숲속도서관 실내

둘째,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이다.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모두 일반 숙소와 반려견 동반 숙소가 구분되고, 야외에 반려견놀이터가 따로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반려견의 나이 제한도 없어졌다. 다만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해야 한다.

검마산에는 또 다른 명품 숲이 있다. 지난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조림한 30.6ha 규모의 영양자작나무숲이 어느새 어엿한 청년 숲으로 자랐다. 공식 개장하지 않았지만 약 2km 산책로가 조성돼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든다.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오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검마산자연휴양림

우선 장파경로당에서 장파1교를 건너기 전에 좌회전한 뒤, 기산마을과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약 1.6km 이동한다. 이후는 길이 험하다. 사륜구동 차량은 숲 입구까지 진입할 수 있지만, 일반 승용차는 바닥이 긁혀 삼거리 길가에 주차하고 걸어가야 한다.

창·칼 꽂힌 듯 화려한 자연휴양림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

삼거리에서 숲 입구까지 3.2km 정도 거리라 걷기 만만치 않다. 어느 지점부터 휴대폰 전파마저 끊긴다. 하지만 영양자작나무숲의 매력은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 나무와 마을 상수원인 계곡물 소리가 더위를 말끔히 씻어준다.

▲ 더위를 씻어주는 영양자작나무숲 풍경

자작나무숲은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머리 위를 뒤덮은 초록 잎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린다.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좀 더 차분하고 화사하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잖게 오르내린다. 오지 자연의 깊은 품에 안긴 걸 실감한다.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나올 수도, 정상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다. 아직 안내소가 따로 없지만, 안내판은 잘 갖춰졌다. 자작나무숲 입구 가는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공식 개장하기 전이니 혼자보다 동반자와 같이 가기를 권한다.

▲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외관

영양 여행은 밤하늘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영양반딧불이천문대를 목적지 삼는 게 수월하다. 천문대는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특구 내 장수포천 변에 있다. 4D 영상을 상영하는 플라네타리움은 코로나19로 관람이 어렵지만, 별생태체험관 관람과 천체 관측은 가능하다.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야간에는 은하와 달 등을 관측한다. 특히 야간 관측 때 영양의 진가를 만끽한다. 천문대 주변은 큰 가로등 2개에 발목 높이 이동로 안내등이 전부인데, 그마저 불빛이 바닥을 향한다. 어둠이 사방을 둘러 육안으로 별을 보기에 최적이고, 반딧불이까지 반짝인다.

8월에는 천문대 인근 장수포천과 반딧불이생태공원에서 늦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 영양반딧불이천문대가 있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의 밤하늘 ▲ 400년 된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영양 서석지의 경정

영양에서 옛사람의 휴식을 느끼고 싶을 때는 영양 서석지(국가민속문화재 108호)가 알맞다. 서석지는 석문 정영방이 1613년(광해군 5)에 조성한 조선 시대 민간 정원이다. 400년 된 은행나무가 기대선 입구로 들어서자, 경정(敬亭)과 주일재(主一齋)가 사각 연못을 끼고 자리한다.

서석지에는 20개 가까운 서석(瑞石)이 연못에 있다. 신선이 노는 선유석(僊遊石), 구름 봉우리 모양 상운석(祥雲石) 등 이름처럼 재미난 생김이다. 인위로 배치했나 싶지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돌이다. 경정 대청마루에 올라 연못을 내려다보자. 낮은 담장 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서석지에서 나와 고택이 많은 연당마을을 산책해도 좋다.

▲ 산과 들을 배경으로 우뚝 선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서석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국보 187호)이 있다. 높이 약 9m, 탑신 폭 3.34m 석탑은 통일신라 시대에 벽돌 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축조한 것으로 추정한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우뚝 섰는데, 균형 잡힌 비례와 늠름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

국보의 위엄이라기보다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살아가는 은둔자의 기품에 가깝다. 석탑 아래쪽에 반변천이 흐르고, 수달 서식지라는 푯말이 있다.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앞에서 모두 어우러져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괜히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숲 힐링 여행: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자작나무숲→영양반딧불이천문대 시간 
힐링 여행: 검마산자연휴양림→영양자작나무숲→영양 서석지→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검마산자연휴양림→수하계곡→영양반딧불이천문대→반딧불이생태공원 
둘째 날: 영양자작나무숲→선바위관광지→영양 서석지→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양문화관광 www.yyg.go.kr/tour
- 검마산자연휴양림 www.foresttrip.go.kr/0184
- 영양반딧불이천문대(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www.yyg.go.kr/np 


문의 전화
- 검마산자연휴양림 054)682-9009
- 영앙자작나무숲 054)680-6412(영양군청 문화관광과)
- 054)732-1601(남부지방산림청 영덕국유림관리소)
- 영양반딧불이천문대 054)680-53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양,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회(08:20, 16:1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영양버스정류장에서 영양-본신 농어촌버스 이용, 바람마시 정류장 하차, 검마산자연휴양림까지 도보 2.9km. 영양버스정류장에서 영양-죽파 농어촌버스 이용, 죽파리·상죽파 정류장 하차, 장파1교 건너기 전 좌회전, 영양자작나무숲까지 도보 약 4.8k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영양버스정류장 054)683-2213

자가운전
검마산자연휴양림: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풍기·봉화 방면 우회전, 1.3km→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좌회전, 8.9km→기흥IC교 봉화·울진 방면 오른쪽 도로 843m→나무고개지하도 진입, 38.5km→일월·영월 방면 오른쪽 도로 294m→갈산로 33.3km→문암삼거리 온정 방면 좌회전, 한티로(국도 88호선) 6.7km→검마산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 1.9km→검마산자연휴양림 
영양자작나무숲: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풍기·봉화 방면 우회전, 1.3km→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 좌회전, 8.9km→기흥IC교 봉화·울진 방면 오른쪽 도로 843m→나무고개지하도 진입, 38.5km→일월·영월 방면 오른쪽 도로 294m→갈산로 33.3km→문암삼거리 온정 방면 좌회전, 한티로(국도 88호선) 5.05km→발리삼거리에서 죽파, 오기 방면 우회전, 낙동정맥로 6.1km→좌회전, 상죽파길 287m→장파경로당 지나 우회전, 64m→장파1교 앞 좌회전, 4.8km(일반 승용차 1.6km 이동 후 삼거리 길가 주차, 도보 3.2km)→영양자작나무숲 입구

숙박 정보
-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펜션: 수비면 반딧불이로, 054)680-5323, 5325, www.yyg.go.kr/np/pension 
- 선바위자연생태마을: 입암면 주역1길, 054)680-5370 
- 쇼호텔: 영양읍 중앙로, 054)683-3533

식당 정보
- 선바위가든(산채정식): 입암면 영양로, 054)682-7429
- 희야골곱창식당(돌곱창): 입암면 입암로, 054)682-4569 
- 음식디미방체험관(한정식): 석보면 두들마을길, 054)683-7785(3일 전 예약 필수, 점심은 개인, 저녁은 10인 이상 가능)

주변 볼거리
일월산자생화공원, 주실마을, 맹동산(영양풍력발전단지), 본신리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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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