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10·11) 다래순, 당근

"시력 좋아지려 배터지게"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pixabay

다래순

이민구 작품이다. 

喫林果俗名獮猴桃(끽임과속명미후도)
속명 미후도를 먹다 

喬木深垂蔓(교목심수만)
높은 나무에 무성하게 드리운 덩굴
秋條正飽霜(추조정포상)
가을 줄기 서리 흠뻑 맞았네
游人頻渴肺(유인빈갈폐)
나그네는 자주 폐가 마르니
摘子必連房(적자필연방)
따는 열매 반드시 연방이네
滑憶西施乳(활억서시유)
부드러움은 서시유 떠오르고
淸知玉女漿(청지옥녀장)
맑기는 옥녀장 알만하네
鄕山後搖落(향산후요락)
고향 산에는 늦게 떨어지니
歸及晩林嘗(귀급만림상)
돌아가 숲속에서 감상해야겠네

상기 시 제목에 등장하는 獼猴桃(미후도)는 다래나무의 열매인 다래를 지칭한다.


아울러 다래나무는 獼猴木(미후목)이라 한다. 獼猴(미후)는 원숭이를 의미하는데 왜 이름이 이렇게 정해졌을까. 

그 사연이 흥미롭다.

다래나무 즉 다래나무 덩굴이 원숭이처럼 다른 나무를 잘 타기에 혹은 원숭이가 다래를 즐겨 먹기 때문에 미후목이라 부른다고도 한다.

어느 설이 정설인지는 몰라도 두 설 모두 말이 된다 싶다. 

여하튼 상기 글에 등장하는 연방(連房)은 식물의 두 씨방이 합해져서 하나의 꽃이나 이삭이 나는 것이나, 혹은 하나의 씨방에서 두 개의 꽃이나 이삭이 나는 것을 가리키는데 옛날에는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겼다. 

또 서시유(西施乳)는 복어 배 속의 살지고 흰 기름덩이를 가리킨다.

맛이 너무 좋아 월(越)나라의 미녀 서시의 가슴에 비유한 것이고 옥녀장(玉女漿)은 신선이 마시는 음료를 의미한다.


이제 다래란 명칭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살펴보자.

혹자는 맛이 달다 할 때의 ‘달’에 명사화 접미사 ‘애’가 붙어 이루어진 말로 달~애 에서 ㄹ받침이 내려 읽히면서 다래가 되었다고 한다.

꿀처럼 단 다래 열매를 살피면 한편 그럴싸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익의 성호사설을 살피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등장한다.

髙麗史獼猴桃謂之炟艾로 ‘고려사에 미후도를 달애(怛艾)라 지칭했다’이다.

이를 살피면 다래란 이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능히 짐작하리라 간주하고 넘어가자.

그런 다래나무의 실체를 알려면 창덕궁 방문을 권장한다.

창덕궁 안에는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251호로 지정된 다래나무가 있는데 수령은 600년에 이르며 길이는 30m 내외로 뻗어갔을 정도로 웅장하다.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서 ‘獼猴木(미후목)’
시력회복에 탁월한 베타카로틴의 보고 당근

여하튼 다래순은 다래나무에서 나는 연한 순으로 맛이 달면서 향긋하여 어린순을 채취해 나물로 먹는데 이 대목에서 한마디 덧붙여야겠다.

앞서 고사리에 대해 언급할 때 반전의 나물이라 지칭한 바 있다.


고사리가 지니고 있는 독성 때문으로 다래순 역시 미미하지만 독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 먹어야 함을 주지시킨다. 아울러 조선 조 한문사대가 중 한사람인 장유(張維, 1587∼1638)가 ‘장주(황해도 장연)의 숙부께서 미후도를 보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그 시에 차운하다(奉謝長洲叔餉獼猴桃次韻)’라는 작품에서 다래의 진수를 더하고 있다.

한 번 감상해보자. 

