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메이커’ 김호중의 가시밭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TV조선 <미스터트롯>이 발굴한 김호중은 유례없는 신인가수다. 4위에 그쳤음에도, 엄청난 실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팬덤을 구축했다. 그의 실력은 음악 전문가들 대다수가 인정할 정도로 빼어나다. 반대로 실력만큼이나 구설수도 많다. 얼굴을 비춘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불미스러운 루머에 연루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 도박으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김호중의 구설수를 총정리했다. 
 

▲ 가수 김호중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가수 김호중이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전 매니저와 지인의 권유로 3만원서 5만원가량을 걸고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짱

김호중과 소속사는 논란이 발생하자마자 빠르게 사과했다. 특히 김호중은 지난 19일 팬카페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적었다.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이하 생각 엔터) 한 관계자는 김호중의 행위는 통장 거래 내역이 없고,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전 매니저의 아이디로 소액 참여만 해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배짱 있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한 매체는 김호중이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여에 걸쳐 인터넷 불법사이트를 이용해 축구와 농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에 베팅하는 불법 토토를 비롯해 블랙잭, 바카라 등 높은 배당금을 챙기는 불법 도박을 상습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소속사는 당시 통장 내역을 거래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호중이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논란 탓에 방송가도 고심이 깊다. 김호중이 출연 중인 JTBC <위대한 배태랑>과 최근 그가 게스트로 출연한 KBS2 <불후의 명곡>, 내달 방영을 앞둔 MBN <로또싱어>와 11월 방영 예정인 KBS2 <트롯 전국체전> 역시 이번 구설수로 인해 빨간불이 켜졌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김호중의 퇴출을 요구하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김호중의 잘못된 과거로 인해 애꿎은 방송사 제작진만 고통을 겪고 있다. 

논란 발생과 거짓 해명, 그로 인한 언론의 팩트체크로 이어지는 패턴은 김호중이 데뷔했을 때부터 줄곧 이어졌다.
 

▲ 가수 김호중 ⓒTV조선

앞서 지난 6월 18일 김호중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하기 전 4년간 함께 일한 매니저 A씨에게 약정금을 반환하라는 청구 소송을 당했다. A씨가 이전부터 줄곧 김호중을 관리해왔는데, 일방적으로 생각 엔터와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기사를 보고 계약 사실을 알게 됐고, 횡령과 협박을 했다는 음해까지 받아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호중은 새로운 소속사로 옮길 때 미리 상의하지 못한 건 미안한 일이지만, 수익금의 30%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호중이 도의적으로 A씨에게 실망감을 준 건 맞지만, A씨의 요구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A씨의 행동에 문제가 심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군문제부터 불법 도박까지 ‘구설 제조기’
방송 출연 정지 청원…골치 아픈 방송사 


그런 가운데 A씨와의 불화가 가라앉기도 전에 병역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25일 김호중이 입영일까지 연기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당일 새벽 1시에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뒤 하루 동안 입원하면서 입대를 연기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김호중은 지난 4월 강원지방병무청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사 관계자와 병무청장이 지인이라는 측면서 만날 수 있지만, 일각에선 김호중에게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속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입대 연기를 신청했다”고 답했다.

김호중은 병무청의 재심결과 ‘불안정성 대관절’로 인해 최종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런 중에 곧 이어 김호중의 모친이 지난 2019년 12월 3명의 팬들에게 접근해 굿을 권유한 뒤 840만원을 받고, 또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지역 클럽에 가입시켜 상조회사 상품도 판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김호중 ⓒTV조선

논란이 불거진 지난 7월 김호중은 모친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책임지고 해결해드리겠다면서 어머니를 대신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병역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김호중이 전 여자친구를 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2013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용서>에 함께 등장한 B씨는 김호중이 자신의 딸과 교제했으며, 그 과정에서 딸을 폭행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또 김호중이 갑작스럽게 잠적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호중은 “교제한 사실은 맞지만 폭행은 없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모든 사안에 있어 김호중의 잘못이 뚜렷한 건 아니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가수에게 있어 이 같은 논란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잘못이 뚜렷하지 않을 뿐이지, 김호중과 소속사의 해명이 깔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호중은 자서전 <트바로티 김호중>을 출간할 예정이며, 그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그에게 자서전과 영화 제작은 자칫 지나친 미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화 


실제 팬들 역시 그의 행보가 꼭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살아온 인생이 워낙 힘들었던 것으로 이해해주는 측면이 강하다. 그를 지지하는 팬들도 있지만, 그로 인해 피로감만 쌓이는 대중도 적지 않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신인에 가까운 그에게 있어 이러한 논란은 치명타다. 성악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는 논란보다는 미담이 많은 가수의 방향을 모색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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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국힘 TK 쟁탈전

