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판치는’ 중고차 시장의 민낯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0.08.18 11:23:43
  • 호수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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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조작, 허위매물…어찌할꼬∼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 대수는 224만대(매매업자간 이전 거래 제외)에 달해 178만대가 판매된 신차 시장의 약 1.3배가 큰 거대시장으로 성장했으나, 거래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질은 낮고 사기 판매 등의 불법적인 거래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1. 지난해 9월 대형 중고자동차 매매단지서 201X년식 SM3 최상위 모델 중고차를 첫차로 구매한 A씨. 세 번의 흥정 끝에 최초 500만원서 380만원까지 할인 받아 차량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내 차 시세를 검색해보니 280만원으로 산정돼있었다. 사실 280만원도 비싼 금액이었다. 알고 보니 구입한 모델은 최상위 모델이 아닌 아래 등급 모델이었다. 엠블럼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바꿔치기

#2. B씨는 인터넷서 매물을 보고 중고차 딜러와 연락해, 무사고 차량으로 돼있는 성능기록부를 문자로 받았다. 중고차 매매단지서 계약한 직후 차량을 가져왔고, 다음날 차량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정비소에 갔으나 정비사로부터 차량을 반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고 이력을 조회해보니 무려 1000만원의 수리 기록이 있었다. 차량의 성능기록부를 조작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7월10일까지 중고자동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 건수는 총 2만783건이 접수됐다.

품목별 순위서 중고차 중개·매매는 스마트폰과 침대, 정수기 대여, 점퍼·재킷류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가격이 1000만원 대에 이르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중에서는 불만이 제일 많은 상품이다. 연간으로도 2014년 1만2875건, 2015년 1만1800건, 2016년 1만1058건, 2017년 1만392건 등 매년 1만건 이상의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은 이유는 실제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조작해 판매하는 등 불법·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구입 과정서 소비자가 감금과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낙후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2016년∼2019년 6월) 유형 분석 결과서도 성능 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사원이 중고차 인터넷 사이트에 미끼용 허위 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성능기록부가 조작된 중고차를 비싸게 강매한 후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24만대 22조원 규모로 급성장
불법 등 후진적 거래 행태 여전

실제로 최근 인천 서부경찰서는 인터넷에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인터넷에 올린 것과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총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고차 딜러 44명을 입건했고, 사기 방조 혐의로 매매상사 및 할부 대행사 대표 9명을 입건했다.

지난 2016년 7∼10월까지 4개월간 경찰청이 중고차 매매 불법 행위 특별단속을 벌였을 당시에도 총 2027명(1262건)을 검거했는데, 이들의 75.4%가 이미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소비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pixabay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이 있었다. 특히 중고차 시장으로 대기업이 신규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응답자(23.1%) 수보다 2배 이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보호 차원서라도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중고차 1대당 평균 매매 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3개사 매출액을 합한 것(16조7578억원)보다 무려 5조원이 많은 규모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우려
52% 대기업 신규 진입 찬성

시장규모만 놓고 보면 수십조원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성능 조작과 허위매물, 불투명한 가격 설정 등 거래 행태는 시장규모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인 구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의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레몬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중고차 시장 정화와 거래 투명화를 위해 국회 등이 나서고 있으나 업계의 반발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래통합당 원유철 전 의원은 부정한 중고차 성능점검자의 처벌을 명확히 하는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년 동안 국회 상임위(국토교통위)에 계류돼있다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법안 내용은 중고차 성능점검자가 거짓으로 점검하거나 점검한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 매매 업자에게 알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1일부터 중고차 매매 시 발급되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소비자가 직접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책임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매 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제도 안착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고차 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국회·정부 시장 정화 노력
업계 반발로 제자리걸음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6년간 보호받으면서 시장 구조를 개선할 기회가 있었으나, 여전히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일몰됐지만 이를 대체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돼,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으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은 중고차 판매업에 새로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중기부 심의에 앞서 지난해 11월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의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일부 기준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한 바 있다.

동반위가 현재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 판매업이 유일하다.

피해자↑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중고차 매매상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상태로는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자동차 제조사 등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통해 신차 시장 수준의 투명하고 선진화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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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