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안철수, 보선행? 대선행?

보선 완행이냐 대선 직행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국민의당과 같은 실용정치의 노선을 타면서 야권 재편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치권에선 재편 이후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행도 점쳐진다. 양당은 과연 내년 재보궐선거 전에 손을 잡을 수 있을까.
 

▲ ▲악수 나누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중도로의 확장’을 선포하면서 국민의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의 노선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탈진영적 중도정치를 지향한다. 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일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탈 진영적
중도정치

안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양당체제 타파를 내세우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중도 세력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후 정치권에는 이례적인 ‘녹색돌풍’이 불었다. 국민의당은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신생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서 패배했고, 2018년 바른정당과의 합당 전후로는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같은 해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3위로 낙선한 뒤,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창업주’가 떠난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안철수계·유승민계·손학규계 간의 당권 싸움이 계속됐다. 제3지대에 대한 민심의 실망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안 대표는 다시 녹색돌풍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20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당명은 국민의당으로, 노선 역시 중도실용으로 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녹색돌풍이 ‘오렌지돌풍’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안 대표 역시 국민의당의 낮은 지지율에 쉽게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2016년에도 3월 초까지 한국갤럽 지지율이 8% 나왔고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는 2%, 3%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것이 중도층, 무당층의 특성”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1대 총선은 지난 총선과 달랐다.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고, 중도 세력이 설 곳은 없었다. 총선 당시 통합당에 비호감을 느낀 중도층은 국민의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다.

통합당 중도 확장 국민의당 노선 겹쳐
양당 ‘정책공조’ 넘어 선거연대까지?

무엇보다 과거 국민의당의 대표지지 세력이었던 호남 민심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역 기반이 없는 정당은 현 정치구도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결국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하면서, 원내 비례대표 3석에 그쳤다. 이는 당초 당이 목표했던 20%에 크게 미달한 성적이었다.

안 대표의 긴 정치 공백과 잦은 창당에 의한 피로감이 국민의당 흥행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안 대표의 계속된 탈당과 창당은 그의 최대 강점이었던 신선함과 참신함을 앗아갔다. 아울러 그의 메시지나 정책이 기존 정당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목됐다.


총선 전 당내에선 안 대표의 영향력이 이전과 다름을 감지하고, 선거연대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이 야권 대열에 합류해야 21대 총선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 ▲발언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하지만 안 대표는 독자노선 의지를 꺾지 않았다. 안철수계 인물들의 통합당행이 계속됐지만, 그는 “어떤 길을 가시든지 응원하고 다시 개혁의 큰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씁쓸한 내색을 감췄다.

하지만 안 대표가 2월 귀국 직후부터 21대 총선까지 내세운 메세지는 일관적였다. 그는 중도실용 정치를 강조하며, 편을 가르는 정치판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비록 3석에 그쳤지만, 안 대표에게 선거만을 위한 연대와 통합은 없었다.

외로운 중도 노선을 걷고자 한 그의 약속은 지켜졌다.

다만 그는 범보수 세력들과 정책연대를 이어왔다. ‘국민 미래포럼’이 대표적인 공동 연구모임이다. 지난 6월부터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이를 진행하며, 당 차원의 보폭을 맞추고 있다.

긴 공백
잦은 창당

일각에선 포럼이 야권 연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포럼서 ‘국민의당을 포함한 보수 야당’ ‘우리 보수 야당’이라는 표현으로 양당의 정책 노선이 동일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9월, 임시국회에 앞서 당의 방향성을 담은 ‘37대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이 앞서 ‘10대 정책’을 내놓은 만큼, 양당은 9월 정기국회 중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은 수해 상황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정책 연대와 관련해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미팅을 해왔다”며 앞으로 정책 공조를 이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좌클릭 행보 덕에 야권 재편의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0석의 슈퍼 여당의 거침없는 행보가 범야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다, 김 위원장의 관점과 국민의당의 노선이 비슷해 범야권의 통합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합당의 좌클릭 역시 안 대표로서는 환영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통합당의 극우적 색채는 통합당과의 합당에 부담으로 작용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통합당은 극우세력과는 선을 긋고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통합당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8·15 광화문 집회의 태극기부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김 위원장은 5·18 묘역서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극우와의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병희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통합당은 기본소득제 도입을 앞세운 새로운 정강·정책을 공개했다.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민주화, 양성평등과 같은 어젠다를 내세우며, 중도로의 확장에 무게를 실었다.

권 원내대표 역시 김종인 비대위의 좌클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통합당을 실용정당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것을 저희가 감지했다. 통합당과 손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연대 메시지를 냈다.

정부여당 향해
공격수위 높여

이미 통합당에는 안철수계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돼있는 만큼 양당의 연대 흐름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수민 전 의원은 당의 홍보본부장을 맡아 당명 개정 작업 등 당의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김삼화 의원 역시 통합당의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으로 임명된 상태다.

양당의 기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금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이다. 두 당은 탄핵소추안을 공동으로 결의해 밀어 붙였다. 이 외에도수해로 인한 산사태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태양광 사업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안 대표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통합당보다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고 여론 청취도 안 하느냐”며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통합당은 외연확장을 위해 국민의당에 계속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안 대표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나 2022 대선서 통합당과 손을 잡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도 실용 이미지의 국민의당이 가지는 상징성은 3석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책을 통한 ‘좌클릭’보다는, 국민의당과 합쳐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는 분석이다.

‘좌클릭’ 빨라진 야권 개편
안, 이어지는 러브콜 응답할까?

정치권에선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 합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다음 대선까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양당이 연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당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됐다.

국민의당에게는 ‘원맨 정당’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 다음 대선까지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통합당으로서는 중도 이미지가 강한 안 대표가 매력적이다. 통합당 총선백서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대표가 통합당의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면 결과를 떠나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서 한 번 낙선을 경험했던 만큼 2022 대선후보로 직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당장 선거보다는 혁신 경쟁과 야권 파이를 키우는 작업을 강조해왔다. 당이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한 후, 야권이 제대로 혁신할 때 비로소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안 대표는 야권의 중도화를 이뤄, 합리적 개혁 보수의 이미지를 구상하고 있다. 그렇게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영향력은 이전 같지 않다. 안 대표가 내놓는 정책들은 거대 양당의 물살에 묻히고 있다. 여전히 안 대표의 정치 노선에 회의심을 갖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안 대표가 지금까지 이어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과거와 전혀 다른 안철수를 보여줄 시기가 된 것이다.

양당의 주도권 싸움 역시 안 대표에게 큰 과제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계속해 지지부진 하다면, 합당 과정 속 그가 주도권 싸움서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선거 때마다 후보로 꼽히는 안 대표지만, 현재와 같이 당 지지율이 5% 내외를 유지한다면 만년 후보로만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서 안 대표에게 필요한 건 이슈 선점과 메시지 홍보다. 체급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다만 이는 거대 양당의 어젠다에 묻힐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이 SNS, 유튜브 등 국민들과의 소통창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안 대표가 최근 진중권 전 대표와 유튜브 채널서 정부·여당의 문화를 공개 비판한 영상이 크게 이슈가 된 것도 좋은 예다.

각자도생?
결국 연대?

안 대표는 야권의 혁신적 재편이 이뤄진 후에 시장 선거를 바라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지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대선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울 때다. 그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에 전념하려 한다. 다시 말해 민심을 얻는 게 먼저다. 선거부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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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