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뻥튀기’ 제주 호텔 분양 사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24 10:55:57
  • 호수 1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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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맡기면 월 100만원씩 준다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장밋빛 미래를 보고 호텔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신문 광고에 현혹돼 거액의 돈을 투자한 사람들이 있다. 1년이 넘도록 수익금을 받지 못한 수분양자와 시행사 대표와 법정 공방이 불거졌다. 
 

최근 은행 이자도 낮고 은퇴 후 생활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는 곳이 바로 수익형 호텔, 분양형 상가다. 이들은 전망 좋다는 호텔 광고를 보고 투자한다. 예를 들면 A씨는 풍광 좋은 땅을 찾아 이곳에 호텔을 짓기 위해 은행 돈을 빌리려 하지만 개인이라 쉽게 빌릴 수가 없다. 이 경우 분양 대행사에 연락해 광고한다. 

광고 보고 
투자했다…

현수막, TV, 신문 광고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게 된다. 풍광 좋은 땅에 호텔을 지어 150개의 객실 중 하나를 2000만원에 분양받으면 3년 동안 확정 수익률 10%를 주겠다고 약정하는 것. 

단순하게 한 달만 계산해도 130만∼150만원이 되는 금액이 되는데 3개 호실만 해도 400만∼500만원 정도 되니 많이들 혹해서 투자하게 된다. 사업자 입장에선 2억원씩 150개를 분양하면 300억원이 들어오게 되는데 보통 호텔을 건설하는 데 200개 정도의 객실을 짓는다. 

투자자들은 호텔을 운영할 능력이 없으니 사업자가 호텔을 짓게 되면 그 다음 호텔을 영업하는 회사는 사업자가 하나 더 만들어 호텔을 영업해 얻는 수익으로부터 확정 수익을 주고 더 남는 수익은 사업자가 갖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하면 객실을 늘려 500개의 객실을 지으며 200개는 분양, 나머지는 사업자가 갖는 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서로에게 쏠쏠한 방법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힘들게 자금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투자자 입장에선 힘들게 호텔 운영을 하지 않고 2~3억 투자해서 매달 100만원씩 꼬박 들어오기 때문이다. 

100% 객실 가동, 연 16% 수익보장…
투자자들 TV·신문광고로 현혹 주장

지난 2016년 1월경 신문을 통해 제주도에 위치한 한 호텔에 대한 분양광고를 시작했다. 당시 호텔 분양가격을 약 1억2000만원서 1억8000만원으로 책정하며 총 305개의 객실 분양을 시작했다. 광고 내용에는 ‘100% 객실 가동률을 확보한 호텔’ ‘연 16% 수익보장’ ‘환매보장제 실시’ 등의 문구로 수분양자들을 모집했다.

시공사인 한일종합건설과 시행사인 지더블유홀딩스가 진행한 이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대지면적 12만8600㎡로 지하 2층서부터 지상 10층까지의 규모. B씨를 포함한 240여명이 광고에 혹해 해당 호텔 분양 홍보관을 방문해 담당 직원과 상담한 후 시행사 및 운영사와 분양계약 및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계약을 체결한 240여명은 수익보장증서와 환매증서를 발급하면서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줄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수익을 보장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사실과 매우 달랐다”며 “담당자가 약속한 연간수익률 16%는 실제 지급된 수익률인 8%에 비해 2배나 과장된 수치였다. 또 제주 지역 유사 등급 호텔들의 평균 객실 가동률 및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 추세를 고려할 때 담당자가 약속한 객실가동률 100%는 전혀 달성할 수 없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호텔은 객실 가동률과 책정 숙박료 등 매출 구조상 많은 이익이 발생할 수 없었던 탓에 개장 후 4개월 이후부터 수분양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들은 수익보장증서나 환매보장서 등을 교부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약정의 이행을 보장할 어떤 자금도 준비된 것이 없었으며, 약정 내용을 이행할 의사도 능력도 전혀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대출 받아
분양 진행


지난해 6월 B씨 외 7명이 고소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7월4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분양 홍보관서 해당 호텔과 관련해 시행사 및 운영사와 객실 공급계약 및 위탁 운영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또 고소인으로부터 계약금 3189만원, 이후 2018년 4월까지 중도금 및 잔금 2억8705만원을 분양대금 명목으로 지급받는 등 14억8897만원을 분양대금 명목으로 받아 이를 편취했다.

