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이상한 세무조사 막전막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2:50:54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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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13명 붙어 1년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전지방국세청이 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세무조사를 했다. 해당 기업은 “조사관 10명 이상이 붙어 집중적으로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사 결과 이후에도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지방국세청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 A사는 1년여 동안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불안함이 커졌다. 거래처가 점점 줄어들더니 예전보다 직원도 급격하게 줄어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25일 대전지방국세청(이하 국세청)은 A사를 비롯해 관계사 3곳을 세무조사했다. 이후 8월8일 조세범칙조사위원회를 열고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기업의 탈세가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것.

세무조사서
범칙으로 전환

국세청은 A사에 대해 가공거래라고 판단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가공거래란 실물거래 없이 매출, 매입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발급하거나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공거래의 동기나 이유는 대부분 자금융통, 대출, 대출 연장 등 일정한 매입과 매출이 있다는 점을 증빙하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A사 측은 “범칙조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거래 없이 매출이나 매입을 기록하게 된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해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 실익이 있어야 범죄를 저지르는데, 우리는 가능성이 적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국세청 조사2국의 무리한 조사방법은 A사의 세무대리인을 교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당시 A사 세무대리인이었던 B씨는 조사관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결국 중도에 사임했다.


B씨는 “소명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ㄱ에 대한 논점으로 소명하면 ㄱ에 대한 답변을 줘야 하는데, 조사관들은 이해를 못한 건지 전혀 다른 ㄴ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소명한 자료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회의를 느껴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른 법무법인이 A사의 세무대리 역할을 맡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무법인이었던 회사가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공급처 > 도매사업자 > 소매사업자 > 소비처 순으로 이뤄지고, 세금계산서가 순차로 발급되지만, 태양광 모듈은 제조사나 도매사업자서 최종 소비처로 직송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동이나 상·하차 시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작성됐다.

납세자 권리보호 뒷전…절차 위반 의혹
논점 흐리는 조사관…규정도 지키지 않아

또 ‘대법원은 단축급부 사안이 문제된 판결서 발주가 중간업체를 거치지 않고 행해지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해당 거래서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를 허위 세금계산서가 아닌 적법한 세금계산서라고 판단했다. 거래당사자들이 각각 고유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라 단축급부 방식으로 물품을 인도했다면, 이들이 발급하고 수수한 세금계산서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에 따른 허위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를 넘기고 지난 1월9일경 A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대한 내용을 받지 못하자 국세청에 문의하고, 이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조사는 이미 다 끝난 상태며 국세청장 결재도 끝난 상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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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사무처리 규정 제7절 세무조사의 종결과 관련해 제45조(조사의 종결) 3번 항문을 보면 ‘조사공무원은 납세자 또는 납세 관리인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며, 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납세자의 권리구제 방법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표기돼있다. 국세청은 이를 어긴 셈이다.


A사 관계자는 “결과를 물어보니 고발장을 이미 쓰고 있다고 했다. 과징금액도 맨 처음에 물어볼 땐 안 알려줘서 다른 조사관을 통해서 알아봤다. 700억∼800억원 정도 부인하는 세무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너무 놀라서 다음날 한 국세청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서 자체적으로 만든 달력을 가져가 사진을 보여줬다.(달력 속 사진)하나가 다 200억∼300억원 하는 건데 거래한 게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재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세청장님에게 올리는 호소문’ 초안에 따르면 ‘A사는 거짓없는 운영을 위해 창업 첫 해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무지로 인한 위법이 없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왔다. 다만 영업·현장·관리 등을 혼자서 처리하다 보니 시간의 부족함, 내부 관리와 업무처리의 미숙함은 너무나 후회스러운 부분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결과 물으니
“고발장 작성”

이어 ‘매월 수천만원씩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언제든지 현장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성하고 있는 자재를 가공거래로 본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각각의 자재는 고유번호를 가지고 그 번호는 전기안정공사와 한국에너지 공단서 관리되고 있다. 4만장이 넘는 태양광모듈을 도대체 어디서 조달해 3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지 그 사실관계만 조사기간 중 확인받을 수 있도록 호소한다. (중략) 조사의 편의나 무마가 아닌, 단지 기초적인 사실관계만을 확인 받아 회사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도록 귀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조사 조치를 받게 돼 약 6개월 동안 조사가 다시 진행됐다. 하지만 문제는 조사가 끝난 뒤에 또 발생했다. 7월17일 조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으나, 하루 전인 7월16일 A사의 거래처가 C 세무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A사의 세무조사가 끝났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과세금액이 나올 테니 준비해놓으라는 말이었다.

A사 관계자는 “당시 전화를 받은 거래처는 태양광 모듈 패널을 만드는 공장이다. C 세무서가 거래처에 우리 회사(A사) 조사가 끝나니 거래처 조사가 시작될 거라고 통보한 것이다. 조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먼저 알게 된 것인데 이건 정보유출이 아니냐“며 분노했다.

