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의도 이슈메이커 류호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1 11:22:36
  • 호수 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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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개성파 새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치인들은 본인 부고만 제외하고 이름이 뉴스에 나오는 게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옷차림’ 하나만으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이 한 명 있다. 바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다. 그는 게임동아리, 스트리머 등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하면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 최근 본회의장 옷차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서 20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온 류호정 의원은 한국 사회서 소외된 청년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출마했다. 게임을 좋아하던 류 의원은 스마일게이트에 취업해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았다.

게임 덕후서
정치 입문까지

그는 이후 노동조합을 만들려다가 권고사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김병관(더불어민주당)·이동섭(국민의당) 의원 등이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는 했다. 하지만 류 의원은 20대 여성에다가 게임 스트리머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비례후보 명단 발표 이후 ‘대리 게임’ 논란이 불거졌지만 즉각적인 사과와 정의당의 지지에 힘입어 당의 지향인 여성·청년 활동으로 비례대표 1번을 꿰찼다. 결국 21대 총선서 무난하게 당선돼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유일한 20대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류 의원은 “청년 정치의 앞줄에 서게 된 저는 낯선 정치인이 되겠다. 기득권과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제2의 누군가가 되기보다 온전히 류호정으로 청년 정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21대 국회 평균 연령은 54.9세, 남성 의원은 81%인 243명으로 집계됐다. 28세 여성인 류 의원은 그 존재감을 나타기에 충분했다. 초선 의원답게 톡톡 튀는 언행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고인물 같은 정치판서 감각적인 유튜브 활동은 신선한 바람이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류 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한창 논란이 일었다. 국회 본회의장에 붉은색 원피스 차림의 옷을 입고 출석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국회의원 복장으로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성희롱성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날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는 ‘2040청년다방’ 포럼에 참석할 때 입었던 옷으로, 류 의원은 당시에 “이 복장을 본회의에도 입고 가겠다”고 청년들과 약속했다고 한다.

본회 붉은색 원피스 차림 등장 화제
평소 입던대로 청바지·운동화 출근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국회의원 제복을 정해서 그것만 입고 다니라 하던가. 조선시대서 왔느냐” “옷 가지고 이러지 마라. 뭘 입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라며 논란 자체를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 분명 있다”며 원피스 복장을 지적했고, “원피스를 입더라도 좀 점잖은 색깔을 입어야지”라며 원피스 색에 대한 의견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류 의원은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논란이 일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터넷과 자가격리했던 어제, 우리당 류호정 의원이 고된 하루를 보냈다”며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 여성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으로,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고 옹호했다. 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적었다.


류 의원의 이색 복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류 의원은 자신의 공식 계정 유튜브서 “청바지나 반바지를 입고 국회에 출입을 계속 했다. 청바지는 3번, 반바지는 2번 정도 입었을 때 들켰다고 해야 하나, (미디어의)눈에 들어온 것 같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당시)의원님들이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인사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은 정의당 입장서 호재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의당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당의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국회의원들의 복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지난 2003년 4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른바 ‘백바지 등원’으로 동료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당시 유시민 국민개혁정당 의원은 흰색 바지에 회색 티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이때에도 “여기 탁구 치러 왔나”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퇴장해 의원 선서가 미뤄지기도 했다.

복장 논란
당에 호재?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도 “모양이 좋지 않다”며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결국 유 의원은 다음날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 의원 선서를 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전 대표는 한복을 입고 등원하기도 했다. 강 전 대표는 수염을 기른 채 두루마기와 고무신을 착용했다. 특히 그는 한복 및 고무신 차림으로 광화문 촛불집회를 누벼 <반지의 제왕>의 주연급 캐릭터 ‘간달프’를 빗댄 ‘강달프’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류 의원은 소신 있는 행동 만큼이나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1일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한 그는 총 49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류 의원은 다양한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류 의원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핵 폐기물 관련 의제, 쿠팡 노동자들의 어떤 착취 문제, 차등 의결권, 비동의 강간죄 등에 대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맥스터'라는 말이 어렵다. 이게 핵 폐기물과 관련된 문제인데, 경주와 울산서 쟁점 사안이 되고 있다. 사실 원전 핵 폐기물 내용은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나면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게 지역 공론화, 그리고 전국 공론화를 하는 과정서 현재 정부가 소통을 하기로 했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이미 여론조사에 대한 조작 의혹까지 나와 있는 상태여서 검증해야 되는 단계고,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모두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어릴 때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운 건 아니었다. 부친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쌍둥이인 남동생 둘과 함께 어려운 환경서 자랐다.

류 의원의 블로그에 따르면 아버지의 폭력은 집을 벗어나는 목표를 갖게 했고 삼남매는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삼남매 모두 같은 시기에 대학생활을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셋째의 재수, 둘째의 휴학, 첫째의 취업준비 등 일종의 로테이션으로써 한 삼남매는 똘똘 뭉쳤다.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건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였다.

그는 모바일 IO 스튜디오 기획팀˙마케팅 팀원, 게임 모델 등으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직 중엔 게임 스트리밍 업무도 도왔다.


