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코 푼’ 김종인의 꽃놀이패

강경 밀치고 호남 안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인 당 개혁 작업에 나섰다. 이례적인 ‘좌클릭’에 당 내홍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당이 이대로 결집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8개월. 김종인 비대위가 흔들리면 내년 재보궐선거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앞서 수해 현장을 찾고, 각종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취임 3개월
성적표 보니…

옛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 기세를 몰아 당 혁신 작업까지 들어간 상태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당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전 한 달간의 진통을 겪었다. 당내 주류 의원들은 당적을 여러 번 바꾼 ‘용병’에게 당을 맡기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대신 이들은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기르자는 ‘자강론’을 내세웠다. 이면에는 김종인 발 ‘혁신 드라이브’에 본인들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섞였다.

일각에선 이들과 김 위원장의 세력 싸움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염려했다. 김 위원장과 초선의원들이 한 팀이 되고, 중진의원들이 이를 견제하는 ‘계파전’이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김종인 비대위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으로 복귀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당의 보수 색채를 빼고 ‘좌클릭’하는 것에 대해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저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게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 초현실인지, 머리를 뭔가로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에둘러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의 정치 노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가 ‘이슈 메이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세워 박근혜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 통합당 비대위 출범 직후에는 ‘기본소득제’ 의제를 꺼냈고 나비효과는 예상 외로 거셌다. 거물급 인사들이 공식 석상서 기본소득제를 앞다퉈 다뤘다. 당시 ‘알맹이 없이 화두만 던져진 문제의식’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역시 김종인이었다.

이대로 당 결집? 조기 전대?
내년 재보궐 승산 있는 쪽은?

최근 통합당의 지지율이 집권 여당을 바짝 따라 붙으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원내 투쟁 전략이 먹히면서 당내 강경 노선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잠잠해졌다. 정치권에 ‘윤희숙 신드롬’이 불자, 원내서 정책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확보된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서부터 당의 전면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에는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당의 이미지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위원장은 당의 지지세가 낮은 호남, 청년 등을 향해 손길을 뻗치며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을 끌어안고 전국 정당으로 도약하겠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당의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2022 대선 승리다. 그는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보수, 자유 우파라는 단어에 대한 경계심도 보였다. 강경 보수 세력에 의해 소비된 두 단어의 부정적 어감을 버리고, 진영 논리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구태 정치를 버리고,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수해현장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그러기 위해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1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미니 대선급’으로 불린다. 민주당 출신 광역지자체장들의 유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통합당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김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 늘 빛을 봤는데 그의 특기로도 불린다.

과거 2011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비대위를 꾸려 당의 쇄신에 나섰을 때다. 당은 2010년 지방선거 패배를 시작으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서도 승리했다.

출범부터 진통
신경전 진행형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민심 분열로 호남서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대 총선 때 수도권서 압승하면서 원내 1당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전북 전주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내정했다. 특위는 호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국 정당으로서 미흡했던 부분은 반성하고 호남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계산이다.

호남 지역에 대한 통합당의 구애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일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중 수해 지역인 호남으로 향했다. 계획에 없던 호남행은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성사됐다. 수해 현장 방문은 통상적인 정치 행보지만,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보다 통합당이 앞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국민통합을 위한 길 아니냐. 호남이 외롭지 않게 하겠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 통합당과 달리 강경 보수 세력과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 때와는 다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실책에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던 당이었다. 오히려 극우적 망언 논란으로 위기를 자초해 여당의 실책이 묻히곤 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 통합당은 강경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민주당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금 세상이 과거와 다르다. 길에 나가 외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장외투쟁론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통합당은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활동으로 중도층을 섭렵할 것으로 보인다. 수해로 인한 4차 추경 요구 역시 야권서 먼저 띄웠다. 이뿐 아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당이 호남 지역에 관심을 두지 않은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호남의 28개 지역구 가운데 12개 지역구서만 후보를 냈다. 최근 호남에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김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당의 관심에 지역주민들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 통합
호남 구애

지난해 황 전 대표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묘지를 참배하지 못하고 2개월쯤 뒤 비공개로 참배해야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호남 지역서 거부감이 덜하다. 김 위원장은 광주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호남 주민의 ‘역린’으로 꼽히는 5·18 논란서도 자유롭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호남 민심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은 지난 13일 정강정책개정특위가 개편한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정강정책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담는다는 점에서 비대위의 쇄신 의지를 가늠할 척도가 된다.

당 일부 중진 의원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가 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된다는 반발도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 출신인 통합당 정경희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서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보수 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제기했다. 이는 임시정부 정통성을 인정하는 김 위원장과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김 위원장의 좌클릭은 한동안 잠잠했던 내홍을 악화시키는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껏 탄핵에 대한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반성이 부족했다 점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석방을 외치고 있고, 핵심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관련된 언급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3년이 지났지만, ‘박근혜 딜레마’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은 박 전 대통령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당명도 여러 번 바꿨다. 하지만 통합당은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외치는 극우세력들과 선을 긋지 못했다. 결국 비호감 이미지 탈피에 실패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했다.

약자와 동행 강조…파격적인 좌클릭
내홍 뇌관? 중진들과의 불편한 동거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 때까지다. 김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거에 내세울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김 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의 조건으로 ‘참신하고 젊은 인재’를 꼽았다.

통합당 외부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 내년 2월에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올해 12월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12월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2월 조기 전당대회가 그나마 유력하다. 명분은 2월에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고 일찌감치 선거 체제에 돌입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이는 외부 인사에 관심을 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견제가 담긴 것으로,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 주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보장돼있고, 초선 의원들 역시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중진 의원들은 당권에 관심이 있는 인물들로, 이들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셈이다.

통합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 측면이 크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가 성공해야 안정적인 상승세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당내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내 결집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상승세
언제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면,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당이 분열할 공산이 높다. 이는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종인 비대위가 재보궐선거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김 위원장이 2022년 대선 때까지 당을 책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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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