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잡힌 이낙연의 대권 새 판짜기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24 10:03:59
  • 호수 1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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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니까 독해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들어 ‘엄중 낙연’이 달라졌다. 신중함은 여전하지만,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고구마 화법’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변화로 읽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권레이스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추월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참모 라인이 이 의원의 변화를 주도했다고 전한다. ‘대권 새 판짜기’의 막이 올랐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발언이 선명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 광복회장으로서 그 정도의 문제 의식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발언이 보수진영서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 떤다”고 꼬집었다.

2인자?
1인자!

광복절 집회 참가를 독려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겨냥해서는 “담당 재판부가 바로 재구속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두고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 밝힌 당권 경쟁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입장보다 한발 나아간 것이다.

앞서 이 의원은 변화를 예고했었던 바 있던 그는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총리는 2인자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변신을 알렸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항명 논란이 불거지자 “윤 총장이나 최 원장은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며 “(추 장관은)개성이 강한 분”이라고 말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의식한 변화로 읽힌다. 분명 이 의원은 독주 중이었다.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렸으며 2위와의 격차는 컸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177석 ‘공룡여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 방역 대책 강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그에게 최근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대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8월 둘째주(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가 19%를 기록해 17%를 얻은 이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지사의 상승세가 무섭다. ‘사법 족쇄’를 풀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특유의 ‘사이다 화법’은 이 지사의 상승세에 탄력을 더했다.

차기 1→2위 레이스 적신호
발언 수위↑ 친문에게 구애

현 정권보다 한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띈다. 재난지원금 지급,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 등 문재인정부가 정책 방향을 고민할 때 이 지사의 경기도는 선제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중산층용 고급 공공주택을 무주택자 누구나 30년 이상의 장기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실행력은 사이다라는 별명을 있게 한 핵심이다. 코로나19 대확산의 시발점이 된 ‘신천지 사태’ 당시 이 지사는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에 정치권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이 지사는 목소리를 높여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외쳤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정치적 유불리를 가리지 않는 모습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비록 해당 발언은 이틀 만에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문제는)당원 의견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안에 기본소득이 명시되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으로서 효과가 크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체험했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적확한 선택”이라고 평가, 확장성을 보였다.

현 정권에게는 냉철한 목소리를 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이 지사는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명 인기
칼 갈았나?

반면 이 의원은 21대 총선서 당선된 후 각종 이슈서 지나치게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고구마’ ‘엄중 낙연’ 등 부정적인 별명까지 생겼다. 노 실장 부동산 논란에 대해 이 의원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길 바란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6월 말까지 침묵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신중 모드는 여전했다. 이 의원은 국회서 관련 질문을 받자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이해찬 대표의 공개사과가 있고 나서야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피해 고소인’ 논란은 이 의원 지지율의 하락세를 부른 결정적 계기 중 하나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표현해 지적을 받았다. 이 의원 역시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성추행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현 민주당 지도부의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후보들이 말하기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변방 장수’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광역단체장으로서 여의도 중앙정치서 떨어져 있다. 이는 이 지사 입장서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현 정권이 큰 지지를 받을 때는 빛을 보기 힘들지만, 실정이 부각되면 독자노선을 걸으며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이 의원은 ‘최전선 장수’다. 피 튀기는 정치판 중앙서 현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다. 현 정권이 큰 지지를 받을 때는 동반상승하지만, 실정이 이어지면 타격도 함께 받는다. 게다가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현 정권과 운명공동체다. 이 의원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민주당 지지율 급락이 꼽힌다. 이 의원은 이 지사와 달리 독자노선을 걷기 힘들다.

과거로의
회귀 조언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꺼내든 카드가 선명성 부각으로 읽힌다. 잇단 고구마 평가에 이 의원의 참모라인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원칙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선 잇단 지지율 하락이 ‘부자 몸조심’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대권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은 이 의원의 복심으로 꼽힌다.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이 의원이 전남도지사이던 시절 서울사무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총선 때까지 이 의원을 밀착 보좌했다. 남 전 실장은 캠프 외곽서 이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에는 설훈·이개호·박광온·오영훈·최인호 의원 등이 전략을 가다듬는 주축으로 꼽힌다. 그중 오 의원은 원내 참모장 역할, ‘부산 친문’인 최 의원은 공보참모 격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도 이 의원의 조언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의원의 참모라인이 ‘과거로의 회귀’를 이 의원에게 조언했다고 한다. 한때 ‘사이다 총리’로 불렸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 의원 입장에선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사이다 총리는 국무총리이던 시절 야당의 날선 공세를 품격 있고 절제된 언행으로 되받아치는 모습에 민주당 지지층이 붙여준 별명이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지난 2017년 9월 대정부질문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이하 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이)대화를 구걸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비판하자, 이낙연 당시 총리는 “의원님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남조선은 대화 자격이 없다.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라는 북한의 입장을 전하자, 이 총리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 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반격했다.

이 의원의 선명성 부각은 ‘집토끼’를 잡는 전략으로 읽힌다. 즉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친 문재인)을 잡는 전략이다.

참모라인 조언에…
'집토끼’ 사냥 전략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의원의 지지율이 이 지사에게 추월당했을 당시, 그 이유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꼽았다. 특히 호남, 젊은층 등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 온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현상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점이 줄곧 약점으로 꼽혀왔다. ‘NY(이낙연)계’는 21대 총선 이후 세 확장에 성공했지만, 아직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시기상조다. 즉 당권과 대권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과 함께해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야당을 향한 공격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문정부를 “독재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이 의원은 지난 17일 장준하 선생 추도식에 참석해 “독재 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 정부를 독재라고 부른다”며 “그런 암울한 시대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지금을 독재라 부른다. 통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이 의원이 플레이어로 뛰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친문 경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 모두 친문 표심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당대회 흥행 부진과 맥을 함께한다. 코로나19와 수해 등으로 전당대회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결국 열성 권리당원의 표심이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친문 경연장으로 퇴색된 이번 전당대회의 흐름에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소장파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후보들의 유세전에 세 가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관심·논쟁·비전이다.

당 대표 선거
이후 판가름

조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들이) 몇몇 (여권) 주류 성향의 유튜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라며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 즉 친문 지지자들에게만 구애하는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언행을 지적한 것이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 의원 역시 이 같은 비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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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