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숲 ③국립제천치유의숲

꽃, 나비와 숲속 힐링 타임

▲ 국립제천치유의숲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 ‘치유힐링숲테라피’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제천치유의숲이 3년간 단장을 마치고 올해 본격적으로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평일에만 운영하는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단체 손님이 찾아올 정도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진행한다.

▲ 숲길에 핀 큰까치수염

숲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왼쪽 비탈에 조성된 약초원이 관람객을 맞는다. 조선 시대 3대 약령시 중 하나가 있던 제천은 지금도 약초로 유명하다. 약초원에는 마가목, 음나무 등 실내 치유 프로그램을 위한 약초 6종이 재배되는데, 비탈을 따라 나무 데크가 이어져 찬찬히 둘러보기 좋다.

약초 유명

치유 프로그램을 받기도 전에 힐링이 되는 기분이랄까. 숲길 곳곳에서 들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여름 숲길에 줄지어 자란 큰까치수염 위에 꿀벌이 느긋하게 꿀을 빨고 있다.

▲ ‘숲하모니’ 프로그램에서 알록달록 숲팔찌를 만드는 모습

약초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치유센터다. 숲하모니, 치유힐링숲테라피, 한방힐링숲테라피 등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참여 대상과 인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혼자 혹은 연인이나 가족끼리 숲을 찾았다면 건강 측정, 티 테라피, 산림 공예를 체험하는 ‘숲하모니’가 좋다.

건강 측정을 통해 자기 몸을 바로 알 수 있는 설명을 듣고, 피로 회복과 심신 안정에 좋은 한방차를 마시고, 알록달록 숲팔찌도 만들어 남녀노소에게 적당하다. 겨울에 하는 족욕까지 포함해도 쉬엄쉬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예약할 필요가 없어 편하고, 단체가 없는 경우 오후 2~4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 아이들도 걷기 쉬운 숲길

어른 5명 이상이 더 오래 숲을 체험하고 싶다면 2시간 동안 내 몸 바로 알기, 내 몸 바로잡기가 진행되는 ‘치유힐링숲테라피’가 좋다. 어른 20명 이상 단체라면 숲속 필라테스와 웃음 박수 등이 포함된 ‘웃음치유숲테라피’가, 청소년 단체라면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트레킹이 주를 이루는 ‘오감힐링숲테라피’가 적당하다.

사회적 취약 계층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방문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체험비는 숲하모니 5000원, 나머지 프로그램은 2시간 기준 개인 1만원, 단체 8000원이다.

▲ 참나무 군락을 가로지르는 ‘숲내음치유숲길’

국립제천치유의숲을 즐기기 위해 꼭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건강치유숲길, 숲내음치유숲길, 음이온치유숲길 등으로 구성된 숲속 산책로는 상시 무료로 개방한다(연중무휴). 산허리를 타고 오르는 ‘건강치유숲길’은 금수산의 수려한 전망이 좋다.

산자락을 따라 내려가는 ‘숲내음치유숲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아이들도 걷기 쉽다. 참나무 군락 한쪽에 마련된 ‘자작나무숲길’을 걷는 맛도 색다르다. 금수산 계곡 따라 이어지는 ‘음이온치유숲길’ 중간에는 숲속 명상 쉼터가 있다. 이 모든 길을 걷는 데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 치유센터 앞에 마련된 나무 의자

그래도 산길을 걷느라 조금 지쳤다면 치유센터 앞마당 나무 의자에 누워보자. 눈앞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치유센터 뒤에는 비스듬히 몸을 누이고 편하게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공간도 마련됐다.

▲ 팅커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운이 좋으면 보기 힘든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치유센터 2층 나무 테라스에 다양한 나방이 잔뜩 붙어 있었는데, 멸종 위기종인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도 눈에 띄었다. 10cm쯤 되는 날개가 이름처럼 옥색이다. 아래로 길게 내린 꼬리는 천적인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분산해 자기 몸을 지키는 기능이 있단다. 큰 날개와 긴 꼬리 덕분에 요정처럼 보여 팅커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 치유센터 앞 전망대에 서면 금수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치유센터에는 회사나 단체가 주로 이용하는 세미나실이 있다. 창밖으로 금수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보며 워크숍이나 회의를 한 뒤에 숲길을 걸어도 좋을 듯하다. 식당과 숙소는 운영하지 않으니 참고할 것.

