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코 푼’ 김종인의 꽃놀이패

강경 밀치고 호남 안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인 당 개혁 작업에 나섰다. 이례적인 ‘좌클릭’에 당 내홍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당이 이대로 결집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8개월. 김종인 비대위가 흔들리면 내년 재보궐선거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앞서 수해 현장을 찾고, 각종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취임 3개월
성적표 보니…

옛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 기세를 몰아 당 혁신 작업까지 들어간 상태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당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전 한 달간의 진통을 겪었다. 당내 주류 의원들은 당적을 여러 번 바꾼 ‘용병’에게 당을 맡기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대신 이들은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기르자는 ‘자강론’을 내세웠다. 이면에는 김종인 발 ‘혁신 드라이브’에 본인들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섞였다.

일각에선 이들과 김 위원장의 세력 싸움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염려했다. 김 위원장과 초선의원들이 한 팀이 되고, 중진의원들이 이를 견제하는 ‘계파전’이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김종인 비대위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으로 복귀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당의 보수 색채를 빼고 ‘좌클릭’하는 것에 대해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저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게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 초현실인지, 머리를 뭔가로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에둘러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의 정치 노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가 ‘이슈 메이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세워 박근혜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 통합당 비대위 출범 직후에는 ‘기본소득제’ 의제를 꺼냈고 나비효과는 예상 외로 거셌다. 거물급 인사들이 공식 석상서 기본소득제를 앞다퉈 다뤘다. 당시 ‘알맹이 없이 화두만 던져진 문제의식’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역시 김종인이었다.

이대로 당 결집? 조기 전대?
내년 재보궐 승산 있는 쪽은?

최근 통합당의 지지율이 집권 여당을 바짝 따라 붙으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원내 투쟁 전략이 먹히면서 당내 강경 노선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잠잠해졌다. 정치권에 ‘윤희숙 신드롬’이 불자, 원내서 정책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확보된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서부터 당의 전면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에는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당의 이미지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위원장은 당의 지지세가 낮은 호남, 청년 등을 향해 손길을 뻗치며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을 끌어안고 전국 정당으로 도약하겠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당의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2022 대선 승리다. 그는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보수, 자유 우파라는 단어에 대한 경계심도 보였다. 강경 보수 세력에 의해 소비된 두 단어의 부정적 어감을 버리고, 진영 논리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구태 정치를 버리고,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수해현장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그러기 위해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1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미니 대선급’으로 불린다. 민주당 출신 광역지자체장들의 유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통합당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김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 늘 빛을 봤는데 그의 특기로도 불린다.

과거 2011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비대위를 꾸려 당의 쇄신에 나섰을 때다. 당은 2010년 지방선거 패배를 시작으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서도 승리했다.

출범부터 진통
신경전 진행형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민심 분열로 호남서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대 총선 때 수도권서 압승하면서 원내 1당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전북 전주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내정했다. 특위는 호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국 정당으로서 미흡했던 부분은 반성하고 호남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계산이다.

호남 지역에 대한 통합당의 구애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일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중 수해 지역인 호남으로 향했다. 계획에 없던 호남행은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성사됐다. 수해 현장 방문은 통상적인 정치 행보지만,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보다 통합당이 앞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국민통합을 위한 길 아니냐. 호남이 외롭지 않게 하겠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 통합당과 달리 강경 보수 세력과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 때와는 다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실책에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던 당이었다. 오히려 극우적 망언 논란으로 위기를 자초해 여당의 실책이 묻히곤 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 통합당은 강경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민주당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금 세상이 과거와 다르다. 길에 나가 외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장외투쟁론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통합당은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활동으로 중도층을 섭렵할 것으로 보인다. 수해로 인한 4차 추경 요구 역시 야권서 먼저 띄웠다. 이뿐 아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당이 호남 지역에 관심을 두지 않은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호남의 28개 지역구 가운데 12개 지역구서만 후보를 냈다. 최근 호남에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김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당의 관심에 지역주민들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 통합
호남 구애

지난해 황 전 대표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묘지를 참배하지 못하고 2개월쯤 뒤 비공개로 참배해야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호남 지역서 거부감이 덜하다. 김 위원장은 광주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호남 주민의 ‘역린’으로 꼽히는 5·18 논란서도 자유롭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호남 민심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은 지난 13일 정강정책개정특위가 개편한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정강정책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담는다는 점에서 비대위의 쇄신 의지를 가늠할 척도가 된다.

당 일부 중진 의원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가 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된다는 반발도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 출신인 통합당 정경희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서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보수 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제기했다. 이는 임시정부 정통성을 인정하는 김 위원장과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김 위원장의 좌클릭은 한동안 잠잠했던 내홍을 악화시키는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껏 탄핵에 대한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반성이 부족했다 점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석방을 외치고 있고, 핵심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관련된 언급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3년이 지났지만, ‘박근혜 딜레마’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은 박 전 대통령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당명도 여러 번 바꿨다. 하지만 통합당은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외치는 극우세력들과 선을 긋지 못했다. 결국 비호감 이미지 탈피에 실패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했다.

약자와 동행 강조…파격적인 좌클릭
내홍 뇌관? 중진들과의 불편한 동거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 때까지다. 김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거에 내세울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김 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의 조건으로 ‘참신하고 젊은 인재’를 꼽았다.

통합당 외부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 내년 2월에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올해 12월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12월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2월 조기 전당대회가 그나마 유력하다. 명분은 2월에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고 일찌감치 선거 체제에 돌입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이는 외부 인사에 관심을 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견제가 담긴 것으로,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 주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보장돼있고, 초선 의원들 역시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중진 의원들은 당권에 관심이 있는 인물들로, 이들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셈이다.

통합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 측면이 크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가 성공해야 안정적인 상승세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당내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내 결집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상승세
언제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면,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당이 분열할 공산이 높다. 이는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종인 비대위가 재보궐선거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김 위원장이 2022년 대선 때까지 당을 책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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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