스마일게이트서 사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배를 도와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후배 사건 보고
젠더 이슈 관심

당시 류 의원은 “만약 내가 작년에 문제제기를 했다면, 이 친구가 같은 피해를 안 겪었을 거라는 후회와 미안함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피해 사원들과 류 의원의 증언에도 스마일게이트의 가해자에 대한 내부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쳤으며, 가해자로부터 분리하겠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인사이동시켰고, 부서도 가해자의 바로 옆 부서였다고 한다.

결국 해당 피해 사원은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더불어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마다 직원들이 전환배치나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한다.

류 의원은 후배의 사건을 겪은 뒤 SNS 젠더 이슈와 관련한 기사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과거 유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용기가 없었는데, 후배의 퇴사를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고사직 뒤에도 전 직장 동료들의 노조 설립을 도왔던 류 의원은 2018년 12월 화섬식품 노조로부터 ‘선전홍보부장’을 제안 받아 민주노총 상근자로 이직하게 됐다. 판교테크노밸리를 거점으로 한 IT 노조들이 소속된 화섬식품 노조서 류 의원은 전 직장서 SNS 콘텐츠를 만들었던 전공을 살려 ‘민주노총 아재’와 노동과 진보 이슈에 관심이 있는 20∼30대 청년들을 연결할 수 있는 홍보를 시도했다.

화섬식품 노조의 애칭 ‘섬식이’, 화섬식품 노조 인스타그램 계정 ‘노조스타그램’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40대 남성의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했으며 SNS 홍보를 통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시도했다. 10∼20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2018년 12월에 40여명에 불과했던 화섬식품 노조 페이스북 팔로어는 류 의원이 ‘페북지기’를 맡은 뒤 2019년 7월 2700여명으로 늘어났다.

과거 ‘서울퀴어퍼레이드’ 때는 ‘무지개 화섬식품 노조 깃발’을 제작해 노조 홍보를 하기도 했다.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한 그는 근무 중인 회사에 노조를 만드는 작업을 민주노총·정의당, 이미 노조가 있던 네이버 노조와 논의했다. 이후 회사서 퇴직당하고 민주노총의 (IT업체 노조가 가입돼있는) 화섬식품 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옮겼고, 처음에 당비라도 보태고 싶어 입당했다가 성남지역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과 경기도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적도 있다. 그 후로 청년 할당의 혜택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졌다.

92년생 역대 최연소 비례대표
게임 등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

류 의원의 공약 중에는 ‘학력·학벌 차별금지’가 있다. 류 의원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된 것들이다.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나중에 그 배경에 대해 인사담당자로부터 ‘학력이 작용했다’는 말을 들었다. 신입사원 교육서 조별 활동할 때도 ‘서울대 나온 남자’에게 반장을 하라고도 했다. 류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누가 저를 키웠는가 물으면 사회가 저를 키웠다고 답해야 한다. 그래서 학력·학벌 차별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류 의원에게도 크고 작은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한 사건이 있는데 바로 대리게임 논란이다. 지난 2014년 류 의원은 이화여대 게임동아리 활동을 하던 당시 남자친구에게 아이디를 빌려준 적이 있다. 당시 티어(레벨)가 골드1이었는데 다이아5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동아리 회장직을 내려놓고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커뮤니티엔 동아리 내에서의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이 줄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다른 방송 및 언론 인터뷰에 출연하고, 대리 사건에 대해 자기들끼리 간간히 개그 소재로 쓰였다는 점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서 대리 게임은 승부조작만큼이나 금기시되고 있다. 지금 20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대리 게임 논란에 대해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며 “게임 등급을 의도적으로 올리기 위해 계정을 공유한 행동은 아니다. 저도 당시 등급이 너무 많이 오른 것을 보고, 잘못되었음을 인지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얼마 후 매체의 인터뷰가 있었고, 그때 바로 잡을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새로 만든 계정의 등급은 대회 참가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반성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며 “당시에 썼던 반성문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시 꺼내 읽었다.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리 게임 및 허위 등급을 이용한 게임사 비리 취업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입사 지원서에 게임 등급을 기재한 데 대해 류 의원 관계자는 “롤 게임은 해마다 게임 등급이 리셋된다. 2014년 2∼3월 대리 게임을 통해 티어 상승이 이뤄졌고, 5월 달에 논란이 돼 사과했다. 사과 후 다른 부계정을 통해 1년 동안 연습했다. 2015년 등급이 리셋된 후 다시 원래 아이디로 돌아가 게임을 했다. 결국 당시 입사서류에 기재된 롤 등급은 류 위원장 본인 실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취업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사실상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소신있는 행동
총 49건 발의

지난달 10일에는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사망 후 피해자 우선주의에 입각하여 미투 피해자에 연대한다고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류 의원의 언행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같은 달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소신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어떤 것을 주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티나는 ‘류호정 원피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에도 관심이 쏠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는 ‘쥬시쥬디’라는 브랜드의 원피스로 8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쥬시쥬디는 캐주얼 업체 더베이직하우스가 2014년 선보인 브랜드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가 어떤 상품인지 알려지자, 원피스는 불과 몇 시간만에 품절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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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