혼란의 국힘 TK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자들만 넘쳐난다. 언론은 ‘영남 자민련’이나 ‘영남 소수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더 큰 몰락 가능성을 경고한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을 피할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있지만, 정가 안팎에선 국민의힘의 패배 가능성을 심각하게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15일 쌍특검(통일교 금품수수·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비리 의혹 특검)을 촉구하면서 단식을 시작했다가 대통령실·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이어지는 패배 경고 그러다 지난달 22일 초라하게 단식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에 대해선 강한 의욕을 드러내 친한(친 한동훈)계와 소장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장 대표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과 밀착하는 등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자신의 정치적 공간 조성 전술로 삼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선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 큰 집단’과 공명하면서 장 대표의 정치적 의사 청취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5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싶은 염려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안 해도 속은 숯검댕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가 제명됐던 지난달 29일에도 “장 대표가 당을 자멸로 몰아넣었다”면서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4일부터 2일 동안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40.3%의 지지를 얻어 50.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성동구청장보다 10.2% 뒤처지는 결과를 얻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이하 TK) 외 지역에선 지방선거 전패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국민의힘의 TK 지지율은 19%로 확인돼 정가에 큰 충격을 줬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지도력의 공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이후에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를 맡아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미래 구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 패배 후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지난해 5월10일 새벽 3시에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기습 교체하려다가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갈등을 매끄럽게 수습·조율할 지도력 공백의 여파였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사했던 정치술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2인자·미래 권력·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1인 지배 체제를 선호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 정치인은 퇴출하려고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장 디스카운트…현 시도지사 속은 숯검댕이” ‘북적북적’ 넘치는데 다른 지역은 구인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국회법 개정안 관련 갈등을 빚었던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 심판’을 언급하면서 국무회의 도중 강하게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13일 후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3명의 여당 수장에게 ‘격노’ 카드를 부여한 후 퇴출하는 정치술을 구사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과도한 당내 권위·권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권력 승계에 있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학에선 과도한 권위·권력이 갑자기 무너진 후 진행되는 혼란상을 권력 공백이라고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형태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정의했던 가산관료제와 맞닿는다. 막스 베버는 “근대 관료제가 군주제 국가의 관료제보다 진보적·합리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군주제 국가 관료제에 가산관료제란 명칭을 붙였다. 군주제 국가의 각종 행정 기구는 군주의 사유재산을 관리하면서 군주의 개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주는 국가의 가부장이고, 관료는 군주의 가신에 가깝다. 군주의 주관적 의지와 자의적 판단이 법적 절차보다 우위에 있고, 군주와의 친소 관계가 관직 임용의 기준이 된다. 이로 인해 관직은 거래 수단이 되는 등 사유화된다. 두 전직 대통령도 공천권을 사적 충성심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내 친박(친 박근혜) 계열 정치인을 제20대 총선에서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공천에 개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2018년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단 의심을 받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현대 정당 시스템을 전근대적 가산관료제로 역행시켰다. 권력 공백 상황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민주적 정당성을 토대로 전임자의 권위·권력을 승계받은 후계자가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혼란을 수습할 후계자를 양성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5월 대선후보였던 김 전 후보를 새벽에 기습 교체하려고 했던 것도 권력 공백 상황에서 발생했던 극단적인 혼란이었다. 한 전 총리가 김 전 후보의 대안으로 선택됐던 이유도 당내 영향력이 미약한 인사·외부인을 옹립해 특정 정치 집단의 이권을 유지하려던 것이었다. 12명 중 5명 출마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을 암시하는 현 상황 중 하나는 당내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선언만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현재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 ▲추경호 전 원내대표(대구 달성군) ▲윤재옥 전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최은석 의원(대구 동·군위갑)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 등이다. 원외 정치인으로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홍석준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TK 지역신문 <영남일보>는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대구 전체 의원이 12명이니, 절반 가까이 대구시장 선거에 뛰어든 셈이고, 사상 유례없는 출마 러시”라며 “추상적인 슬로건을 강조할 뿐, 대구의 미래에 대한 독자적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전한길을 품는 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향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으며,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며 “저는 공천 같은 건 안 받지만, 만약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받는다면 이 전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했고, 오는 9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이철우 현 경북도지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재원 최고위원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있다. 