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의도 이슈메이커 류호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1:22:36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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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개성파 새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치인들은 본인 부고만 제외하고 이름이 뉴스에 나오는 게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옷차림’ 하나만으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이 한 명 있다. 바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다. 그는 게임동아리, 스트리머 등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하면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 최근 본회의장 옷차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서 20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온 류호정 의원은 한국 사회서 소외된 청년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출마했다. 게임을 좋아하던 류 의원은 스마일게이트에 취업해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았다.

게임 덕후서
정치 입문까지

그는 이후 노동조합을 만들려다가 권고사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김병관(더불어민주당)·이동섭(국민의당) 의원 등이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 했다. 하지만 류 의원은 20대 여성에다가 게임 스트리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비례후보 명단 발표 이후 ‘대리 게임’ 논란이 불거졌지만 즉각적인 사과와 정의당의 지지에 힘입어 당의 지향인 여성·청년 활동으로 비례대표 1번을 꿰찼다. 결국 21대 총선서 무난하게 당선돼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유일한 20대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류 의원은 “청년 정치의 앞줄에 서게 된 저는 낯선 정치인이 되겠다. 기득권과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제2의 누군가가 되기보다 온전히 류호정으로 청년 정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21대 국회 평균 연령은 54.9세, 남성 의원은 81%인 243명으로 집계됐다. 28세 여성인 류 의원은 그 존재감을 나타기에 충분했다. 초선 의원답게 톡톡 튀는 언행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고인물 같은 정치판서 감각적인 유튜브 활동은 신선한 바람이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류 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한창 논란이 일었다. 국회 본회의장에 붉은색 원피스 차림의 옷을 입고 출석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국회의원 복장으로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성희롱성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날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는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으로, 류 의원은 당시에 “이 복장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겠다”고 청년들과 약속했다고 한다.

본회 붉은색 원피스 차림 등장 화제
평소 입던대로 청바지·운동화 출근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국회의원 제복을 정해서 그것만 입고 다니라 하던가. 조선시대서 왔느냐” “옷 가지고 이러지 마라. 뭘 입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라며 논란 자체를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 분명 있다”며 원피스 복장을 지적했고, “원피스를 입더라도 좀 점잖은 색깔을 입어야지”라며 원피스 색에 대한 의견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류 의원은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논란이 일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터넷과 자가격리했던 어제, 우리당 류호정 의원이 고된 하루를 보냈다”며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 여성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으로,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고 옹호했다. 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적었다.


류 의원의 이색 복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류 의원은 자신의 공식 계정 유튜브서 “청바지나 반바지를 입고 국회에 출입을 계속 했다. 청바지는 3번, 반바지는 2번 정도 입었을 때 들켰다고 해야 하나, (미디어의)눈에 들어온 것 같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당시)의원님들이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인사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은 정의당 입장서 호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의당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당의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국회의원들의 복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지난 2003년 4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른바 ‘백바지 등원’으로 동료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유시민 국민개혁정당 의원은 흰색 바지에 회색 티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이때에도 “여기 탁구 치러 왔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퇴장해 의원 선서가 미뤄지기도 했다.

복장 논란
당에 호재?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도 “모양이 좋지 않다”며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결국 유 의원은 다음날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 의원 선서를 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전 대표는 한복을 입고 등원하기도 했다. 강 전 대표는 수염을 기른 채 두루마기와 고무신을 착용했다. 특히 그는 한복 및 고무신 차림으로 광화문 촛불집회를 누벼 <반지의 제왕>의 주연급 캐릭터 ‘간달프’를 빗댄 ‘강달프’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류 의원은 소신 있는 행동 만큼이나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한 그는 총 49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류 의원은 다양한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류 의원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핵 폐기물 관련 의제, 쿠팡 노동자들의 어떤 착취 문제, 차등 의결권, 비동의 강간죄 등에 대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맥스터'라는 말이 어렵다. 이게 핵 폐기물과 관련된 문제인데, 경주와 울산서 쟁점 사안이 되고 있다. 사실 원전 핵 폐기물 내용은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나면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게 지역 공론화, 그리고 전국 공론화를 하는 과정서 현재 정부가 소통을 하기로 했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이미 여론조사에 대한 조작 의혹까지 나와 있는 상태여서 검증해야 되는 단계고,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모두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어릴 때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운 건 아니었다. 부친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쌍둥이인 남동생 둘과 함께 어려운 환경서 자랐다.

류 의원의 블로그에 따르면 아버지의 폭력은 집을 벗어나는 목표를 갖게 했고 삼남매는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삼남매 모두 같은 시기에 대학생활을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셋째의 재수, 둘째의 휴학, 첫째의 취업준비 등 일종의 로테이션으로써 한 삼남매는 똘똘 뭉쳤다.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건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였다.

그는 모바일 IO 스튜디오 기획팀˙마케팅 팀원, 게임 모델 등으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직 중엔 게임 스트리밍 업무도 도왔다.


