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떡볶이 ‘대표 리스크’ 실상

가뜩이나 장사 힘든데…거침없는 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프랜차이즈 대표의 잇따른 돌출 행동으로 인해 애꿎은 가맹점주만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대표는 소신을 말했을 뿐이라지만, 가맹점주들은 대표의 과도한 정치색이 오너 리스크로 연결될까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엉망이던 프랜차이즈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가 됐다. 
 

▲ 국대떡볶이 매장 ⓒ김상현 대표 페이스북

김상현 국대에프앤비 대표는 ‘떡볶이 노점상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캐나다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로 돌아온 뒤 벌인 의류사업으로 참담한 실패를 맛봤고, 해당 사업서 손 뗄 무렵 수중에는 빚만 1억원이 남은 상태였다. 이런 김 대표에게 떡볶이는 또 다른 기회였다.

연이은 
돌출행동

단골 떡볶이집서 배운 조리법을 토대로 2008년 12월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김 대표의 떡볶이 포장마차는 대박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8개월 만에 신사동 가로수길 1호점을 오픈하고 가맹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30세였다.

가맹 사업을 펼친 지 1년 반 만에 '국대떡볶이' 매장은 60개로 불어났고, 2014년에는 가맹점 100개를 훌쩍 넘겼다. 탄탄대로의 연속이었다. 이미 김 대표는 방송에 출연 및 특별 강연을 통해 분식 프랜차이즈업계 스타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성공신화는 지난해부터 빛을 잃기 시작했다. 본인의 입이 빌미였다. 지난해 9월 김 대표는 자신의 SNS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코링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돈과 도움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올렸다. 또 “확인이 안 된 거라서 문제가 된다면 저를 고소하라. 감옥에 가야 하면 기꺼이 가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을 겨냥한 김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약 1년이 지난 시점서 엄청난 후폭풍으로 되돌아왔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 대표를 고소했다. 

조국 저격에 빛바랜 노점 신화
눈치 없는 행동 속 타는 점주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현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며 “유명 기업 대표의 무책임한 행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입장 표명을 내놓은 이튿날 김 대표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글을 올리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김 대표는 같은 달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은 부패한 권력자다. 평범한 교수가 아니다. 수많은 비리로 장관 자리서 내려왔다. 그리고 권력의 정점서 국민 개개인을 고소·고발하는 뻔뻔한 파렴치한”이라고 썼다. 
 

▲ 국대떡볶이 메뉴

김 대표의 일탈 행동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자칫 오너 리스크로 연결될 소지가 충분한 까닭이다. 국대떡볶이의 얼굴 격인 김 대표가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랜차이즈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휘청이던 그간 사례를 되돌아보면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위험 요소가 충분하다. 


‘봉구스밥버거’는 한때 1000여개에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오세린 전 대표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혐의로 2017년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프랜차이즈 이미지에 흠집이 생겼다.

곤혹스런 
점주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호식 전 회장이 20대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가맹점주들이 때아닌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역시 2017년 7월 이영석 전 대표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 행위가 공론화되면서 가맹점주들이 시련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오너 리스크 방지를 위한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서도 예의 주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지난달 3일, 프랜차이즈업계 각종 오너 리스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대리점의 단체 결성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대표 등의 각종 일탈 행위를 금지하고, 일탈 행위 발생 시 가맹본부에 손해 배상의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이번 개정 법안의 발의는 가맹사업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업계 일부서 도덕적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가맹점주와 대리점에 오너리스크 대응 능력이 확보되면서 일탈 예방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지커녕
뒷걸음질

공교롭게도 김 대표의 연이은 일탈 발언은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물론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비춰졌는데,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불안정한 재정건전성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에 따르면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5년까지만 해도 8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은 2년 뒤 50억원대 초반으로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는 30억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대에프앤비의 지난해(31억1000만원) 매출은 2015년(79억8500만원) 대비 40.9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 역시 처참하다. 지난해 국대에프앤비는 2억5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은 2015년(3억1800만원) 이래 3년 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2017∼2018년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한 것도 아니었다. 이 기간 동안 거둔 영업이익은 각각 1400만원, 1200만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훼손된 재정건전성이다. 훼손된 재정건전성은 회사의 존립 자체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가맹점주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이참에 드러난 허울 좋은 껍데기
언제 무너져도 놀랍지 않은 현실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 사이 지속적인 총자산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2015년 18억5400만원이던 총자산은 거듭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4억14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총자본의 영향이다.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 간 완전자본잠식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잠식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5년 -2억6400만원이던 총자본은 2018년 -3억8100만원으로 뒷걸음질이 심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6억4300만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2010년 8월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국대에프앤비는 2012년 3월 자본금을 6억원으로 확충한 바 있다.
 

결손금이 자본잠식을 심화시킨 원인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2억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완전자본잠식서 벗어나려면 순이익을 꾸준히 발생시켜 결손금을 축소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대에프앤비는 2018년 62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2억6200만원으로 확대됐다. 흑자였던 2017년에도 순이익은 400만원이 전부였다.

더 암울해진 
점포들 현실

게다가 가맹점 확대는커녕 현상 유지조차 급급한 상황이다. 한때 170개에 달했던 국대떡볶이 가맹점은 2015년에 두 자릿수로 떨어진 이래 매년 줄어들었고, 2018년 말에는 72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이탈이 가속화되는 최근 경향을 감안하면 국대떡볶이 가맹점 감소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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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