이 지사는 3선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 시장은 포항시장 3기를 채웠기 때문에 더는 포항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다. 최 전 부총리는 구 친박계의 핵심으로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022년 특별사면을 받은 후 재기를 꿈꾸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경북도지사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김 최고위원의 의원 시절 지역구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었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오 시장에 이어 국민의힘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 원외 인사들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과열 양상이 빚어지는 TK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친한계는 “서울 강남·부산의 보수 성향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한계는 십수명 안팎의 국민의힘 의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사라진 2인자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지난달 28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창당설에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수도권 기반 의원들의 위축을 유발해 국민의힘 전체의 폐쇄적 집단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선 “소장파의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거세할 위험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당내 견제 장치가 사라져 언더 찐윤의 확증 편향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질 위험으로 이어진다. TK·강원을 주된 기반으로 둔 언더 찐윤이 주도권을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 총선부터 연이어 참패해 국민의힘의 수도권 기반이 축소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치 구도에서 수도권 출마자들은 외연 확장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외연 확장이 가로막히면서 기존 텃밭을 지역 기반으로 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 반대로 외연 확장 실패는 정당의 힘을 약화한다. “언더 찐윤에 해당한다”는 평을 듣는 국민의힘 내 TK 기반 정치인들은 “언론 노출을 꺼리면서 지역구 토호와의 접촉에 열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외연 확장 실패는 외부와의 경쟁 포기·지역 기반 안주란 결과로 연결된다.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열기만 이어진단 것은 ‘영남 자민련’ 축소를 자처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내 중앙 정치의 패장들이 중앙 정치에 뜻을 잃고 내부 기반의 요새로 도피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현대 정치학에서 거론하는 정치적 부족주의 개념를 뒷받침한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개인이 이성적 정책·이념보다 인종·지역·종교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치적 정체성에 자신을 귀속시키면서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8년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를 출간했다. 추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해 “특정 집단의 이익만 대변하는 정체성 정치가 활개를 치면서 증오·대립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이 전 위원장의 대구 출마를 촉구·지지하는 상황은 정치적 부족주의를 넘어 계파적 부족주의로까지 축소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연이은 수도권 참패 후유증…부족주의 강화 눈앞 아른거리는 자민련·자유선진당 뒤안길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에 대해선 “연이은 선거 패배 때문에 이어진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 채 과거 성공했던 지역 기반 승리에 집착하는 경로의존성에 따라 보신주의를 추구한다”는 평이 나온다. 두 전직 대통령은 1인 지배 체제를 선호해 후계자 양성에 소홀했다. 이는 위기를 타개할 정치적 상상력을 가지고 미래 권력이 돼야 할 2인자가 사라졌다는 후유증으로 연결됐다. 이들은 소속 정당이 중앙 정치에서 힘을 잃더라도 지역 기반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새로운 모험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정치적 성공을 안겨준 지역 기반에서의 승리 공식을 토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경로의존성에 의지한다. 그 결과, 국민의힘의 대구 지역 의원 12명 중 5명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현상에 대해선 당이 “불확실한 중앙 정치를 감당할 역량마저 고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일부 지식인은 거듭되는 난세를 정치적·정신적으로 감당하지 못했다. 이들 사이에선 대나무숲에서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타면서 노장사상을 토대로 구성된 청담을 말하는 풍조가 유행했다. 이들 중 특히 유명했던 선비 7명을 묶어 죽림칠현이라고 한다. 죽림칠현은 모친상 도중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연주하거나, 친구의 모친상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등 기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이들은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말년엔 고위 관직을 지내거나, 위나라 황실 사위가 되는 등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들에게 대나무숲은 정치적 실패를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 사회 전반적로는 5가지 광물을 섞어 제조하는 마약 오석산이 유행했다. 죽림칠현도 술에 오석산을 섞어 마시면서 청담을 논했다. 오석산 복용자들은 환각 상태에서 기행을 저질렀다. 독성 때문에 피부가 약해지기 때문에 새 옷의 반듯함을 감당하지 못해 낡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했다. 그래서 위나라 곳곳엔 낡고 헐렁한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만 이어지는 현상은 “텃밭으로 돌아가 연이은 선거 패배와 정권 상실이란 현실을 잊고 자아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언론이 국민의힘을 일컬어 ‘영남 자민련’이나 ‘영남 소수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더 큰 몰락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연립 정권의 한 축이었던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은 정치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연이어 선거에 패배한 후 2006년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조차 자민련만큼의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해 2012년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과 합당해 소멸했다. 다가오는 몰락의 길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중도 보수’ 선언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과연 TK만 북적거리는 국민의힘은 자민련·자유선진당의 뒤안길을 걷지 않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