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안철수, 보선행? 대선행?

보선 완행이냐 대선 직행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국민의당과 같은 실용정치의 노선을 타면서 야권 재편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치권에선 재편 이후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행도 점쳐진다. 양당은 과연 내년 재보궐선거 전에 손을 잡을 수 있을까.
 

▲ ▲악수 나누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중도로의 확장’을 선포하면서 국민의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의 노선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탈진영적 중도정치를 지향한다. 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일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탈 진영적
중도정치

안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양당체제 타파를 내세우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중도 세력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후 정치권에는 이례적인 ‘녹색돌풍’이 불었다. 국민의당은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신생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서 패배했고, 2018년 바른정당과의 합당 전후로는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같은 해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3위로 낙선한 뒤,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창업주’가 떠난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안철수계·유승민계·손학규계 간의 당권 싸움이 계속됐다. 제3지대에 대한 민심의 실망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안 대표는 다시 녹색돌풍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20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당명은 국민의당으로, 노선 역시 중도실용으로 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녹색돌풍이 ‘오렌지돌풍’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안 대표 역시 국민의당의 낮은 지지율에 쉽게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2016년에도 3월 초까지 한국갤럽 지지율이 8% 나왔고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는 2%, 3%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것이 중도층, 무당층의 특성”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1대 총선은 지난 총선과 달랐다.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고, 중도 세력이 설 곳은 없었다. 총선 당시 통합당에 비호감을 느낀 중도층은 국민의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다.

통합당 중도 확장 국민의당 노선 겹쳐
양당 ‘정책공조’ 넘어 선거연대까지?

무엇보다 과거 국민의당의 대표지지 세력이었던 호남 민심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역 기반이 없는 정당은 현 정치구도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결국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하면서, 원내 비례대표 3석에 그쳤다. 이는 당초 당이 목표했던 20%에 크게 미달한 성적이었다.

안 대표의 긴 정치 공백과 잦은 창당에 의한 피로감이 국민의당 흥행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안 대표의 계속된 탈당과 창당은 그의 최대 강점이었던 신선함과 참신함을 앗아갔다. 아울러 그의 메시지나 정책이 기존 정당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목됐다.

총선 전 당내에선 안 대표의 영향력이 이전과 다름을 감지하고, 선거연대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이 야권 대열에 합류해야 21대 총선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 ▲발언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하지만 안 대표는 독자노선 의지를 꺾지 않았다. 안철수계 인물들의 통합당행이 계속됐지만, 그는 “어떤 길을 가시든지 응원하고 다시 개혁의 큰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씁쓸한 내색을 감췄다.

하지만 안 대표가 2월 귀국 직후부터 21대 총선까지 내세운 메세지는 일관적였다. 그는 중도실용 정치를 강조하며, 편을 가르는 정치판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비록 3석에 그쳤지만, 안 대표에게 선거만을 위한 연대와 통합은 없었다.

외로운 중도 노선을 걷고자 한 그의 약속은 지켜졌다.

다만 그는 범보수 세력들과 정책연대를 이어왔다. ‘국민 미래포럼’이 대표적인 공동 연구모임이다. 지난 6월부터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이를 진행하며, 당 차원의 보폭을 맞추고 있다.

긴 공백
잦은 창당

일각에선 포럼이 야권 연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포럼서 ‘국민의당을 포함한 보수 야당’ ‘우리 보수 야당’이라는 표현으로 양당의 정책 노선이 동일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9월, 임시국회에 앞서 당의 방향성을 담은 ‘37대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이 앞서 ‘10대 정책’을 내놓은 만큼, 양당은 9월 정기국회 중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은 수해 상황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정책 연대와 관련해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미팅을 해왔다”며 앞으로 정책 공조를 이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좌클릭 행보 덕에 야권 재편의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0석의 슈퍼 여당의 거침없는 행보가 범야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다, 김 위원장의 관점과 국민의당의 노선이 비슷해 범야권의 통합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합당의 좌클릭 역시 안 대표로서는 환영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통합당의 극우적 색채는 통합당과의 합당에 부담으로 작용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통합당은 극우세력과는 선을 긋고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통합당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8·15 광화문 집회의 태극기부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김 위원장은 5·18 묘역서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극우와의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병희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통합당은 기본소득제 도입을 앞세운 새로운 정강·정책을 공개했다.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민주화, 양성평등과 같은 어젠다를 내세우며, 중도로의 확장에 무게를 실었다.

권 원내대표 역시 김종인 비대위의 좌클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통합당을 실용정당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것을 저희가 감지했다. 통합당과 손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연대 메시지를 냈다.

정부여당 향해
공격수위 높여

이미 통합당에는 안철수계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돼있는 만큼 양당의 연대 흐름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수민 전 의원은 당의 홍보본부장을 맡아 당명 개정 작업 등 당의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김삼화 의원 역시 통합당의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으로 임명된 상태다.

양당의 기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금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이다. 두 당은 탄핵소추안을 공동으로 결의해 밀어 붙였다. 이 외에도수해로 인한 산사태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태양광 사업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안 대표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통합당보다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고 여론 청취도 안 하느냐”며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통합당은 외연확장을 위해 국민의당에 계속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안 대표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나 2022 대선서 통합당과 손을 잡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도 실용 이미지의 국민의당이 가지는 상징성은 3석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책을 통한 ‘좌클릭’보다는, 국민의당과 합쳐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는 분석이다.

‘좌클릭’ 빨라진 야권 개편
안, 이어지는 러브콜 응답할까?

정치권에선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 합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다음 대선까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양당이 연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당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됐다.

국민의당에게는 ‘원맨 정당’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 다음 대선까지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통합당으로서는 중도 이미지가 강한 안 대표가 매력적이다. 통합당 총선백서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대표가 통합당의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면 결과를 떠나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서 한 번 낙선을 경험했던 만큼 2022 대선후보로 직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당장 선거보다는 혁신 경쟁과 야권 파이를 키우는 작업을 강조해왔다. 당이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한 후, 야권이 제대로 혁신할 때 비로소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안 대표는 야권의 중도화를 이뤄, 합리적 개혁 보수의 이미지를 구상하고 있다. 그렇게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영향력은 이전 같지 않다. 안 대표가 내놓는 정책들은 거대 양당의 물살에 묻히고 있다. 여전히 안 대표의 정치 노선에 회의심을 갖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안 대표가 지금까지 이어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과거와 전혀 다른 안철수를 보여줄 시기가 된 것이다.

양당의 주도권 싸움 역시 안 대표에게 큰 과제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계속해 지지부진 하다면, 합당 과정 속 그가 주도권 싸움서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선거 때마다 후보로 꼽히는 안 대표지만, 현재와 같이 당 지지율이 5% 내외를 유지한다면 만년 후보로만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서 안 대표에게 필요한 건 이슈 선점과 메시지 홍보다. 체급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다만 이는 거대 양당의 어젠다에 묻힐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이 SNS, 유튜브 등 국민들과의 소통창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안 대표가 최근 진중권 전 대표와 유튜브 채널서 정부·여당의 문화를 공개 비판한 영상이 크게 이슈가 된 것도 좋은 예다.

각자도생?
결국 연대?

안 대표는 야권의 혁신적 재편이 이뤄진 후에 시장 선거를 바라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지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대선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울 때다. 그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에 전념하려 한다. 다시 말해 민심을 얻는 게 먼저다. 선거부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