A사 측은 조사관이 13명이나 붙어 집중 조사하는 데 대한 의혹을 가지기 시작했다. A사 관계자는 조사관으로부터 “내가 200억∼300억원 때리면 폐업하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조사팀의 실적이 되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도 폐업이 되면 손실처리가 되기 때문에 조사팀의 실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조사팀 팀장은 승진을 2번이나 한 분으로 알고 있고 사무관 승진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업이란 말을 너무 쉽게 하길래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A사 측은 납세자 권리보호를 요청했다.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 제도란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집행 과정서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 신속하게 구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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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납세자 권리보호요청서에는 ‘조사기간이 만료됐지만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거래처 관할인 C 세무서에 피조사 업체도 알지 못하는 조사 결과를 통보해 거래처에 즉시 과세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는 등 절차가 무시된 채 진행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며, 적법한 절차가 준수돼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호를 요청하며, 본 조사 사건이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조치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A사 측과 관계사들은 같은 달 29일, 범칙심의위원회 심위의원들에게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서류의 내용에는 ‘피조사 법인들에 대해 각 법인은 기자재 유통, 토·전기공사, 구조물 제작을 각각 수행하는 이유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니라 공정별로 전문성을 갖춰 시장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중복 매출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업 하나에
조사관 10여명?

이어 ‘피조사 법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년도 시공실적을 사용해 회사 달력을 제작했다. 기자재가 설치·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 600억∼700억원의 매출처를 가진 업체가 피조사 법인 같은 신생 유통사를 상대로 가공거래를 시도할 이유도 없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번호 검수하는 준공검사로 가공제품이 거래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영업 환경의 변동에 따라 납품지를 재배정하거나 반품 또는 교환할 수 있는 이는 유통업체의 일반적인 상식이며, 경영판단에 따른 자재 선수매가 가공거래라면,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라도 모두 가공거래 혐의자가 될 것이다. 공사가 지연된다는 사실 하나로 미착수 현장으로 표현하면 실체가 없는 실제 현장과 관련해 자재의 조달이 모두 부인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가공의 매출을 발생시킬 시에는 오히려 절세할 수가 없으며, 범칙에 의한 실익이 전혀 없다. 피조사 법인 중 대표하는 한 곳은 전기공사업 시공능력 기준 충청남도 5위에 올라가 있으며, 한국서부발전이 발주한 690억원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수주했다. 충남도 내 중소기업 중 단일 3MW 규모 육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과 5M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소 시공실적을 가진 유일한 업체’라고 덧붙였다.

A사는 한 국세청장에게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피조사 법인도 법칙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의견 진술 기회의 요구 ▲피조사 법인의 범칙심의위원회 참석이 불가능할 경우 조사팀 참석도 불허토록 요구 ▲심의위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피조사 법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임의적인 편집이 없도록 해달라 등을 요구했다.


다음날 조세범칙심위의원회가 개최됐지만 A사는 또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잘못 안내받은 것이다. 7월30일 오후 2시로 안내를 받았지만, 오전 10시부터 진행돼 10시45분에 끝났다.

소식 없어 조사결과 문의하니…
“다 끝나…청장 결재도 끝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대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조사관은 전날 바뀐 시간을 알았다며 필요 없으니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A사 관계자는 “오후 2시로 안내하는 전화통화만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해보니 조사1국서 심의하는데, 조사2국서 안내받았으니 의미가 없다. 내가 어떻게 국세청 조직도를 다 알겠느냐”며 억울해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을 알려준 사람에게 물으니 시간이 바뀐 줄 몰랐다고 하더니 ‘참석했냐고 물으니 참석했다’고 답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A사가 보기에는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시간을 다르게 안내받았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가, 추가서류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 대상은 따돌리고 조사팀만 참석하는 졸속행정이라며 A사 측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결과 통지 순서에 대해) “사안에 따라 다르다. 예산세액 등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중간에라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청장님께 보고 전이라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서면으로 결과 통지가 나가는 건 당연히 내부 결정이 끝난 후에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무서가 먼저 인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임하고 있는 세무서라면 알 수도 있다. 대리인이기 때문에 납세자의 해당 업무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있다. 조사 대상 업체보다 다른 곳이 먼저 알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게 맞다”고 답변했다.

납세자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심의 안건 종류에 따라 규정이 정해져 있다. 직접 참석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심의안건이 있고, 서면으로만 자기 의사를 제출할 수 있는 안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회에 대한 정보에 대해)그 부분을 굳이 비밀로 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가)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부분은 아니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다.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덧붙였다.

“인사고과에
영향 없진 않다”

아울러 “조사 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곳은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순수한 조사 기간일 수도 있고, 조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늦어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업무상 수사관에 대해 금전적인 대가는 없다. 예를 들어 형사가 특정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아 잘 처리했다면 인사고과에 영향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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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