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신살뻗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떠날 땐 말없이…뒷말만 무성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임 과정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설왕설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였던 김 전 수석이 자리서 물러나자 여권 내에서도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또 김 전 수석은 신임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번 인사 조치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정부의 2번째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민정수석실 통합 이후 둘뿐인 비법학과 출신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그는 1957년 6월22일 경남 진양군 태생으로 영남대학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다주택 논란
양도세 때문?

총무처, 교통부 등을 거쳐 85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겨 감사원 감사관,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 등을 거쳐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상관은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이후 2008년까지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공직을 떠난 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건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을 맡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퇴직 관료 출신 그룹을 이끌었으며, 대선 후 2017년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9년 7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한 김 전 수석은 결국 주택을 팔지 않고 사퇴해 ‘직보다 집을 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비서관급 이상 참모를 대상으로 6개월 내 처분을 권했으나 김 전 수석은 해당 기한을 넘겨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를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매물로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주택을 처분할 의지도 없으면서 꼼수를 부린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려고 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았다. 그가 소유한 잠실 소재의 아파트나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모두 시세가 20억원 가까운 고가 주택인 만큼 어느 것을 팔든 그로서는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기 때문이다. 

주택 안 팔고 사퇴 이유는? 커지는 의혹
‘뒤끝 퇴장’논란…청 “정중하게 떠났다”

게다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다주택자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였다는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여론 악화의 원인이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공개 회의서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는 대목은 한마디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의 해묵은 악연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15년 악연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 실장은 피감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때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이 김 전 수석이었다.

당무감사원은 징계를 당에 요청했고, 당은 6개월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노 실장이 2016년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이었다.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청와대에 함께 근무하자 2015년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았고 최근 인사 논란과 함께 재조명됐다. 앞서 노 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자 가운데 수도권 2주택 이상은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팔라고 권고했을 때도 정가의 시선은 김 전 수석에게 쏠렸다.

노 실장 지적은 결국 ‘강남3구’ 2주택자인 김 전 수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김 전 수석이 소회를 밝혔다면 논란이 해소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고 의혹도 고스란히 남았다.

김 전 수석은 잠실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인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여당 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사회적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여당 각축전
반박 재반박

사퇴했더라도 주택 한 채는 처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당 이석현 전 의원도 “물러났어도 집을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진성준 의원도 CBS 라디오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수석이 사의 표명 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 불참한 부분 등을 지적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는 물론 같은 날 신임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번 인사조치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의 과제로 여겨지는 검찰 개혁, 기본권 확대, 3권 분립과 상호 견제 등과 같은 의제들은 부자든 부자가 아니든 모두 동의하는 문제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부동산, 양극화와 같은 주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여론의 반발이 확 도드라져 나중에는 지지자 배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직 인적 구성에 대한 불만 자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서민들도 있다”며 “그런데 고위직 구성이 재산이 많은 인사로 편중되면 지지자들은 ‘이들이 우리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을 향한 여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김 전 수석이 사의 표명 후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남기고 청와대를 떠났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맞춰 여당 내 기류에도 변화가 일었다. 다만 당 내부에서 청와대 인사 개개인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겨냥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종민 의원은 KBS1 <사사건건>서 “여러 가지 공개가 안 된 가정사가 있다”며 김 전 수석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해를 받아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건데, 그만둔 사람에게까지 저렇게 이야기하는 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쓴 소리에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아는 척하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자꾸 개인에 대해 인신공격하고 이러면 안 된다”는 등의 강한 발언도 쏟아냈다.

사실무근 일축
가정파탄 위기

그러나 김 전 수석의 처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하다. 박용진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마녀사냥이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국민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 혹은 고위공직자의 처신이어야 한다”며 “억울하고 힘들더라도 어떤 때는 감내해야 되는 것”이라고 훈수했다.

다주택 처분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사퇴한 김 전 수석은 지난 12일 자신을 두고 ‘가정사가 있다’ ‘재혼했다’는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에 “저와 관련해 보도되는 재혼 등은 사실과 너무도 다르다”며 “오보로 가정파탄 지경”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 과정을 두고 ‘뒤끝’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선 “역시 사실관계가 다르다”면서도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해명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위치”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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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김 전 수석 사퇴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그의 ‘재혼’이라는 가정사를 고려하자는 옹호 의견과 개인 사정과 관계없이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전 수석의 입장 표명으로 양측 모두 민망한 상황이 됐다.

우 의원은 지난 12일 새벽 페이스북에 “어떤 가정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국민이 잘 모르면 이해하라고 하면 되겠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이번 다주택 논란, 가정사 논란 이외에도 김 전 수석을 따라다니는 논란은 더 있다. KAI 사장 임명을 두고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설왕설래’ 처신 부정적 여론
“사연이 있다” 가정사도 의문

KAI 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 미 고등훈련기 T-X 사업 도전, 각종 항공기 수출 등의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김 전 수석은 무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며 관련 커리어도 전무하다시피 해서 사장 임명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눈총을 받고 KAI로 가게 됐다. 임명 이후에도 무기 수출과 방위산업 육성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또 KAI 사장 재임 시절 포항 해병대 헬기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락한 헬기는 KAI가 제조했고 사고 당일에도 KAI의 정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유족들은 과거 KAI를 고소 고발한 바 있으며, 김 전 수석의 임명을 반대했다. 

당시 유족들은 “KAI 김조원 사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될 경우 아직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정당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서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하셨던 것처럼 사람을 위한 정치를 저희에게도 보여주길 눈물로 청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싸늘한 여론
누리꾼 비판

김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야 의원이 한 목소리로 옹호에 나서고, 이를 김 전 수석 스스로 ‘가정파탄’까지 언급하며 해명하는 모양새가 우습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남이 하면 불법, 우리 편은 가정사” “개인 사정 없는 다주택자가 어디 있느냐” “이건 감싸는 것인가, 먹이는 것인가” “시트콤 찍는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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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