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10·11) 다래순, 당근

"시력 좋아지려 배터지게"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pixabay

다래순

이민구 작품이다. 

喫林果俗名獮猴桃(끽임과속명미후도)
속명 미후도를 먹다 

喬木深垂蔓(교목심수만)
높은 나무에 무성하게 드리운 덩굴
秋條正飽霜(추조정포상)
가을 줄기 서리 흠뻑 맞았네
游人頻渴肺(유인빈갈폐)
나그네는 자주 폐가 마르니
摘子必連房(적자필연방)
따는 열매 반드시 연방이네
滑憶西施乳(활억서시유)
부드러움은 서시유 떠오르고
淸知玉女漿(청지옥녀장)
맑기는 옥녀장 알만하네
鄕山後搖落(향산후요락)
고향 산에는 늦게 떨어지니
歸及晩林嘗(귀급만림상)
돌아가 숲속에서 감상해야겠네

상기 시 제목에 등장하는 獼猴桃(미후도)는 다래나무의 열매인 다래를 지칭한다.


아울러 다래나무는 獼猴木(미후목)이라 한다. 獼猴(미후)는 원숭이를 의미하는데 왜 이름이 이렇게 정해졌을까. 

그 사연이 흥미롭다.

다래나무 즉 다래나무 덩굴이 원숭이처럼 다른 나무를 잘 타기에 혹은 원숭이가 다래를 즐겨 먹기 때문에 미후목이라 부른다고도 한다.

어느 설이 정설인지는 몰라도 두 설 모두 말이 된다 싶다. 

여하튼 상기 글에 등장하는 연방(連房)은 식물의 두 씨방이 합해져서 하나의 꽃이나 이삭이 나는 것이나, 혹은 하나의 씨방에서 두 개의 꽃이나 이삭이 나는 것을 가리키는데 옛날에는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겼다. 

또 서시유(西施乳)는 복어 배 속의 살지고 흰 기름덩이를 가리킨다.

맛이 너무 좋아 월(越)나라의 미녀 서시의 가슴에 비유한 것이고 옥녀장(玉女漿)은 신선이 마시는 음료를 의미한다.


이제 다래란 명칭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살펴보자.

혹자는 맛이 달다 할 때의 ‘달’에 명사화 접미사 ‘애’가 붙어 이루어진 말로 달~애 에서 ㄹ받침이 내려 읽히면서 다래가 되었다고 한다.

꿀처럼 단 다래 열매를 살피면 한편 그럴싸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익의 성호사설을 살피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髙麗史獼猴桃謂之炟艾로 ‘고려사에 미후도를 달애(怛艾)라 지칭했다’이다.

이를 살피면 다래란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능히 짐작하리라 간주하고 넘어가자.

그런 다래나무의 실체를 알려면 창덕궁 방문을 권장한다.

창덕궁 안에는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251호로 지정된 다래나무가 있는데 수령은 600년에 이르며 길이는 30m 내외로 뻗어갔을 정도로 웅장하다.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서 ‘獼猴木(미후목)’
시력회복에 탁월한 베타카로틴의 보고 당근

여하튼 다래순은 다래나무에서 나는 연한 순으로 맛이 달면서 향긋하여 어린순을 채취해 나물로 먹는데 이 대목에서 한마디 덧붙여야겠다.

앞서 고사리에 대해 언급할 때 반전의 나물이라 지칭한 바 있다.


고사리가 지니고 있는 독성 때문으로 다래순 역시 미미하지만 독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 먹어야 함을 주지시킨다. 아울러 조선 조 한문사대가 중 한사람인 장유(張維, 1587∼1638)가 ‘장주(황해도 장연)의 숙부께서 미후도를 보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그 시에 차운하다(奉謝長洲叔餉獼猴桃次韻)’라는 작품에서 다래의 진수를 더하고 있다.

한 번 감상해보자. 

