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품 뱉는 VIP자산운용 속사정

단물 다 빨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한약품서 5% 이상 주식을 보유했던 자산운용사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상당수 지분을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자산운용사의 보유 주식 수는 올해 처음 5% 아래로 떨어졌다. 엑시트 시점이 다가온 걸까.
 

▲ 대한악품 본사 ⓒ카카오맵

대한약품은 수액제 전문기업이다. 창업주는 고 이인실 회장으로 지난 1945년 국민보건에 기여하겠다며 ‘조선약품화학공업사’를 세웠고, 수액제 개발에 힘을 쏟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한약품은 국내 최초로 수액제 생산에 성공하며 이름을 날렸다. 현재까지도 대한약품 매출 대부분은 수액제로부터 비롯된다.

수액 전문

대한약품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따로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다. 최근 3년간(2017∼2019) 회사 실적은 준수하다. 해당 기간에 별도 기준 매출액은 1444억원, 1587억원, 168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322억원, 362억원, 336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이익도 비슷한 맥락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248억원, 285억원, 281억원이었다.

회사는 2세 경영 체제다. 창업주의 장남 이윤우 대한약품 회장이 경영 전면에 있다. 동시에 승계 작업이 궤도에 오른 상태다. 주인공은 이 회장의 장남 이승영 대한약품 이사다. 그는 차근차근 회사 주식을 끌어모으며 시기를 엿보고 있다.

대한약품 최대주주는 단연 이 회장(20.74%)이다. 이 이사(5.77%)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어 차남 이광우 전 대한약품 감사(3.75%)와 삼남 이용우씨의 두 아들 승경씨(1.87%), 승욱씨(1.97%) 순이다. 이 외에도 상당한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가 있다. VIP자산운용이라는 곳이다.


VIP자산운용은 국내서 유명한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다.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여 상승구간에 접어들 때까지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이다.

공동 창업주는 최준철 대표와 김민국 대표다. 이들은 서울대학교 투자동아리 ‘스믹(SMIC)’ 출신이다. 졸업 후 함께 VIP투자자문을 설립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설립 초기에도 이들은 가치투자를 투자 철학으로 내세웠다.

단순투자로 시작 8%까지 매수
올해 시작된 매도 2%까지 하락

VIP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9월 처음으로 대한약품 공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2015년 12월 이후부터 대한약품 주식을 꾸준히 매입했지만, 5%를 넘지 않아 공시 의무가 없었다. 매입 목적은 경영권 참여 등이 아닌 단순투자였다.

당시 VIP자산운용이 보유한 대한약품 주식은 30만3880주(5.06%)였다. 그해에만 VIP자산운용은 모두 49번 매수와 25번 매도를 통해 44만2995주(7.38%)로 보유 주식 수를 늘렸다.

2017년에는 확보한 수량보다 처분한 양이 조금 더 많았다. 당시 106차례 매수와 126차례 매도를 거쳐 기존 44만2995주(7.38%)서 43만2026주(7.2%) 소폭 하락했다.

2018년에는 매수세가 더 강했다. VIP자산운용은 그해 매수 110회, 매도 124회에 나선 결과 기존 43만2026주(7.2%)서 46만8630주(7.81%)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수 84번, 매도 146번이었다. 매도세가 우세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주식 수는 기존 46만8630주(7.81%)서 51만260주(8.5%)로 크게 늘었다.

변화가 발생한 건 올해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한약품 주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달 5일까지 대한약품 주식을 23회 매입했다. 반면 매도 횟수는 118회로 압도적이었다. 변동된 주식 수도 가시적이다. 기존 51만260주(8.5%)까지 증가한 지분은 15만9368주(2.66%)로 크게 줄었다.

지분율이 5% 아래로 떨어진 만큼 공시 의무도 사라졌다. 향후 매도 쪽으로 무게가 계속 기울지, 매수 쪽으로 전환될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이전과 다른 급격한 매도세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VIP자산운용사서 ‘엑시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동시에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진다.

뚝뚝 떨어지는 지분율…배경은?
15년 첫 투자, 엑시트 시점 도래?

VIP자산운용사서 본격적으로 매도에 나선 시점은 올해다. 대한약품 주가는 지난 3월을 제외하고 특별한 변동은 없었다. 당시 대한약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여타 제약업계와 마찬가지로 주가 하락을 겪었다.

대한약품 주가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 3월6일부터 16일까지 내리 하락세를 탔다. 전날 3만1300원이었던 종가는 꾸준히 내려앉아 2만5700원까지 떨어졌다. VIP자산운용사는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1603주를 매입했지만 네 차례에 걸쳐 6363주를 팔았다.
 

▲ 대한약품 신공장

이후 대한약품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면서 2만9000원대서 3만1000원대 초반 사이서 매번 장을 마감했다. VIP자산운용 역시 매도를 이어갔다. 주가 변동과 관계없이 주식 처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자산운용사서 매도를 결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적 우려다.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성장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들 경우 매도에 나서곤 한다. 하지만 대한약품 실적은 올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42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9.55% 상승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1% 소폭 증가한 8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동기간 8.32% 오른 69억원이었다.

투자 이후 회수 기간이 5년 남짓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VIP자산운용은 2015년 12월 첫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

빠질까?


VIP자산운용의 최근 3년간(2017∼2019) 영업수익은 207억원서 130억원으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17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영업이익은 121억원서 4114만원으로 주저앉았지만 다시 6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순이익 역시 95억원서 4881만원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지난해 48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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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