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이상한 세무조사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2:50:54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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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13명 붙어 1년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전지방국세청이 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세무조사를 했다. 해당 기업은 “조사관 10명 이상이 붙어 집중적으로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이후에도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지방국세청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 A사는 1년여 동안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거래처가 점점 줄어들더니 예전보다 직원도 급격하게 줄어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25일 대전지방국세청(이하 국세청)은 A사를 비롯해 관계사 3곳을 세무조사했다. 이후 8월8일 조세범칙조사위원회를 열고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기업의 탈세가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것.

세무조사서
범칙으로 전환

국세청은 A사에 대해 가공거래라고 판단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공거래란 실물거래 없이 매출, 매입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발급하거나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공거래의 동기나 이유는 대부분 자금융통, 대출, 대출 연장 등 일정한 매입과 매출이 있다는 점을 증빙하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A사 측은 “범칙조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거래 없이 매출이나 매입을 기록하게 된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 실익이 있어야 범죄를 저지르는데, 우리는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국세청 조사2국의 무리한 조사방법은 A사의 세무대리인을 교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당시 A사 세무대리인이었던 B씨는 조사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결국 중도에 사임했다.


B씨는 “소명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ㄱ에 대한 논점으로 소명하면 ㄱ에 대한 답변을 줘야 하는데, 조사관들은 이해를 못한 건지 전혀 다른 ㄴ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소명한 자료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회의를 느껴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른 법무법인이 A사의 세무대리 역할을 맡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무법인이었던 회사가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공급처 > 도매사업자 > 소매사업자 > 소비처 순으로 이뤄지고, 세금계산서가 순차로 발급되지만, 태양광 모듈은 제조사나 도매사업자서 최종 소비처로 직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동이나 상·하차 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작성됐다.

납세자 권리보호 뒷전…절차 위반 의혹
논점 흐리는 조사관…규정도 지키지 않아

또 ‘대법원은 단축급부 사안이 문제된 판결서 발주가 중간업체를 거치지 않고 행해지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해당 거래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를 허위 세금계산서가 아닌 적법한 세금계산서라고 판단했다. 거래당사자들이 각각 고유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라 단축급부 방식으로 물품을 인도했다면, 이들이 발급하고 수수한 세금계산서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따른 허위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를 넘기고 지난 1월9일경 A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대한 내용을 받지 못하자 국세청에 문의하고, 이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조사는 이미 다 끝난 상태며 국세청장 결재도 끝난 상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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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사무처리 규정 제7절 세무조사의 종결과 관련해 제45조(조사의 종결) 3번 항문을 보면 ‘조사공무원은 납세자 또는 납세 관리인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납세자의 권리구제 방법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표기돼있다. 국세청은 이를 어긴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결과를 물어보니 고발장을 이미 쓰고 있다고 했다. 과징금액도 맨 처음에 물어볼 땐 안 알려줘서 다른 조사관을 통해서 알아봤다. 700억∼800억원 정도 부인하는 세무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너무 놀라서 다음날 한 국세청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서 자체적으로 만든 달력을 가져가 사진을 보여줬다.(달력 속 사진)하나가 다 200억∼300억원 하는 건데 거래한 게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재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세청장님에게 올리는 호소문’ 초안에 따르면 ‘A사는 거짓없는 운영을 위해 창업 첫 해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무지로 인한 위법이 없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왔다. 다만 영업·현장·관리 등을 혼자서 처리하다 보니 시간의 부족함, 내부 관리와 업무처리의 미숙함은 너무나 후회스러운 부분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결과 물으니
“고발장 작성”

이어 ‘매월 수천만원씩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언제든지 현장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성하고 있는 자재를 가공거래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각각의 자재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그 번호는 전기안정공사와 한국에너지 공단서 관리되고 있다. 4만장이 넘는 태양광모듈을 도대체 어디서 조달해 3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사실관계만 조사기간 중 확인받을 수 있도록 호소한다. (중략) 조사의 편의나 무마가 아닌, 단지 기초적인 사실관계만을 확인 받아 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도록 귀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조사 조치를 받게 돼 약 6개월 동안 조사가 다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조사가 끝난 뒤에 또 발생했다. 7월17일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하루 전인 7월16일 A사의 거래처가 C 세무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A사의 세무조사가 끝났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과세금액이 나올 테니 준비해놓으라는 말이었다.