B씨는 “시행사 대표 C씨는 계획적이고 치밀했다.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광고 문구만 믿고 제주도까지 가보지도 않고 전혀 계약한 수분양자들에게 사기 수법을 펼친 것이다. 누가 제주도까지 가서 확인하고 계약을 하겠느냐”며 “나를 포함해 8명이 고소를 했지만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업을 하다 보면 안될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혐의가 났다. 계획은 계획이고 결과는 결과라는 이유로 법원의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부산지방검찰청서 불기소 처분을 결정, 이에 대해 불복한 B씨 외 7명은 항고했으나 서울고등검찰청서 항고기각 처분을 내렸다. 사기 관련한 과거 판례서 상품 등의 선전·광고가 있어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됐다 하더라도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춰 시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면 사기로 인정하지 않았다.

14억 편취
고소 진행

이 사건과 관련해 항고를 기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C씨는 호텔객실 가동률 및 단가 등 분석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근 호텔 현황자료 등을 토대로 수익률 예측이 가능했던 점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매출액, 순이익이 변동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던 점 ▲B씨 외 7명이 기대한 영업수익률은 호텔의 정상 운영과 숙박산업의 활성화를 전제로 예상되는 것이므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서 C씨가 호텔 개장 이후 자비로 수익금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계약 당시부터 확정 수익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C씨가 매입한 하남시 토지 관련해서는 호텔 분양대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으며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B씨 외 7인이 분양계약에 따른 소유권도 모두 이전 받은 점 등을 볼 때 호텔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발생하지 못해 수분양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시행사 대표 하남시 땅 매입 의문
피해자 고소했지만 무혐의 판결 

이에 불복한 B씨 외 7인은 지난 7일, 재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 사건에 무려 24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존재하고 분양대금 원금 피해액 3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수익형 부동산 사기 사건”이라며 “피의자는 호텔 개장 후 단 4개월만 약정 수익금을 지급했고 개장 1년4개월 만에 호텔 영업을 중지해 수분양자들은 연 8%의 약정 수익금은 고사하고 분양대금 원금마저 회수할 방법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이 사건은 허위, 과장 광고를 동반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피해 사례가 아니라 호텔의 매출 및 수익 구조상 고소인들에게 약정 수입금을 지급할 수 없었음에도 연 8% 수익금 지급 약정을 한 바 이런 행위가 기망에 해당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면서도 “그러나 원처분검사 및 항고사건 담당 검사는 피의자가 약정한 연 8%의 수익금이 과연 지급 가능한 것이었는지에 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은 채 해당 건 고소를 무혐의 처분했다. 제대로 판단조차 하지 않은 채 내려진 수사기관의 오판은 법원서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C씨는 “수분양자 중 일부가 사기나 횡령 같은 말도 안 되는 걸로 소송을 걸었다. 소송 결과 무혐의가 나왔다. 그들의 주장은 전부 허위고 거짓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수익금을 못 준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중국 사드 등의 문제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정으로
진실공방


이어 “그래도 초반에 수익금을 주기 위해 사비도 털고 대출도 받아다가 주려고 했지만 도저히 여력이 되지 않아 호텔 수분양자 협의회인 관리단과 협의를 했다. 호텔 명도도 다 해줬고 지금 정상적인 절차를 받아 진행 중에 있다”며 “다만 합의하는 데 있어 합의금을 기간 내에 줘야 하는데 그게 좀 늦어지고 있다. 조만간 해결할 것이다. 만약 사기였으면 초반부터 돈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수익금도 주고 월급도 주려고 했다. 나쁜 의도로 한 건 없다. 수분양자 97∼98%가 이미 합의가 된 상황이다. 합의가 안 된 나머지 소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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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