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회 VS 광흥창팀 간 청와대 신 권력지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18 10:20:27
  • 호수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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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멜 군기반장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3기 청와대 개편의 막이 올랐다. 그 정점은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다. 통상 권력 크기는 권력자와의 물리적 거리에 반비례한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는 정치권의 통설은 현재도 유효하다. <일요시사>는 청와대의 ‘신 권력지도’를 예상했다.
 

▲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문병희 기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2기 청와대의 중심이었다. 노 실장이 지난해 1월 취임하자 여권 안팎에서는 ‘군기반장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청와대 기강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떨어지는
카리스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당시 “무엇보다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는 데 공직기강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노 실장이 군기반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넘게 그와 함께 국회의원 생활을 했으니 그에 대해 알만큼 안다. 한 마디로 평가하면 카리스마를 갖춘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다. 또 시인으로서 부드러움도 겸비했으니 외롭고 힘든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에게는 힘껏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기 초에는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노 실장은 취임 일성서 ‘춘풍추상’을 거론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청와대 공직자들에게 날린 경고장이었다. 추가로 노 실장은 비서진·비서들에게 업무 내용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입단속도 시켰다. SNS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1기 청와대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실장이 취임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을 지난해 1월29일 ‘50·60세대 무시 발언 논란’을 야기한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논란이 있고 하루 만에 단행된 문책성 인사였다. 이 같은 ‘속전속결’의 배경에는 노 실장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 실장의 청와대 장악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져만 갔다. 결국 다주택을 소유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매각을 권고하는 과정서 약해진 장악력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권고가 있고난 후 지난 7월 두 번째 권고가 이어졌지만, 청와대 고위 참모 중 8명이 여전히 다주택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노 실장의 경고는 다주택 참모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은 그의 장악력을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솔선수범
실책 귀결

노 실장 교체론은 야권은 물론 여권서도 불거졌다. 청와대 참모들부터 다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솔선수범’ 방침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 청와대 비서진을 총괄하는 노 실장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노 실장을 비롯해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차관급) 인사들은 지난 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유임을 결정했지만, 재신임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언제든 비서실장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1명의 실장과 5명의 수석, 1명의 차장을 교체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최재성 정무수석, 김종호 민정수석, 정만호 국민소통수석,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윤창렬 사회수석 등이다. 
 

▲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를 두고 공식적으로 3기 청와대가 출범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3기 청와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기 비서실장에 대한 하마평도 쏟아지고 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유은혜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중 양 전 원장의 이름이 여권 안팎은 물론 청와대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는 실세형 비서실장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위 강한 그립감(정국 장악력)을 가진 사람이 비서실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 중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통한다. 

‘벼랑 끝’ 노영민 BH 장악력↓
양정철 설득? 여 핵심 나섰나

정치 입문을 주저하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양 전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양 전 원장은, 그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는 재단 사무처장을 맡아 그를 보좌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과 <사람이 먼저다> 등도 양 전 원장이 기획했다.

양 전 원장의 장악력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은 여권 내에서 많지 않다. 21대 총선 과정서 그의 장악력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의 21대 총선 승리를 이끈 한 축이다. 

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자 양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가지며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 2월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게 호남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1기 청와대를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21대 총선서 호남을 넘어 전국 각지를 다니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 발언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서 정치권 일각에선 21대 총선이 끝난 후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 임기 후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른바 ‘순장조’(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할 참모)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 전 원장이 순장조의 적임자로 거론되는 일은 상식선이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 후 정치권에선 다시 한 번 양 전 원장의 비서실장행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력 이동
어디로?

만약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면, 이는 광흥창 팀→재수회→광흥창 팀으로의 권력 재편을 의미한다. 


‘광흥창 팀’은 지난 2016년 두 번째 대선 도전을 준비하던 문 대통령이 꾸린 대선 준비 실무 팀이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 ‘광흥창 팀’으로 불린다. 1기 청와대 비서실장인 임 전 실장을 비롯해 양 전 원장, 민주당 윤건영·한병도 의원,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오종식 기획비서관 등이 핵심이다. 

광흥창 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의 중심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 당시 사무실서 근무했던 광흥창 팀 13명 중 12명(비서관급 이상 8명)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끝내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은 유일한 1명은 양 전 원장 뿐이다. 

‘재수회’는 정권 실세들의 모임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됐다.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회)’이라는 속뜻대로 지금의 문 대통령을 있게 만든 공신들이다. 지난 2012년 대선서 낙선한 문 대통령이 정치권으로 복귀하기 전 그의 야인 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지원한 그룹으로 꼽힌다.

노 전 실장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이 재수회의 중심이다.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도 수시로 모임에 참여하는 멤버로 분류된다.

대선 직후 정치권에는 문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직을 두고 광흥창 팀과 재수회가 힘겨루기를 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노 실장을 미는 원조 친문과 임 전 실장을 미는 광흥창 팀 사이에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 

‘관리형’ 비서실장으로 가나
스코어 1대1, 최종 결과는?


임 전 실장이 초대 비서실장에 오르면서 광흥창 팀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2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노 실장이 임명되면서 두 세력 간 대결은 1대1의 상황이다. 3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두 세력의 대결을 원조 ‘친문’ 대 ‘신친문’의 대결로 봤다. 노 실장은 대표적인 ‘김근태(GT)계’ 출신의 원조 친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서 “정치적 고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하나. 한 사람만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영민 의원(현 비서실장)과 의논한다. 친노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노 실장은 지난 두 번의 대선 모두 문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비서실장을 수행했으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병희 기자

전임인 임 전 실장은 신친문으로 통한다. 앞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등 임 전 실장은 친문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서 문재인 캠프에 영입돼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비서실장이 누가 될지는 문 대통령의 청사진에 달렸다. 임기 후반부 국정운영을 ‘관리형’으로 할 것인지, ‘전환형’으로 할 것인지 등에 따라 비서실장 적임자가 달라진다. 

관리형 비서실장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양 전 원장은 관리형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강력한 장악력으로 청와대와 정부기관을 장악,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일 적임자다.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 등은 21대 총선 이후 양 전 원장에게 노 실장 후임으로 차기 비서실장직을 맡아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책 등으로 인해 조기 레임덕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과정으로 읽힌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하고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0.6%포인트 내린 43.3%로 집계됐다. 2주 연속 하락이다. 

레임덕 신호
바짝 긴장해

정당 지지도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1.7% 포인트 내린 33.4%, 미래통합당은 1.9% 포인트 오른 36.5%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보수 계열 정당이 민주당 지지도를 최초로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간이 지날수록 양 전 원장이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9월 개각 청사진

청와대 개편이 일정 부분 이루어지면서, 개각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개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9월 개각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개각 대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야권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가 유력하다.

또 ‘탈북민 월북’ 등 군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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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