A사 관계자는 “당시 전화를 받은 거래처는 태양광 모듈 패널을 만드는 공장이다. C 세무서가 거래처에 우리 회사(A사) 조사가 끝나니 거래처 조사가 시작될 거라고 통보한 것이다. 조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먼저 알게 된 것인데 이건 정보유출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A사 측은 조사관이 13명이나 붙어 집중 조사하는 데 대한 의혹을 가지기 시작했다. A사 관계자는 조사관으로부터 “내가 200억∼300억원 때리면 폐업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조사팀의 실적이 되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도 폐업이 되면 손실처리가 되기 때문에 조사팀의 실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조사팀 팀장은 승진을 2번이나 한 분으로 알고 있고 사무관 승진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업이란 말을 너무 쉽게 하길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A사 측은 납세자 권리보호를 요청했다.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 제도란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집행 과정서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구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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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납세자 권리보호요청서에는 ‘조사기간이 만료됐지만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거래처 관할인 C 세무서에 피조사 업체도 알지 못하는 조사 결과를 통보해 거래처에 즉시 과세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는 등 절차가 무시된 채 진행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며, 적법한 절차가 준수돼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호를 요청하며, 본 조사 사건이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조치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A사 측과 관계사들은 같은 달 29일, 범칙심의위원회 심위의원들에게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서류의 내용에는 ‘피조사 법인들에 대해 각 법인은 기자재 유통, 토·전기공사, 구조물 제작을 각각 수행하는 이유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니라 공정별로 전문성을 갖춰 시장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중복 매출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업 하나에
조사관 10여명?

이어 ‘피조사 법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년도 시공실적을 사용해 회사 달력을 제작했다. 기자재가 설치·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 600억∼700억원의 매출처를 가진 업체가 피조사 법인 같은 신생 유통사를 상대로 가공거래를 시도할 이유도 없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번호 검수하는 준공검사로 가공제품이 거래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영업 환경의 변동에 따라 납품지를 재배정하거나 반품 또는 교환할 수 있는 이는 유통업체의 일반적인 상식이며, 경영판단에 따른 자재 선수매가 가공거래라면,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라도 모두 가공거래 혐의자가 될 것이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사실 하나로 미착수 현장으로 표현하면 실체가 없는 실제 현장과 관련해 자재의 조달이 모두 부인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가공의 매출을 발생시킬 시에는 오히려 절세할 수가 없으며, 범칙에 의한 실익이 전혀 없다. 피조사 법인 중 대표하는 한 곳은 전기공사업 시공능력 기준 충청남도 5위에 올라가 있으며, 한국서부발전이 발주한 690억원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수주했다. 충남도 내 중소기업 중 단일 3MW 규모 육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과 5M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을 가진 유일한 업체’라고 덧붙였다.

A사는 한 국세청장에게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피조사 법인도 법칙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의견 진술 기회의 요구 ▲피조사 법인의 범칙심의위원회 참석이 불가능할 경우 조사팀 참석도 불허토록 요구 ▲심의위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피조사 법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임의적인 편집이 없도록 해달라 등을 요구했다.


다음날 조세범칙심위의원회가 개최됐지만 A사는 또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잘못 안내받은 것이다. 7월30일 오후 2시로 안내를 받았지만, 오전 10시부터 진행돼 10시45분에 끝났다.

소식 없어 조사결과 문의하니…
“다 끝나…청장 결재도 끝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대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조사관은 전날 바뀐 시간을 알았다며 필요 없으니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A사 관계자는 “오후 2시로 안내하는 전화통화만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해보니 조사1국서 심의하는데, 조사2국서 안내받았으니 의미가 없다. 내가 어떻게 국세청 조직도를 다 알겠느냐”며 억울해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을 알려준 사람에게 물으니 시간이 바뀐 줄 몰랐다고 하더니 ‘참석했냐고 물으니 참석했다’고 답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사가 보기에는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다르게 안내받았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가, 추가서류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 대상은 따돌리고 조사팀만 참석하는 졸속행정이라며 A사 측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결과 통지 순서에 대해) “사안에 따라 다르다. 예산세액 등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중간에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청장님께 보고 전이라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서면으로 결과 통지가 나가는 건 당연히 내부 결정이 끝난 후에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무서가 먼저 인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임하고 있는 세무서라면 알 수도 있다. 대리인이기 때문에 납세자의 해당 업무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있다. 조사 대상 업체보다 다른 곳이 먼저 알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게 맞다”고 답변했다.

납세자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심의 안건 종류에 따라 규정이 정해져 있다. 직접 참석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심의안건이 있고, 서면으로만 자기 의사를 제출할 수 있는 안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회에 대한 정보에 대해)그 부분을 굳이 비밀로 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가)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부분은 아니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인사고과에
영향 없진 않다”

아울러 “조사 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곳은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순수한 조사 기간일 수도 있고, 조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늦어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업무상 수사관에 대해 금전적인 대가는 없다. 예를 들어 형사가 특정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아 잘 처리했다면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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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