▲ 제천산야초마을에서 약초 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힐링 타임을 좀 더 이어가고 싶다면 국립제천치유의숲 인근 제천산야초마을에 가보자. 마을에서 자생하는 여러 가지 약초를 이용해 약초 주머니 만들기, 약초차 체험,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똥쑥과 당귀, 감국, 천궁, 라벤더, 박하 등을 넣은 약초 주머니는 누구나 만들기 쉽고, 머리맡에 두면 잠이 잘 온단다.

아름다운 금수산 자락에 위치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 진행

마을 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직접 키운 먹거리로 산야초비빔밥, 한방수육 등을 낸다. 체험 프로그램과 식당은 예약해야 한다. 다양한 크기의 방을 갖춘 민박도 운영 중이다.

▲ 청풍나루에서 출발하는 대형 유람선

제천산야초마을 앞은 청풍호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청풍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대형 유람선을 타고 ‘내륙의 바다’를 누비는 것이다. 청풍나루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청풍문화재단지와 높이 162m 물줄기를 자랑하는 수경분수를 거쳐 단양팔경인 옥순봉과 구담봉을 보고 장회나루에 이른다. 다시 같은 코스로 청풍나루까지 돌아오기까지 총 1시간30분이 걸린다.

▲ 청풍호의 절경이 한눈에 담기는 비봉산 정상 전망대 포토 존

청풍호를 하늘에서 즐길 수도 있다. 2019년 운영하기 시작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청풍면 물태리역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날아가며 내륙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캐빈은 안전할 뿐 아니라 깔끔하고 쾌적하다.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모양이라는 비봉산 정상에 이르면 청풍호의 절경이 한눈에 담긴다.

예쁜 조형물을 더해 찍으면 그림이 되는 포토 존도 놓치지 말 것. 바람이 많이 불면 케이블카 운영이 일시 중단되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해야 한다.

▲ 깎아지른 절벽 아래 자리한 정방사

청풍호

청풍호반케이블카 물태리역에서 차로 15분쯤 달리면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정방사에 이른다.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금수산 자락에 들어앉은 산사에 이르면 발아래 청풍호가 펼쳐진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자리한 산사와 어우러진 풍경은 비봉산 정상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맛이다. 법당 안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절 뒤쪽에서 시원한 약수 한 모금 마시면 마음까지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제천치유의숲→제천산야초마을→충주호관광선→정방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제천치유의숲→제천산야초마을→충주호관광선→정방사 
둘째 날: 청풍문화재단지→청풍호반케이블카→능강솟대문화공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제천문화관광 http://tour.jecheon.go.kr/ktour/index.do
- 국립제천치유의숲(한국산림복지진흥원) www.fowi.or.kr
- 충주호관광선 www.chungjuho.com
- 청풍호반케이블카 www.cheongpungcablecar.com 

문의 전화
- 제천시 관광안내 043)641-6731
- 국립제천치유의숲 043)653-9871
- 제천산야초마을 043)651-3336
- 충주호관광선 청풍나루선착장 043)647-4566
- 청풍호반케이블카 043)643-7301
- 정방사 043)647-7399


대중교통
[버스] 서울-제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6~22회(06:30 ~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제천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우리은행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952번 일반버스 이용, 학현 정류장 하차, 약 1시간30분 소요. 국립제천치유의숲까지 도보 약 15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제천버스터미널 1688-1633, www.jecheontermina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IC→적성로 적성 방면→학현소야로 소야리·청풍 방면→국립제천치유의숲

숙박 정보
- 제천산야초마을: 수산면 옥순봉로, 043)651-3336
- 슬로시티수산체험마을: 수산면 월악로26길, 043)647-8311
- 청풍개울가펜션: 수산면 옥순봉로12길, 043)651-5517

식당 정보
- 제천산야초마을(산야초비빔밥·한방수육): 수산면 옥순봉로, 043)651-3336 
- 수산기사식당(한식): 수산면 월악로26길, 043)645-8308
- 청풍황금떡갈비(한정식): 청풍면 청풍로호, 043)647-6300

주변 볼거리
제천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옥순봉생태공원, 씨앤씨홀스팜, 새한서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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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