蒼藤成架幾多年(창등성가기다년)
푸른 덩굴 가자 이룬지 몇 년 되지 않아翠實驚看纍纍懸(취실경간유유현)
놀랍게도 벌써 푸른 다래 주렁주렁 달렸네嚼罷甘寒蘇病肺(작파감한소병폐)
씹을 때 차고 달콤함 병든 폐 소생하니蟠桃何必問群仙(반도하필문군선)
신선에게 반도 구할 필요 있겠는가

상기 글에 등장하는 架(가)는 가자(架子)의 줄인 말로 초목(草木)의 가지가 늘어지지 않도록 밑에서 받치기 위해 시렁처럼 만든 물건을, 반도(蟠桃)는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선도(仙桃, 신선 나라에 존재하는 복숭아)다.

당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살피면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영어로 표기하면 ‘the carrot and stick’으로 이 대목에서 모든 사람들이 carrot을 채소의 한 종류인 당근 즉 홍당무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그도 맞다.

그러나 그 원 의미는 ‘보상’ 혹은 ‘미끼’임을 밝히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당근은 원산지가 중동 지역으로 13세기 말에 중국으로 이어 16세기 경부터 조선서 재배됐다고 전해진다.

마치 그를 입증하듯 허균의 ‘성소부부고’에 처음으로 당근이 등장한다.

그를 인용해본다.

호나복(胡蘿葍)

마땅히 삼복(三伏) 안에 땅을 갈아서 둑을 짓고 하나씩 손으로 쥐고 심어야 하는데, 땅이 비옥하면 뿌려서 심으며 물을 자주 줘야 한다. 

상기 기록서 살피듯 당근의 원 명칭은 호나복(胡蘿葍, 오랑캐의 무)이다.

그런데 혹자는 당나라서 들어와 당근(唐根)이라는 이름이 불었다고도 한다.

물론 맞는 말이나 당근은 호나복의 속명 즉 세속에서 이르던 이름이다. 

이와 관련 김창업의 ‘연행일기’에 실려 있는 글 인용한다.

胡蘿葍。卽我國所謂唐根。而色正紅。與紅蘿葍無別
호나복은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당근이라 부르는 것인데, 빛깔이 붉어서 홍나복과 구별이 없었다.

여하튼 이 대목서 아연한 생각 일어난다.

물론 내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다. 어린 시절 깻잎을 식용했던 기억이 없었음을 술회했듯 역시 당근(그 시절에는 홍당무라 불렀음)을 식용했던 기억은 없다.

다만 토끼 먹이 정도로만 기억에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에 당근은 색깔도 선명하고 맛도 달콤하지만 그 당시 접했던 홍당무는 생김새도 볼 품 없고 색깔 역시 흐릿하고 맛 역시 씁쓰레해서 그저 집 뒤꼍에 심어져 있던 홍당무를 캐면 토끼 먹이로만 활용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이제 당근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 소개하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다.

막강한 지상군을 자랑하던 독일군이 공군력에서는 영국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여 독일군이 그 원인을 조사하던 중 기막힌 첩보를 접하게 된다.

영국 조종사들이 당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시력이 좋아 그렇다고 말이다.

이로 인해 독일군 조종사들은 그야말로 배가 터지도록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세는 역전되지 않고 영국 공군만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를 의아하게 생각하던 독일은 종전 후 그 진실을 알게 된다.

영국서 당시 개발한 레이더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퍼트린 소문이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영국서 흘린 정보가 터무니없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독일이 쉽사리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터다.

당근이 시력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 독일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력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당근은 베타카로틴의 보고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공급원으로 시력회복은 물론 암, 동맥경화증, 관절염, 백내장 등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고 조사됐다.

이 대목서 불현듯 씁쓰레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홍당무에 감추어진 진실을 진즉에 알았다면 토끼에게 먹이로 줄 게 아니라 내가 먹었어야 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 토끼 고기를 내가 먹었으니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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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