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의도 이슈메이커 류호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1:22:36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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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개성파 새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치인들은 본인 부고만 제외하고 이름이 뉴스에 나오는 게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옷차림’ 하나만으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이 한 명 있다. 바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다. 그는 게임동아리, 스트리머 등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하면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 최근 본회의장 옷차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서 20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온 류호정 의원은 한국 사회서 소외된 청년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출마했다. 게임을 좋아하던 류 의원은 스마일게이트에 취업해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았다.

게임 덕후서
정치 입문까지

그는 이후 노동조합을 만들려다가 권고사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김병관(더불어민주당)·이동섭(국민의당) 의원 등이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 했다. 하지만 류 의원은 20대 여성에다가 게임 스트리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비례후보 명단 발표 이후 ‘대리 게임’ 논란이 불거졌지만 즉각적인 사과와 정의당의 지지에 힘입어 당의 지향인 여성·청년 활동으로 비례대표 1번을 꿰찼다. 결국 21대 총선서 무난하게 당선돼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유일한 20대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류 의원은 “청년 정치의 앞줄에 서게 된 저는 낯선 정치인이 되겠다. 기득권과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제2의 누군가가 되기보다 온전히 류호정으로 청년 정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21대 국회 평균 연령은 54.9세, 남성 의원은 81%인 243명으로 집계됐다. 28세 여성인 류 의원은 그 존재감을 나타기에 충분했다. 초선 의원답게 톡톡 튀는 언행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고인물 같은 정치판서 감각적인 유튜브 활동은 신선한 바람이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류 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한창 논란이 일었다. 국회 본회의장에 붉은색 원피스 차림의 옷을 입고 출석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국회의원 복장으로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성희롱성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날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는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으로, 류 의원은 당시에 “이 복장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겠다”고 청년들과 약속했다고 한다.

본회 붉은색 원피스 차림 등장 화제
평소 입던대로 청바지·운동화 출근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국회의원 제복을 정해서 그것만 입고 다니라 하던가. 조선시대서 왔느냐” “옷 가지고 이러지 마라. 뭘 입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라며 논란 자체를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 분명 있다”며 원피스 복장을 지적했고, “원피스를 입더라도 좀 점잖은 색깔을 입어야지”라며 원피스 색에 대한 의견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류 의원은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논란이 일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터넷과 자가격리했던 어제, 우리당 류호정 의원이 고된 하루를 보냈다”며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 여성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으로,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고 옹호했다. 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적었다.


류 의원의 이색 복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류 의원은 자신의 공식 계정 유튜브서 “청바지나 반바지를 입고 국회에 출입을 계속 했다. 청바지는 3번, 반바지는 2번 정도 입었을 때 들켰다고 해야 하나, (미디어의)눈에 들어온 것 같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당시)의원님들이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인사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은 정의당 입장서 호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의당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당의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국회의원들의 복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지난 2003년 4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른바 ‘백바지 등원’으로 동료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유시민 국민개혁정당 의원은 흰색 바지에 회색 티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이때에도 “여기 탁구 치러 왔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퇴장해 의원 선서가 미뤄지기도 했다.

복장 논란
당에 호재?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도 “모양이 좋지 않다”며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결국 유 의원은 다음날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 의원 선서를 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전 대표는 한복을 입고 등원하기도 했다. 강 전 대표는 수염을 기른 채 두루마기와 고무신을 착용했다. 특히 그는 한복 및 고무신 차림으로 광화문 촛불집회를 누벼 <반지의 제왕>의 주연급 캐릭터 ‘간달프’를 빗댄 ‘강달프’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류 의원은 소신 있는 행동 만큼이나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한 그는 총 49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류 의원은 다양한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류 의원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핵 폐기물 관련 의제, 쿠팡 노동자들의 어떤 착취 문제, 차등 의결권, 비동의 강간죄 등에 대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맥스터'라는 말이 어렵다. 이게 핵 폐기물과 관련된 문제인데, 경주와 울산서 쟁점 사안이 되고 있다. 사실 원전 핵 폐기물 내용은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나면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게 지역 공론화, 그리고 전국 공론화를 하는 과정서 현재 정부가 소통을 하기로 했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이미 여론조사에 대한 조작 의혹까지 나와 있는 상태여서 검증해야 되는 단계고,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모두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어릴 때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운 건 아니었다. 부친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쌍둥이인 남동생 둘과 함께 어려운 환경서 자랐다.

류 의원의 블로그에 따르면 아버지의 폭력은 집을 벗어나는 목표를 갖게 했고 삼남매는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삼남매 모두 같은 시기에 대학생활을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셋째의 재수, 둘째의 휴학, 첫째의 취업준비 등 일종의 로테이션으로써 한 삼남매는 똘똘 뭉쳤다.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건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였다.

그는 모바일 IO 스튜디오 기획팀˙마케팅 팀원, 게임 모델 등으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직 중엔 게임 스트리밍 업무도 도왔다.