스마일게이트서 사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배를 도와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후배 사건 보고
젠더 이슈 관심

당시 류 의원은 “만약 내가 작년에 문제제기를 했다면, 이 친구가 같은 피해를 안 겪었을 거라는 후회와 미안함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피해 사원들과 류 의원의 증언에도 스마일게이트의 가해자에 대한 내부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쳤으며,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겠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인사이동시켰고, 부서도 가해자의 바로 옆 부서였다고 한다.

결국 해당 피해 사원은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더불어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마다 직원들이 전환배치나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한다.

류 의원은 후배의 사건을 겪은 뒤 SNS 젠더 이슈와 관련한 기사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과거 유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용기가 없었는데, 후배의 퇴사를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고사직 뒤에도 전 직장 동료들의 노조 설립을 도왔던 류 의원은 2018년 12월 화섬식품 노조로부터 ‘선전홍보부장’을 제안 받아 민주노총 상근자로 이직하게 됐다. 판교테크노밸리를 거점으로 한 IT 노조들이 소속된 화섬식품 노조서 류 의원은 전 직장서 SNS 콘텐츠를 만들었던 전공을 살려 ‘민주노총 아재’와 노동과 진보 이슈에 관심이 있는 20∼30대 청년들을 연결할 수 있는 홍보를 시도했다.

화섬식품 노조의 애칭 ‘섬식이’, 화섬식품 노조 인스타그램 계정 ‘노조스타그램’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40대 남성의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했으며 SNS 홍보를 통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시도했다. 10∼20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2018년 12월에 40여명에 불과했던 화섬식품 노조 페이스북 팔로어는 류 의원이 ‘페북지기’를 맡은 뒤 2019년 7월 2700여명으로 늘어났다.

과거 ‘서울퀴어퍼레이드’ 때는 ‘무지개 화섬식품 노조 깃발’을 제작해 노조 홍보를 하기도 했다.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한 그는 근무 중인 회사에 노조를 만드는 작업을 민주노총·정의당, 이미 노조가 있던 네이버 노조와 논의했다. 이후 회사서 퇴직당하고 민주노총의 (IT업체 노조가 가입돼있는) 화섬식품 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옮겼고, 처음에 당비라도 보태고 싶어 입당했다가 성남지역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과 경기도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적도 있다. 그 후로 청년 할당의 혜택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졌다.

92년생 역대 최연소 비례대표
게임 등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

류 의원의 공약 중에는 ‘학력·학벌 차별금지’가 있다. 류 의원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된 것들이다.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나중에 그 배경에 대해 인사담당자로부터 ‘학력이 작용했다’는 말을 들었다. 신입사원 교육서 조별 활동할 때도 ‘서울대 나온 남자’에게 반장을 하라고도 했다. 류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누가 저를 키웠는가 물으면 사회가 저를 키웠다고 답해야 한다. 그래서 학력·학벌 차별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류 의원에게도 크고 작은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 사건이 있는데 바로 대리게임 논란이다. 지난 2014년 류 의원은 이화여대 게임동아리 활동을 하던 당시 남자친구에게 아이디를 빌려준 적이 있다. 당시 티어(레벨)가 골드1이었는데 다이아5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동아리 회장직을 내려놓고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커뮤니티엔 동아리 내에서의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이 줄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다른 방송 및 언론 인터뷰에 출연하고, 대리 사건에 대해 자기들끼리 간간히 개그 소재로 쓰였다는 점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서 대리 게임은 승부조작만큼이나 금기시되고 있다. 지금 20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대리 게임 논란에 대해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며 “게임 등급을 의도적으로 올리기 위해 계정을 공유한 행동은 아니다. 저도 당시 등급이 너무 많이 오른 것을 보고, 잘못되었음을 인지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얼마 후 매체의 인터뷰가 있었고, 그때 바로 잡을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새로 만든 계정의 등급은 대회 참가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반성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며 “당시에 썼던 반성문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시 꺼내 읽었다.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리 게임 및 허위 등급을 이용한 게임사 비리 취업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입사 지원서에 게임 등급을 기재한 데 대해 류 의원 관계자는 “롤 게임은 해마다 게임 등급이 리셋된다. 2014년 2∼3월 대리 게임을 통해 티어 상승이 이뤄졌고, 5월 달에 논란이 돼 사과했다. 사과 후 다른 부계정을 통해 1년 동안 연습했다. 2015년 등급이 리셋된 후 다시 원래 아이디로 돌아가 게임을 했다. 결국 당시 입사서류에 기재된 롤 등급은 류 위원장 본인 실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취업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사실상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소신있는 행동
총 49건 발의

지난달 10일에는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사망 후 피해자 우선주의에 입각하여 미투 피해자에 연대한다고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류 의원의 언행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같은 달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소신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어떤 것을 주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티나는 ‘류호정 원피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에도 관심이 쏠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쥬시쥬디’라는 브랜드의 원피스로 8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쥬시쥬디는 캐주얼 업체 더베이직하우스가 2014년 선보인 브랜드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가 어떤 상품인지 알려지자, 원피스는 불과 몇 시간만에 품절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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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