蒼藤成架幾多年(창등성가기다년)
푸른 덩굴 가자 이룬지 몇 년 되지 않아翠實驚看纍纍懸(취실경간유유현)
놀랍게도 벌써 푸른 다래 주렁주렁 달렸네嚼罷甘寒蘇病肺(작파감한소병폐)
씹을 때 차고 달콤함 병든 폐 소생하니蟠桃何必問群仙(반도하필문군선)
신선에게 반도 구할 필요 있겠는가

상기 글에 등장하는 架(가)는 가자(架子)의 줄인 말로 초목(草木)의 가지가 늘어지지 않도록 밑에서 받치기 위해 시렁처럼 만든 물건을, 반도(蟠桃)는 3000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선도(仙桃, 신선 나라에 존재하는 복숭아)다.

당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살피면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영어로 표기하면 ‘the carrot and stick’으로 이 대목에서 모든 사람들이 carrot을 채소의 한 종류인 당근 즉 홍당무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그도 맞다.

그러나 그 원 의미는 ‘보상’ 혹은 ‘미끼’임을 밝히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당근은 원산지가 중동 지역으로 13세기 말에 중국으로 이어 16세기 경부터 조선서 재배됐다고 전해진다.

마치 그를 입증하듯 허균의 ‘성소부부고’에 처음으로 당근이 등장한다.

그를 인용해본다.

호나복(胡蘿葍)

마땅히 삼복(三伏) 안에 땅을 갈아서 둑을 짓고 하나씩 손으로 쥐고 심어야 하는데, 땅이 비옥하면 뿌려서 심으며 물을 자주 줘야 한다. 

상기 기록서 살피듯 당근의 원 명칭은 호나복(胡蘿葍, 오랑캐의 무)이다.

그런데 혹자는 당나라서 들어와 당근(唐根)이라는 이름이 불었다고도 한다.

물론 맞는 말이나 당근은 호나복의 속명 즉 세속에서 이르던 이름이다. 

이와 관련 김창업의 ‘연행일기’에 실려 있는 글 인용한다.

胡蘿葍。卽我國所謂唐根。而色正紅。與紅蘿葍無別
호나복은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당근이라 부르는 것인데, 빛깔이 붉어서 홍나복과 구별이 없었다.

여하튼 이 대목서 아연한 생각 일어난다.

물론 내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다. 어린 시절 깻잎을 식용했던 기억이 없었음을 술회했듯 역시 당근(그 시절에는 홍당무라 불렀음)을 식용했던 기억은 없다.

다만 토끼 먹이 정도로만 기억에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에 당근은 색깔도 선명하고 맛도 달콤하지만 그 당시 접했던 홍당무는 생김새도 볼 품 없고 색깔 역시 흐릿하고 맛 역시 씁쓰레해서 그저 집 뒤꼍에 심어져 있던 홍당무를 캐면 토끼 먹이로만 활용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이제 당근과 관련한 흥미로운 일화 소개하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다.

막강한 지상군을 자랑하던 독일군이 공군력에서는 영국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여 독일군이 그 원인을 조사하던 중 기막힌 첩보를 접하게 된다.

영국 조종사들이 당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시력이 좋아 그렇다고 말이다.

이로 인해 독일군 조종사들은 그야말로 배가 터지도록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세는 역전되지 않고 영국 공군만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를 의아하게 생각하던 독일은 종전 후 그 진실을 알게 된다.

영국서 당시 개발한 레이더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퍼트린 소문이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영국서 흘린 정보가 터무니없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독일이 쉽사리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터다.

당근이 시력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 독일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력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당근은 베타카로틴의 보고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 A의 공급원으로 시력회복은 물론 암, 동맥경화증, 관절염, 백내장 등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고 조사됐다.

이 대목서 불현듯 씁쓰레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홍당무에 감추어진 진실을 진즉에 알았다면 토끼에게 먹이로 줄 게 아니라 내가 먹었어야 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 토끼 고기를 내가 먹었으니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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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