스마일게이트서 사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배를 도와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후배 사건 보고
젠더 이슈 관심

당시 류 의원은 “만약 내가 작년에 문제제기를 했다면, 이 친구가 같은 피해를 안 겪었을 거라는 후회와 미안함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피해 사원들과 류 의원의 증언에도 스마일게이트의 가해자에 대한 내부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쳤으며,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겠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인사이동시켰고, 부서도 가해자의 바로 옆 부서였다고 한다.

결국 해당 피해 사원은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더불어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마다 직원들이 전환배치나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한다.

류 의원은 후배의 사건을 겪은 뒤 SNS 젠더 이슈와 관련한 기사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과거 유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용기가 없었는데, 후배의 퇴사를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고사직 뒤에도 전 직장 동료들의 노조 설립을 도왔던 류 의원은 2018년 12월 화섬식품 노조로부터 ‘선전홍보부장’을 제안 받아 민주노총 상근자로 이직하게 됐다. 판교테크노밸리를 거점으로 한 IT 노조들이 소속된 화섬식품 노조서 류 의원은 전 직장서 SNS 콘텐츠를 만들었던 전공을 살려 ‘민주노총 아재’와 노동과 진보 이슈에 관심이 있는 20∼30대 청년들을 연결할 수 있는 홍보를 시도했다.

화섬식품 노조의 애칭 ‘섬식이’, 화섬식품 노조 인스타그램 계정 ‘노조스타그램’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40대 남성의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했으며 SNS 홍보를 통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시도했다. 10∼20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2018년 12월에 40여명에 불과했던 화섬식품 노조 페이스북 팔로어는 류 의원이 ‘페북지기’를 맡은 뒤 2019년 7월 2700여명으로 늘어났다.

과거 ‘서울퀴어퍼레이드’ 때는 ‘무지개 화섬식품 노조 깃발’을 제작해 노조 홍보를 하기도 했다.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한 그는 근무 중인 회사에 노조를 만드는 작업을 민주노총·정의당, 이미 노조가 있던 네이버 노조와 논의했다. 이후 회사서 퇴직당하고 민주노총의 (IT업체 노조가 가입돼있는) 화섬식품 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옮겼고, 처음에 당비라도 보태고 싶어 입당했다가 성남지역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과 경기도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적도 있다. 그 후로 청년 할당의 혜택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졌다.

92년생 역대 최연소 비례대표
게임 등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

류 의원의 공약 중에는 ‘학력·학벌 차별금지’가 있다. 류 의원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된 것들이다.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나중에 그 배경에 대해 인사담당자로부터 ‘학력이 작용했다’는 말을 들었다. 신입사원 교육서 조별 활동할 때도 ‘서울대 나온 남자’에게 반장을 하라고도 했다. 류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누가 저를 키웠는가 물으면 사회가 저를 키웠다고 답해야 한다. 그래서 학력·학벌 차별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류 의원에게도 크고 작은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 사건이 있는데 바로 대리게임 논란이다. 지난 2014년 류 의원은 이화여대 게임동아리 활동을 하던 당시 남자친구에게 아이디를 빌려준 적이 있다. 당시 티어(레벨)가 골드1이었는데 다이아5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동아리 회장직을 내려놓고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커뮤니티엔 동아리 내에서의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이 줄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다른 방송 및 언론 인터뷰에 출연하고, 대리 사건에 대해 자기들끼리 간간히 개그 소재로 쓰였다는 점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서 대리 게임은 승부조작만큼이나 금기시되고 있다. 지금 20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대리 게임 논란에 대해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며 “게임 등급을 의도적으로 올리기 위해 계정을 공유한 행동은 아니다. 저도 당시 등급이 너무 많이 오른 것을 보고, 잘못되었음을 인지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얼마 후 매체의 인터뷰가 있었고, 그때 바로 잡을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새로 만든 계정의 등급은 대회 참가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반성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며 “당시에 썼던 반성문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시 꺼내 읽었다.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리 게임 및 허위 등급을 이용한 게임사 비리 취업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입사 지원서에 게임 등급을 기재한 데 대해 류 의원 관계자는 “롤 게임은 해마다 게임 등급이 리셋된다. 2014년 2∼3월 대리 게임을 통해 티어 상승이 이뤄졌고, 5월 달에 논란이 돼 사과했다. 사과 후 다른 부계정을 통해 1년 동안 연습했다. 2015년 등급이 리셋된 후 다시 원래 아이디로 돌아가 게임을 했다. 결국 당시 입사서류에 기재된 롤 등급은 류 위원장 본인 실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취업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사실상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소신있는 행동
총 49건 발의

지난달 10일에는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사망 후 피해자 우선주의에 입각하여 미투 피해자에 연대한다고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류 의원의 언행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같은 달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소신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어떤 것을 주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티나는 ‘류호정 원피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에도 관심이 쏠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쥬시쥬디’라는 브랜드의 원피스로 8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쥬시쥬디는 캐주얼 업체 더베이직하우스가 2014년 선보인 브랜드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가 어떤 상품인지 알려지자, 원피스는 불과 몇 시간만에 품절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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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