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앞둔 무림그룹 황태자 딜레마

힘 실어줬는데 고꾸라지는 성적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낙제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 초 경영 전권을 넘겨 받은 황태자는 막중한 부담을 떠안게 생겼다. 오너 경영 체제가 한층 확고해진 만큼 홀로서기에 실패할 경우 화살은 온전히 황태자의 몫이다.
 

▲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과 이도균 사장

올해 초 무림그룹은 소장파 수장의 등장을 알렸다. 주인공은 오너 3세인 1978년생 이도균 사장이다. 그룹은 40대 초반의 젊은 피에게 승진과 함께 핵심 계열사 3곳(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의 경영 총괄을 맡겼다. 무림페이퍼는 지난 3월23일 이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공식화했고, 이튿날 무림SP, 25일 무림P&P가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확고한 기반

이무일 무림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이동욱 회장의 장남인 이 사장은 가파른 승진을 통해 확고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2015년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 등기이사에 연달아 이름을 올린 이 사장은 2018년 12월 부사장, 올 초 사장으로 직위를 바꿔 달며 존재감을 키웠다.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가 무림그룹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사실상 경영 승계 절차로 읽힌다. 이 사장이 일찌감치 승계 절차를 밟으며 그룹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는 건 지분구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사장은 20대 초반부터 무림SP(당시 무림제지)의 지분을 상당량 들고 있었다. 공시가 시작된 1999년 말 기준 이 사장은 22세의 나이에 무림SP의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당시 최대주주는 지분율 20.8%인 이 회장이었다.


지분구조에 변동이 가해진 건 2002년이다. 이 무렵 이 사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무림SP의 지분율을 21.37%까지 끌어올리며 최대주주에 등극했고, 이후 지분구조는 큰 변동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이 무림SP 최대주주로 등재된 시점에 승계의 밑그림은 사실상 완성됐다.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무림SP는 지난 6월 말 기준 무림페이퍼 지분 19.65%(817만799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무림페이퍼는 무림P&P 지분 66.97%(4176만6807주)를 갖고 있다.

오너 일가는 무림SP뿐 아니라 무림페이퍼 지분도 상당수 확보한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 회장(18.93%, 787만7646)과 이 사장(12.31%, 512만2966주)은 각각 무림페이퍼 2·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특수관계인 지분율 총합은 54.06%(2249만6487주)에 이른다.

명확해진 오너3세 승계구도
포부는 확실한데…현실은?

현장 실무 경험을 착실히 쌓아 온 이 사장의 행적은 ‘이도균호 무림’을 기대케 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미국 뉴욕대학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07년 무림페이퍼 영업본부에 입사한 이 사장은 14년간 제지사업본부, 관리본부, 일관화건설본부, 전략기획실, 계열사 관리 등을 거치며 보폭을 넓혔다.

이 사장 휘하서 무림그룹은 제지 부문서 시장성 높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고, 펄프(종이의 원료)를 통한 환경친화적 미래 소재 개발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무림그룹의 안정성은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이 사장 체제가 가동된 직후부터 이 같은 경향이 한층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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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핵심 계열사 3곳의 매출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림페이퍼의 상반기 매출은 연결 기준 50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2.2% 줄어든 413억원에 머물렀다. 부채비율이 213%로 높아지면서 재정건전성도 위협받고 있다.

무림P&P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3326억원) 대비 14.1% 감소한 2857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92억원으로 48% 급감했다. 전년 동기에 영업손실 9500만원을 기록했던 무림SP 54억원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의 저조한 실적은 제지업계 불황의 여파로 해석된다. 실제로 경쟁사인 한솔제지 역시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이 777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9% 감소했고, 여타 업체들도 하락세를 나타내긴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난국 타개를 위해서라도 무림캐피탈, 무림파워텍, 무림로지텍 등의 비제지업 계열사가 힘을 보태는 게 최선이다. 다만 덩치 차이를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기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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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